(인터뷰) 로데오 상인회 천영숙 회장, 로데오거리를 설계하다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retro)를 새롭게(new) 즐긴다는 뜻을 갖고 있다. 뉴트로는 유행은 돌고 돈다라고 해, 과거의 복고적인 형태가 다시 새롭게 부각되어 또 다른 유행을 만든다는 뜻과도 연관돼 있다. 그런 뉴트로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나선 시장이 있다.

 

수원에는 22개 인정시장이 있다. 인정시장이란 상인회원 50명 이상인 시장들로 수원시에 등록하여 시장으로 인정받은 시장을 말한다. 우리는 흔히 인정시장을 전통시장이라는 말로 표현하지만, 모든 시장이 전통시장은 아니다. 전통시장이란 과거의 시장과 같이 농··축산물과 같이 1차 상품을 판매하면서 잡화상품을 곁들인 시장을 말한다.

 

그런 수원의 22개 전통시장에는 상인회가 구성되어 있고, 상인회장을 선출하여 모든 시장의 대소사를 상인회장이 관장한다. 하지만 상인회장이 독단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그 상인회에는 회장과 부회장, 이사, 감사 등의 직제가 있기 때문에 최종적인 사안을 상인화장이 책임질 뿐이다.

 

수원의 22개 인정시장 시장 상인회장들은 대개가 남성들이 맡고 있다. 그것은 상인회라는 특성이, 많은 사람들과 상대해야 하고 수많은 대소사를 결정해야 하는 중책이기 때문이다. 그런 22개 인정시장 중 유일하게 남문로데오시장 한 곳만 여성상인회장이다. 천영숙 회장은 올해 상인회를 맡았지만 뭇 남성들보다 더 활발하게 상인회 일을 하고 있다.

 

 

과거 젊은이들로 넘쳐나던 로데오거리

 

남문로데오상인회 천영숙 회장이 뉴트로라는 말로 로데오거리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말을 하는 것은 과거 1980년대까지 이 거리의 영화를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수원역에 AK백화점이 생기고 주변에 대단위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로데오거리를 거닐던 젊은이들이 하루아침에 빠져나갔다. 아무도 그 많은 사람들로 붐비던 로데오거리가 하루아침에 텅빈 거리로 변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당시에 그 많던 젊은이들이 이렇게 빠져버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않았죠. 그저 영원할 줄 알았던 것이죠. 지금 생각해도 충격적인 사건이에요. 어떻게 순간에 그 많던 젊은이들이 이 거리를 떠나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죠. 아마 저만이 아니고 이 거리에서 생활하고 영업을 하던 많은 분들은 로데오거리가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남문로데오거리는 한 때 젊음의 거리로 불릴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었던 곳이다. 거리에는 6개소의 극장이 있었으며 젊은이들은 이 거리에 있는 선술집을 찾아 밤새도록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런 거리를 걷던 젊은이들이 떠나고 난 뒤, 뒤늦게 다시 젊은이들을 끌어들이겠다고 많은 노력을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천영숙 회장은 그렇게 떠나버린 사람들의 옛 기억을 되살려 다시 이 거리로 돌아오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나간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방안 마련해야

 

저희 남문로데오상인회에서 뉴트로 운동을 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이곳을 기억하고 있는 분들이 다시 이 거리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것이죠. 사람들은 누구나 과거를 기억하고 있잖아요. 이 거리를 기억하는 분들이 이 거리를 옛날처럼 복원시킬 수 있다면 아마 상당히 많은 분들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천영숙 회장이 뉴트로 운동을 하겠다는 것은 원도심인 로데오거리를 새롭게 바꿀 수가 없기 때문이란다. 건물을 새로 짓는다고 하면 예전과 달리 지금은 건축법 등이 까다로워 용적률 등 모든 것이 바뀌기 때문에, 있는 그 모습 그대로를 갖고 과거의 모습으로 기억을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예전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마을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예전과 같이 실내장식 하나만 바꾸어도 사람들은 예전 모습을 기억하면서 회상에 젖을 거예요. 그렇게 건물주들과 상의해서 하나씩 정리해 나가면 옛 모습을 기억하는 분들이 다시 찾아올 태고, 그런 정겨운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젊은이들도 발길을 이곳으로 옮기겠죠.”

 

뉴트로 운동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과거의 모습을 찾아내는 것이 시급하다고 한다. 천영숙 회장은 페이스북을 이용하여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과거의 모습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또한 상인회를 비롯하여 로데오거리에 적을 두고 있는 많은 단체들과도 소통하면서 하나하나 과거로 돌아가겠다고 한다. 하지만 무조건 적인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거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10일 오후, 남문로데오상인회장실에서 만난 천영숙 회장은 여자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여자이기 때문에 더 섬세한 곳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면서 과거 로데오거리를 기억하는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기다린다.”고 한다. 천 회장의 뉴트로 운동이 빛을 발하기 바란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북수동 232-3번지에는 ‘대안공간 눈’이라는 곳이 있다. 눈을 들어가기 전에는 ‘골목집’이라는 간판을 붙인 밥집이 자리한다. 이 밥집은 막걸리 등 술을 팔기도 하는데, 우리가 이 집을 이용할 때는 주로 늦은 시간이다. 모임을 이 집에서 자주 갖기 때문이다.

 

여름 낮 더위를 피해 저녁 무렵 찾아간 이 골목길은, 밖에서 보기와는 전혀 다르다. 좁은 골목과 골목이 연결이 되는 이 길은 지난해부터 벽화를 그리고 있다. 그저 무료하고 답답한 벽에 여기저기 그려진 벽화들은, 좁은 골목길의 답답함을 가시게 해준다. 그래서 이 골목을 다니는 것이 때로는 큰 재미를 준다.

 

 

 

“이놈들 위험하다, 얼른 내려와”

 

골목길을 들어서면 굳이 골목집을 들어가지 않아도 좋다. 벽에 골목집의 분위기가 그대로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대안공간 눈을 지나 골목이 좌우로 갈라진다, 일부러 좁은 골목을 잠시 들려본다. 담장이와 벽화가 마주하는 좁은 골목길로 행인들의 뒷모습이 정겹다. 어디 옛날 문화영화에서나 봄직한 그런 모습이다.

 

우측의 큰길가로 나가본다. 전깃줄 위에 참새와 같이 아이들이 앉아있다. ‘이 녀석들 위험하다. 얼른 내려와라’ 하고 소리를 쳤더니 빙그레 웃는다. 그리고 보니 이 녀석들 등 뒤에 날개를 달았다. 백주 대낮에 어린 천사가 내려와 지나는 행인들에게 미소를 보낸다. 아마도 이 벽화를 그린 화가의 마음이 그랬을 것이다.

 

 

 

좁은 골목길을 돌아서 나오다가 보니, 길바닥에 ‘로맨스 길’이라고 자갈을 이용해 글을 써 놓았다. 이곳이 왜 로맨스길이 되었을까? 하긴 옛날 같으면 이 길을 팔짱을 끼고 걸으면서, 남몰래 수상한 짓을 했을 것도 같다. 더구나 해질녘 땅거미가 내리 앉을 때면, 슬그머니 입맞춤이라도 해보고 싶었을 그런 골목길이다.

 

 

 

1950년대로 돌아가는 골목길

 

이 길은 아직도 1950년대를 연상케 하는 골목길이 남아있다. 아마 언젠가는 이곳도 재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사라지겠지만, 아직은 이 길을 걸으면서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사람들은 낡고 습한 이런 골목이 무엇이 좋으냐고 묻기도 한다. 하지만 길이라는 것에는 생명이 있어야 한다. 좁디좁은 이 길에는 사람들의 땀 냄새가 폴폴 풍겨난다.

 

거대한 공룡과 같은 시멘트 건물에서 쏟아내는 후텁지근하고 퀴퀴한 냄새가 아니다. 골목 저편 어귀에서 꺾인 담벼락을 타고 불어오는 바람 한 점이 그리도 고마운 길이다. 큰길가로 잠시 돌아 나온다. 그 곳에 엊그제 내린 비로 인해 수원천의 물소리가 시원하다. 그 물소리에 잠시 마음을 흔들어 씻은 후, 다시 골목길을 향한다.

 

 

 

조금은 주변이 달라진 듯한 길을 지나서, 옛날 장거리였을 법한 곳에 닿는다. 낡은 간판에서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고 좋아라한다. 보물이라도 찾은 듯한 마음이다. ‘부여집 5-3164’라는 전화번호가 보인다. 그 옆에 또 하나 ‘허가번호 제2-20○○’라고 쓰여 있다. 이곳은 아직도 1950년대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이 거리 향토유적이라도 지정해야 되는 것 아닌가요’

 

그럴 수도 있지만, 사람 사는 곳이니 좀 더 좋은 환경으로 바뀌어야 할 듯하다. 골목길을 벗어나면 찻길을 건너 통닭거리로 들어간다. 요즈음은 이 골목 끝에도 통닭집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사람이 사는 뒷골목이 재미있다는 것은, 바로 이런 또 다른 볼거리를 주기 때문이다.

 

 

붉은 선 안이 골목길을 돌아본 곳이다

 

사람들은 무조건 좋은 것만을 고집한다. 그러나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그래도 끈끈한 정을 이어가면서 살아가는 곳. 뒷골목을 걷는 것은, 그 곳에 또 다른 삶의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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