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은 UN이 선포한 '세계 변기의 날'이다. UN에 따르면 세계 250만 명이 아직도 적절한 위생시설을 갖추지 못한 관계로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동남아 여러나라에서는 변기이 날을 맞이해 변기를 들고 거리로 나와 변기의 날을 기념하는 축제를 펼치기도 했다. 인류가 지금까지 만들어낸 각종 발명품 가운데 인간에게 가장 유용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놀랍게도 이 질문에 대해 영국 사람들은 화장실을 첫 번째로 꼽았다. 그 이유는 변기의 사용으로 인해 인간들의 생활방식의 변화에 일대 혁명을 가져왔기 때문이라는 대답이다. 영국의 과학잡지 포커스 독자들이 학자와 과학자 등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선정한 인류의 백대 유용발명품중에서 변기가 당당 위를 차지했다는 것

 

 

세계 유일한 화장실 문화공원 해우재.

 

수원에는 화장실문화공원이 있다. 세계에서 유일한 화장실 공원이 수원에 있기 때문에,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수원을 주시하고 있다. 이제 내년에 해우재 문화센터가 문을 열게 되면 수원은 명실공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화장실의 메카로 자리를 잡게 된다.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해우재가, 문화센터 개관으로 일대 도약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해 310일 해우재를 찾아주신 관람객 10만 명 째를 기념하고 난 뒤, 63030만 명의 관람객이 해우재를 다녀갔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안에 40만 명을 넘어설 것 같습니다. 2015114일 고 심재덕 전 수원시장님의 6주기에 밎춰 해우재 문화센터가 개관을 하게 되면, 해우재는 세계 최초의 화장실 문화타운으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해우재가 도약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이죠.”

 

 

해우재 이원영 관장의 말대로 내년에는 해우재가 자리를 완전히 잡을 수 있는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 해우재가 2014년 한 해 동안 어떤 행사를 가졌을까? 이제 한 달 남짓 남은 2014년 해우재의 일 년간의 활동을 정리해본다.

 

고 심재덕 전 수원시장을 기리는 행사로 시작해

 

111일 미스터 토일렛 고 심재덕의 5주기 추모답사기행인 심재덕의 발자취를 찾아서로 올해 공식행사를 시작한 해우재는 114일에는 추모미사와 묘소참배에 이어 오전 11시부터 해우재에서 추모식을 열었다. 214일과 15일은 해우재 잔디마당에서 정월 대보름맞이 민속놀이 체험마당을 열었다.

 

226일에는 수원 라마다 프라자 호텔[서 열린 세계화장실협회 제2차 총회에서 염태영 수원시장이 제3대 회장으로 선출이 되었다. 세계화장실협회 2차 총회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호주, 네팔 등 15개국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225일부터 27일까지 3일 동안 열렸다.

 

 

다양한 세미나와 기획전 등도 마련해

 

지난 415일 오후 1시부터 530분까지 화성박물관에서는 세계화장실협회 등 경기도와 수원인근의 주요기관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위생 시설의 고급 개념과 기술(advanced concept and technology of sanitation facilities)”을 주제로 한 국제세미나가 열렸다. ‘물의 위기-화장실과 해우재를 주제로 독일인 연구자와 관련업체 대표도 주제발표를 가졌다.

 

지난 422일부터는 해우재에서 기획전으로 마련한 ‘2014 해우재 동물똥전이 열렷다. 그동안 화장실 문화전시관인 해우재에서는 많은 기획전을 열었다. 해우재의 특성상 이곳에서 열리는 기획전은 모두 과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5월에는 해우재 흑백사진전도 열었다. 동물똥전은 1231일까지 2층 전시홀에서 계속 전시된다.

 

 

해외에서 해우재를 찾는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캄보디아, 네팔, 스리랑카, 라오스 등 아시아 5개 나라 화장실 관련 전문가와 공무원, 관련 기업인들이 수원시의 초청을 받아 지난 108일부터 10일까지 '2014 세계 화장실 관계자 연수'에 참여하기도. 1018일에는 해우재 일원에서 제3회 황금똥 그림 잔치를 열었다.

 

방송들도 해우재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122일에는 EBS 4학년 겨울방학생화에서 해우재를 촬영하여 방영을 했으며, 7월에는 수원 iTV에서 해우재를 촬영했다. 918일에는 매일경제에서 해우재를 촬영했다. 올 한해 해우재는 많은 공연과 문화행사를 가졌다. 1129해우재 어린이 명예기자단 4기 수료식 및 제3회 해우재 황금똥 그림잔치 대상 수상식을 열 예정인 해우재. 이제 2015년에는 또 어던 즐거움을 줄 것인지 사뭇 기대가 된다.

 

황금 똥 그림 잔치’, 처음 이 말을 듣는 사람들은 의아해 할 듯하다. 세상에 수많은 잔치 중에 황금 똥이라니. 하지만 해우재를 한 번이라도 다녀 간 사람이라면, 이 그림 잔치를 이해할 것이다. 해우재는 세계에서 유일한 화장실 문화전시관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해우재를 다녀 간 인원이 30만 명을 넘었다.

 

수원시 장안구 장안로 458번길 9에 소재한 해우재는, 전 수원시 고 심재덕 시장의 사가였다. 고 심재덕 전 시장은 이천시 마장면 도드람산 외가 뒷간에서 태어났다. 그래서인지 유별나게 화장실에 관해 애착을 가졌다. 1996년 수원시장 재직 시와 2002년 한, 일 월드컵을 유치하면서 아름다운 화장실 문화 운동의 선구자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의 화장실 문화를 바꾸는데 전념하였다.

 

 

심재덕 전 수원시장은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을 기념하기 위해, 30여 년간이나 살던 집을 부수고 그 곳에 변기모양의 집을 지었다. 이 집이 바로 근심을 푼다는 해우재이다. 심재덕 전 시장의 사후에 유족들은 그의 뜻을 받들어 20097월 수원시에 해우재를 기증하였고, 수원시는 그 뜻을 영원히 간직하고자 수원시 화장실문화 전시관 해우재로 재탄생시켰으며, 20101030일자로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2012년에 시작한 황금 똥 그림 잔치

 

해우재는 개관 1주년을 맞이해 해우재 음악회를 연 후, 2012년과 2013년 개관을 기념하는 그림대회인 황금 똥 그림 잔치를 개최했다. 이 잔치는 시민들의 참여도와 해우재의 홍보효과를 증진했으며, 이번에 제3회 그림 잔치를 열어 아이들이 이라는 주제와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18일 오전 11시 해우재 앞마당에서 열린 개회식은 미스터 토일렛 심재덕 기념사업회가 주최, 주관을 하고 수원시와 수원시의회, 세계화장실협회, 한국화장실협회, 수원문화재단 등이 후원을 한다. 이 그림 잔치의 주제는 황금 똥 그림과 해우재, 그리고 화장실이다. 유치부와 초등부로 구분을 하며 해우재 잔디마당과 야외공원에서 그림을 그려 3시까지 그림을 완성해야 한다.

 

이번 제3회 황금 똥 그림 잔치에는 200명 정도의 아이들이 참가 신청을 했어요. 잔치 중에는 각종 음악회와 페이스페인팅, 커리캐쳐 그리기, 보물찾기 등 다양한 이벤트도 준비되어 있고요. 아이들과 함께 부모님들이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상품도 마련했어요.”

 

해우재 홍보담당이 설명을 해준다. 개회식에서 미스터 토일렛 심재덕 기념사업회 선정선 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화장실 문화운동을 세계최초로 시작한 수원, 그리고 그 출발을 한 헤우재에서 이렇게 뜻 깊은 행사를 갖게 되어 기쁘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한 모든 가정과 여러분들이 늘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11월 초에 해우재에서 시상식 가질 터

 

18일 열린 3회 황금 똥 그림 잔치는 대상은 유치부와 초등부 각 1명으로 수원시장상이 마련되어 있으며, 최우수상은 유치부 1명과 초등부 2명으로 수원시의회 의장상이다. 이 외에도 우수상과 특별상, 특선과 입선 등 많은 어린이들이 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시상은 11월 초에 해우재에서 실시한다. 아이와 함께 정자동에서 왔다는 한 주부는 연신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이를 카메라에 담으며 이야기를 한다.

 

오늘 이렇게 해우재에 와서 보니,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마치 소풍을 온 것만 같다. 오늘은 날도 좋아서 아이들과 함께하기에 적합하다. 오후에 보물찾기가 있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좋은 보물을 찾았으면 좋겠다.

 

 

과거 우리의 전통 화장실은 자연을 오염시키지 않고, 사람에게서 배출되는 변을 그대로 자연으로 환원시키는 기술을 가진 최첨단 화장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대변과 소변을 구분하지 않고 한꺼번에 수세식으로 내보내는 화장실을 고발합니다.”

 

15일 오후 1시부터 수원시 팔달구 소재 수원화성박물관 AV실에서는 신개념 화장실 문화와 기술이라는 주제로 국제 컨포런스가 열렸다.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지속가능한 물관리연구센터(소장 한무영)우리나라 전통의 화장실 기술’ , ‘유럽의 화장실 역사’ , ‘페르시안의 화장실’ , ‘친환경화장실 기업들의 기술소개등의 주제의 강의가 실시되었다.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가 주최하고 환경부와 세계화장실협회, ()미스터토일렛 심재덕 기념사업회가 후원하는 국제컨퍼런스는, 주거지역에서의 저배출 자원순환 기술을 통해서 생활 속에서 나오는 배출물을 줄이고 자원화하여 지속가능한 환경문제 해결을 원천적인 곳에서 시작하자는 취지로 준비됐다.

 

 

다양한 변과 화장실의 이용방법 등 소개

 

이 날 발표는 서울대학교 한무영 교수의 우리나라 전통의 화장실 기술과 문화로 시작하여, 독일의 Dr. Haiko Pieplow ‘유럽의 화장실 역사’, 그리고 이어서 독일 베르린 공대의 Dr. Joachim Zeisel독일의 화장실 최신기술동향 및 전망등으로 발표가 이어졌다. 잠시 휴식을 가진 컨퍼런스는 오후 330분에 재개가 되었다.

서울대 김재영 교수의 ‘CROSS 개요에 이어 ()미스터토일렛 심재덕기념사업회 이원형 국장의 화장실 문화운동의 경과 및 전망으로 진행되었으며, 한국화장실연구소 조의현 소장의 화장실의 법칙등으로 진행이 되었다. 이란에서 온 Shervin페르시안의 화장실4개사의 화장실 절수기업 기술소개도 있었다.

 

 

수세식 화장실을 고발한다.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한무영 교수는 물을 많이 잡아먹는 수세식 화장실을 고발한다면서 고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들었다.

수세식 화장실은 물을 너무 많이 사용합니다. 수세식 변기가 하루에 90리터 정도의 물을 사용합니다. 또한 깨끗한 물을 더럽히기도 하고요. 수세식화장실에 사용하는 물이 깨끗한 물로, 물 부족 사태의 요인이 된다는 것이죠. 그 뿐만 아니라 수세식 화장실에서 흘러나오는 오물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하수관과 탱크 등의 건설에 많은 돈을 들여야 합니다.”라면서

 

똥은 곧 돈인데 돈을 버리고 있습니다. 대소변을 구분하지 않고 섞어서 버려 환경오염을 가중시키고 있기도 하고요. 그런 대소변을 정화시키기 위해 에너지가 부족한나라에서 전기 사용을 많이 합니다. 제일 문제는 자기가 만든 변을 남이 치우게 만든다는 것입니다.”라면서 수세식 화장실의 고발 이유를 밝혔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이런 화장실이 있다.

 

여주군 북내면 상교리 335번지에 있는 김원주(, 53)의 집에는 두 곳의 변소가 있다. 이 변소는 모두 집 밖에 마련되어 있으며 판자로 지어졌다. 얼핏 생각하면 변소에 들어서면 지독한 악취가 날 것으로 생각을 하겠지만,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변을 보기 위해 자리에 앉으면 소변과 대변이 분리가 되도록 하였다.

 

플라스틱 통을 잘라 앞부분에 대어 소변은 그곳으로 나갈 수 있도록 정확하게 각도 조절까지 해놓았다. 대변을 보면 밑으로 떨어지는데, 대변을 받는 용기와 소변을 받는 용기가 구분되어 있다. 소변은 통으로 받아 밭에 사용을 하고, 대변은 손수레로 떨어져 그대로 옮겨 갈 수가 있다.

 

 

변소 안에는 재와 쌀겨가 준비되어 있다. 변을 보고나면 쌀겨와 재를 뿌려주면 된다. 휴지는 통에 담아 그런 불순물들이 변과 섞이지 않도록 하였다. 여름이면 풀을 그 위에 덮어주기도 하고. 효소를 뿌려 변이 자연적인 퇴비 역할을 하도록 하였다. 이 변을 유기농비료로 이용해 밭에 뿌려준다.

 

지난 해 뒤편의 밭에서 수확한 각종 야채 등은 일체 화학비료를 주지 않아, 그대로 씻어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즐거움을 주기도 했다. 이 집은 음식도 주변에서 자라나는 무공해 나물 등을 그대로 이용한 음식으로 사람들을 대접한다. 이 시대에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신개념 화장실을 벌써 사용하고 있는 집이다. 이 집에 가서 마음대로 밭에 들어가 유기농비료로 잘 자란 야채 등을 솎아 먹는 재미 또한 일품이다.

 

영원한 수원시장 심재덕’ 5주기 추모행사 날

 

잘 계신지요

그곳 날씨는 어떠신지요

이승의 누가 제일보고 싶던가요

 

아직도 여쭤보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그동안 일어난 일 말씀 드릴 것도 적지 않고요

, 이 사람아 어여 한 잔 쭈욱 들이켜

그 목소리 들으며 장안문 근 처 중국집에서 불휘도 한잔 하고 싶습니다

 

김우영 수원시인협회장의 추모시인 안부편지의 한 구절이다. 14일 오전 11시 수원시 이목동에 소재하고 있는 해우재에서는 영원한 수원시장 심재덕’ 5주기 추모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오전 6시 정자동 성당에서 추모미사를 드린 후, 조찬을 거쳐 용인 두창리에 있는 묘소로 이동을 했다.

 

 

묘소에서 헌화 및 참배를 마친 일행은 해우재로 돌아와 추모행사를 가진 것이다. 미스터 토일렛 심재덕 전 수원시장은 자신이 살던 집을 화장실 변기모양으로 지었다. 그리고 그 이름을 사찰의 해우소에서 따온 해우재라고 이름을 붙였으며, 심재덕 전 수원시장이 세상을 떠난 후 유족들은 고인의 유지에 따라 수원시에 기부를 하였다. 세계 최초의 화장실 문화공원인 해우재가 탄생을 한 것이다.

 

화장실에 남다른 정열을 쏟다

 

심재덕 전 수원시장은 살아가야 하는 집을 변기모양으로 바꾼 것은 물론, 항상 화장실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었다. 1999년에는 한국화장실 협회를 창립하고 초대회장으로 피선이 되었다.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이 된 심재덕의원은 2005년 세계 최초로 공중화장실법을 제정했다.

 

 

2006년에는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총회 조직위원회를 구성해 위원장이 되고, 1년 동안 전 세계를 돌면서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총회 유치활동을 벌였다. 20071122일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총회를 한국에서 개최하고 초대회장에 선출이 되었다. 20081121일 제1세계화장실의 날을 한국에서 개최한 미스터 토일렛 심재덕은, 2009114일 병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렇게 화장실에 관해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던 미스터 토일렛 심재덕 전 수원시장의 노력으로 인해, 어느 곳을 가던지 사람들은 아름답고 깨끗한 화장실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마 이렇게 화장실에 대해 남다른 열정을 보인 것은, 그가 1939115일 이천시 마장면 도드람산 외가 뒷간에서 본인이 출생을 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는 영원히 우리의 곁에 머물러

 

추모행사에서 추모인사를 한 미스터 토일렛 심재덕 기념사업회 선정선 회장은

새벽 으스름히 일찍 잠을 깬 어느 날도, 따스한 햇살이 얼굴을 간질이는 어느 한 낮에도 그는 여전히 우리의 곁에서 함께 호흡하며 안부를 묻고 있는 듯하다. 그가 살다간 해우재는 세계 최초 화장실 모양의 집을 넘어 세계 유일한 화장실 문화공원으로 발전하고 있고, 그토록 열정을 쏟아 붓던 화장실 문화운동은 더욱 더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화장실 문화운동은 수원을 상징하는 문화아이콘으로 무한한 발전을 했다고 전했다.

 

심재덕 전 수원시장의 추모행사에는 100여 명의 인원이 모였으며, 추모시에 이어 예기보존회 안영화의 헌무인 초혼무가 이어졌다. 뒤를 이어 평소 그를 사랑했던 음악인들인 소프라노 이영숙, 베이스 송필화 등이 그리워’, ‘그대 있음에등을 들려주었다.

 

 

미스터 토일렛 고 심재덕 전 수원시장. 그는 비록 세상을 떠났지만 생전 그가 그토록 열망하던 화장실 문화운동은 이제 세계 각처로 번져나가고 있다. 또한 해우재 곁에 공사를 서두르고 있는 해우재 문화센터가 완공이 되면, 수원은 명실공이 세계 최고의 화장실 문화공간을 갖게 된다. 우리가 그를 영원히 기억하고자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은 몸이 아플 때 혼자인 것이 세상에서 가장 서럽다고 한다. 솔직히 남들보다 긴 세상을 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꽤 오랜 세월을 살면서 아직 자리보전을 하고 누워본 기억은 없는 듯하다. 성격 자체가 몸이 좀 불편하다고 해서 누워 있지를 못한다. 그저 나가서 돌아다니면서 몸을 다스리고는 했다.

 

3일 째, 장염으로 인해 하루에도 수십 번을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했다. 남들이 장염이라고 하면 그저 장에 탈이 좀 생긴 것이겠지 하고 넘겨버렸다. 아직 장염이라는 병을 한 번도 앓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나에게 장염이라는 병이 생겼다. 이렇게 힘든 것인 줄을 몰랐기에 그저 약방에 가서 약이나 사다 먹으면 나으려니 한게 병을 키웠나 보다.

 

하루 저녁에 화장지 한 롤을 다 사용해

 

그런데 저녁부터 탈이 나기 시작했다. 아랫배가 살살 아파오더니 급기야 탈이 난 것이다. 화장실을 가면 그저 좍좍 쏟아내는 것이 염 심상치가 않다.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시간이 점점 더 바빠진다. 나중에는 화장실 문을 닫기가 바쁘게 다시 화장실을 열어야 할 정도이다. 오죽하면 하루 저녁에 두루마리 화장지 한 롤을 다 사용했으니 말이다.

 

 

문제는 그 다음날 부터였다. 물 한모금만 마셔도 바로 배가 아프면서 화장실로 직행을 해야만 했다. 토요일엔 여기저기 취재약속을 해 놓은 곳이 있었지만 탈수증상까지 겹쳤다. 힘이 하나도 없고 자꾸만 잠만 쏟아진다. 막말로 이러다가 제 명에 못 죽겠구나 하는 불안한 생각까지 든다.

 

그래도 혼자는 아니었다는 것이 천만다행

 

사람은 몸이 불편할 때 곁에 사람이 없으면 서럽다고 했던가? 그 말이 정말 맞는 듯하다. 하루 반나절을 혼자 화장실을 들락거리면서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것이 한 없이 서글픈 생각이 든다. 거기다가 대문 밖 출입도 힘들 정도로 기운이 떨어졌다. 지인 한 사람이 전화를 걸었다. 연락도 하지 않은 사람이다. 그런데 소식을 들었다고 죽이라도 사갖고 가겠다는 것이다.

 

그 말로만이라도 위안이 된다. 사람들은 누가 진정한 이웃인가를 아플 때 보면 알 수 있다고 어르신들이 말씀하셨던 것이 생각이 난다. 정말 이웃이란 내가 힘들 때 조건 없이 다가설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위안이 된다. 근처에 사는 아우가 약을 들고 왔다.

 

자신도 바쁘게 살아가는 아우지만 그래도 형이라고 이렇게 신경을 써주는 곁에 있는 아우가 그리 고마울 수가 없다. 약을 먹고 시간이 지나자 배가 아픈 것과 설사를 하는 것이 조금은 가신 듯하다. 그런데 문제는 물 한 모금도 제대로 못 먹고 꼬박 2일을 보낸 셈이다. 사람이 탈진이 되기 시작한다.

 

 

이런 이웃이 있기에 행복하다

 

아침 일찍 아우가 전화를 했다. 밤새 좀 어땠느냐고 묻는다. 설사는 좀 나아졌다고 하니, 약을 지어갖고 올 테니 기다리란다. 2일이나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았더니 사람이 기진맥진이다. 물이라도 마셨으면 좀 나으련만 물만 먹어도 화장실을 가야하니 정말 죽을 맛이다. 꼬박 3일을 굶었더니 사람이 탈진이 되었는가 보다. 누가 문을 여는 소리에 놀라 일어났더니 아우가 들어왔다.

 

문자를 하고 전화를 걸어도 받지를 않아 집까지 몇 번을 찾아왔지만 들어오지를 못했다는 것이다. 죽을 사 갖고 오겠다고 나간 아우가 오래지 않아 죽과 약을 갖고 왔다. 토요일인데도 약속이 있어 나가야 한다면서 죽 먹을 시간과 약 먹을 시간을 꼼꼼하게 일러주고 간다. 죽을 먹고 약을 먹은 후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그러는 사이 설사도 멎은 듯하고, 그렇게 살살 아프던 아랫배의 통증도 조금 가신 듯하다. 3일간의 장염이라는 병은 나에게 참 많은 것을 알려준 것 같다. 우선은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진정한 이웃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사실 내가 병으로 고통을 받는다고 하면, 먼 거리에서 달려올 사람들이야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구차하게 누구에게 내가 아프다는 소리조차 못하는 인사인지라 애써 참았다. 그리고 내 몸은 내 스스로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갑오년 1월에 얻은 교훈이란 생각이다. 또한 아우와 같이 걱정해주는 사람 한 두 명이 곁에 있다는 것이 그저 고맙고 행복하단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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