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얼굴에 표정을 찾기가 힘들다. 너무 많이 울고 지쳐서 눈물도 말라버렸다고 한다. 23일 오전 10시 수원시 영통구 광교호수로 278에 소재한 장례식장인 연화장을 찾았다.

 

오늘은 세월호 참사로 사망한 안산 단원고등학생 시신 18구가 오전 7시부터 시간별로 오후 2시까지 들어옵니다. 그동안 이미 18구의 단원고등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이 연화장의 승화원에서 화장을 마쳤습니다. 내일도 13구가 예약되어 있는데, 상황에 따라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참 가슴 아픈 일이죠.”

 

아침 일찍 이곳을 들려 돌아보던 수원시 시설관리공단 윤건모 이사장의 말이다. 연화장은 장례식장과 화장을 하는 승화원, 그리고 유택인 추모의 집 등으로 구분이 되어있다. 여기저기 모여 있는 유가족들은 그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가슴에 묻으라고요. 어떻게 묻나요?”

 

차마 유가족들에게 무엇을 묻지도 못하겠다. 슬픔이 지나쳐 그저 넋을 잃은 것 같은 유가족들에게, 무엇을 묻는다는 것 자체도 죄스럽기 때문이다. 한편에서 먼 산만 바라보고 있던 한 분이 자탄스런 말을 한다.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으라고 한다는데, 어떻게 묻어야 하나요? 도대체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수학여행을 간다고 웃으면서 잘 다녀오겠다고 나간 아이가, 하루아침에 싸늘한 시신이 되어서 돌아왔습니다. 그 아이를 어찌 가슴에 묻을 수가 있나요?”

 

 

할 말이 없다. 사진 한 장을 찍는 것조차도 죄스럽다. 연화장 이창원 운영팀장은 바쁘게 일을 보면서

저희 연화장에서는 이번 세월호로 참사를 당한 가족들에게 승화원의 이용료를 일체 무료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가족들의 식사로 무료로 제공합니다. 유가족들이 조금의 불편도 없이 최선을 다해 모시고 있습니다.”라고 한다.

 

차라리 이곳에서라도 만났으면 좋겠다.

 

연화장에는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유가족들의 편의를 위해서 봉사를 하고 있다. 교통정리 등 관내의 질서는 해병전우회 회원들이 맡아서 하고 있다. 또한 급수와 커피는 수원시자원봉사센터에서 주관을 하여, 중부경찰서 의경어머니회(회장 이지영)와 정자1동 주민 센터 자원봉사자들이 봉사를 하고 있다.

 

마음이 많이 아프죠. 가슴이 미어지는 듯합니다. 눈물이 흘러 주체를 못하겠어요. 다 자식을 둔 부모들인데 그 마음이 어떤지 잘 알죠. 정말 너무나 비통합니다.”

 

오전 6시부터 나와서 봉사를 하고 있다는 중부의경어머니회의 한 봉사자의 말이다. 또 한 분은 자신이 알고 계신 분의 자제도 단원고등학교 학생인데 차라리 이곳 승화장에서라도 만났으면 좋겠다. 아직 배 안에 있는데 찾지도 못했다고 한다.” 전한다. 오죽하면 시신을 화장하는 승화원에서 만나기를 기다리고 있을까?

 

 

봉사를 하는 분들의 마음도 슬프기는 마찬가지라도 한다. 자신들은 오늘 하루뿐이지만, 이곳에서 날마다 많은 유가족들을 만나야 하는 사람들의 고충도 상당할 듯하다.

정말 부끄럽습니다. 집에 가서 아이들을 똑바로 볼 수가 없어요. 오늘 팽목항에 대자보가 붙었다는 이야길 들었어요. 저는 어쩔 수 없는 어른이 되지 않겠다고요. 얼마나 망신스런 어른들입니까? 모두 반성해야죠. 정말 무능한 저희들이 죄인입니다

 

유가족의 일원으로 이곳을 찾아 온 한사람의 말이다. 한 시간여를 돌아본 연화장. 그곳은 이미 눈물조차 말라버린 빈 가슴들만 가득한 듯하다. 자식을 앞세운 부모님들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가 있을까? 앞으로 얼마나 많은 아픔들이 또 이곳을 찾을 것인가? 미안하다 얘들아. 정말 어쩔 수 없는 어른이라는 것이 정말 부끄럽다.

이동을 할 때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나로서는 버스나 기차 안에서 많은 일을 보고 듣는다. 어제 버스에 올라 이동을 하는데 버스 뒷 자리에 앉은 여성 한 사람이 손거울을 꺼내들고 화장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저 여성들이야 어딜 가나 화장을 고치는 것을 자주 보았던 터라 그리 눈여겨 보질 않았다. 그런데 무엇인가 이상하다, 흰 위옷을 접고 있는데, 아무래도 교복만 같다.

그 옆에 여성의 커다란 백 안에도 역시 흰 옷이 담겨져 있다. 교복이다. 그러고 보니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다. 방과 후 시간에 버스에 올라 화장을 열심히 하던 사람들이 학생이었다는 소리이다. 한참을 쳐다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무런 표정도 없이 열심히 화장을 하고 있다. 도대체 왜 화장을 저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일까?


미팅에 가는데 교복입고 가나요?

그 여학생들이 내려버렸다. 나야 아직 내릴 정류장이 아니니 내릴 수는 없고, 그런데 옆 자리에 학생 하나가 비슷한 또래인 듯하다. 

"학생 혹 저 사람들 학생 아닌가?"
"예 맞아요"
"그런데 왜 저렇게 화장을 하고 있지" 
"아마 오늘 미팅이 있나보죠 머"  
"미팅을 가면 화장을 하나?"
"그럼요. 그럼 교복입고 미팅 나가나요. 미팅 가면 맥주도 한 잔 하는데 교복입으면 쪽 팔리죠"

참 세상이 달라져도 너무 많이 달라졌다. 내릴 시간도 멀었고 해서 옆 학생에게 몇 가지를 더 물어보았다. 이 학생 묻는대로 시원하게 답을 한다. 아주 당당하다.

"저렇게 가방이 아닌 것을 들고 학교를 가나?"
"아뇨. 학교 근처에 맡기는 데가 있어요"
"그럼 거기다가 맡겨놓고 저렇게 갈아입고 다녀"
"예 그런 학생들도 있고요. 그냥 등가방 안에 백이랑 옷이랑 넣고 다니는 아이들도 있어요"

하긴 요즈음은 고등학교 학생만 되어도 화장을 해 놓으면 도대체가 구별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어제 저녁인가 방송에서 중학교 3학년 학생이 담배를 못 피우게 한다고 선생님을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는 방송이 나왔다. 그런 일로 인해 교권 강화를 하야 한다고도 하고. 도대체 우리나라 교육이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저렇게 하고 미팅가면 몇시에나 끝나는데?"
"잘 모르겠어요, 어떤 아이들은 밤새도록도 논다고 하는데.."
"밤 새 놀고 그 다음 날 공부를 할 수 있어?"
"공부는요. 수업시간에 자겠죠"

스스럼없이 대답을 하는 이 학생. 미팅을 해보았느냐고 물었더니, 그런 것 못해본 학생들이 어디 있느냐고 한다. 웬만하면 중학생들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들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또 건전한 학생들의 이성교제를 갖고 무엇이라고 할 필요도 없다. 청춘은 마음껏 누리라고 있다고도 한다. 그러나 그 마음대로란 단어 안에는 지킬 것은 지켜가면서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버스에 올라 열심히 화장을 하고 있는 학생들.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세상이 변해도 참 너무 빨리 변하고 있는 듯하다.(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특별한 관계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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