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돌아본 수원화성, 화성 야경은 최고의 관광상품

 

수원은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답다. 수원화성의 낮은 단순히 세계문화유산이자 사적 제3호인 수원화성을 만날 수 있지만, 밤이 되면 또 다른 수원화성을 만날 수 있다. 그런 수원화성의 밤은 어떤 모습이고, 어떤 사람들이 즐겨 찾을까? 2, 해가 설핏 넘어갈 시간에 화성행궁으로 나갔다.

 

2일 오후 1시를 기해 폭염경보가 내렸다고 쉴 새 없이 문자가 들어온다. 꼭 문자가 아니라고 해도 밖을 나가면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쏟아진다. 오후 7시 반, 집을 나서 화성행궁으로 향했다. 얼린 생수 한 병을 손에 들고 가급적이면 땀이 흐르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발길을 옮긴다. 하지만 워낙 날이 덥다보니 그도 소용이 없다. 이미 행궁에 도착하기도 전에 땀이 줄줄 흐른다. 하지만 야경을 볼만한 곳을 미리 정해놓고 길을 걷기 시작했으니 땀이 흘러도 걸을 수밖에 없다.

 

수원화성과 화성행궁, 행궁동 등을 돌아보며 문화재의 밤의 역사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인 '수원문화재 야행(夜行)'89일부터 11일까지 수원화성, 행궁광장, 행궁동 등에서 열린다. 2017년 시작해 올해 세 번째로 열리는 수원 문화재야행은 수원화성 곳곳의 야경을 감상하며 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그동안 인기가 높아 문화재청이 주관한 야행 사업 중 우수 사업으로 선정돼 국비를 지원받았다.

 

야행을 준비하는 화성행궁은 야간개장까지 곁들여져 신풍루 앞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천천히 행궁동을 향해 발길을 옮긴다. 행궁동 차 없는 거리로 향하다보면 양편에 넝쿨식물이 자라고 있고, 식물 위에는 조명을 환하게 켜 놓았다. 수원야행을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보물 화서문과 서북공심돈 야경은 압권

 

화서문을 지나 수원화성 밖으로 나갔다. 밖에서 보는 보물 제403호인 화서문과 보물 제1701호인 서북공심돈의 야경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화서문관 서북공심돈은 보물로 지정될 정도로 원형을 보존하고 있지만, 성 밖에서 보는 화서문과 서북공심돈의 조화는 뛰어난 조형미를 갖추고 있다.

 

화서문 앞 쉼터에는 많은 시민들이 나와 더위를 피하고 있다. 마침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잠시 돌의자에 앉아 땀을 식혀본다.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하기 위해 성 밖 산책로를 걷는다. 그 중에는 외지인인 듯 열심히 화서문과 서북공심돈의 야경을 담아내고 있는 사람도 눈에 띤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너나가 없는 듯하다.

 

수원분이 아니신가 봐요?”

, 청주에서 수원화성 야경이 아름답다고 해서 야경 보러 왔어요.”

구경은 다 하셨습니까?”

이제 화성행궁 몇 장 촬영하고 이곳으로 왔어요. 얼른 촬영마치고 방화수류정으로 가보려고요

 

청주에서 수원화성의 야경을 촬영하기 위해 찾아왔다는 한 관람객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그런 모습을 보던 피서를 즐기던 시민들도 화서문과 서북공심돈의 야경을 휴대폰에 담아낸다. 수원에 살고 있지만 타지에서 여행 온 관광객이 칭찬하는 소리를 듣고 새삼 그 아름다움에 빠져든 듯하다.

 

 

화성 성벽 안 길 조명 손봐야, 방화수류정 조명 좀 더 밝았으면

 

화서문에서 서북공심돈, 북포루, 북서포루, 북서작대를 거쳐 장안문을 통해 성 안으로 들어선다. 장안문을 성 안에서 촬영한 후 장안문 가파른 돌층계를 올라 북동적대와 북동치를 거쳐 상을 끼고 성안을 걷기 시작한다. 야간에 성벽을 따라 조명이 들어와 길을 걷기에 큰 불편함은 없다. 하지만 곳곳에 조명이 들어오지 않아 어두운 곳도 있고, 조명이 깜박거려 눈을 피곤하게 만들기도 한다.

 

상 안길은 흙길이다. 걷다보면 곳곳에 땅 위로 돌출된 돌이 걸리기도 한다. 조명이 꺼진 곳은 야경이 시작하기 전에 손을 보았으면 좋겠다. 외지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물편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올해 3년째인 수원야행은 첫해인 2017192470명이 방문했으며, 지난해는 810일과 11, 97일과 8, 4일 동안 188400명이 방문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짧은 기간 동안 이렇게 많은 관람객이 찾아오는 수원야행이 관람객들에게 불편함을 주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북동포루를 지나 화홍문과 보물 1709호인 방화수류정을 보니 그 아름다운 자태를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조명에 어둡다. 주변 조망을 관람하기 위해 일부러 조명을 어둡게 한 것이 아니라고 하면, 화홍문과 방화수류정의 조명이 좀 다 밝았으면 좋지 않을까?

 

 

다양한 즐길거리 마련한 수원문화재 야행

 

올해 수원문화재 야행은 8야로 구성된다. 밤에 비춰보는 문화재 야경 (夜景)을 시작으로 밤에 걷는 거리인 야로(夜路), 밤에 듣는 역사이야기 야사(夜史), 밤에 보는 그림 야화(夜畵), 밤에 보는 공연 이야기 야설(夜設)은 정조대왕의 친위부대인 장용영 군사들의 수위의식과 24기 무예 시연을 비롯하여 경기도무형문화재 승무·살풀이춤, 수원시립교향악단과 시립합창단의 공연, 전통·퓨전국악·재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공연을 거리 곳곳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밤에 하는 장사 이야기 야시(夜市)로는 공방작가를 비롯한 지역예술인들과 주민들이 함께하는 밤빛마켓과 예술장터가 준비되어 있다. 밤에 먹는 음식 이야기 야식(夜食)은 행궁 야식기행 탕탕평평 탕평채체험프로그램을 비롯하여 청년 푸드트럭, 행궁동 심야식당·카페가 수원 문화재 야행과 함께 한다. 문화재에서의 하룻밤 야숙(夜宿)은 숙박 앱 여기 어때와 코레일 내일로와 연계하여 수원시 숙박 예약 시 할인을 받을 수 있는 특별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수원화성과 화성행궁, 향궁동, 남문시장 등을 돌아보며 마음껏 밤의 아름다움에 취해볼 수 있는 수원문화재 야행. 무더위에 땀을 흘리며 돌아본 수원야경은 낮보다 더한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수원시 팔달구 신풍동 32-1번지에 소재하고 있는 화성옥. 그 한편에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할머니와 아버지, 어머니의 손을 잡은 어린이들이 이 지하계단으로 내려간다. 도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애기똥풀 인형극장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이 집은 인형극단 애기똥풀이 운영하고 있는 인형극장이다.

 

저희 애기똥풀 인형극장은 수원에서 유일한 인형극전문극장예요. 올해 830일에 문을 열었어요. 저희는 상설 인형극 공연장으로 매주 금, , 일에는 오후 2시와 4시에 상설공연을 하고 있고요, 평일에는 예약공연도 하고요

 

 

애기똥풀 인형극장의 장대림(, 40) 대표는 원래 15년 정도 연극을 했던 연극배우였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나서 연극무대를 떠났는데,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했다고.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데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연극밖에는 없잖아요. 그래서 많은 생각을 하다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형극을 해보자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이곳에 인형극장을 개설하고 회원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죠.”

 

 

200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애기똥풀 인형극장

 

지하에 마련한 인형극장은 안방에서 인형극을 보는 것처럼 편안하게 자리를 잡으면 된다. 넓지는 않지만 아이들만 들어온다면 100명 정도가 관람을 할 수 있으며, 어른들과 함께 오면 50명 한 번에 정도가 인형극을 관람할 수 있다고 한다.

애기똥풀 인형극장의 관람료는 10,000원이다. 하지만 회원에 가입을 하면 여러 가지 혜택을 누릴 수가 있다고 한다. 회원은 4명까지 할인을 해주고 있다고, 현재 200여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애기똥풀 인형극장의 벽에는, 인형극을 관람하고 난 후 사람들이 적어 놓은 한 줄 관람후기가 붙어 있다.

 

이번에 무대에 올린 호랑이와 도둑놈은 오늘이 마지막 무대에요. 저희 인형극장은 매주 금, , 일만 공연을 하기 때문에 한 번 무대에 올린 작품을 짧게 하지는 못하고요, 보통 한 번 올리면 2개월 정도 공연을 하고 있어요. 다음 주부터는 마법의 성이라는 인형극을 올릴 계획입니다.”

 

 

홍보에 어려움이 있어

 

아직은 회원들이 주로 찾아오고 있다고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애기똥풀 인형극장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 행궁동 생태교통거리 안에 자리하고 있지만, 대로변이 아니어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기가 어렵다고 한다.

 

홍보가 가장 시급하죠. 아직은 저희들이 홍보를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여건을 갖추고 있지 못해 어려움이 많은 편이죠. 그나마 이곳을 다녀가신 어머니들이 육아카페 등에 글도 써주시고, 또 여기저기 어머니들끼리 소개를 해주시는 바람에 점차 찾아오는 관객들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기는 해요.”

 

2일 오후에 찾아간 애기똥풀 인형극장. 40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장대림 대표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밖이 소란하다. 4시 공연을 보기 위해 벌써 사람들이 문 앞에서 대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더 이상은 바람이 부는 날 아이들을 밖에서 기다리게 할 수가 없어 서둘러 인사를 하고 나왔다.

 

 

여기 인형극장이 있어서 아이들과 두 번째 찾아왔어요. 아이들이 인형극을 너무 좋아해요. 큰 아이는 이다음에 저도 크면 인형극을 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하네요. 오늘은 호랑이와 도둑놈 끝 공연이라고 해서 늦지 않으려고 서둘러왔어요

 

멀리 안산에서 아이들과 함께 왔다는 어머니 한 분은 아이들을 데리고 서둘러 입장을 한다고 지하로 내려간다.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있다는 애기똥풀 인형극장. 앞으로 이 인형극장으로 더 많은 어린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기를 고대한다.

 

그럴 수 있다면 정녕 그럴 수만 있다면

갓난 아기로 돌아가

어머니 자궁 속으로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은 때가 왜 없으리

삶은 저 혼자서

늘 다음의 파도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가든 길 돌아서지 말아야겠지

그동안 떠돈 세월의 조각들

여기 저기 빨래처럼 펄럭이누나

가난할 때는 눈물마저 모자랐다.

 

어느 밤은

사위어가는 화롯불에 추운 등 쪼이다가

허허롭게 돌아서서 가슴 쪼였다.

또 어느 밤은

그저 어둠 속 온몸 다 얼어들며 덜덜덜 떨었다

 

수원 광교산 자락에 자리를 튼 고은시인의 두고 온 시의 힌 부분이다. 이런 시 한수가 딱 어울리는 계절이 돌아왔다. 아침저녁 조금은 찬바람이 불어오고, 산과 들녘이 물들어가는 이런 계절에 누군가 아름다운 시 한 수 낭송을 한다면 제격이지 않을까?

 

 

공연예술로 자리 잡은 시낭송

 

시낭송은 공연예술로 자리를 잡았다. 전국에는 많은 시낭송을 하는 모임들이 있어, 이제는 어느 지역을 찾아가던지 시낭송이라는 장르가 그리 낯설지 않다. 이런 시낭송을 하는 낭송가들은 모임을 만들어 시낭송을 즐기고는 한다. 이런 가을에 맞는 시낭송회가 열렸다. 수원시 행궁동에 자리하고 있는 대안공간 눈의 넓지 않은 정원에서 19일 오후 330분부터 수원 시울림 시낭송회가 열린 것이다.

 

시울림 시 낭송회는 20129월에 창단이 되었다. 시울림 시 낭송회는 그동안 많은 곳을 찾아다니면서 시낭송을 통해 양로원과 병원, 그리고 따듯한 시를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다니면서 시낭송으로 마음이 아픈 이들을 치유하는데 앞장서왔다.

 

시낭송을 시작하기 전 시울림의 황혜란 회장은

우리는 시낭송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우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디든지 마다않고 찾아간다. 앞으로도 시낭송으로 인해 아픈 마음을 치유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곳을 찾아다닐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시울림 시낭송회 회원들이 전국대회의 시낭송 경연대회에 나가 많은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고.

 

 

8명의 낭송가들이 들려 준 아름다운 시

 

담장이가 담벼락을 타고 오르면서 가을빛에 물들어 가는 날, 대안공간 눈의 마당에는 2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그 중에는 행궁동 벽화골목을 찿아 왔다가 들린 사람도 있다. 이날 시낭송은 모두 8명이 들려주었다. 박승준의 사회로 윤창원의 하모니카 연주로 시낭송회가 시작이 되었다,

 

이날 8명의 낭송가들은 조병화 시인의 늘 혹은을 처음으로 낭송한 양응자 낭송가부터, 안도현 시인의 연탄 한 장을 낭송한 윤병선 낭송가, 유영석의 사랑 그대로의 사랑을 낭송한 박종순 낭송가에 이어 심춘자(마종기의 우회의 강) 추명순(박인환의 목마와 숙녀), 정미경(고은의 두고 온 시), 황혜란(서정주의 자화상), 등의 순으로 자신이 선택한 시를 낭송했다. 끝으로 시울림 시낭송회 부회장인 이숙희의 누가 오어사 가는 길을 묻는다면으로 한 시간 정도 진행된 시낭송을 마쳤다.

 

 

가을이 깊어가는 날 8명의 낭송가들이 들려준 아름다운 시. 낭송을 하는 사람들은 계절과 장소, 그리고 배경음악 등에 따라 그 낭송의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한다. 이 가을에 이런 작은 시낭송 자리를 여기저기 마련할 수 있다면, 이 가을이 더 풍성해질 것만 같다.

 

정월 나혜석은 1986418일 경기도 수원군 수원면 신풍리 291번지에서 출생했다. 그녀는 일제강점기와 대한민국 시대의 작가, 시인, 여성운동가, 사회운동가, 화가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아명은 나아지, 나명순이며 아호는 정월이다. 일본 도쿄여자미술학교 유화과에서 서양화를 공부한 후, 1918년 귀국하여 화가, 작가로 활동을 했다.

 

경성으로 돌아 온 나혜석은 191931, 3,1만세운동에 참가하여 5개월 간 투옥되기도 했다. 1920년 김우영과 결혼하여 그를 따라 만주와 프랑스 등을 여행하였으며, 1927년에는 유럽과 미국 시찰을 가게 된 남편을 따라 여행길에 올라 조선 최초로 유럽여행을 한 여성이 되었다.

 

 

19232월 동명지에 첫 딸을 출산한 나혜석은 원래 임신이라는 것은 여성의 거룩한 천직이니 여성의 존귀가 여기 있고, 여성이 인류에게 행하여 이행하는 최대 의무의 한 가지인 것을 자각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기고한 바 있다. 그녀는 출산과 자녀양육을 감동적이라고 표현하였다.

 

그러나 어머니가 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자녀에 대한 맹목적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풍조에 염증을 느낀 그녀는, ‘어미 된 감상기를 발표한다. 여기서 나혜석은 스스로 나는 할 일이 많다. 이제야 예술이 무엇인지 인생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는데 이와 동시에 나는 어머니가 되어가고 있었다.’라는 말을 통해 모성은 본능이 아니다 라는 점을 지적한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은 솟는 정이 아니다.

 

20일 오후 팔달구 행궁동을 찾았다. 6회 나혜석 생가터 문화예술제인 붉은 꽃 피고지고 다시피다.’라는 주제로 행궁동 일원에서 19일부터 21일까지 행사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팔달구 화서문로 45번길11-4에 소재한 행궁동 새마을문고는 주민들이 소통 공간으로 1층에는 문고와 열람실, 2층은 주민대화방(동아리방)과 나혜석 자료관 등이 자리한다.

 

이 새마을문고에서 축제 기간 중 길거리로 나온 나혜석이라는 제목으로 우리들의 모()된 감상기전이 열리고 있다. 행궁동에 거주하고 있는 자식을 둔 어머니들이 나혜석의 감상기를 읽고, 스스로 나혜석이 되어 모된 감상기를 적은 것이다. 새마을 금고 이층으로 올라가는 길 계단 좌우벽에는 니혜석의 그림도 몇 점 걸려있다.

 

 

한편에 나혜석의 모된 감상기를 큰 종이에 적어 놓은 것이 보인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은 솟아오르는 정이라고들 한다. 그러면 아들이나 딸이나 평등으로 사랑할 것이다. 어찌하여 한 부모의 자식에게 대하여 출생시부터 사랑의 차별이 생기고, 조건이 생기도 요구가 생길까. 아들이니 귀엽고 딸이니 천하며, 여자보다 남자를, 약자보다 강자를, 패자보다 우자(優者), 이런 절대적 타산이 생기는 왠일인가. 이 사실을 보아서는 그들의 소위 솟는 정이라고 하는 것을 믿을 수 없다

 

1922429일 큰딸 김나열의 1년 생일에 나혜석이 쓴 감상기 중 일부이다. 이 글에서 나혜석은 자식이란 모체의 살점을 떼어가는 악마라고 표현을 하기도 했다. 세인들은 항용 모친의 애라는 것은 처음부터 ()’된 자 마음속에 구비하여 있는 것 같이 말하나, 스스로는 도무지 그렇게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혜석이 되고 싶은 어머니들

 

벽에는 행궁동 주민들이 모된 감상기를 쓴 내용들이 죽 걸려있다. ‘사랑하는 내 딸’, ‘양동이와 탕수육’, ‘엄마가 되는 것은 경이롭다’, ‘스물 둘에 첫아이 낳던 날등의 제목을 붙인 글들이다. 니혜석의 모된 감상기를 읽고 나서 스스로 나혜석이 되어 모된 성장기를 적은 글들이다.

 

벽에 붙어있는 글들을 읽어보는 중에 남다른 글 하나가 보인다. 모된 감상기는 부모가 자식을 갖고 난 후 그 느낌을 적은 글들인데, 그 중 하나는 그리운 아버지께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아마도 자식을 낳고 키우면서 부모님께 대한 감정이 남달랐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런 느낌도 어찌 보면 모된 감상기일수도 있겠다. 정숙녀의 글이다.

 

 

생전 농사꾼이셨던 울아버지

, 들기름, 참기름, 마늘, 양파, 고춧가루, 김장까지 4남매를 위해 챙겨주시고

엄마 역할까지 하신 울아버지

엄마 죽고 36세에 홀아비 되시고, 두 번의 결혼 실패

큰 딸의 오랜 지병으로 병원비 부담하시며

아내 없이 혼자 고민하시고 혼자 견디셨던 고독함을

자식들은 알 리 없었다.

 

눈물이 난다.

폐암 진단 이후 성빈센트 병원에서 6개월간 항암치료를 받고

요양병원 입원 중 폐 손상으로 인한 호흡곤란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지금은 새벽 2

눈을 감고 아버지의 만남을 기대해봐야겠다.

남자인 아버지 몫, 여자인 엄마 몫까지 잘해주신 정제훈 울아버지의 진심.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지난해 생태교통 수원2013’이 열렸던 마을인 행궁동에 어린이들이 모여들었다. 한 조에 10~13명 정도가 모여 행궁동 곳곳을 돌아다닌다. 얼굴은 가을이라고 해도 한 낮의 기온이 높아서인지 벌겋게 상기가 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저 즐겁단다. 91일부터 시작한 <수원 화성 생태교통 체험교실>1030일까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열린다.

 

수원시 관내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열고 있는 이 생태교통 체험교실은 3~6학년들을 대상으로 오전과 오후 각 100명씩 참가하고 있다. 오전에는 9시부터 12시까지 저학년 학생들이, 오후에는 1시부터 4시까지 고학년 학생들이 체험을 하고 있다. 15일 오후 생태교통 체험을 하고 있는 행궁동을 찾아가 보았다.

 

 

행궁동 공방들이 참여하는 이 생태교통 체험교실에는 자전거 시민학교, 생태교통 마을 해설사회, 수원KYC 화성길라잡이 화성해설, 땅콩공방, 텃밭사람들, 홀씨공방, 조각보에 담은 세상, 송아당, 떡공방 여미, 도자기공예, 칠보산 도토리교실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 외에도 마을 르네상스, 행궁동 마을문고, 천연염색, 사회적기업 더페이퍼 등도 체험에 가담하고 있다.

 

골목에서 자전거타기 정말 재미있어요.”

 

골목 안에 아이들이 생태교통에서 선보였단 이색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린다. 골목이 좁아 자칫 벽에라도 부딪칠까봐 걱정스럽다. 아이들이 타는 것을 지켜보던 한 주민은

사실은 길 한 곳을 막아서 아이들이 신나게 탈것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지만, 골목마다 주차되어 있는 차량들 때문에 그럴 수가 없어서 조금 아쉽기는 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아이들이 좋아하니 다행이죠.”라고 한다.

 

 

행궁동 커뮤니티 센터 뒤편에는 자전거를 탄 아이들이 페달을 밟느라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자전거로 솜사탕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열심히 페달을 밟아대자 솜사탕 기계 안에 점점 설탕이 하얗게 일어난다.

정말 재미있어요. 저는 솜사탕 하나 해서 친구들과 나누어 먹었어요. 정말 달아요.”

아이들은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연신 떠들어대며 골목을 누빈다. 함께 체험을 하고 있는 공방을 돌아보던 수원시 생태교통 기노헌 팀장은 앞으로 외지인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해야 한다고 한다.

 

생태교통이 끝나고 나서 행궁동이 오랜만에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나니 마을이 살아 있는 듯합니다. 앞으로 주말에는 가족 단위로 찾아오시는 분들을 위해서 이렇게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려고요. 지난해 생태교통을 한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수원 생태교통 마을은 계속해서 이런 체험행사가 이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많은 체험에 즐거운 아이들

 

아이들은 시간대별로 돌아가면서 체험을 즐긴다. 떡도 만들어 보고 이남복 할아버지가 알려주는 대로 짚도 꼬아본다. 물감을 들이는 아이들이 있는가하면, 지나가는 차의 속도 측정도 해본다. 단체 줄넘기를 하는가 하면, 골목을 누비면서 생태교통 마을이 달라진 것을 구경도 해본다.

 

어떤 아이들은 천연비누 만들기에 푹 빠져있는가 하면 물레를 돌려 도자기를 만들어 보기도 한다. 처음 해보는 체험에 모두들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마을 커뮤니티 센터에 들린 아이들은 기념도장을 찍기도 하고, 지난 해 생태교통 영상을 보기도 한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즐기는 아이들이다.

 

 

아이들을 생태교통 체험을 하기위해 인솔해 왔어요. 이런 체험을 해본다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 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즐기면서 아이들이 생태교통에 대한 지식을 쌓는다고 하면, 앞으로 이 아이들이 자라서 정말 우리가 무엇을 지켜야 할 것인지를 배우는 것이잖아요. 오늘 이렇게 함께 오기를 잘한 것 같아요.”

아이들을 인솔해 왔다는 한 선생님은 오히려 아이들보다 더 즐거워한다. 주말에 부모님들과 다시 찾아오겠다는 한 아이는 얼른 가서 기념 인증 샷을 찍어야 한다면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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