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식당 알고 보니, 사연 있었네.

 

통영답사 이튿날인 10월 13일,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찾아갔던 멍게비빔밥 전문식당인 ‘나폴리식당. 통영시 도남동 224-4번지에 소재한 이 식당은 통영 관광케이블카 입구 쪽에 자리하고 있다. 통영에 가서 멍게비빔밥을 먹지 않으면, 통영을 반만 본 것이라고 할 정도로 유명한 집이라고 한다.

 

2박 3일의 통영 여행은 나에게는 남다른 여행이다. 2박 3일 동안 가급적이면 통영을 하나라도 더 담아내기 위해, 정신없이 뛰었기 때문이다. 이날도 예외는 아닌 것이,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밖으로 나와 산으로 올랐다. 식당 앞에 있는 조선소를 찍기 위해서였는데, 숲이 우거져 결국엔 일부밖에는 찍을 수가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지어진 집

 

세상사는 것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저 통영의 한 편에 자리한 멍게비빔밥으로 소문이 나 있는 집이려니 했는데, 밖으로 나오니 벽에 글귀가 하나 보인다. 이 집에 대한 역사를 적고 있다. 그 내용을 보니, 이 집이 역사 속에서 아픈 기억 하나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폴리식당은 1969년에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지어졌다고 한다. 당시 월남에 군인들을 파병시킨 정부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음식으로 장병들의 보급품을 보냈다고 하는데, 바로 이곳 앞에 수산물이 풍부한 통영에 통조림공장을 지었다고 한다. 그 통조림 공장이 현재 식당 앞 바닷가에 자리한 조선소이다.

 

 

당시 조선소 자리에는 <대한종합식품>이라는 통조림 공장을 차린 후에, 공장에서 일을 하는 여공들을 위한 기숙사를 지었는데 그 집이 바로 현재 나폴리식당이라는 것이다. 당시 군사정권 시절이라 군인들이 이 기숙사로 사용한 집을 지었으며, 준공식에는 대통령이 직접 참석을 하여 치사를 했다고.

 

슬픈 로맨스가 전하는 여공 기숙사

 

당시 이 기숙사에는 대한종합식품에 다니는 여공들 250여명이 묵고 있었는데, 젊은 처녀들이 묵다보니 인근 남자들의 기숙사에 묵는 남공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젊은 사람들이 일을 마치고 서로 만나다가 보면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 연애사건을 비롯한 각종 사건이 비일비재 했다는 것이다.

 

 

남녀 사이에 자주 만나다가 보면, 아무래도 문제가 생기는 법이다. 여공들이 임신을 하게 되면 자진 퇴사를 하는 반 강제적인 규정을 만들기도 했다는 것. 남녀가 서로 좋아하다가 일을 저지르게 된 것을 갖고 강제 퇴사를 시켰다니, 먹고 살기 힘든 당시에 직장을 잃은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많은 아픔을 당했을 것이다. 당시 이 건물은 슬픈 로맨스의 현장일 수 밖에 없었을 듯하다.

 

그런 각종 사고로 인해 이 여공기숙사의 사감은 6개월을 견디지 못하고 바뀌기 일쑤였다고 한다. 더구나 인근에 자리한 충무관광호텔에는 대통령 전용실이 있었다고 하니, 상대적으로 이곳의 간섭이 심했을 것이란 것이다.

 

 

개도 돈을 물고 다녔다는 통영

 

전국의 문화재를 답사하다가 보면, 가끔 어르신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그 중에서도 바닷가나 강가의 마을에 가면 흔히 듣는 이야기가 있다. 한창 때는 돈이 주체를 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들이다. 충남 논산 강경은 한창 번성할 때는 인구가 3만 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이곳은 금강을 오르내리는 배들이 정박하는 곳이기 때문에 장이 번성한 곳이다.

 

고깃배와 소금배가 이곳에 배를 대고 짐을 풀었기 때문에, 강경포구에는 색주가가 100집이 넘었다고 한다. 조기철이 되면 서해안 연평도 인근에서 잡은 고기를 강경포구에서 내리게 되는데, 지나가는 개들마다 생선 한 마리씩 물고 다녔다고 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이곳 통영도 해산물이 많이 나는 지역이니, 당연히 이런 이야기 하나 쯤은 전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통조림 공장 등이 들어선 통영은, 월남 특수로 인해 돈이 넘쳐났다는 것. 그래서 지나가는 개도 돈을 물고 다녔다고 할 정도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 당시의 재미있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이 집은 월남전이 끝난 다음에 보수를 해 1층은 식당으로 사용하고, 2층과 3층은 통영 게스트하우스로 변모를 했다. 옛 추억 때문인지 3층은 여성전용이라는 것이다.

 

통영의 맛집이라는 나폴리식당. 우연히 벽에 붙은 글 하나가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생각나게 만든다. 그래서 답사는 늘 새로운 것을 접하게 되고, 그 재미에 길 위를 걷게 되는 것이지만.

e수원뉴스 시민기자들의 10월 12부터 14일까지, 2박 3일간의 워크숍 둘째 날 찾아갔던 통영의 자랑인 동피랑 벽화마을. 동피랑 벽화마을을 돌아보면서 우리 수원의 팔달구 지동과 꼼꼼히 따져 비교를 한 번 해보았다. 주말을 맞아 동피랑을 찾아온 수많은 사람들은 골목마다 꽉 들어차 있었다.

 

동피랑의 제일 꼭대기에는 통영을 방비하던 동포루가 서 있던 자리였지만, 동포루의 흔적은 그 자리에 서 있는 사진 몇 장이 흔적의 모두이다. 그 아래로 골목마다 온갖 그림이 그려져 있다. ‘동피랑’은 ‘동쪽에 있는 높은 벼랑’이라는 뜻으로, 비랑은 벼랑의 이 지역 사투리이다. 비랑이 변하여 피랑이라 불리는 것이다.

 

통영만 강구안에 정박 중인 이순신 장군의 재현 거북선과 강구안의 저녁노을(위), 아래는 정조대왕의 꿈이라는 수원 화성과 노을빛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야경


 

동피랑과 수원의 지동의 유사점

 

우선 통영 동피랑과 수원 지동의 유사한 점은 무엇일까? 통영 동피랑은 통영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이다. 좁은 골몰과 촘촘히 붙은 판잣집들이 줄을 지어 서 있던 곳이다. 수원 지동 벽화길 역시 수원에서 낙후된 곳 중 한 곳이다. 또한 동피랑이 벼랑에 조성된 마을이라면, 수원 벽화길 역시 ‘용마루길’이라는 지대가 험한 안쪽에 자리를 잡고 있다.

 

동피랑의 가장 높은 곳에 포루가 있었다면, 수원 지동벽화길은 세계문화유산인 화성의 창룡문부터 남수문까지의 성을 끼고 있다. 동피랑의 마을 아래 통영의 재래시장인 중앙시장이 있다면, 지동에는 지동시장과 못골시장, 그리고 미나리광시장이 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수원 재래상권의 중심지가 된다.

 

이렇게 동피랑과 수원지동벽화길은 유사한 점이 상당히 많다. 하지만 동피랑이 전국적으로 유명한데 비해, 수원지동의 벽화길은 아직은 소문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동피랑은 벌써 2년에 한 번씩 새로 그림을 그리지만, 수원 지동벽화길은 지난 해 시작을 해 아직 조성 중에 있다.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의 벽화


 

동피랑과 지동의 차이, 서로 다르지만 비교할 만

 

동피랑은 원래 철거예정지였다. 마을 꼭대기에 자리한 이순신 장군이 설치했다는 통제영의 동포루가 자리했던 곳으로, 포루를 복원하고 공원화하는 계획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2007년 철거될 운명에 처해있던 동피랑은 2008년부터 전국의 미술대학 18개 팀이 벽화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2010년에는 국내 19팀과 외국 작가들 4팀이 참여하여 그림을 그렸다. 최근의 작품은 2012년 4월에 그려진 작품이다. 동피랑의 그림은 일정액의 지원금을 주고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으며, 통영시에서는 몇 채의 빈집을 매입하여 작가들이 이곳에 상시 거주할 수 있도록 하였다.

 

동피랑이 일부 전문가들의 참여로 그려진 것이라면, 수원 지동벽화길은 순전히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자발적인 참여로 그려진 그림이다. 그림 자체로 보자면 동피랑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유치원생부터 70세 노인에 이르기까지, 혹은 아버지와 딸이, 혹은 세 모녀가. 또 친구들끼리 참여하여 소중한 시간을 벽화를 그렸다. 주말이면 이 골목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도 시끌벅적하다. 모두가 자발적인 참여를 한 아마추어들이다. 이런 점으로 본다면 동피랑에 비해 더 뜻이 있는 벽화길이다.

 

 지동 벽화길의 벽화와 벽화를 그리는 유아원생들과 자원봉사자들


 

거기다가 입소문이 나자 삼성전자 등 대기업의 직원들까지 수원 지동벽화길을 조성하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동피랑이 좁은 한 동네에 그려진 벽화마을이라면, 수원 지동은 모든 계획을 마치면 3km에 달하는 거대한 벽화마을 길로 조성이 된다. 또한 지동 벽화길은 테마가 있는 그림길이다. 사계절을 만날 수가 있는가 하면, 꿈이 있는 길이기도 하다.

 

동피랑에서 내려다보는 통영은 이름답다. 그곳에는 거북선과 이순신장군의 정신이 있다. 앞으로 펼쳐지는 통영만과 강구안의 일몰은 또 다른 아름다움이다. 그렇다면 수원 지동벽화골목에는 무엇이 있을까? 수원에는 정조의 꿈인 화성과 행궁이 있다. 그리고 제일교회 종탑에서 내려다보는 화성의 아름다움이 있다. 또한 종탑 노을빛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일몰의 아름다움은 어느 곳에도 뒤처지지 않는다.

 

‘지동벽화길’ 이런 것이 필요하다.

 

지동제일교회 종탑 꼭대기에 올라 화성을 내려다본다. 종탑을 한 바퀴 돌면 수원의 모든 곳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만큼 명소가 될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지동이 동피랑에 미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우선은 동피랑은 주민들이 직접 참여를 하여 자신들의 주거공간을 관람을 위해 할애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동도 일부는 그러한 곳이 있다. 하지만 동피랑에는 미치지 못한다. ‘열린마을’로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동피랑에는 쉴 곳이 있다. 하지만 지동에는 다리를 편히 쉴 공간이 부족하다. 또한 동피랑에는 사람들이 워낙 많이 찾아들다 보니, 골목길마다 먹을 것 등이 주민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지동에는 꽁꽁 닫힌 문만이 있을 뿐이다. 스스로 문을 열어 그런 것을 주민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유도를 해야만 한다.

 

동피랑 벽화마을 아래 조성된 재래시장인 중앙시장(위) 아래는 수원 지동 시장 앞에서 매주 열리는 각종 공연과 지동의 한 가정 집 옥상에서 열린 옥상음악회 


 

지동에 소재한 서울목욕탕이 얼마 안 있으면 작가들의 공간으로 바뀔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동의 벽화길은 길다. 더 많은 작가들이 이 길에 들어와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누구나 지나가면서 들여다볼 수 있는 그런 공간, 아무라도 작가와 대화를 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있어야만 한다.

 

동피랑은 이미 벽화마을과 재래시장, 그리고 강구안의 거북선 등을 연계하여 즐길 수가 있다. 그것 또한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지동은 화성과 단절되어 있다. 관광객들에게 화성과 지동을 연계하는 동선이 필요하다. 또한 지동 벽화길과 전망대, 재래시장과 수원천, 행궁의 무예24기 관람 등의 동선을 끊어지지 않도록 연결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지동은 그 외에도 주말마다 이루어지는 지동교 위에서 펼쳐지는 각종 공연과, 지동 여기저기서 펼쳐지는 옥상음악회, 황금마차 등 동피랑이 갖지 못한 많은 것들을 갖고 있다. 이러한 것들을 최대한 부각시켜야 할 때이다. 주민들이 즐기는 것이 아니라, 수원을 찾은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는 마당으로. 이제는 동피랑을 넘어 전국 최고의 벽화길로 나아갈 때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들의 고장에 대한 맛에 길들여진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그 쪽 나름대로, 또 전라도에 사는 사람들은 전라도 음식이 최고라고 한다. 경상도 사람들은 당연히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이 최고일 것이다. 그렇기에 다 자기 고장의 음식이 최고라고 하지 않는가.

 

하지만 우리가 보편적으로 보면 전라도 음식이 풍성하고 맛깔스럽다고 한다. 경상도 음식은 맵고 짜다는 것이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음식 맛이다. 하지만 그것은 정답이라고 할 수가 없다. 전국을 돌아다닌 나로서는 전라도라고 해서 다 맛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경상도라고 해서 맵고 짜지만도 않았기 때문이다.

 

 

 

워크숍에서 만난 해물탕, 끝내줘

 

e수원뉴스는 수원을 홍보하는 인터넷 매체이다. 이곳에는 180여 명의 시민기자들이 기사를 쓰고 있는데, 그 중 30여 명이 2박 3일 동안 통영을 찾았다. 시민기자 워크숍으로 떠나 일행은 충렬사와 통영의 여기저기를 돌아본 후, 3일 째인 14일에는 한산면 두억리에 소재한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유적지를 돌아보았다.

 

한산섬을 돌아 나온 일행은통영시 도남동196-13에 위치한 ‘도남식당’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이 집은 굴요리가 전문이라고 하는데, 상에는 굴전과 생굴 등이 차려져 있고, 휴대용 가스레인지 위에는 해물을 가득 담은 냄비가 올려 있다. 가득하게 이것저것을 넣은 해산물이 싱싱해 보인다.

 

 

 

굴전을 하나 들어 장에 찍어 먹어본다. 입 안에 굴의 향이 가득하다. 역시 바닷가라 틀린가보다. 이것저것 먹어본다. 야채와 멸치를 함께 무친 멸치무침을 한 입 먹어본다. 비릿한 냄새가 없다. 깔끔한 맛이 입 안에 감돈다. 이것만으로도 행복하다. 하긴 무엇인들 맛이 있지 않겠는가? 남들보다 몇 배나 더 땀을 흘리고 뛰었는데.

 

누구야! 경상도가 음식 맛이 없다고 한 사람이

 

냄비에 든 해물탕이 끊는다. 조개, 게, 바닷가재, 새우, 참 풍성하게도 들었다. 국물을 떠 먹어본다. 맛이 있다. 누가 이런 맛을 보고, 갱상도가 음식을 잘 못한다고 할 것인가? 한 그릇 가득 떠 밥에 넣고 먹는다. 빨리 먹고 남들이 먹는 시간에, 난 한 곳이라도 더 돌아볼 심산이다.

 

 

 

정말 밥 한 그릇을 ‘게 눈 감추듯’ 비워버렸다. 국물만 갖고도 밥 두 공기는 해치울 수 있을 듯하다. 통영에 내려와 몇 끼 만에 모처럼 맛있는 밥을 먹은 듯하다. 다음에 통영을 내려가게 되면 이 집은 꼭 다시 들려보아야겠다. 그 맛을 영 잊을 수가 없기 때문에.

 

주소 / 통영시 도남동 198-13

전화 / 055)643-5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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