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열리고 우주가 재편될 아득한 옛날, 옥황상제의 명으로 빗물 한 가족이 대지로 내려와,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겠노라고 굳게 약속을 하고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이 빗물 한 가족은 한반도 등마루인 이곳 삼수령(三水嶺)으로 내려오면서, 아빠는 낙동강으로, 엄마는 한강으로, 아들은 오십천강으로 헤어지는 운명이 되었다.

 

한반도 그 어느 곳에 내려도 행복했으리라. 이곳에서 헤어져 바다에 가서나 만날 수밖에 없는 빗물가족의 기구한 운명을 이곳 삼수령만이 전해주고 있다.」 이곳에 떨어진 빗줄기는 그렇게 흘러 세 곳의 물길로 합류가 된다.

 

 

양대 강의 발원지 태백

 

강원도 태백의 해발 935m인 삼수령 마루에 적혀있는 글이다. 삼수령의 고개이름은 큰 피재로 알려져 있다. 이 길은 태백시로 들어가는 관문이며 낙동강, 한강, 오십천의 3대강이 발원하고, 민족의 척추인 태백산을 상징하는 삼수령이기도 하다. 태백에서 분출되는 낙동강은 남으로 흘러 영남 곡창의 질펀한 풍요를 점지하고, 공업입국의 공도들을 자리하게 했다.

 

한강 역시 동북서로 물길을 만들면서 한만족의 수도를 일깨우고, 부국의 기틀인 경인지역을 일으켜 세웠다. 오십천도 동으로 흘러 동해안 시대를 창출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삼수령 고개에서 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남자 분은 이곳에 비가내리거나 눈이 내려 녹아 물이 흐르면, 남으로는 낙동강으로 스며들고, 동북으로는 한강으로 스며들며, 동으로는 오십천으로 흘러 동해로 빠진다고 이야기를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강의 발원이란 끊임없이 물이 나오는 곳을 그 발원지로 삼기 때문에 삼수령에 떨어지는 비가 발원은 아니다. 하지만 이곳에 떨어지는 비가 3대 강과 천으로 스며들어 그 물과 합류를 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삼수정에 오르다.

 

삼수령 분기점에는 탑이 서 있다. 해발과 이곳이 오십천과 한강, 낙동강의 시원지가 되는 곳이기 때문에 삼수령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이 삼수령은 백두대간을 관통하는 길이다.

 

 

삼수령 탑이 서있는 곁에는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정자가 서 있다. 그리 오래지 않은 정자는 누각으로 지어졌는데, 삼수정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정자에 오르니 밑으로는 깊은 골이 보이고, 저 멀리 백두대간의 봉우리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깊은 숨을 쉬어본다. 오염되지 않은 맑은 공기가 상쾌하다.

 

누구라 이곳에 올라 글 하나 적지 않을 수 있을까? 아마 이 정자가 오래 전에 지어졌다고 한다면,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이곳에 올라 글 몇 수 남겼을 만한 그러한 정취다. 나라도 글을 잘 쓴다면 짧은 글 한토막이라도 남기고 싶다. 하지만 그런 시심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참으로 역부족한 인사이니 어찌하랴. 능력이 없음을 탓할 수밖에.

 

 

삼수령은 차로 오를 수 있는 길이다. 태백시내에서 이곳을 지나면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로 갈 수가 있고, 이곳을 넘어 태백으로 들어가면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를 만날 수가 있다. 삼수정 위에서 주변 경치를 돌아본다. 걸어서 이곳을 올랐다면 그대로 선계가 아닐까?

 

지금 이렇게 차로 오른 삼수령이 조금은 서운한 것은, 그런 옛 정취를 느낄 수 없어서인가 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떠나는 삼수령에 빗방울이 떨어진다. 오늘도 하늘에서 내려선 가족들은 또 이렇게 세 곳으로 헤어져 물길을 만들려나?

태백시 통리와 신리의 중간지점인 도계읍 심포리 남쪽 산 계곡에는, 미인폭포라 부르는 폭포가 있다. 이 폭포는 심포리 우보산 계곡에서 발원하는 하천수가 절벽을 타고 내리면서 생긴 폭포다. 주변은 중생대 백악기의 퇴적된 역암층으로 깊이가 270m 정도 파여 들어갔다. 이 미인폭포가 있는 곳은 해발 700m 정도의 고산지대인데, 온통 주변 암벽이 붉은 색을 띠고 있다.

 

주변의 돌들은 굵은 자갈로 된 역암과 모래로 이루어진 사암, 진흙으로 굳은 이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은 폭포로 내려가는 길에 여래사라 불리는 절이 있다. 내리막의 경사가 60도 이상이나 되는 가파른 길을 걸어 내려가는데, 내리막 길이 질척거리는 것이 여간 미끄럽지가 않다. 여래사 대웅전 앞을 지나 다시 경사진 비탈을 내려가야 미인폭포 밑에 도착한다.

 

아름다운 여인들이 많이 출생하는 곳

 

여래사부터 미인폭포로 내려가는 길은 미끄럽기가 더하다. 나뭇가지와 돌들을 붙들고 엉금거리며 내려가 겨우 도착한 미인폭포. 떨어지는 물줄기가 시원하다. 모두 삼단으로 구분이 된 이 폭포는 마치 사람의 얼굴과 몸, 그리고 치마폭을 연상케 물이 낙수진다.

 

 

 

이 폭포의 인근 지역은 미인들의 출생지로 알려지고 있다. 왜 이곳에 미인들이 많이 태어나는 것일까? 고산지대라 맑은 청정지역이고, 더욱 물이 오염되지 않고 맑아서 일 수도 있다. 이 미인폭포에는 슬픈 전설 한 대목이 전하고 있다.

 

「예전에 이 근처에 미인 묘가 있는데, 이 묘의 주인은 아름다운 여인의 묘라는 것이다. 한 미인이 나이가 들어 출가를 했으나, 남편이 일찍 사망을 하였단다. 미인은 혼자 살지를 못하고 재가를 하였으나, 두 번째 남편마저 죽고 말았다. 미인박명이라 했던가? 그 미인은 자신의 팔자를 탓하다가 이 폭포 위에서 몸을 날려 자결을 하고 말았다고 한다. 사람들은 미인이 또 다시 남편감을 찾아보았으나, 사별한 남편만한 사람을 찾지 못해 비관을 해서 자결을 했다고 한다. 그 뒤에 이 폭포를 '미인폭포'라 불렀다는 것이다.」

 

중간 낙수 지는 곳에 무지개가

 

아름다운 여인이 깊은 사랑을 하지 못하고 죽어서인가? 물이 떨어지는 중간에는 무지개가 흩어지고 있다. 물에 햇볕이 반사되어 만들어지는 무지개가 왜 저리 흩어지는 것일까? 아마도 오래도록 남정네들의 눈길을 받고 싶은 것은 아니었을까? 구름이 끼는 날이면 더욱 신비한 풍광을 만들어낸다는 미인폭포. 일몰 전과 일출 전에 이 폭포에서 따뜻한 바람이 불면 풍년이요, 찬바람이 불면 흉년이 든다고도 한다.

 

미인폭포를 올려다보며 수많은 생각을 해본다. 저 위에서 아래로 몸을 날렸을 때, 그 미인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아마 또 다시 좋은 사람을 만났더라면, 이 폭포의 이름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물줄기가, 여름 장마가 그치고 나면 장관이라고 한다

 

 

폭포에서 거슬러 올라오는 길은 더욱 힘이 든다. 자칫 한발만 헛딛어도 저만큼 밀려 내려갈 판이다. 겨우 경사진 비탈길을 올라 대웅전 앞에 오니, 비구니 스님의 독경소리가 들린다. 아마 천도제라도 있는가보다. 대웅전 댓돌에 많은 신발들이 나란히 있는 것을 보니. 미인폭포로 인해 여래사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 것 같다. 대웅전 앞에서 미인폭포를 다시 한 번 내려다보고, 발길을 돌린다, 석양에 물보라가 더욱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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