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MBC - TV 프로그램 중에 ‘행복주식회사 10,000원의 행복’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만원의 한계를 극복하는 초특급 프로젝트로, 스타들이 출연을 해 만원으로 한 주간을 버티는 프로그램이었다. 사회에서 돈의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으로, 연예인들이 출연을 해 재미를 더해 준 프로였다.

 

요즈음 장을 보러나가면, 만원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 아마도 만원을 들고 장을 보라고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물가는 천정부지로 뛰고, 돈의 가치는 하락하고 말았다. 하루에 만원을 갖고 살라고 해도 힘든 지경이다. 밥 한 그릇을 먹고 나면 남는 것이 없을 정도이니, 만원의 행복이란 그저 꿈같은 이야기이다.

 

 

단돈 만원으로 하루를 살 수 있을까?

 

아마도 이런 말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하루가 행복하려면 목욕을 해라,

일주일이 행복하려면 이발을 해라,

한 달이 행복하려면 결혼을 해라,

일 년이 행복하려면 새집을 구하라,

일생이 행복하려면 정직하라’

 

라는 말을. 사람들은 적어도 이발을 하고나면 일주일이 행복하다고 한다.

 

그런데 요즈음 시골 장터에 가도 이발비가 최하 8,000원을 주어야 한다. 이발을 했다고 해서 일주일이 행복하다고 하지만, 그것으로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만원을 들고 이발을 했다고 하면, 그 다음 배고픔은 어떻게 해결을 할까? 그리고 하루를 무엇으로 소일을 할 것인가?

  

사실 요즈음 단돈 만원을 들고 하루를 보내라고 한다면, 그 누구도 하루 종일 소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곳이 있다면 휴일 날 집안에서 전전긍긍하는 남자들에게는, 이보다 더 즐거운 일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단 돈 만원으로 과연 하루를 행복하게 보낼 수가 있을까? 문제는 이발까지 하고 말이다.

 

 

단돈 만원으로 하루 종일 행복해 질 수 있는 곳

 

단 돈 만원을 들고 하루를 소일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벽화 길로 유명해지고 있는 수원시 팔달구 지동이다. 실제로 11월 25일(일), 단돈 만원을 들고 오전부터 지동을 걷기 시작했다. 지동시장 순대타운 곁에 자리한 주차장 건너편 팔달새마을금고 영천지점에서 미나리광시장으로 들어가다가 보면 수원식품(수원시 지동 400-8) 옆으로 작은 이발소 하나가 보인다.

 

‘즐거운 이발’이란 이 집이 바로 이발을 하는데 3,500원이다. 세상에 요즈음 이발료를 3,500원을 받는 곳이 어디 있을까? ‘즐거운 이발’의 주인은 이발경력이 45년이 지났다. 12살 어린나이에 이발소에 취직을 해, 사람들의 머리를 감기는 것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요즈음처럼 사람들이 살기가 힘든데, 이렇게라도 해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이발료를 싸게 했다는 것이다.

 

다만 즐거운 이발소에서는 면도를 해주거나 머리를 감겨주지 않는다. 머리는 본인이 직접 감아야하는데, 머리를 감을 경우 물 값과 수건사용료 500원을 더 내야한다. 그렇게 해도 이발료가 4,000원이다. 아침에 나가 이발을 하고 나니 시간이 점심때가 다 되었다. 고민할 필요가 없다. 바로 옆 못골 시장으로 들어갔다.

 

 

국수 한 그릇 먹고 즐기는 벽화길

 

못골시장 안에는 ‘통큰 칼국수’집이 있다. 이 집에서는 잔치국수는 2,000원, 칼국수는 3,000원이다. 칼국수 한 그릇을 먹었다. 이발을 하고 점심을 해결하는데 들어간 돈이 7,000원이다. 그리고 칼국수집을 나와 천천히 지동 벽화길을 걷기 시작한다. 이발을 해서 기분이 좋은데다 칼국수 한 그릇을 먹었으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그리고는 바쁠 일이 없다. 어차피 만원을 갖고 하루를 소일해 보려고 나선 길이다. 천천히 지동 벽화길을 살피면서 돌아보니, 날마다 달라지고 있는 벽화골목이 행복감을 더해준다. 가다가 다리를 쉴 수 있는 평상 등이 있어 더 좋은 벽화길이다. 벽화 골목길을 돌면서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만나는 사람들과 세상사는 이야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 벽화골목 구경을 하고 나오는 곳에 핑퐁음악다방이 있다. 그곳에 들어가 직접 내려주는 커피 한 잔의 향에 취한다. 커피 값이 3,000원이다. 단돈 만원짜리 한 장을 들고 하루가 행복하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돌아본 ‘지동의 행복’은, 그렇게 만원으로 나를 기분좋게 만들어 주었다. 이런 곳이 또 있을까?

 

 

지동이 좋다고 하는 것은 바로 이렇게 사람을 기분좋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만원으로 즐길 수 있는 행복. 만원으로 이발을 하고, 점심을 먹고, 벽화길 구경하고, 커피까지 마실 수 있는 곳. 이곳이 진정한 만원의 행복이 아닐까? 생각할수록 기분 좋은 마을이다.

“장사 안해요”

“두 사람인데 칼국수 안돼요?”

“예, 예약을 받아놓아서 자리가 없어요.”

“멀리서 딸이 일부러 온다는데 두 그릇만 주세요.”

“그럼 한 옆에서 얼른 드시고 가세요.”

 

세상에 이런 장사꾼도 있다. 식당에 손님이 와서 음식을 달라는데 안 판다니. 몇 사람인가가 발을 돌린다.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집도 허름하다. 그런데 이 집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밀려오고, 칼국수 한 그릇만 달라고 통사정이다.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금요일 오후 수원 광교산 소류지를 한 바퀴 돌았다. 수원천서부터 시작을 해 그 물줄기를 따라 서해안까지 따라 내려가는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들린 광교저수지 밑에 자리한 아람회관. 이 집은 원래 김치두루치기가 전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제 마신 술기운도 남은 듯하고, 점심시간이라 그저 칼국수 시원하게 먹고 싶어 들렸다.

 

손님이 오면 직접 밀어서 해주는 칼국수

 

다행히 우리 일행까지는 자리를 차지하고 앉을 수가 있었다. 조금이 조금 걸린다 싶었는데, 그 이유가 직접 반죽을 밀어 칼국수를 삶아내기 때문이다. 주방에서 조리를 하는 후덕한 주인아주머니는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여기저기서 많이 찍어 갔다”고 하신다.

 

 

 

연신 반죽을 밀대로 밀고 ‘탁탁탁’ 경쾌한 소리를 내며 칼로 얇게 밀어낸 밀가루를 썰어낸다. 그리고 잠시 후 김이 모락거리는 칼국수 한 그릇이 상 위에 올라왔다.

 

그런데 내온 칼국수를 보니 특별할 것이 없다. 그저 다시국물을 내는 왕 멸치가 칼국수 안에 보인다. 그리고 반찬이라고는 오이무침과 파김치, 그리고 김치 한 가지가 다이다. 금액은 5,000원이니 ‘그저 먹을 만한가 보다.’ 라고 생각을 한다. 산행을 하고나서 땀도 나고 갈증도 나는데, 더운 칼국수라니.

 

 

 

 

담백한 맛에 문전성시를 이뤄

 

“나 이 자리에서 벌써 14년 째 장사를 하고 있어”

 

아마도 그 자리에서 14년 동안 이렇게 손님들이 줄을 이을 정도로 장사를 했다면, 이제는 제법 큰 집으로 옮겨가실 수도 있었을 텐데. 주말이 되면 광교산 산행을 마친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한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가시도 발라내지 않은 왕 멸치와 잘게 썰어 넣은 파가 전부이다. 그런데 면발이 쫄깃한 것이 담백한 맛을 낸다. 손님이 오면 즉석에서 밀어서 만들어주는 칼국수가 별미이다. 누구 말마따나 ‘음식은 손맛’이라고 하더니, 그 말이 바로 아람회관의 칼국수를 두고 한 말인 듯하다.

 

후덕한 생김새에 그저 편안한 이웃집 아주머니 같은 주인. 이집 칼국수의 맛을 잊지 못해 푸대접을 받으면서도 한 그릇만 달라고 사정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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