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일대에서 ‘자장면 스님’하면 이제는 거의 모르는 사람들이 없다. 심지어는 임실, 익산, 전주 등지에서도 자장면 스님을 안다. 군부대 장병들이나 복지관의 어르신들이 특히 잘 아신다. 남원 선원사 주지인 ‘운천스님’을 사람들은 ‘자장면 스님’이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스님 역시 그렇게 불리는 것에 대해 싫어하지 않는 눈치이다.

선원사 주지스님이신 운천스님을 자장면 스님이라고 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스님이 남원 선원사에 주지로 부임을 하셔서,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이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과 교통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한다. 그런 고민 끝에 내린 것이, 바로 자장면 급식과 장학금 지급, 음악회 등이었다.


전주시 중화산동에 자리한 서원복지관에서 '사랑의 자장면 나눔 행사'를 주관하는 선원사 주지 운천스님과 봉사단원들
 
그런 생각을 떠올리면 바로 실행을 하는 것이 운천스님이시다. 사람들과 소통을 하지 못하는 종교는 산 종교가 아니라고 늘 말씀을 하신다. 선원사는 남원시 도통동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호젓한 산사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절 앞을 지나다니고, 수많은 차량들이 다니는 대로변에 자리하고 있다. 그렇기에 사람들과의 소통이 그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것이다.

전주 서원복지관에서 운천스님을 뵙다

3월 29일(화) 운천스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자장면을 먹으러 오라’는 전화였다. 전주시 중화산동에 소재한 <서원복지관>에서 어르신들께 ‘사랑의 자장면 나눔행사’를 하신다는 전갈이다. 500명이나 되는 분들에게 자장면을 만들어 드린다고 하니, 그 정성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란 생각이다.

최인술 봉사단장이 자장을 볶고 있다

후식으로 어르신들께 드릴 과일을 준비하고 있다.
 
서원복지관에 도착하니 선원사 최인술 봉사단장을 비롯하여, 봉사단 단원들이 벌써부터 부산하다. 한편에서는 함께 나누어 줄 떡이며 오렌지 등을 준비하고 있고, 한편에는 자장을 볶고 밀가루를 반죽하고 있다. 언제보아도 정신이 없는 곳이 바로 자장면을 준비하는 곳이다. 드시는 분들이야 감사하고 먹으면 그만이지만, 준비를 하시는 분들의 노고는 만만치가 않다.

11시가 되자 먼저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을 위해, 복지관의 직원들이 자장면을 날라 상위에 진열을 한다. 식당으로 와 바로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러고 나서 잠시 후에 복지관에 오신 분들이 줄을 섰다. 20여m나 되는 줄은 줄지가 않는다. 복지관 식당이 120석이라는데, 그 좌석이 꽉 찬다. 그리고 자장면을 드신 분들은 연신 ‘맛있다’라고 하시면서 식당 문을 나서신다.

배식이 시작되자 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120석 좌석이 다 차고도 줄은 줄지를 않는다

맛있게 자장면을 드시는 어르신들

관장스님 걸레질과 영양사님 말씀이 일품이네요

자장면을 준비하시는 운천스님과 최인술 봉사단장, 그리고 선원사 봉사단 여러분들의 노고야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그 바쁜 틈에 스님 한 분이 상 걸레를 들고 다니시면서 연신 상을 닦는다. 복지관 관장이신 보연스님이시다. 먹은 그릇을 치우고, 걸레질을 하고. 식당 안을 돌아다니시면서 연신 어르신들께 맛있게 드시라고 인사를 놓지 않는다. 보는 사람들의 배가 절로 불러진다는 표현이 맞는 말인 듯하다. 손에 상을 닦는 걸레를 쥔 투박한 손이 참으로 따듯해 보인다.

또 한 사람, 장명희 영양사는 연신 '어머니, 아버님'을 쉴 새 없이 말한다. ‘어머니 식판 갖고 가셔야 해요’ ‘아버님 이쪽으로 앉으세요.’ 한 시간이 넘게 배식을 하는 동안에 잠시도 쉬지를 않는다. 아마도 이런 따듯한 마음이 있어, 이곳 서원복지관에 등록을 하신 어르신들이 2,000명이 넘는가 보다.

배식을 하는 봉사단원들. 운천스님은 또 자장을 퍼주고 게신다

걸레를 손에 들고 직접 상을 닦으시는 서원복지관장이신 보연스님 

연신 어르신들을 챙기며 다니는 장명희 영양사
 
500여 명의 어르신들께 자장면을 드실 수 있도록 준비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틀 전에도 군부대를 찾아가 자장면 봉사를 했다고 하는 봉사단원들. 그런데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다. 자장면 한 그릇을 받아들고 자리에 앉으면서, 운천스님께 속으로 한마디 한다.

“스님 내일은 또 어디서 일 내시려고요?”


예전에는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었다. 울 밖이나 밭두렁, 산기슭 등에 가득 난 돼지감자의 다른 이름은 국우, 뚱딴지, 미국감자, 당뇨고구마, 캐나다감자, 예루살렘아티초크 등 다양한 명칭을 갖고 있다. 국화과에 속하는 돼지감자는 덩이진 뿌리의 성분에는 이눌린(inulin)을 함유하고 있다.

돼지감자는 사람이 일부러 재배하지 않아도, 한번 심어놓으면 번식이 강한 식물이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국우(菊宇)’라는 약재로도 사용하는데, 해열 작용이 있고 대량 출혈을 그치게 한다. 유럽에서는 요리에 넣는 야채로 덩이줄기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 돼지감자에 들어있는 ’이눌린‘이라는 성분은 제당이나 알코올 원료로도 사용한다. 이 이눌린 성분은 민들레, 우엉, 엉겅퀴 등 국화과 식물에 많으며 그 중 가장 많은 성분은 돼지감자에 있다.

지리산 자락인 운봉에서 신도들과 함께 야생 돼지감자를 캐고 있는 남원 선원사 주지 운천스님

지리산 자락에서 돼지감자를 캐는 스님

남원시 도통동에 있는 선원사. 이 선원사의 주지인 운천스님이 지리산 자락인 운봉에서 야생 돼지감자를 캐고 있다고 연락이 왔다. 스님이 야생 돼지감자를 캐다니,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 일요일 오후 모처럼 쉴 수 있는 시간을 마다하고 운봉으로 달려갔다. 몇 사람과 함께 말라버린 돼지감자 줄기를 따라, 감자를 캐고 있는 스님이 보인다.

오전에 몇 포대를 캐고, 또 다시 캐고 있다고 한다. 시간은 벌써 오후 5시가 가까이 되어서 해가 산마루에 걸려있다. 아침 6시부터 캐기 시작한 돼지감자는 열 두 포대 정도라고 한다. 절에서 가축을 키우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돼지감자를 캐고 있을까?

땅속에 덩이식물로 자라는 돼지감자.

“스님, 그 돼지감자로 무엇을 하시려고요?”
“아, 이것이 다 돈입니다”
“그것 갖다가 어디다가 파세요?”
“팔기는요. 이것을 이용해 돈을 만들어 복지사업을 하려고요”

얼굴 가득 미소를 띤 스님은 피곤한기도 보이지를 않는다. 자신을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은 늘 즐거운 것인가 보다.

포대 안에는 하루 종일 캔 감자가 가득하다.

돼지감자로 차를 만들어 파신다고

“스님 그 돼지감자로 어떻게 돈을 버세요?”
“이 감자를 가공해 차를 만들면 맛도 있고, 건강에도 좋아요. 더구나 이렇게 지리산 자락에서 자라고 있는 야생돼지감자를 채취하여 만들면, 바로 최상의 식품이 되죠.”
“그것을 이용해 차를 만들어 파시나요?”
“예 저희 선원사에서 가공을 하여 ‘국우차’라는 차를 만들어 팔고 있는데, 맛이 기가 막힙니다. 우선은 여성들의 미용에도 효과가 있고요. 다이어트에는 최고의 식품이죠. 특히 천연 인슐린이라 불리는 이눌린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당뇨환자에게는 최고의 식품이죠.”
“차로 가공하시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텐데요?”
“예, 캐서 씻고, 자르고, 말리고, 제품을 완성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비가 되죠. 저희들은 그동안 이 차를 만들기 위해 많이 실험도 하고, 투자도 많이 했습니다.”

캔 돼지감자를 절로 옮겨와서도 조금도 쉬지를 않는다. 몇 번을 물로 반복해서 씻어 흙을 털어내고, 그것을 다시 건조시키고. 저녁시간이 지났지만 손이 바쁘다.


 
“이 돼지감자차를 팔아서 어디에 사용하세요?”
“우리 선원사는 신라 때 처음으로 창건한 고찰입니다. 절에는 약사여래철불 등 보물도 있는 절이지만, 많은 신도가 있는 절이 아닙니다. 절은 불자들이 내는 시주금으로 운영을 하는데, 신도가 많지를 않으니 재정이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죠.”

그래서 주지로 부임을 해 고민을 한 것이 바로 ‘나눔’을 어떻게 할 것이냐 였단다. 그동안 받는 곳이란 이미지를 쇄신시키기 위해서는, 나눌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이다. 그러던 중 야생에 지천으로 깔린 돼지감자를 이용해 차를 만들 생각을 했다는 것.

“이 돼지감자를 이용해 차를 만들어 그것을 팔아서 복지사업을 하려고요. 아직은 큰돈은 아니지만, 이것을 팔아서 군부대를 찾아가 자장면도 만들어 주고, 여기저기 위문을 하기도 합니다. 또 불우한 이웃들을 위한 성금도 낼 수 있고요”



씻어서 말린 돼지감자.(위) 선원사 최인술 봉사단장이 분쇄기를 이용해 돼지감자를 잘게 썰고 있다.
   
지난해는 남원주민들을 위한 음악회를 열기도 했단다. 그렇게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 바로 불교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야생에서 나는 돼지감자차를 이용해 많은 선행을 하고, 나누어 줄 수만 있다면 몸이 피곤한 것쯤은 오히려 행복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야생 돼지감자를 이용해 차를 만들어 팔아,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다는 운천스님, 그 모습에서 진정한 부처님을 만난 듯하다. 새해에는 더 많이 차를 만들어 팔아서, 더 많이 나누고 싶다고 하신다. 이야기를 하면서도 연신 일에서 손을 떼지 않으신다. 잠시 허리를 펴면서

“이 돼지감자를 보면 웃는 것 같지 않나요? 저는 이 돼지감자가 정말 복돼지를 닮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더 많이 나눌 수 있어 행복을 주는 것이니까요.”


잘 건조가 된 돼지감자와 국우차 완성제품. 이 차를 팔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눔을 줄 수 있어 행복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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