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19() 오전이 다 지나도 그칠 줄을 모른다. 매주 일요일은 수원시 팔달구 지동 남수문 앞 지동교에서 행사가 열리는 날이다. 체험현장은 늘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는 하지만, 비가 와서 내심 걱정이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비 끝에 많이 나오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이 들어서이다.

 

오후 1시가 조금 지나 그래도 나가는 보겠다고 지동교로 향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오히려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체험장을 찾았다. 체험은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새 집 만들기, 한과 만들기, 인절미체험, 커피 바리스타체험, 추억의 달고나, 거기다가 딱지치기와 굴렁쇠놀이, 팽이치기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마련되어 있다.

 

  지동교와 팔달문 사이는 일요일마다 사람들로 넘쳐난다. 지동교의 체험은 사람들로 붐벼 줄을 서라고...

 

옛 추억에 잠기는 실버세대들

 

매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시작이 되는 체험현장은, 장금이체험과 보부상체험으로 크게 나누인다. 보부상 체험은 자신이 집에 있는 물건을 갖고 나와 판매를 하는 것이다. 그에 비해 장금이 체험은 각종 먹거리를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이다. 장금이 체험에는 지동시장의 단골메뉴인 순대만들기도 할 수 있다.

 

이날 지동교에서 열린 체험현장은 여느 때와는 다르다. 질서가 잡혀있다. 알고 보니 이번 주부터 학교 교사들이 체험현장에서 직접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것이다.

 

한과만들기 체험과 새집만들기 체험. 만든 새집은 연말에 수원천에 달아 줄 것이라고...

 

이번 주부터 선생님들이 함께 참여하셔서 지도를 하고 계세요. 지동교에서 일요일마다 열리는 체험현장이, 점차 교육현장 체험으로 발전을 하고 있는 것이죠.”

 

지동 체험현장에서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김춘홍 기획자의 이야기이다. 그만큼 지동은 이제 교육 체험 현장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거기다가 옛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실버세대들까지 체험 현장에서 직접 만들어보기도 한다.

 

많은 체험이 기다리고 있는 지동교. 좌측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인절미 만들기, 커피 바리스타, 추억의 달고나, 팽이치기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곳

 

오늘 아침까지 비가 와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성황을 이루는 것을 보니 그동안 많이 홍보가 된 듯합니다. 시장은 비가와도 쉬지 않습니다. 저희 체험도 비가와도 계속합니다. 아침부터 물이 고인 곳을 쓸고 닦아내고, 천막을 치고 준비를 했죠.”

 

최극렬 지동상인회장은 비가와도 체험은 쉬지 않겠다고 한다.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다양한 체험거리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날마다 같은 것을 하면 이곳을 자주 찾아주시는 분들이 식상을 할 수도 있으니까요. 다양한 체험거리를 준비해, 모든 분들이 일요일에 지동교에 오시면, 정말 재미있게 즐기고 가실 수 있도록 해야죠.”

 

진풍경 - 정조대왕과 막걸리를 나누는 사람들. 취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겠다고. 아래는 오늘도 줄을 늘어서 장날 만두

 

파워 요리블로거도 초청 계획을 하고 있어

 

지동교는 날마다 변신을 하고 있다. 자리를 잡아가기 위해, 늘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래서 다음 주에는 널뛰기를 비롯해, 낮게 줄을 매어놓고 줄타기 체험도 하겠다고 한다.

 

다음 주에는 줄타기 체험도 해볼까 합니다. 떨어져도 다치지 않을 정도로 줄을 매어놓고, 손을 잡아주면서 체험을 해볼 계획입니다. 거기다가 파워 요리블로거들을 한 달에 한번 정도 초청을 해, 이곳에서 아이들 간식 등을 만들 수 있는 체험도 생각중입니다.”

 

살아있는 체험장으로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지동교. 오늘 무료로 만든 새장은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이것들을 모아 연말쯤에 새장을 만든 사람들을 초청해, 수원천에 새집을 달아줄 계획이라는 것.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지동교의 살아있는 체험장을 아이들과 함께 찾아와, 다양한 체험을 즐겨보기를 권한다.

장날이 되면 마을 사람들은 장으로 가고, 도둑들은 마을로 간다.”

예전 시골장을 빗대어 한 말이다. 그만큼 장날이 되면 사람들이 장으로 다 나가버려, 마을이 텅텅 비어버린 다는 것이다. 장은 단순히 물건만을 팔고 사는 곳이 아니다. 장은 사람들이 몰려들다가 보니, 정보의 창구 역할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이 장에서 나라의 걱정을 하기도 했다. 3·1독립만세 운동 역시 많은 장에서 시작을 했다. 그만큼 장이란 곳은 우리민족에게는 단순히 매매를 위한 곳이 아니었다. 장에서 만나 서로 사돈을 맺는가 하면, 장에서 이웃의 소식을 다 접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장날은 사람들이 모두 장으로 모여드는 것이다.

 

 

지동교는 새로운 장()을 체험할 수 있는 곳

 

날이 차다. 바람도 세차게 불어 천막이 다 날아갈 정도이다. 그런데도 지동교 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무슨 일인가 궁금하다. 한편에선 수원 메니아 색소폰 회원들의 연주가,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붙들고 있다. 그리고 어린 학생들의 보부상 체험에 참가한 꼬마 보부상들이 진열한 물건들이 죽 늘어져 있다.

 

47() 그렇게 지동교 위에는 지동시장상인회에서 마련한 보부상체험과 장금이체험(순대 만들기와 인절미 만들기)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 것이다. 날이 차고 천막이 날아갈 정도로 바람까지 강한데도 사람들의 열기는 막지 못했다.

 

 

날씨가 춥고 바람이 강해 오늘은 그만 두려고도 했지만, 장이라는 곳이 비가 오고 바람이 분다고 쉬는 곳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날이 추워 아이들이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부모님들이 함께 오시니 간수를 할 것이라 여겨 장을 개설했습니다.”

 

최극렬 지동상인회장의 이야기이다. 날이 추운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지난주보다 더 많은 꼬마보부상들이 자리를 하고 있다. 진열된 물건들을 보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꼬마 보부상들인데도 불구하고, 구두와 핸드백까지 진열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저 물건을 갖고 나오기 위해 얼마나 엄마를 졸라댄 것일까?

 

 

봉사를 하는 젊은이들

 

지동교 위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장 분위기에 흠뻑 젖어있을 때, 이곳에서 봉사를 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바로 수원 영리더스 아카데미의 회원들이다. 이들은 수원에 거주하는 대학생들이나 수원 소재 대학을 다니고 있는 학생들로 구성이 되었다. 수원시에서 후원을 하는 이 단체는 64명의 회원이 있으며, 그 중에서 14명이 지동시장 체험에서 봉사를 하고 있다.

 

영리더스 아카데미 회원을 이끌고 있는 팀장 김소희(경기대 국어국문학과 4)와 부팀장 이믿음(아주대 경영학부 4)은 보부상 체험을 하는 어린이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추운 날 장시에 참가를 해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하고 있다. 또 아이들에게 '얼마나 팔았나?' '춥지는 않아?'라며 일일이 챙기고 있다.

 

 

처음에 이곳에 와서 봉사를 하려고 할 때는 질서도 잡히지 않고 어수선 했어요. 그런데 이곳을 찾는 분들이 너무 재미있어 하고요. 꼭 물건을 사러 오신 것이 아니라, 구경을 하러 오셨다는 분들도 계세요. 그래서 시장이라는 곳이 꼭 매매를 위한 것이 아니란 것을 알았죠. 제 스스로도 이곳에 와서 봉사를 하면서 전통시장이란 곳에 대해서 하나씩 배워가고 있어요. 참 인정이 넘치는 곳이란 것도 알았고요

 

김소희 팀장은 전통시장에 대해서 새로운 것을 알아가고 있다고 즐거워한다.

 

저는 제 전공을 살려 전통시장에 대한 새로운 것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엽전을 만들어 장금이 체험 때 그것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죠.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과 접하게 되면서, 새로운 것을 배워 나가기도 하고요. 전통시장이라는 곳이 우리에게 어떤 것을 줄 수 있는가도 체험하고 있고요. 봉사를 하면서 배울 수 있다는 것이, 더욱 즐겁습니다.”

 

이믿음 부팀장 역시 이곳에서 많은 것을 배워가면서, 또 나름 자신의 진로에 대한 것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 두 사람 다 4학년이기 때문에 지동시장에서의 봉사는 남다를 것 같다. 일요일 한참 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해야 항 시간에 이렇게 와서 봉사를 하는 젊은이들.

 

 

영 리더스 아카데미 회원들이 아니면, 저희들끼리는 이런 행사를 시작할 수가 없었죠. 젊은 사람들이 봉사를 마치고 나면 회의를 가져 그날그날 문제점 들을 지적하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저희에게 건의도 하고요. 그래서 저들에게 거는 기대가 큽니다.”

 

최극렬 상인회장의 말대로 그들은 부지런히 체험장을 돌아다니면서, 일들을 보고 있었다. 전통시장과 젊음의 조우. 아마 이런 아름다운 만남이 있기에 이 춥고 바람 부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자동교가 더욱 들썩거리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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