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千聖山)’이 유명해 진 것은 지율스님의 금식으로 인해서다. 경남 양산시에 있는 천성산은 해발 922m의 산으로, 산의 정상에는 습지와 초원이 발달해 있다. 이곳 습지에는 도룡뇽을 비롯한 희귀종 동식물 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 이곳에 대구와 부산을 잇는 경부고속철 공사로 인해 ‘원효터널’이 뚫리면서, 늪지의 훼손과 생태계가 파괴될 것을 우려해 지율스님의 금식투쟁이 계속되었다.

천성산은 계절마다 많은 등산객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이번 답사 길에도 천성산을 답사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홍룡사를 오르는 주차장에 차를 대고 산행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홍룡사 입구 주차장에 마련한 범종 모양의 화장실

아름다운 범종 모양의 화장실

이곳 천성산 홍룡사 입구 주차장에는 명물이 하나 서 있다. 바로 범종 모양으로 제작한 화장실이다. 가운데 장애우 화장실을 놓고, 그 좌우에 남자와 여자의 화장실이 자리하고 있다. 모두 세 개의 범종이 자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요즈음 아름다운 모양의 공중화장실이 많이 생겨나면서, 가히 화장실에 관한한 우리나라가 당연 최고란 생각을 한다.

화장실이 하도 멋있으니 어떻게 그냥 지나칠 것인가? 윤이 나 반짝이는 외형만 갖고 평가를 할 수는 없는 일. 밖에서 사진을 몇 장 찍고, 이왕이면 내부 구경을 하겠다고 문을 열고 들어섰다. 내부 역시 넓지는 않지만 말끔하게 정리가 되어있다. 더욱 신기한 것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은은한 범종이 울리는 것이 아닌가?



위로부터 남자, 장애우, 여자의 화장실. 제각각 특징이 있다.

깨진 범종,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범종 소리에 취해 소리가 나는 곳을 올려다보니, 위편에도 유리로 막아 밖의 나무들이 보이도록 조성을 하였다. 이쯤 되면 어디 내놓아도 장원일 듯한 화장실이다. 그런데 무엇인가 좀 이상하다. 소변기를 보니 소변기가 밖으로 삐죽 나와 있다. 벽도 부서져 있다. 이게 웬일인가? 이 아름다운 화장실 안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범종 화장실 내부의 천정. 이곳에서 은은한 종소리가 울려퍼진다.

밖으로 나가보았다. 세상에 범종아랫부분이 깨져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소변기가 벽에 부착되어 있는 곳이다. 밖에서 깬 것 같지는 않고, 안에서 소변기를 잡아 당겨 바깥까지 부수어진 듯하다. 어째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을까? 주변에 장사를 하시는 분들에게 물어보니, 언제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단다.


벽에서 떨어져 나온 소변기와 깨진 범종의 외벽

아마도 이곳을 들린 누군가가 술에 취해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니냐는 대답이다. 자세한 것을 알 수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다. 그리고 이렇게 아름답게 만든 공중화장실을 부수어 놓다니. 괜히 밖에서 사진이나 찍을 것을 그랬나보다는 생각이 든다. 안으로 들어갔다가 마음 아픈 꼴을 보았으니. 제발 이렇게 공중이 사용하는 것을, 내 것처럼 사용할 수는 없을 것일까? ‘누구야? 범종을 이렇게 깨트린 사람이“

경남 양산시 상북면 대석리 1번지 천성산에 소재한 홍룡사는 신라 제30대 문무왕 13년인 673년에 원효스님께서 창건했다는 절이다. 당시에는 ‘낙수사(落水寺)’라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송고승전』에 의하면 원효스님께서 천문을 보니 중국 태화사 승려들이 장마로 인한 산사태로 매몰될 것을 미리 알고 구했다고 한다.

원효스님은 곁에 있던 판자를 하늘로 던졌는데, 그것이 당의 태화사까지 날아갔다는 것이다. 태화사 스님들은 갑자기 하늘이 컴컴해져 놀라 뛰쳐나왔는데, 그 순간 산이 무너지면서 절이 매몰이 되었다는 것이다. 놀란 태화사 승려들이 하늘에서 떨어진 판자를 집어보니 ‘해동원효 척판구중’이란 글씨가 적혀있었다고 한다. 즉 원효스님이 널판자 하나를 던져 많은 무리를 구했다는 이야기다.

홍룡폭포와 관음전

천명의 승려가 원효의 제자가 되다

이 일로 인해 천명의 중국인 승려가 신라로 와 원효스님의 제자가 되었다고 한다. 이에 원효스님께서는 천성산에 89개의 암자를 짓고, 이 승려들을 수용하였다는 것이다. 이 곳 홍룡사에서 바로 판자 한 조각을 던졌다고 하는데, 홍룡사는 원효스님과 의상대사가 관음보살을 친견했다고 전하는 곳이다.

홍룡사에는 홍룡폭포가 있어 더욱 유명하다. 이 폭포는 천룡이 폭포 아래에 살다가 무지개를 타고 하늘로 승천을 했다고 전해진다. 아름다운 홍룡폭포를 찾아 홍룡사를 찾아들어갔다. 산신각을 지나 계단을 오르니 홍롱폭포가 보인다. 80척에 달한다는 폭포는 물이 많이 즐었다. 폭포 좌측으로는 관음전이 자리하고 있고, 우축으로는 좌불상이 자리하고 있다.



천자형으로 흘러내리는 홍룡폭포

세 갈래로 나뉘어져 떨어지는 홍룡폭포,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타고 흐르는 물은 가히 절경이다. 물이 많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물이 없다고 그 아름다움이 어디로 가겠는가? 떨어진 물이 고인 소에는 낙엽이 떨어져 또 하나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 어찌 인간세상에 이런 절경이 있을 것인가?

이리저리 각도를 재보지만, 그 아름다움을 다 담아낼 수가 없을 것만 같다. 무엇을 탓할 수 있으랴? 지금도 날이 좋은 날에는 물방울이 튀면서 무지개를 만들어 낸다고 한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잔뜩 흐린 날 찾아간 홍룡폭포는 그렇게 소리 없이 암벽을 타고 내리기만 한다.



원효스님이 관음보살을 친견했다는 관음전에 들려 예를 올리고, 돌아내려오는 길에 몇 번이고 폭포를 돌아본다. 그저 저 맑은 물속에서 한 마리 천룡이 금방이라도 물길을 헤치고 하늘로 오를 것만 같다. 아마 이 아름다움은 또 몇 날 동안 나를 답사의 길로 내몰 것만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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