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때론 참 행복한 일이다. 너무 허기가 진 상태에서는 오히려 음식의 맛이 반감이 된다고들 한다. 그래서 대충 배가 고파지기 시작할 때 먹는 음식이 가장 맛이 있다는 것. 그런데 배가 고프지 않은 데도 음식이 맛이 있다면, 그야말로 정말 맛이 있거나 혹은 특별한 음식일 것이다.

 

나란 인간이 워낙 맛집 블러거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이웃인 맛집 전문 블로거들의 글을 늘 보기는 하지만, 그렇게 정성을 들여 리뷰를 작성하지 못한다. 그저 답사를 다니다가 배가 고파 식당에 들렸는데, 우연히 그 집 음식 맛이 좋으면 먹다가 사진 몇 장을 찍어 올리는 것이 다이기 때문이다.

 

 

‘짬뽕 한 그릇 먹자고 거기까지 가’

 

태풍이 올라온다고 난리들을 피우는 날인 8월 27일 갑자기 강원도에 볼일이 생겼다. 일을 하다말고 부랴부랴 챙겨서 강원도로 달려가 일을 보고 난 후, 아침을 든든히 먹었는데도 속이 출출하다. 마침 점심시간도 되었고 하니 밥을 먹어야 하는데, 동행을 한 분이 ‘짬뽕을 아주 특별하게 잘 하는 집’이 있다는 것이다.

 

전날 먹은 술로 인해 숙취도 가시질 않았겠다. 고성군 공현진에 있다는 중국집을 찾아갔다. 속초에서 7번 국도를 타고 고성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죽왕면 소재지를 지나 좌측에 철새도래지인 송지호가 보인다. 그곳을 조금 지나치면 일출이 아름답다는 공현진리가 나오고, 마을 안 찻길이 휘어지는 곳 좌측에 ‘수성반점’이 있다.

 

 

 

 

이 수성반점의 짬뽕이 바로 추천하는 음식이라는 것이다. 허름한 길가 중국집에서 무슨 특별한 요리가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안으로 들어가 보았자 비좁고 날이 더우니, 길가에 있는 평상에서 먹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오징어 한 마리가 짬뽕 그릇에 ‘풍덩’

 

잠시 기다리고 있자니 짬뽕이 나온다.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특별한 것 같지가 않다. 그저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짬뽕이다. 그런데 가격도 만만치가 않다. 짬뽕 한 그릇에 6,500원이라니. 이 시골구석에서 가격도 착하지 않은 평범한 짬뽕 한 그릇에 많은 돈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그래도 음식을 시켰으니 어찌하랴, 배도 출출한 김에 짬뽕을 한 번 뒤집어 보았다. 그런데 이게 뭐야. 바닥에 깔린 것이 해물이다. 어림잡아 오징어 한 마리를 통째로 집어넣은 듯하다. 국물도 얼큰한 것이 일품이다. 이곳을 소개한 분은 ‘이 집 짬뽕에는 오징어가 두 마리가 통째로 들어있을 것’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그 말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정말 그랬으니 말이다. 먹어도 먹어도 오징어가 또 나온다, 아마 한 마리를 통째로 썰어 집어넣은 듯하다. 세상에 짬뽕 먹다가 턱이 다 아파보기는 또 난생 처음이다. 결국 사진 한 장 제대로 찍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곳을 들리는 분이 있으면 턱 한 번 아파보라고 권하고 싶다.

 

 

세상에 짬뽕 한 그릇 먹다가 턱이 다 아파보기는 난생 처음이다. 결국 시골 허름한 집의 짬뽕 가격 6,500원이 비싼 것이 아니었다. 알고 보면 아주 착한 가격이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하루 종일 책상머리에 앉아 보도자료를 정리해서 올리다가 보면, 밥 때마져 놓치기 일쑤다. 이 인사의 직업이란 것이 어째 바꾸어보아도, 맨 날 밥 때 놓치기는 이골이 나있다. 하기야 ‘인터넷뉴스’라는 실시간으로 누가 더 빨리 보도를 하느냐에 따라, 그 순발력이 결정되는 것이고 보면 어쩔 수가 없다.

전 날 술을 한잔 진하게 해서인가, 입맛이 영 돌아오질 않는다. 요즈음은 쌓인 스트레스가 많다보니 참 퇴근 후 한잔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 되어 버렸다. 의사는 술 먹지 말라고 핀잔을 주지만, 세상사 어디 핀잔 들었다고 그대로 살 수만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보기엔 멀정하다. 그러나 포장을 벗기니 심한 냄새가. 사람더러 먹으라고 보낸 것일까?


배달된 김치, 이걸 먹으라고

중국집에 짬뽕을 한 그릇 시켰다. 어제 먹은 술로 인해 속을 좀 달랠 심산이다. 시킨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배달이 되었다. 하긴 이 집은 빠른 것 하나하고는 어디고 빠지지를 않는 집이다.

그런데 1회용 용기에 담아 온 김치가 영 눈에 거슬린다. 좀 묵은 것도 같고, 조금은 맛이 간 김치인 듯하다. 김치야 촛국이 되어도 잘 먹는 사람인지라, 개의치 않고 비닐을 벗겨냈다. 순간 냄새가 비위를 상하게 만든다.



김치가 다 물러빠져 젓가락으로 집어 드니 그냥 죽 찢어진다. 이걸 먹으라고 보낸 것 맞을까? 아무리 점심시간이고 바쁘다고 해도, 이렇게 물러빠진 김치를 먹으라고 보내다니. 울컥 부아가 치민다.

하긴 다음부터 시켜먹지 않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나만 이렇게 까다로운 것일까? 김치는 우리 반찬의 근간이다. 김치 하나만 맛있어도 손님들은 감지덕지한다. 차라리 단무지나 주면 좋았을 것을. 매콤하고 맛있는 짬뽕 한 그릇이, 오늘따라 더 많이 퍼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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