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전날 저녁에 비가 조금 내리더니 날이 쌀쌀하다. 하지만 아직은 걷기에 좋은 계절이라, 오후에 팔달문을 거쳐 팔달산으로 올랐다. 가을철에 되면 팔달산 단풍도 한 몫을 한다. 그런 길을 걷는다는 것이 어찌 즐겁지 않으리오. 사람들은 이 계절이 되면 멀리 단풍구경을 하기위해 길을 떠난다.

 

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멀리 나간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매일 수원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찾아다니면서 소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소개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란 생각이다. 그도 못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천천히 걸어 오른 팔달산은 이제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낙엽도 여기저기 쌓여간다.

 

 

단풍이 아름다운 팔달산 회주도로

 

팔달문을 지나 로데오거리에서 팔달산으로 올랐다. 팔달산 중턱을 가로지르는 도로가 바로 회주도로이다. 이곳 회주도로는 차량 통행이 금지되어 있는 길이다. 그래서 걷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면서 가을이 내려앉고 있는 팔달산의 가을을 마음껏 느낄 수가 있다.

 

이곳은 단풍이 아름다운 도로이다. 천천히 길을 걸어 북측으로 난 성벽이 터진 곳을 빠져나가면 억새가 반긴다. 가을바람에 일렁이는 억새에 한 낮의 햇볕이 떨어져 온통 은색으로 빛을 발한다. 거기서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천천히 성벽을 끼고 걸어본다. 저만큼 화서문과 서북공심돈이 보인다.

 

 

화성을 품고 있는 팔달산은 가을이 아름답다. 왕벚나무와 단풍나무들이 곱게 옷을 갈아입는 시간이면 이곳은 온통 걷기를 즐겨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주말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팔달산. 단풍과 푸른 소나무들이 함께 사람을 반기는 곳이다. 도심 한 복판에 팔달산이 있어 즐거운 이유이다.

 

 

수원은 단풍이 아름다운 고장

 

수원에는 단풍이 아름다운 곳이 상당히 많다. 산이 있고 숲이 있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나 아름답다. 하지만 수원은 산과 물, 그리고 많은 숲길까지 골고루 갖추고 있다. 산길과 숲길, 그리고 물길까지 갖추고 있는 곳은 그리 흔치가 않다. 그것도 한 두 곳이 아니다. 어딜 가나 그런 가을을 느낄 만한 곳이 많다.

 

만석공원을 한 바퀴 돌아보면 이곳은 또 다른 가을을 만날 수가 있다. 벌써 잎이 져가고 있는 노란 은행잎들과 단풍잎들을 밟으며 몇 마리의 까치들이 가을을 즐기고 있다. 숲은 인간만이 즐기는 곳이 아니다. 모든 생명들은 숲에서 나름대로의 즐거움을 느낄 수가 있다. 그래서 자연은 인간과 짐승이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수원의 단풍 이번 주부터 절정

 

수원의 단풍은 조금씩 차이는 나지만 이번 주부터 절정을 이룰 것이라고 한다. 광교산을 비롯해 칠보산과 팔달산, 그리고 광교저수지 목책길과 수변길, 광교호수공원 둘레길, 생태교통길과 네 곳의 하천길. 곳곳에 아름다운 길이 널려있다. 굳이 복잡한 도로를 이용해 멀리가지 않아도 지척에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있다.

 

거기다가 곳곳에 많은 행사가 벌어지고 있다. 이 가을에 내 고장에서 즐길거리를 찾아보는 것 또한 필요하지 않겠는가? 남의 고장을 돌아보는 것도 좋지은 일이다. 하지만 내 고장의 아름다움을 먼저 생각하고 그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바로 진정한 고장을 사랑하는 방법이란 생각이다.

요즈같은 가을철에 농촌에서는 새떼와 들짐승들 때문에 곤욕을 치루고 있다. 잘 익은 열매와 곡식의 나락을 시도 때도 없이 훼손을 하기 때문이다. 별별 수단을 다 써 보지만, 그렇게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고 울상이다. 오직하면 밭 전체를 그물로 막아놓기 까지 할 것인가? 그런 짐승들과 새떼들에게서 열매나 곡식을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까?

‘탈구’라고 하면 나이가 지긋하신 촌에서 생활을 하신 분들은 아~ 하고 탄성을 낼만하다. 예전에는 지금처럼 새를 쫒기 위해 깡통을 두드려 소리를 내거나, 총을 쏘거나 하지 않았다. 아마 새들도 지금처럼 영악하지 않았는가 보다. 탈구는 짚을 꼬아 만든 기구이다. 간단하지만 그 효과는 놀라웠다고 한다

짚을 꼬아 만든 새쫒는 기구인 '탈구' 끝은 가늘게 해서 큰 소리를 얻을 수 있도록 한다.


탈구로 소리를 내는 방법

탈구를 돌려 소리를 내는 방법은 간단한 듯하다. 짚으로 꼬아 만든 탈구를 머리위로 돌리다가 손목에 힘을 주어 줄을 내리치면, 꺾인 부분의 줄과 줄이 마주쳐 총소리와 같이 ‘땅’ 하는 소리를 내게 된다. 그러면 곡식이나 열매를 쪼아 먹으려고 덤벼들던 새들이 놀라 도망을 간다는 것이다. 우리 실생활에서 조상님들이 만들어 낸 탈구. 간단한 원리로 곡식을 보호하는 탈구를 보면서, 선조님들의 지혜에 다시 한 번 감탄을 한다.

1. 탈구를 손에 잡고 머리위로 돌린다


2. 머리 위에서 한두 번 힘차게 돌린 다음


3. 손목을 이용해 줄을 당기면서 세차게 내리친다


4. 줄이 꺾이면서 맞부딪쳐 '탕'하는 소리를 낸다


탈구로 소리를 내는 동영상

아름다운 길, 봉암사 ‘마애불 참배길’

세상에는 아름다운 길이 참 많다. 요즈음에는 각 지자체마다 길을 개발해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지리산 ‘둘레길’이나, 제주도의 ‘올레길’처럼 많은 길들이, 이미 주말이 되면 전국에서 모여드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전국을 다니면서 문화재 답사를 하기위해 주로 길을 걸어야만 하는 나로서는 다양한 모습의 길을 만나게 된다.


7월 6일 찾아간 문경 봉암사.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되어 있는 봉암사를, 대중공양을 하기 위해 들어갈 수가 있었다. 봉암사 경내를 벗어나 계곡을 끼고 따라가면 봉암사 마애불이 자리하고 있다. 천천히 걸어서 왕복 50~60분 정도의 힘들지 않는 평지길이다. 그런데 그 길을 접어들면서 첫 마디가 감탄이었다. 이렇게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길이 있었다니.

흙을 밟는 즐거움

봉암사 경내를 벗어나 계곡에 걸린 침류교를 건너자, 좁은 산길이 시작되는 곳에 ‘마애불 참배길’이란 안내판이 서 있다. 천천히 숲길로 접어들어 본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물소리와 새소리가 어우러져, 자연의 오케스트라와 같다. 이런 자연의 소리를 어느 누가 따라할 수가 있을까?



좁은 길을 걷다가 보니 여기저기 바위들이 널려있다. 길에는 나무뿌리가 땅위로 솟아나와 마치 문양을 만들어 놓은 듯하다. 그 길 위에 작은 물줄기가 지나고 있다. 저편에서 무엇인가 ‘스르륵’ 소리가 난다. 산중의 주인인 듯한 뱀 한 마리가 꼬리를 끌며, 풀 숲 사이로 사라진다. 이 길은 짐승들의 나들이 길이기도 하다. 자연의 흙을 밟는 즐거움, 도심에서는 느낄 수 없는 부드러움이다.



자연, 정말로 자연이 거기 있었다.

좁은 길을 따라 심호흡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그런데 바위 위에 떡하니 올라앉은 나무 한 그루가 있다. 참으로 오묘한 자연의 조화라고 생각을 한다. 그런데 조금 더 가다가 보니, 이번에는 아예 바위를 뿌리가 감싸고 있다. 그 모습이 기이하기만 하다. 외국에서는 이런 모습들을 많이들 찍어 올리기도 하지만, 이렇게 눈앞에 있는 바위와 소나무는 또 다른 운치가 있다.




그 앞에서 한참이나 길을 멈춘다. 어찌 자연이 아니랄까 보아, 이런 모습들을 하고 있는 것일까? 참으로 자연스런, 그리고 자연 속의 또 다른 자연처럼 그렇게 서 있다. 바위가 양편에 우뚝 서 있다. 그리고 그 사이로 물이 흐른다. 그곳이 길이다. 물길은 어디로 비켜가지를 않았다. 그냥 사람이 다니는 길로 물도 다니고 있다. 자연과 사람이 한 길을 이용할 수 있는 산길, 바로 봉암사 마애불 참배길이다.

나무가 날더러 겸손하라 하네.




좁은 산길을 걷다가 보니, 휘어져 쓰러진 나뭇가지가 길을 가로질렀다. 아마도 나무가 이렇게 길을 가로질러 있는 것을 보니, 세상의 방자함을 모두 걷어내고 겸손히 고개를 숙이라는 뜻인가 보다. 잠시 그곳에 멈춰 그동안 살아오면서 시건방을 떤 일들을 잠시 반성을 한다. 고개를 숙여 나무 밑을 지나고 보니, 커다란 바위가 서 있다. 그 밑으로 사람 한 두 명은 충분히 들어가 비를 피할만한 공간이 있다.

자연은 언제나 이렇게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속내를 다 드러내 보이고 있다. 그런 자연의 마음을 정녕 이해 못할 것이 사람들이란 생각이다. 그저 이런 자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구잡이로 파헤치고 있으니. 그러다가 결국 봉변을 당하는 것은 인간인데도 말이다.



25분 정도, 빠른 걸음으로 걷지 않아도 충분한 시간이다. 바위 사이를 지나니, 거기 백운대가 자리하고 있다. 바로 이 길의 끝이다. 돌아오는 길은 또 다른 풍광을 만날 수가 있다. 태고적 신비가 그대로 배어있는 봉암사 마애불 참배길. 아마도 이 길의 주인은 뭇 짐승들일 것이다. 사람의 인적이 끊긴지 오래이니. 아마도 이길은 앞으로도 이렇게 자연과 짐승이 주인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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