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사람들은 세상살이가 재미없다고 한다. 요즈음처럼 뉴스를 접할 때마다 이상한 소식이나 접할 때는 그저 세상재미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상춘(賞春)’이라 했던가? 여기저기 꽃 소식이 한창이다. 이럴 때는 그저 마음 한 자락 비워놓고, 어디론가 꽃구경이라도 훨훨 떠나고 싶다. 그러나 사정 상 그럴 수 없으니 가까운 곳에 가서 하루를 즐기는 수밖에.

 

요즈음 같을 때 딱 찾아가서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화성 팔달문 앞에 자리하고 있는 시장에 있는 곳이다. 영동시장과 지동시장 사이에 있는 지동교는 토요일과 일요일이 되면 수많은 사람들로 들썩이다. 한 곳에서 딱지치기도 하고, 한 곳에선 떡메도 친다. 사람들은 단돈 1,000원을 내고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는가 하면, 노래자랑에 어깨를 들썩인다.

 

 

다양한 행사가 벌어지는 지동교

 

수원천에 아름답게 꽃이 피었다. 수원쳔 변 매향교에서 지동교까지 천변을 장식하고 있는 능수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것이다. 토요일과 일요일 이 능수벚꽃 길을 많은 사람들이 걷는다. 수원시민들도 있지만, 외지에서 수원을 관람하러 왔다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더 많은 듯하다.

 

토요일(413) 오후, 지동교 위에는 한 편에는 지동시장에서 마련한 무대가 한창 흥을 더한다. 팔달문 앞의 9개 시장 상인회에서 한주에 한곳씩 맡아 무대를 마련하고 있다. 건너편에서는 아트포라에서 나와 각종 예술체험을 하고 있다. 엽전도 만들고, 커피도 직접 내려서 마셔본다. 한과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한편에서 뜨끈한 순대도 판다,

 

 

이래저래 지동교가 들썩인다. 서울 광진구에서 아이들과 함께 왔다는 성아무개(, 36)씨는 “12일을 보고 날이 풀려 화성 구경을 왔다가 들렸는데, 이렇게 재미있는 곳이 있어 좋다. 매주 토요일마다 이곳에서 이런 행사가 펼쳐진다고 하니, 아이들과 자주 와야겠다. 아이들이 정말 재미있어 한다.”고 말한다.

 

원주에서 가족들과 함께 찾아왔다는 김아무개(, 44)씨는 화성을 돌아보고 재래시장을 들렸는데, 이렇게 좋은 곳인 줄 몰랐다. 만두도 사먹고 시장 구경도 했는데, 적은 돈을 갖고도 가족들과 함께 배불리 먹었다. 팔도 파워소셜러들의 글이 허구가 아님을 알았다. 다음주에는 부모님들도 모시고 와 순대타운을 들려볼 작정이다라고 한다.

 

 

생활 속에 축제로 자리를 잡아가는 지동교

 

일요일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지동교로 몰려온다. 아이들이 펼쳐 놓은 보부상체험의 물건들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일요일마다 지동시장 상인회에서 주관하는 장날 풍경이 재미있다. 마침 능수벚꽃 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거닐며 즐거워한다. 화성을 향해 연신 오르내리는 사람들도 즐거워하기는 마찬가지.

 

지동시장상인회 최극렬 회장은 “12일과 파워소셜러 팸투어가 끝나고 난 뒤 손님들이 눈에 띠게 늘었다. 먹거리를 찾아 재래시장을 찾는 관광객이 지난해에 비해 엄청 늘어난 손님들로 인해 재래시장이 북새통이다라고 즐거워하기도.

 

 

차량통제가 필요하다.

 

지난 13() 지동교에서는 일부 차량을 통제했다. 지동교로 오가던 차량을 지동교를 거치지 않고 직접 빠져나가게 유도했던 것. 운전자들도 별 이유 없이 인도를 하는 대로 따라주었다. 차가 없는 지동교는 말 그대로 잔치판이 되었다. 사람들은 편안하게 이곳저곳에 자리를 하고 앉아 즐기기도. 하지만 굳이 다리를 건너는 차들도 눈에 띤다. 사전에 토요일과 일요일 지동교의 차량을 통제를 한다는 안내 현수막이라도 한 장 걸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든다.

 

주말과 휴일이 되면 들썩이는 지동교. 외제에서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나 시민들이 모여 행복해 질 수 있는 곳으로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영동시장 예술공간인 아트포라의 한 관계자는 토요일마다 각기 다른 예술체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 때마다 느낌이 달라요. 구저 많이 와서 즐겨주세요라고 한다.

224일 오후 610분부터 KBS-2TV를 통해 방영이 된 리얼 버라이어티 ‘12<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부제를 단 수원편이었다. 김승우, 엄태웅, 성시경, 차태현, 이수근, 김종민, 주원 등 일행은 KBS 사옥 앞에서 출발준비를 하면서, 각자가 식권을 찾아 구내식당에서 아침밥을 먹은 후 수원으로 출발을 하는 장면부터 색다른 면을 보였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서울에서 가까운 곳에도 12일에 적합한 장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오지나 원거리에서 진행이 되었기 때문에 붙여진 부제이다. 말 그대로 12일이 주는 재미기 꼭 첩첩산중을 찾아가지 않아도 이루어질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밥을 먹고 난 일행 중 김승우와 김종민은 미쳐 차를 타지 못해, 버스를 이용해 수원으로 오는 모습도 재미를 주었다. 대중교통인 버스 안에서 사람들과의 자연스런 조우가, 그동안 보여주었던 12일과는 또 다른 신선함으로 다가왔으니 말이다.

 

 

멀리 가는 것이 능사가 아냐

 

멀리 가는 것만이 여행은 아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 경기도 수원에서 펼쳐지는 세계문화유산 이야기! 시작부터 긴장감 넘친다.’ KBS 12일을 검색하면 만날 수 있는 말이다. 그만큼 12일은 서울에서 한 시간거리인 수원에도 얼마든지 12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재미는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수원을 찾는 사람들은 수원에 얼마나 많은 볼거리가 있는지 잘 모르고 있다. 그저 단순히 세계문화유산인 화성이 있는 곳, 그리고 정조대왕의 효심이 서린 곳 정도인 줄로만 안다. 하지만 수원은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12일을 갖고도 모자랄 정도의 볼거리가 많은 곳이 바로 수원이다.

 

수원 화성의 관문인 장안문에서 시작한 출연자들은, 화성 성곽을 따라 북수문인 화홍문에 도달했다. 그곳에서 세계문화유산인 화성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실전에 방비를 철저하게 지어진 성인가를 듣는다. 장안문에서 화살 통을 하나씩 받은 일행은, 성곽을 돌면서 문제를 맞히거나, 재미있는 행동을 했을 때 화살을 하나씩 받았다. 나중에 그것이 자신들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도 모르고 말이다.

 

방화수류정 위에 오른 일행은 화성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방화수류정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실제로 방화수류정은 그 자체로만도 보물로 지정이 될 정도로 독특한 건축미를 자랑하고 있다.

 

 

국궁체험이 또 다른 재미를 줘

 

화성의 전 구간을 돌아보려면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많은 장비와 100여명이 넘는 스텝들이 움직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동선은 장안문에서 화홍문과 방화수류정을 거쳐 동북공심돈까지로 정했다. 그리고 상으로 받은 화살을 과녁에 쏘아 상금을 받는 국궁체험으로 이어졌다. 그때까지도 출연자들은 그 화살의 용도를 모르고 있었으니, 그 또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킬 수밖에.

 

과녁을 맞힌 수대로 돈을 받아 든 일행은 버스로 지동교로 이동을 한다. 저녁 복불복이 시작된 것이다. 자신이 받은 돈을 갖고 가장 무거운 물건을 시장에서 사온 사람들부터 3명은 수원 왕갈비를, 그리고 남은 4명은 왕갈비 뼈로 저녁을 먹어야 하는 복불복이었다. 활을 쏠 때도 차태현의 앉아쏘기 등, 괴이한 형태의 활쏘기 자세는 웃음을 자아내기도.

 

 

재래시장을 누비는 출연자들

 

어쨌거나 시장에 도착한 일행은 한 사람씩 떨어져 가장 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이동을 하면서 차태현이 이야기를 한 를 산 사람이 3(성시경, 차태현, 주원), 그리고 떡볶이 떡(김승우)과 항아리 뚜껑(이수근), 화분(엄태웅), 짠지무(김종민) 등이었다. 결과는 무를 산 3명이 맛있는 왕갈비를 먹을 수 있었다는 것.

 

그렇게 저녁 복불복을 하는 사이 화성 행궁 앞 광장 한복판에는 비닐하우스 한 채가 지어졌다. ‘미안하다, 다음 주다라는 자막과 함께 33일 방영 예고편이 잠시 나온다. 행궁 광장 비닐하우스에서 잠을 자고 일어난 사람들을 둘러보고 있는 수원시민들의 재미있어 하는 표정이 예고편이다.

 

25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4일 방송된 KBS 2TV 주말 버라이어티 '12'은 전국기준 17.9%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비슷한 시간대 방송된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17.3%, MBC '일밤-매직콘서트'6.0%를 각각 기록하며 뒤를 따랐다.

 

지난 주 '런닝맨' 마카오편에 밀려 2위에 머물렀던 '12'은 한주 만에 다시 정상을 탈환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는 '런닝맨'2주 연속 아시아레이스라는 타이틀로 해외특집 승부수를 띄운 가운데 거둔 성과라 더 의미가 있다고 본다.

 

 

33일이 기다려지는 것은 바로 잠자리 복불복 때문이다. 촬영을 하는 날 밤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고 바람이 심하게 불었는데 잠은 잘 잤는지, 또 누가 비닐하우스에서 잔 것인지 궁금하다. 이래저래 쏠쏠한 재미를 준 수원 12등잔 밑이 어둡다’ 2편이 기다려지는 까닭이다.

지동에 사시는 분들에게 가끔 묻는다. 지동이 무엇이 좋아 떠나지 않으시냐고?

 

지동요? 사람살맛 나는 곳이죠. 우선은 재래시장이 세 곳이나 있어 먹거리가 풍부하고요. 다 저녁이 되어 손님들이 갑자기 밀어닥쳐도 우린 걱정이 없어요. 코앞에 있는 시장에 나가면 푸짐하게 한 상 차릴 수 있으니까요. 거기다가 화성 있죠. 벽화골목 즐비하죠. 제일교회 종탑 노을빛 전망대 있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심이 후한 곳이니까요

 

이야기를 듣다가 보면 지동이란 곳이 정말로 살맛나는 마을인 것은 틀림이 없는 듯하다. 가끔 재래시장인 지동사징과 못골시장, 미나리광시장을 돌아보기도 하지만, 먹거리 하나는 정말 푸짐하게 마련을 할 수 있다. 남들은 물가가 너무 올라 살림살이가 팍팍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지동은 인심이 넘쳐나는 곳이라 장보기가 그리 팍팍한 편은 아니다.

 

 

시장 사람들의 인심은 어째 그리 후해?

 

지동 세 곳의 시장을 돌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것이 있다. 바로 푸짐한 인심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덤을 더 달라고 하지 않아도 한 주먹 덥석 쥐어 올려준다거나. 한 개 더 달라지 않아도 그저 몇 개 더 올려주는 분들이 있다. 그래서 지동은 이래저래 인심 좋은 마을이다.

 

꼭 덤을 주어서만은 아니다. 지동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분들은 대개개 대물림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그러다가 보니 오래된 단골들이 많기 때문이다. 멀리서도 찾아오는 단골들이 있어, 지동시장의 사람들은 언제나 정을 푸짐하게 더 얹어준다. 그것이 바로 우리네 재래시장이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고 하는 까닭이다.

 

 

손님들이 왔다고? 그럼 순대타운으로 오리고 해

 

갑자기 손님이라도 찾아오면 요즈음은 참 곤란을 겪기도 한다. 준비가 안된 탓도 있지만, 장에 나가서 무엇을 좀 살라치면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때 지동은 진가를 발휘한다. 손님을 만날 때 그저 지동교 앞에서 만나자고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지동시장의 순대타운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넉넉하지 않은 주머니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다.

 

가끔은 수원으로 지인이나 친구 녀석들이 찾아온다. 그들을 일일이 대접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한 달에 한두 번만 찾아와도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갑자기 누가 찾아오면 늘 하는 말이 있다.

 

남문에서 동쪽으로 차도를 따라 들어오면 좌측에 남수문이 있고, 지동교를 건너면 지동순대타운이 있어. 그 앞에서 만나자

 

 

남들은 순대타운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지동시장 안에 자리한 순대타운은 그야말로 수원은 명물이다. 한 건물 안이 모두가 순대집이니 말이다. 이곳에서 하는 요리들은 정말로 다양하다. 돼지머리고기를 시작으로 순대국밥, 순대와 곱창을 함께 철판에 볶는 철판볶음이나, 순대와 오징어를 함께 볶는 철판볶음도 있다. 거기다가 소머리국밥, 소곱창볶음, 닭갈비 등 갖가지 음식을 골라 먹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인심은 왜 이렇게 후한겨?

 

엊그제(23) 모처럼 순대타운을 들렸다. 토요일 오후라서 그런가? 온통 사람들로 들어찬 실내는 사람사는 맛이 난다. 순대와 곱창 2인분을 시켜놓고 기다리니, 곱창과 순대, 야채, 당면, 버섯, 떡을 가득 넣고 그 위에, 라면 사리까지 한 개 얹어준다. 그야말로 푸짐하다. 이렇게 푸짐한 음식이 1인분에 8,000원이다. 딴 곳에 가서 이렇게 먹으려면 적어도 1인분에 만원에 웃돈을 얹어야 한다.

 

 

하지만 지동 순대타운에 들어가 철판볶음 2인분을 시키면, 장정 두 사람이 먹고도 남을 만 한 양이다. 그러니 이곳을 들린 사람들마다 다시 찾개 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후한 임심이 어디 이것뿐이랴,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가 나눌 줄을 아는 사람들이다. 지동이 사람살기 좋은 곳이라는 소문은, 결코 헛소문이 아니다. 그 안에는 정이 푸짐하기 때문이다.

음식이란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이 다 다르게 마련이다. 어느, 누구는 기름진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담백한 것을 좋아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달짝지근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다가 보니 사실은 내 입맛에 맞는다고 해서, 그 음식이 맛있다고 소개를 한다는 것도 참으로 조심스럽기 마련이다.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에 위치한 권선종합시장. 이곳에는 저녁이 되면 사람들의 말길이 분주해진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오는 것일까? 그것은 이 시장 안에 자리하고 있는 족발 집들 때문이다. 한 라인을 온통 족발집들이 자리하고 있다. 앞으로 다가서기만 해도 구수한 족발 냄새가 사람들의 발길을 붙들기에 충분하다.

 

 

수원시 권선동에 위치하고 있는 궈넌종합시장 내에는 족발집들이 몰려있는 시장 길이 있다.(위) 내가 가끔 들려 족발 등을 먹는 전주 해장국집  



출출할 때 찾아가면 좋은 곳

 

가끔은 이곳을 들린다. 그저 좋은 사람들과 탁주 한 잔에 정을 나누기도 좋지만, 그것보다 출출할 떼 따끈한 순대국 한 그릇에 피로가 풀리기 때문이다. 몇 집을 찾아가 보았지만 그래도 내 입맛에는 전주식당의 음식이 깔끔한 맛을 내는 것이 맞는 듯해 이집을 자주 찾아간다.

 

저녁을 먹자는 지인들과 함께 찾아간 전주식당. 넓지 않은 식당 안은 이미 사람들로 차 있고, 시장 길에는 족발을 썰기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족발 하나에 술 한 변을 시켜 놓고 기다리다가 보면, 순대도 한 접시 서비스로 준다. 그리고 푸짐하게 고기가 들어간 술국도 한 그릇 준다.

 

 음식을 시키면 기본으로 제공되는 밑반찬과 김이 피어오르는 순대한 접시. 서미스 품목이다. 


 

재래시장이라는 곳이 워낙 인심이 좋은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말만 잘하면 그냥 준다는 재래시장의 인심은 항상 찾아갈 때마다 사람을 기분좋게 만든다. 권선시장 순대골목도 예외는 아니다. 늘 이것저것을 요구하지만, 그럴 때마다 낯 한 번 찡그리지 않은 주인이 있어 기분 좋은 집이다.

 

다양한 먹거리가 족발골목의 장점

 

우선 권선시장 족발골목에 가면 다양한 먹거리가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족발도 그리 적당한 가격에 푸짐하게 먹을 수가 있다. 4인이면 큰 것을 시키면 되고, 3인이면 중간 것을 시키면 충분한 양이 된다. 순대국도 일품이지만 우리는 가끔 모듬안주를 시켜 먹는다, 모듬안주 한 접시면 세 사람이 충분히 몇 병의 술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푸짐하게 내 주는 순대국밥.


 

물론 모듬안주 한 가지만 갖고는 조금은 부족한 듯도 하다. 하지만 이곳은 모듬안주를 시켜도 순대 한 접시와 술국 한 그릇은 항상 서비스로 나온다. 푸짐하게 나오는 술국에 밥 한 공기를 주문하면 저녁까지 해경을 할 수도 있는 곳이다. ‘기분 좋은 인심이란 말이 실감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술국도 먹다가 식으면 바로 덥혀서 내준다. 그냥 덥혀만 주는 것이 아니라, 몇 가지 더 넣어서 다시 내주기 때문에 그냥 한 그릇이 된다. 인심이 좋아서 찾아가는 곳. 권선종합시장 족발골목은 그래서 늘 사람들도 북적인다. 해가 설핏할 시간이 되면 이곳으로 찾아드는 많은 사름들. 나름대로 단골집을 정하고 늘 그 집 문으로 들어서는 것은, 사람마다 식성이 다르기 때문인가 보다.

 


 

푸짐한 모듬안주 한 접시에 15,000원이다. 모듬안주륵 시키면 술국도 곁들여준다. 전주 해장국집을 찾은 손님들 (위로부터)


 

수원엔 많은 먹거리촌이 밀집되어 있다. 그 중에 한 곳이 바로 권선종합시장 족발골목이다. 수원을 찾았다면 이곳을 한 번 들려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재래시장의 인심과 맛있는 족발이 함께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지난 밤에 잔뜩 흐리더니, 아침부터 겨을비가 추적거리기 시작한다. 어제 밤늦게 여주장을 보러나갔다. 장을 본 것은 아니고, <여주중앙로 문화의 거리>라는 재래시장에 설치한 루미나리에를 촬영하기 위해서다. 화려한 갖가지 색을 자랑하는 입구부터 눈이 현란하다. 요즈음 재래시장이 변하고 있다. 물론 그 변화가 바람직하기도 하지만, 일부에서는 장에서 보이는 정감이 사라지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비가 온다고 밥 안 먹간디?

 

어제 미리 연락을 취해놓고 장의 변화를 취재하기 위해 여주장으로 나갔다. '여주상권 살리기 추진위원회' 박흥수(남, 65세) 씨와 김동호씨를 만나보기 위해서다. 겨을비는 차다. 이 비가 오는데도 천막을 치고, 그 위에 비닐을 덧씌우는 사람들. 5일장이야 5일에 한번, 5일과 10일, 15일과 20일, 25일과 30일, 한 달에 여섯 번이 열리는 장이다. 매일 나오는 것도 아니고 5일에 한 번씩 장으로 오니, 오늘 일당은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비가 오는데도 손님을 기다리는 할머니 한분. 작은 파라솔 하나를 의지해 나물과 곡물 몇 가지를 놓고 자리를 지키신다.

 

 

"할머니 비가 오는데 이렇게 앉아계세요"

"장날인데 어쩌겠어. 비가 와도 기다려봐야지"

"물건은 좀 파셨어요."

"비가 와서 그런지 도통 손님이 없네."

"오늘 같은 날은 손님도 없을 텐데, 일찍 들어가세요. 감기 걸리시겠네요."

"뭔 소리여. 비 온다고 밥 안 먹간디?"

 

할머니는 오늘 장에 나온 차비라도 끝내 벌어 가셔야 한단다. 저런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찡하다. 겨울비는 추적거리는데 오한이 오시는지, 몸을 으스스 떨고 계시다. 어머니의 마음이 저런 것일까?

 

'경기도에서 두 번째인 여주장 많이 변했죠'

 

약속한 장소에 가서 잠시 기다리고 있으려니 박흥수씨가 들어온다. 그동안 여주장을 취재하러 많은 언론사 사람들이 찾아왔었다고 한다.

 

  
점포위주의 장사를 하는 문화의 거리에 여주 5일장이 선 모습.

 

"경기도에서는 성남 모란장이 가장 크고, 그 다음이 여주장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비록 그 세가 많이 축소가 되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예전의 명성을 지키고 있는 장입니다. 근동에서는 가장 크죠. 40 ~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주 인구가 별 차이가 없으니, 그 전 생각을 하면 정말 큰 장이죠"

 

여주장은 두 곳으로 나눠진다. 한 곳은 <여주중앙로 문화의 거리>로 명명된 재래장으로, 여주농협부터 순화당 사거리까지 320m 구역이다. 이곳이 바로 밤이 되면 루미나리에 불빛이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은 점포가 있는 분들이 '여주 상권살리기 추진위원회'를 조직해 장의 발전을 도모한다. 그리고 여주읍 하리 쪽의 5일장이 서는 곳에는 또 다른 상인연합회가 관리를 한다. 문화의 거리 상인연합회는 현재 회원이 150명 정도다.  

 

"저 어릴 적에는 아버님이 이곳에서 시계도 고치시고, 심지어는 지퍼라이터도 고쳤어요. 원래 장을 돌아다니시면서 물건을 파는 장꾼이었는데, 이 자리에 좌판을 벌이시고 물건을 팔고 수리도 하셨죠. 그 가게를 제가 물려받은 겁니다."

 

김동호씨의 말이다. 그 말에 이어 박흥수씨도 자신의 가게도 어릴 적에 보면 작은 포목 몇 필을 파는 가게였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2대에 걸쳐 여주장을 지켜온 사람들이다. 박흥수씨는 장을 지키는 풍속도 바뀌어 가고 있다면서.

 

여주장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박흥수씨(좌)와 김동호씨(우)

 

"지금은 장 사람들이 선진화가 되어 가는가 봐요. 전에는 연세가 드셔도 점포를 지키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요즈음은 연세가 좀 드시면 자식들에게 다 물려주시고는 장에 나오시지를 않아요. 그래서 연세 드신 분들이 자꾸만 보이시질 않으니 그도 한 걱정입니다. 혹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 해서요."

 

50년 전만 해도 장작도 팔고 물장수도 있던 여주장인데

 

여주장이 얼마나 변했느냐고 물었다. 50년 전만 해도 여주 장에는 나무를 해 갖고 와 파는 사람들이 길거리에 몇 십 미터씩 줄을 이었다고 한다. '그 장작도 돈이 없는 사람들은 사서 떼지를 못했다'는 것이다. 그것뿐이 아니라 물장수가 있었는데, 여주 남한강 물을 그대로 떠다가 팔았다는 것이다. 지금 같아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이야기다. 지금 우리가 보는 남한강물을 어찌 그대로 떠다가 식용수로 사용을 할 수 있을까?

 

"예전에는 강물이 상당히 맑았어요. 그래서 그냥 강물을 떠다가 그 물로 밥도 하고 그랬죠. 그때 물장수들이 있었는데, 그저 밥만 먹여주면 물은 얼마든지 길어왔으니까요. 밥이라도 먹는 것이 그 당시에는 최고였죠."

 

박흥수씨는 옛 생각이 나는지 눈을 지그시 감는다. 하기야 내가 살던 서울에서도 어린 시절 개울가를 흐르는 물에서 고기도 잡고 수영도 하고 놀았으니, 이곳이야 얼마나 맑았을까? 이야기를 끝내고 나무를 팔던 거리를 알려주겠다고 일어선다. 비는 아직도 추적거리고 온다.

 

 여주장에 비가온다. 상인들은 파라솔과 천막, 비닐 등으로 비를 피한다. 그래도 5일장은 파장이 될 때까지 기다린다. 장날마다 만나는 사람들 때문이다.

  
장작을 팔던 거리. 이 거리 수십미터에 나무장사들이 줄을 지었었다


"지금은 노점상을 하시는 분들 중에도 상당한 부자들이 많아요. 저분들 중에는 중국에 공장을 갖고 계신 분도 있고요. 장이 많이 변했죠. 다양한 물건을 접할 수 있으니까요. 예전에는 빈대떡 같은 먹거리가 많았는데. 심지어는 도롱뇽 알도 팔았어요. 눈이 좋아지는 약이라고 해서"

 

한바탕 웃고 만다. 하지만 옛 정취를 찾겠다고 발전 없는 장을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게 많이 변해버린 장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풍물과 함께 깊은 정도 함께 사라졌다는 것이다. 비는 추적거리고 오는데, 할머니는 그때까지도 자리를 지키고 계시다. 5일장날마다 만나는 사람들이 있어, 파장 때까지 기다리셔야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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