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들이 뿔이 났다. 도대체가 마음대로 길을 다니지 못하겠다고 울분을 터트리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길을 가기 위해 설치를 해 놓은 점자블럭이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점자블럭을 따라 길을 가다가보면, 전신주가 버티고 있거나 갑자기 블록이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수원장애인편의시설기술센터 관계자는 “시각장애우들은 점자블럭을 이용해 길을 가는데, 갑자기 전신주에 부딪쳐 넘어졌다고 합니다. 이런 점자블럭을 왜 설치를 한 것인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시각장애인들의 편의를 위해 설치한 점자블럭 앞에 전신주가 서 있다


있으나 마나한 점자블럭

이런 말도 안되는 점자블럭은 수원시 팔달구 지동뿐만이 아니라는 것. 도로변에 시각장애인들의 편의를 위해 설치한 점자블럭이, 오히려 더 불편을 자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형건물 앞에는 점자블럭을 가려 주차를 해 놓은 곳이 많아, 길을 가다가 넘어지거나 부딪쳐 상처를 입기 일쑤라는 것.

점자블럭은 세계 최초로 일본 오카야마현에서 여관업을 하던 미야케 세이이치가 발명을 했다. 또한 최초로 점자블록이 깔렸던 곳은 오카야마 맹아학교에서 가까운 횡단보도구역이다. 세이이치는 점자블럭을 창안해 맹아학교 앞에 설치해 줄 것을 당부했다.



공사를 마친 후 제대로 복구를 하지 않은 점자블럭


미야케 세이이치는 시각장애인이 길을 횡단하려고 할 때, 자동차의 경적이 울리자 장애인이 그 자리에 주저앉는 것을 보고, 시각이 부자유스러운 사람들을 위해 연구를 했다는 것이다. 그 후 이 점자블럭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설치를 해, 시각장애인들의 편의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형식적인 점자블럭을 설치한 곳이 많아, 오히려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 제대로 설치를 하지 않고, 그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설치를 한 점자블럭은 오히려 시각장애인들에게 화를 불러오고 있다. 이렇게 되지도 않게 설치를 한 점자블럭. 걷어치우는 것이 더 낫다는 울분이 섞인 어느 시각장애인의 한 마디가, 장애인 정책의 현재를 보는 듯하다.


점자블럭이 있는 인도 위에 차를 주차하기도

6월 17일, 광주광역시에 있는 <광주광역시장애인종합복지관>으로 향했다. 일찍 연락을 받고 날짜를 정한 터라, 미리 장애우들에게 ‘사랑 실은 스님짜장’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이다. 이날따라 꽤 많은 봉사자들이 참석을 하였다. 장애우들에게 봉사를 한다고 하면, 더 많은 봉사단이 참석을 하는 것이 선원사 봉사단의 특징이기도 하다.

광주시장애인복지관은 재활복지관이다. 복지관 여기저기를 돌아본다. 재활을 위해 땀을 흘리는 장애우들과, 곁에서 그들을 지도하는 선생님들 모두 열심이다. 수영장이며 체육시설 등이 고루 갖춰진 곳이다. 화장실도 장애우들이 사용하기 편하게 널찍하게 만들어 놓았다.


봄날처럼 표정이 밝은 장애우들

짐을 내리자마자 운천스님을 비롯한 봉사단원들의 손길이 바빠진다. 젊은 봉사자들도 열심히 반찬을 날라 테이블위에 올려놓는다. 11시 30분 정도가 되자 마음이 바쁜 사람들이 식당으로 먼저 찾아 왔다. 면을 뽑아 끓는 물에 집에 넣으면서, 이마에 흐르는 땀조차 닦을 여유가 없다. 날이 무더울 때는 불 옆에서 조리를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점심시간이 되자 많은 사람들이 몰려온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중 반수 이상이 휠체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이곳에는 많은 장애우들이 재활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270명분을 준비해 달라고 했지만, 혹 모른다며 그 이상을 준비를 했다. 먼저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부터 짜장면을 날라다 드리고 난 후, 병문안을 오신 분들과 재활을 돕는 분들이 줄을 선다.



그 줄이 도통 줄어들 줄을 모른다. 몸이 불편하지만 혼자 힘으로 짜장면을 힘겹게 드시는 분들도 있다. 그래도 연신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힘들지 않으세요?”
“괜찮아요.”
“좀 도와달라고 하시죠.”
“아녜요. 혼자 할 수 있어요.”

힘이 든대도 불구하고 혼자서 젓가락질을 하시는 분. 그렇게 혼자 재활을 위한 노력을 하는 중이시다. 그런데도 그 얼굴 표정이 참으로 밝다. 그 분에게서 봄날 같은 미소를 본다. 사람이 사는 것이 별 것이 아니란 생각이 불현 듯 든다. 이분들이라고 몸이 아플 줄을 알았을까? 그저 살다보니 남들보다 조금 더 몸이 성치 않을 뿐이다. 그런데 그 마음은 한 없이 맑기만 하다. 그리고 그 표정은 우리가 미처 생각지도 못할 편안함이 있다.


“맛있어요. 또 한 번 해주세요.”

이구동성이란 말이 있다. 이분들이 그랬다. 어떤 분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세 번이나 배식구를 찾았다. 그동안 짜장면이 꽤 드시고 싶었든가 보다.

“그런데 스님짜장이라 그런가? 고기가 없네”
“예, 고기 대신 콩 고기를 넣었어요. 맛이 없으세요?”
“아닙니다. 맛이 담백한 것이 좋아요”

아픈 사람이 아픈 사람을 위할 줄 안다고 했던가? 혹 말 한 마디에 상처라도 받을까봐 말을 돌리시는 분을 보면서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외형적인 아름다움이 정말 아름다운 것일까? 이렇게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 하나가,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모처럼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 그들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스님짜장’은 요즈음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가는 곳마다 ‘스님짜장’을 찾는 목소리가 점점 커져만 간다. 그렇다고 자랑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또 자랑을 할 일도 아니다. 이렇게 버스를 몰고 전국을 다니는 것은, 우리 주변에 있는 헐벗고 외로운 사람들과 그저 맛있는 음식 한 그릇을 나누고 싶어서이다.

‘헐벗은 이에게 옷을 주어 의복공덕을 하였느냐
배고픈 이에게 음식을 주어 급식공덕을 하였느냐
목마른 이에게 물을 주어 해갈공덕을 하였느냐
깊은 내에 다리를 놓아 월천공덕을 하였느냐‘


상여가 나갈 때 부르는 상여소리의 한 구절이다. 이 소리는 ‘무가 회심곡’의 사설에서도 보인다. 사람들은 그저 이 소리를 듣고 흘려버리고 만다. 하지만 이 몇 가지 공덕을 논하는 것은 우리에게 상당히 중요한 것이다.

우리도 ‘스님짜장’이 먹고 싶어요.

전화가 걸려 왔다. 무슨 일이냐고 했더니, 자장면을 좀 해 줄 수 없느냐는 질문이다.

“저희가 한 600명 정도를 매일 무료급식을 하고 있는데, 자장면을 한 번 해주고 싶어서요.”
“언제쯤 필요하신데요?”
“가급적이면 빨리 했으면 해서요. 그런데 저희는 거리가 좀 멀어요”
“거리는 관계없습니다. 저희는 어디까지라도 저희가 필요하면 달려가니까요”

요즈음 인터넷을 통해 스님짜장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5월 한 달만 벌써 9곳을 다녀왔으며, 이 달에만 7,000 그릇의 자장면을 급식한다. 가격으로 따져도 한 그릇에 4,000원이면 28,000,000원의 금액을 무료로 급식을 한 셈이다. 왜 이렇게 전국을 다니면서 자장면을 만들어 무료급식을 하는 것일까?

그것은 이 땅에 아직도 스님짜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봉사를 다니다가 보니, 그 경비 또한 만만치가 않다. 그뿐 아니라 연일 봉사를 하느라 사람들도 힘이 들어 하기도 한다. 준비를 하고 먼 길을 달려가 봉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준비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아

스님짜장이 찾아가는 곳은 복지관에 계시는 어르신들, 군장병들과 전경, 장애우들, 그리고 무료급식소 등이다. 전국 어디나 전화가 걸려오면 날을 잡아 준비를 한다. 말이 그렇지 한 달에 10번이면 3일에 한 번은 이동을 해야 한다. 먼거리는 새벽부터 눈을 부비며 차에 오른다. 연이어 이틀이 걸리는 날은 쉬지를 못한다. 다녀와서 바로 다음 날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님짜장은 현장에 가서 자장을 볶아야 한다. 그러다가 보면 커다란 솥 두 개를 항상 차에 싣고 다녀야 하는데, 그 무게가 상당하다. 거기다가 100명분의 면을 준비하려면 20kg짜리 밀가루 한 포를 다 반죽을 해야 한다. 1,000명이면 자그마치 열 포대를 반죽을 해야 한다. 시간으로 따져도 반죽을 하는 데만 10시간 이상이 걸린다. 거기다가 자장면에 들어가는 각종 야채와 콩고기 등도 준비를 한다.

이렇게 모든 것을 다 준비하는 데만 하루가 걸린다. 연이틀 봉사를 나가려면 그야말로 비상이 걸린다. 한편에선 밀가루를 반죽하고, 한편에서 야채를 썰어댄다. 그러면서도 연신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은 몸에 밴 봉사정신 때문이다.


곳은 많은데, 정말 많은데’

‘스님짜장’의 차가 지나가면 사람들은 신기한 듯 바라다본다. 그리고 바로 웃음을 터트린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스님짜장이다.

“여보세요. 여기는 광주에 있는 장애우 복지관인데요. 이곳도 와 주실 수 있나요?”
“당연히 가야죠. 이렇게 불러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저희가 더 고맙죠.”

갈 곳은 정말로 많다. 그러나 아직은 봉사하는 인원도 부족하고, 그 많은 곳을 모두 다니기에는 역부족이다. 우리 주변에 정말로 아픔을 당하고 있는 분들에게, 정성이 가득한 자장면 한 그릇을 대접하고 싶다. 갈 곳은 많은데, 정말로 좋은 방법이 없을까?

(주)밀가루와 야채 등을 후원하시고 싶으신 분은 연락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063)631-0108


장애우들에게 자장면을 만들어 주는 곳을 따라갔다가 화단이 너무 예뻐 사진에 담았다. 그런데 그 화단 석축 돌에 앉은 잡자리 한 마리가 있다. 벌써 잠자리가 나올 때인가 궁금하다. 화단에는 할미꽃도 있고, 이름 모를 화산한 꽃들도 있어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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