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공이 그릇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치는 것일까? 요즈음은 세라믹이라는 그릇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조금은 실용적이지 않다는 생각에 우리의 전통 장작가마에서 불을 때 만든 도자기에 대한 진가를 모르는 듯도 하다. 세라믹이란 고온에서 구워만든 비금속 무기질의 고체들을 통틀어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의 생활자기라는 그릇들은 장작가마에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며칠 휴가를 여주에서 보내면서, 찻사발과 다기를 만들고 있는 아우의 그릇만드는 과정을 볼 수가 있었다. 전에서 부터 자주 보아왔던 터라 신경을 쓰지 읺았는데, 며칠 눈여겨 보니 그 공정이 수없이 많았다. 그리고 찌는 듯 더운 여름 날 불을 땐다는 것이, 얼마나 사람의 진을 빼는 일인가도 느꼈다. 땀은 금방 옷을 적시고 어디든 흐를 수 있는 곳이라면 흘러내리는 데도 묵묵히 작업을 하는 아우.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형이 땀을 흘리는 것이 안스럽다고, 선풍기를 선뜻 갖다가 틀어주는 마음까지 갖고 있다. 바로 장인의 마음이다.

옷이 다 땀으로 젖었으면서도 웃음을 웃을 수 있는 여유는 무엇일까?

그 작업을 하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하면, 이해를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 모습은 어느 일에 몰두하지 않으면 도저히 나올 수가 없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불현듯 자기 일에 빠져 이 찌는 듯한 더위에 땀으로 목욕을 하면서도 일을 하고 있는, 저리 멋진 모습 하나를 안 남겨놓으면 두고두고 후회 할 것만 같다.

"형은 하이에나 같아요"

"무슨 말이야"
"글 소재가 된다고 생각하면 무조건 덤벼드니, 먹이를 찾는 하이에나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죠"
"직업이 그래서 그런가"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은 아우의 그 모습이 그리 아름답다고 느낄 수가 없었다. '지우재'라는 아주 오래 묵은 한옥의 전시관을 갖고 있는 아우는, 미술을 전공했다. 여주군 북내면 상교리로 내려와 벌써 17년이 지난 세월을 도자기와 씨름을 하고 있다. 고집스럼게 장작가마에서 불을 때기 때문에, 한번 가마에 불을 붙일 때마다 적지 않은 경비가 들어간다.   

아우의 작업하는 과정을 대충 사진으로 넘겨보자. 물론 이 작업이 다는 아니다. 아니 그 전 과정의 극히 일부분에 해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작업의 과정에서 흘리는 땀의 의미는 충분히 알 수 있을 듯 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는 것일까?


도자기를 빚을 점토가 보인다. 흙에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 요즈음은 그나마 조금 나아진 것이 예전처럼 흙을 거르고 발로 밟지를 않는다. 


물레질을 하고나서 남은 흙이다. 하나하나 물레질을 하고 그것을 그릇형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손길을 필요로 한다. 
 

모형이 완성되면 그것을 말리는 공정을 거친다. 그것이 말라야 초볼구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벌구이는 대개 1,000도 정도의 불에서 구원낸다.

초벌구이는 전 과정의 20% 정도  

초벌구이를 마치면 그릇 하나씩을 일일이 손질을 한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한다. 유약을 묻혀 바람에 말린다음 다시 두벌구이를 하는 작업을 계속한다. 모두 세번을 구워내는 도자기의 공정은 불을 땔 때도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야 그릇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는 도자기. 그 공정에서 흘리는 땀은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감히 잡히지가 않는다.


초벌구이를 한 찻그릇을 꺼내 정리를 하는 아우의 등은, 이미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하나하나 다듬고 닦아내면서 땀을 닦을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만큼 작업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그릇을 바라보는 눈빛이 다르다. 그 하나하나에 들이는 정성은 자식을 키우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초벌구이를 하고나서도 몇 번의 공정이 더 기다리고 있다. 땀을 흘리면서 그 땀으로 빚어지는 것이 도자기라고 한다. 그래서 생명을 얻게되는 것일까?

아우의 아픔이 널려있는 가마

초벌구이를 한 그릇을 손질하는 아우를 두고 가마로 향한다. 가마 주변에는 아우의 아픔이 널려있다. 땀과 불, 바람과 흙이 어우러져야 만들어진다는 도자기. 그러나 1,000도가 넘는 가마 안에서 생성되는 그릇을 알 수는 없다. 불을 끄고 하루, 이틀이 지나 가마 안에서 끄집어 내기 전에는 누구도 모른다. 그 속에서 잘못된 그릇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바로 아우의 아픔이다.
 





수없이 많은 땀을 흘리고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진다. 우리는 그것을 보고 '아름답다'는 표현으로 대신한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이 있기 까지에는 장인의 고통이 함께 한다는 것을 모른다. 나 역시 며칠간 아우와 함께 편하게 휴가를 보내면서 새삼 느낀 것이니 말이다. 아우에게서 받은 마음의 선물인 도자 몇 점. 그것은 이제 나에게는 남다를 의미를 가진 그릇이 되었다. 

솟대는 나무나 돌로 만든 새를 긴 장대나 긴 돌 위에 얹은 마을의 수호신이다. 솟대는 대개 마을의 입구에 세워, 마을에 들어오는 액을 미리 예방한다는 뜻으로 세운다. 솟대만을 세우는 경우도 있지만, 돌탑, 장승 등과 같이 세우기도 한다. 솟대는 정월 열나흩날 밤에 새로 깎아 세우고, 주민들이 모여 정성스럽게 마을제를 지낸다. 솟대를 부르는 명칭은 다양하여 솟대, 짐대, 돛대, 새대, 설대 등으로도 부르고, 그 기능으로 세분하여 수살, 진목, 추악대, 표줏대 등으로도 부른다.

 

이러한 솟대는 참나무로 만들어 마을입구에 세우고, 그 위에는 오리를 만들어 올려둔다. 대개는 솟대 위에 한 마리를 얹는 수도 있지만, 끝을 갈래지게 해 두 마리를 올리기도 한다. 이 위에 올리는 새는 마을마다 달라, 기러기나 까마귀를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 새의 종류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 위에 새를 올리는 것은 멀리 날고, 높이 날 수 있는 새를 올림으로써 먼 곳에서부터 오는 액을 막는다는 뜻이다.

 

5년 전부터 만들기 시작한 작은 솟대

 

▲ 솟대 잔가지로 만든 솟대는 섬세함이 요구된다.


김계용(남, 40세. 여주군 흥천면 외사리 282-7)이 대나무를 이용해 솟대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5년 전쯤이다. 원래 국악기 중에서 삼죽(三竹)이라고 하는 대금, 중금, 소금 중 중금연주자로 활동을 하는 김계용은 우연한 기회에 중금을 배우는 제자들이 갖다 준 대나무를 접하게 되었다.

 

"대나무는 강하면서도 약하다고 하죠. 대나무가 속이 비고 곧다고 하지만, 많이 굽어져 있는 것이 대나무 가지의 특성이기도 하고요. 이 대나무를 다듬고 불로 펴고, 자르고 하는 작업은 최대한 공을 들여야만 합니다. 작은 소품 하나를 만들어도 몇 시간씩 걸리거든요"

 

대나무의 잔가지를 갖고 솟대를 만드는 작업이 결코 쉬워 보이지 않는다. 한 개의 작품을 만드는 데도 서너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처음 제자들이 갖고 온 잔가지를 갖고 만들기 시작한 솟대. 그렇게 하나하나 만들다보니 이제는 대나무 솟대를 만드는 장인이 되어 버렸다.

 

"제가 대나무를 갖고 솟대를 만드는 것은 바로, 사람과 대나무가 모두 자연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사람의 옷깃만 스쳐도 하늘거리는 대나무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죠. 그래서 자연은 사람의 영향을 받고, 사람은 자연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요. 이 솟대 하나가 자연을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만들어집니다."

 

대나무 솟대작품도 만들고

 

▲ 잔가지 손질 대나무의 잔가지를 갖고 만드는 솟대. 휘어진 가지를 펴고 자르고 하는 솟대만들기는 3~4 시간이 필요하다.

 

그동안 많은 대나무 솟대를 만들었다. 대나무로 만든 솟대에 자신의 마음을 담아낸다고 하는 김계용. 경기통일미술전에 2008년에는 '통일로 가는 길'이라는 작품을 냈고, 2009년에는 '지금 우리는'이라는 작품을 내어 많은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작은 솟대를 만드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다. 손가락 굵기만한 대를 갖고 만들 수도 있지만, 그렇게 큰 가지를 잘라내면 몇 년을 자라야 하는 대나무를 버릴까봐, 한 해 정도만 자라도 되는 잔가지를 이용하는 것이란다.

 

"처음에 대나무를 갖고 솟대를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예쁘다고 하데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만들어보자고 생각을 했어요. 대나무를 이용해 솟대를 만드시는 분들은 대개 기러기를 대나무로 만들고, 대는 쪽동백나무 등을 이용하는데 저는 전체를 대나무로 만들죠. 그러다보니 작업도 오래 걸리고 작은 소품이라 섬세함이 필요한 것이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솟대이고 싶어

 

"이렇게 작은 솟대를 만들어서 무엇을 하느냐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작은 솟대에 모든 염원을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차 안에도 놓고 다닐 수가 있고, 아이들의 책상머리에도 놓아둘 수가 있거든요. 우리 솟대는 액을 막고 복을 불러들인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입시철이 되면 입시생들에게 하나씩 만들어 주고는 하죠."

 

그동안 사람들에게 솟대만들기 체험을 하기도 했다. 어린아이들도 쉽게 만들 수가 있어서 부모님들과 함께 만들기 체험을 하러 온다는 것이다. 지금은 여주 명성황후 생가 앞 민가마을에서 솟대만들기 체험을 지도한다.

 

"어린아이들은 자신이 이런 솟대를 만들었다는 것을 즐거워하죠. 그리고 연세가 드신 어르신들께서는 솟대를 만들면서, 이런 것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합니다. 가장 많은 체험을 하시는 분들이 30~40대 장년층입니다. 그 분들은 솟대를 만들면서 자신의 소망을 만들어 내는 것이죠."

 

▲ 솟대 때로는 대나무를 휘어서 대를 만들기도 한다. 다양한 모습의 솟대가 김계용의 손에서 탄생한다.

 

사람들은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솟대를 만들면서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솟대를 만들 때 친구를 생각하면서 만들라고 한단다. 그러면 그 솟대가 친구의 의미로 다가온다는 생각이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그 솟대 안에 부여하면, 솟대의 의미가 남다르게 표현이 된다는 것이 김계용의 주장이다.

 

"앞으로 이 솟대와 한지공예, 그리고 천연염색을 함께 곁들여 작품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리고 2010년에는 이 솟대로 작품전시회도 가지려고 하고요."

 

바람결에도 흔들리는 작은 대나무 솟대. 그 안에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심는다는 김계룡의 마음 씀씀이가 고맙다. 전설속의 대금인 '만파식적'을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밝게 웃는 김계용의 표정이 좋다. 그 웃음이 그저 자연이란 생각이다.  (출처 : 오마이뉴스 / 2010,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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