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더워도 너무 덥다. 조금만 움직여도 등줄기로 땀이 흐른다. 한 낮의 기온은 30도를 넘어, 그늘에 있어도 후텁지근하다. 하물며 그늘이 없는 뙤약볕으로 돌아다닌다는 것은, 아무리 취재라지만 쉽게 지칠 수밖에 없다. 8월 3일(토), ‘생태교통 수원2013’이 열리는 행궁동 일대를 세 시간 가까이 돌아다녔다.

 

행궁동 골목을 돌아본다. 사람들을 만나 그동안 얼마나 많은 변화를 실감하고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함이다. 그런데 골목길에는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하기야 이 더위에 누가 골목길에 나와서 있을 것인가? 그늘도 없는 곳에서. 행궁 앞으로 돌아와 토요상설공연을 관람하고 난 뒤, 다시 행궁동으로 향했다.

 

 

수원천은 시민들의 좋은 피서지

 

행궁동 벽화골목까지 다 돌아보고 나서 수원천으로 내려왔다. 이렇게 후텁지근하고 땀이 나는 여름에는, 아무래도 물소리라도 들으면 더위가 조금은 가시는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장맛비가 그치고 난 뒤 하천 바닥에 있던 앙금이 씻겨 내려가면서 수원천은 물이 상당히 깨끗해졌다. 7월 중순 때만 해도 물이 탁해 보이지 않던 물고기들도 뚜렷하게 보인다.

 

사실 수원천은 멀리 피서를 갈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피서지이다. 오후가 되면 그늘이 지는 수원천에 놓인 다리 아래 피서객들이 모여든다. 이들은 자리를 펴고 앉거나 누워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수원천에 발을 담가 세족으로 피서도 한다. 그런데 늘 이렇게 수원천 변을 걸으면서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이 있었다. 바로 물고기들이 상류와 하류로 이동을 할 수 있는 어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나 좀 어떻게 올라가게 해줘요.”

 

그동안 수원천을 따라 걸을 때마다 그런 우려를 했지만, 아직 한 번도 큰물고기가 이동을 하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흡사 나누어져 정해진 부분에만 살아가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런데 3일 오후 수원천을 걷다가 그동안 우려만 했던 모습이 실제로 목격이 되었다. 크기가 거의 80cm이상이 되는 물고기 한 마리가 돌로 경사지게 만든 구조물을 오르려고 하는 것이다. 작은 물고기들이야 당연히 물살을 가르고 위로 오를 수 있었겠지만, 이 큰 물고기는 중간에 그만 갇히고 말았다.

 

돌로 쌓은 경사진 축대로 흐르는 물의 양이 이렇게 큰 물고기가 이동을 하기에는 무리였다. 거의 몸이 반 이상이나 물 밖으로 나왔다. 한참이나 숨을 헐떡이며 오도 가도 못하고 있던 물고기. 입을 벌름거리면서 어떻게든 그 돌 틈에서 빠져 나가려고 허우적거리지만, 그도 만만치 않은 듯하다.

 

 

대형물고기 이동 어로 조성해야

 

수원천에는 큰 물고기들이 자유롭게 상류와 하류로 이동을 할 수 있는 어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다만 어도를 대신한 경사지게 돌들을 틈이 나게 쌓아올려, 그 사이로 물이 흐르게 하여 그것으로 어도를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작은 물고기들이야 그 사이로 이동이 가능하지만, 이렇게 큰물고기들은 틈에 끼여 이동을 할 수가 없다.

 

물의 양이 많지 않은 물길을 따라 위로 오르려고 애를 쓰던 큰물고기. 한참만에야 겨우 밑으로 내려갔지만, 위로 올라가고 싶은 것인지 한참이나 경사면 밑을 떠나지 않고 있다. 수원천은 자연천이다. 하기에 많은 물고기들이 이곳에서 산란을 하고, 때가되면 생명들이 다시 이곳에서 한 생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렇게 상하류로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는 어도가 없어, 한 구간에 갇혀 살고 있는 듯하다.

 

 

물은 아래로 흐른다. 아래로 흐르는 물은 경사진 하천을 따라 내려간다. 그런 곳에 마련한 경시지게 쌓은 축대. 하지만 그것은 어도가 아니다, 어도란 물고기들이 마음대로 상 하류로 이동을 할 수 있도록 물길을 깊이 내주어야 한다. 수초가 자라고 물고기들이 유영을 하고, 이곳에서 깨어난 오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수원천. 이곳 물길 경사면 한 편에 물고기들이 자유롭게 이동을 할 수 있는 어도를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

 

9월 한 달 동안 행궁동 일원에서 열리는 ‘생태교통 수원2013’. 65만 명이 찾아올 것이라고 하는 생태교통 때, 많은 사람들이 수원천을 따라 걸을 것으로 보인다. 그럴 때 행여 이런 모습이 목격된다면, 자연하천이라는 수원천과 생태도시 수원의 명성에 누가 되기 때문이다.

510일 행궁동을 들려 수원천을 따라 걷다가보니, 어미오리 주변에 무엇인가 작은 것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자세히 보니 오리새끼들이다. 6마리 정도의 새끼오리들이 열심히 물을 휘젓고 다니면서 무엇인가를 찾고 있다. 먹을 것이라도 찾는 것인가 보다. 어미오리는 연신 새끼들을 둘러보고 있다.

 

새끼오리들의 크기로 보아, 이 녀석들은 수원천에서 태어났음을 알 수 있다. 이제는 생태순환 하천인 수원천에서 오리들도 알을 낳고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만큼 수원천이 생명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어미 근처를 돌아다니면서 열심히 먹을 것을 찾고 있는 새끼들을 보면서, 앞으로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수원천에서 태어날 것인가가 기대된다.

 

 

화성의 주요시설인 수원천

 

수원천은 광교산에서 발원을 한다. 광교산에서 여러 갈래로 내려오는 물줄기를 서쪽으로 유도하여 용연(龍淵)의 곁을 지나게 하였다. 화성에는 750보 거리의 남북을 관통하는 수원천(水原川)이 정비되어 있는데, 화성성역 당시에는 대천(大川)이라고 칭하였다. 축성 당시에는 매년 반복되는 범람이 문제였던 수원천을, 정조 18년인 17943월에는 개천을 깊이 파는 준천(濬川)작업을 하였다.

 

광교산에서 내려오는 물길을 광교대천(光敎大川)’이라고 했는데, 용연을 침범하지 않게 제방을 따라 화홍문으로 들어오는 물길을 대천(大川)’이라고 이름을 바꾸었다. 북수문인 화홍문의 7간 수문으로 유입된 수원천을 너비는 20여 보(23.5m), 깊이는 반장에서 1(1.5m에서 3m) 정도로 정비를 하였다고 하였으니 지금보다 상당히 넓고 깊은 아천이었다.

 

 

행궁에서 창룡문으로 나가는 길목과 대천이 만나는 곳에는 길이 95척의 오교(午橋)’라는 나무다리를 놓았다. 이 오교가 후에 매향교(梅香橋)’로 이름이 바꾸게 된다. 7칸의 홍예를 가진 화홍문을 지난 대천은 성곽 내의 하수(下水)가 더해지면서 수량이 증가되어, 남수문에 이르면 9칸의 홍예를 통과하게 된다. 이 때부터는 '구천(龜川)'이라는 이름으로 성 밖으로 배출된다. 지금 남수문 아래편의 구천동도 수원천의 명칭에서 유래한 동명이다.

 

아름답게 지켜져야 할 수원천

 

이렇게 수원천이 생명의 보금자리로 변화하고 있는 시기에, 마침 13()부터 염태영 수원시장을 비롯하여 시의회 의원과 수원시정연구원, 기업 등 78명이 내달 3일까지 수원천을 비롯화여 서호천과 원천리천, 황구지천 등 수원의 4대 하천을 도보 탐사할 예정이라고 12일 밝혔다.

 

 

이번 하천탐사의 주요 일정으로는 13일에는 수원천 약 14유역(광교저수지~남수문~군부대앞), 20일에는 서호천 약 12유역(이목2~SKC~평고교)을 돌아본다. 28일네는 원천리천 약 11km 유역(원천저수지방류구간~삼성교~대황교동)을 걷게 되며, 63일에는 황구지천 13km 유역(왕송저수지~금곡교~서호천합류지점)을 돌아보게 된다

 

수원시는 이번 탐사에서 하천 유역주변의 오염원과 수질상태, 하천생태계 등을 육안으로 조사할 예정이며, 퇴적구간, 주변토지이용 상황 등 유지관리 실태를 세밀히 살펴볼 방침이다. 또한 하천정비 사항과 장마철 대비 하천관련 안전관리 여부, 산책로 안전 등 안전문제도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시는 대대적인 도보탐사를 통해 강제적 하천 관리보다 자연상태의 하천을 유지하고 생태계를 보전할 효율적 방안을 도출하는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4개 하천에 대한 도보 현장탐사가 마무리되는 6월초에는, 염태영 시장 주재로 대규모 토론회를 개최해 하천살리기 사업의 바람직한 방향과 하천의 사전관리 기능 강화방안 등을 수립할 예정이다.

 

수원시민의 휴식공간이자 역사의 현장인 수원천. 새 생명을 잉태한 수원천이야말로 깨끗하게 보존하여야 수원시의 젖줄이다. 곳곳에 나뒹구는 오물 등이 보인다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 이번 탐사에서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은, 시민들의 수원천을 깨끗하게 지켜야하는 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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