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9일 오후 3시, 남원시 도통동 391-2에 소재한 신라 천년고찰 선원사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데도 불구하고 모여든 백여 명의 사람들. 비가 오는 바람에 많은 걱정을 했지만, 그래도 장소를 옮긴 문화관 안에는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시간이 되자 의자를 채우고 뒤편에 서서 있는 사람들도 보인다.

선원문화관은 선원사 경내에 있는 폐교가 된 연꽃유치원에 자리를 잡았다. 비어있는 유치원을 이용하기 위해 다각도로 생각을 하던 중, 지역문화의 산실이 될 수 있는 갤러리와 문화강좌 등을 할 수 있는 장소 등을 마련하였다. 사무실 포함 68평의 크지 않은 공간은 전시공간인 ‘갤러리 선’과 수장고, 강습을 할 수 있는 장소 등으로 구분이 된다.



3시가 되자 개관식을 할 장소에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우중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문화에 대한 기대치를 알 수 있게 한다. 전북 불교회관 이원일 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선원문화관 개관식. 기실 예향이라는 남원에는 전시공간이나 문화센터 등이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소도시에서는 그런 문화관을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금산사 주지 원행큰스님의 당부, 남원문화를 선도해야 해

간단한 내빈소개에 이어 선원문화관장인 운천스님이 ‘비가 내리는데도 많은 분들이 개관식에 참석을 해 주신 것을 감사를 드린다’며, ‘앞으로 선원문화관을 남원과 인근지역의 문화예술인들에게 온전히 개방을 하겠다. 지역주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였다.



이어서 축사를 담당한 조계종 17교구 본사인 금산사 주지스님인 원행 큰스님은, 축사에서

“남원은 효와 예술의 고장이다. 선원문화관이 남원 문화예술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며, “남원은 원래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분연히 떨치고 일어난 곳이며, 일본으로 끌려간 일본 도자의 혼이라는 심수관이 바로 남원출신이라는 것이 밝혀질 정도로 남원은 대단한 곳이다. 이제 선원문화관이 그런 책임을 감당하기 바란다.”고 했다.

개관기념 전시로 마련한 ‘김계용의 솟대이야기’

테이프커팅을 마친 일행은 전시관인 ‘갤러리 선’에 진열되어 있는 작품들을 돌아보았다. 대나무 솟대작가 김계용의 안내를 받으며 전시관을 둘러본 초대 인사들은, 솟대전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가느다란 대나무로 만든 솟대는 사람들이 지나칠 때마다 흔들리며 바람을 타고는 했다.



우중에 거행된 선원문화관 개관식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그리고 사람들은 전시실에 마련된 음식과 차를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개관식에 참석을 주부 이 아무개씨(37세)는

“정말로 좋은 행사에 초대를 해주어 감사하다. 와서 보니 그동안 우리 남원이 예향이라고는 하지만, 문화적인 면에서 충족시켜 주지 못했던 것을 이제는 해소가 될 것 같다. 선원문화관이 앞으로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에 있다고 하니, 더 없이 기쁘다.”고 이야기 한다.



지역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어린이들에게는 문화적 소양을 일깨워, 질 높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문을 연 남원 선원문화관. 방학 동안에는 아이들을 위한 문화강습과 주부들을 위한 문화학교 운영을 한다고 한다. 하기에 더 많은 기대를 갖게 한다.

조금 신경을 쓴 탓일까? 아니면 비가 오는 날, 비를 맞고 무리한 답사를 계속해서일까? 열이 나면서 한기가 돈다. 주사라도 한 대 맞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병원을 찾았다. 진료신청을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곁에 있는 분들의 이야기에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정말이지 우리 애들이 너무 불행하다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정말예요. 세상에 어째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있어요.”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사람취급도 못 받아요"

도대체 무슨 이야기들을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병원을 데려 온 아이는 이제 유치원에 다닐 만한 나이이다. 5~ 6세나 되었을까? 그런 아이가 왜 측은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일까?

영어조기교육을 받지 않아도 자기개발로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기사의 특정내용과 관계없음)

영어유치원이 어머니들의 울분을 자아내게 해

듣고 보니 이해가 간다. 뉴스에서 보도를 했다는 영어유치원 이야기다.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적으로 문을 연 영어유치원이 어머니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수업료가 한 달에 백만 원은 족히 들어가고, 어느 곳은 16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웬만한 봉급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꿈도 꾸지 못할 곳이다.

같은 또래의 어머니들에게는 그런 곳을 보낼 수 없는 아이들이 자꾸만 신경이 쓰이는가 보다. 그도 그럴 것이 경쟁의 사회에서 어려서부터 영어교육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혹여 뒤처지기라도 한다면 좋은 직장을 들어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아니 어떻게 한 달에 그 많은 돈을 들여 유치원에 보낼 수가 있어요.”
“그 뉴스보고 정말로 화가 치밀었어요. 도대체 이 나라는 돈 없고 백없는 사람은 살지 말라는 이야기인지”
“맨 날 선진교육이 어떠니저떠니하면서 이럴 때는 왜 아무 말도 안하나 모르겠네요.”
“그 높은 분들도 그런 유치원에 보내니까 그런 말을 하고 싶지 않겠죠.”

곁에서 듣고 있으려니 정말로 속이 불편하다. 이어 나오는 말이 특급유치원을 들여보내려고 돈을 먹였다는 이야기다. ‘교육이 썩었다’라는 표현으로 이야기는 계속된다.

그럼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하지

그 말을 듣다가보니 우리 아이들이 떠오른다. 어린이 구호단체 NGO 일을 하고 있는 나에게는 돌보아야 할 어린이들이 있다. 매달 많지는 않지만 일정액을 지원하는 아이들이다. 물론 그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주고 싶은 것이 내 마음이다. 하지만 후원자들이 내는 후원금을 갖고 살림을 하다 보니, 그렇게 듬뿍 줄 수가 없다. 그리고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아이들에게 혜택을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다.

그 아이들에 비하면 저 어머니의 아이들은 그래도 행복한 편이다. 조금만 아파도 저렇게 부모님들이 걱정을 하고 병원을 데려온다. 그렇게도 하지 못하고 나날을 보내는 아이들은 누가 걱정을 해주어야 할까?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정말 화가 치민다. 어떻게 세상은 이렇게 불공편한 것일까? 그러나 난 항상 자신을 한다. 영어유치원을 다니지 못했어도, 돈을 내고 특급유치원을 들어가지 못했어도 우리 아이들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기사의 특장내용과 관계없음

그것 하나만으로도 행복하다. 그저 건강하게 잘 자라주기만 한다면, 그보다 더 바람직한 일은 없다는 생각이다. 이어지는 소리에 볼 맨 소리를 한마디 한다. “그래도 어머님들 아이들은 따듯한 보살핌이 있어 행복하죠. 몸이 아파도 병원문도 못 들어가 본 아이들이 허다해요” 그 한마디를 남기고 진료를 받으러 들어갔다.

알고 보면 이런 교육의 차이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예전에도 반가의 자손들은 교육을 제대로 받았지만, 민초들의 자식들은 서당 문턱에도 가보질 못했다.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다 제대로 세상을 살지 못했을까? 그렇지는 않다. 어찌 보면 이 어머니들과 아이들은 가장 행복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이는 불행한 것이 무엇인지도 모를 것이다.

영어만 잘한다고 해서 그 아이가 이다음에 꼭 성공을 하는 법도 없다. 영어를 배우지 못했어도, 명문이라는 특급 유치원을 다니지 못했어도, 어려서부터 일찍 자기개발을 하여 성공한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일찍 교육을 받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린이는 어린이다워야 귀엽다. 우리 교육이 이대로 잘 굴러가기는 가려는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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