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돌아다니다가 보면 가끔은 황당한 일도 있다. 하지만 황당을 넘어 요즈음 말로 졸결자로 불리는 사람들도 있게 마련이다. 문화재를 찍으로 다니거나 이런 저런 이유로 세상을 보다가 우연히 주변에서 보이는 것들. 그런 것들이 세상을 사는데 청량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남들이야 그것이 머 대단한 것이냐고 할 수도 있겠으나, 내가 보기에는 이보다 더한 종결자는 없을 것이란 생각이다. 일을보러 다니다가 우연히 마주친 것들. 그러한 것들이 지친 몸과 마음을 조금은 누그러트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수박장사의 종결자

 


수박이라는 것이 둥글다보니 차에 싣고 다니면 굴러 떨어지기 십상이다. 트럭 한 가득 수박을 싣고 팔러다니는 수박장수의 고민을 한 방에 해결한 것. 그것인 바로 스카치테이프였다. 스박을 가득 싣고 스카치테이프로 고정을 시켰다. 우습기도 하지만, 더 많이 싣고 많이 팔아야겠다는 이분, 수박장사의 종결자가 아닐까?

신팻션의 종결자일까?

정말 모르겠다. 이것이 신 팻션인지, 아니면 실수인지. 당당한 걸음걸이로 보면 실수는 아닌 것도 같다. 처음엔 손수건으로 멋을 냈다고 생각을 했다. 당당히 걸음을 걷는 어느 여성의 가슴에 보이는 흰 것. 손수건치고는 두텁다. 멋을 낸 것일까? 그런데 아닌 것도 같다. 보는이의 생각에 맡기자. 

 

 

그제인가. 아침에 사무실 근처 우체국에 볼일이 있어 나갔다가, 우체국 주변에 모여 있는 여성분들을 보았다. 이곳은 특별한 사무실도 보이지 않는데, 이른 시간부터 여자들이 많이 모여 있고는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인력시장이라는 것이다. 이른 시간부터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 그만큼 일자리를 찾기가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니 50~60대로 보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가끔은 70대로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얼마나 일찍 이곳을 찾는 것인가? 그것이 궁금하여 어제 이른 5시에 다시 나가보았다. 이른 시간인 새벽 5시인데 사람들이 모여든다. 남들보다 일찍 나와야 이른 시간에 인력을 찾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

오늘(9, 29) 새벽 5시에 나가보았다. 벌써 일자리를 찾아 나와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점점 일자리가 줄어드네요.”

이곳에 모여드는 사람들은 대개 8시가 넘으면 자리를 뜨지만, 그중에는 9시가 넘어서 까지도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도 있다. 하루를 벌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기에, 시간이 지났다고 해도 혹 뒤늦게 찾는 사람들이 있을까 보아 자리를 보전하고 있는가 보다.

아침 일찍 이곳에 나와 일자리를 찾는 여인들. 생활이 넉넉지 않으니 그나마 하루하루 일자리를 찾아 이곳으로 나오는가 보다. 꽤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시간을 보내며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혼자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다가 힘없는 발길로 집을 향하는 사람들도 있다.

몇 날을 그렇게 보았지만, 매번 일자리가 나타나지는 않는 것만 같다. 9시가 다 되도록 한편에 쪼그리고 앉아 그날의 일자리를 기다리는 여인들. 말이 인력시장이라고 하나, 마땅히 모여앉아 있을 공간도 없이 길가에서 자신을 필요로 하는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이곳에 나오신지 오래되셨어요?”
“아침 5시 반이면 나오니까. 꽤 시간이 되었네요. 오늘도 일자리가 없네요. 들어가야지”
“매일 이렇게 나오시나 봐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이렇게 나오지 않으면 먹고살기가 힘든데 어쩌것소, 나오지 않을 수가 없지.”
“그냥 돌아가시는 분들이 꽤 많은가 봐요?”
“점점 찾는 사람들은 줄고, 나오는 사람들은 많으니...”

올해 나이가 ‘60이 넘었다’고만 밝히시는 한 분은 끝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그렇게 쓸쓸히 이곳을 떠날 준비를 한다. 벌써 이곳을 찾기 시작한지도 1년 가까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나이가 먹고 나니 이제는 찾아주는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어두운 새벽길을 걸어 모여드는 여인들. 일자리가 점점 줄어든다고 한다.

“그래도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해왔는데, 나이가 웬수죠.”
“일주일이면 며칠이나 일터를 찾아가세요.”
“운이 좋으면 한 3일은 가는데, 그나마 이젠 그것도 힘들어요.”
“대개 어떤 일을 하러 가세요?”
“어떤 일이란 것도 없어요. 밭일부터 이것저것 시키는 대로 다 하는 것이니까”
“이곳에는 남자들은 안 오시나 봐요”
“모르겠소. 오는지 안 오는지”

대답조차 짜증스러운 모양이다. 며칠 째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괜히 자꾸만 질문을 해대는 나도 미안하다. 그저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며 깔고 앉았던 신문지를 접는 분을 보면서 마음이 착잡하다. 집에는 먹을 것은 있는 것인지. 돌아간다는 집에 또 다른 가족들은 있는 것인지. 힘없이 처진 어깨가 더 힘들어 보인다.

“일감도 없고 살기가 이렇게 힘이 드네요.”

매번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그렇게 말 홍수만 쏟아 놓을 것이 아니라, 이런 분들이 다만 얼마간이라도 마음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곳은 없는 것인지.  한마디를 남기고 길을 건너 걸어가는 뒷모습. 그 모습이 그렇게 쓸쓸해 보일 수가 없다. 그저 아무런 일이라도 만들어 일감을 주고 싶은 마음이다. 아침마다 인력시장을 찾는 여인들. 그리고 몇 시간을 기다리다가 힘없이 돌아서는 발길. 그것이 지금 우리 곁에서 사는 또 한 무리의 삶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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