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km를 달린 것은 20여회. 그것이 부족해 200km를 달린 것도 네 번이나 된다고 한다. 수원시 팔달구 수원천 옆에 자리한 미나리광시장 안. 지동 400-12번지 광명고추, 윤영근씨는 그곳에서 15년 째 고추장사를 하고 있단다. 하지만 윤영근씨가 더 유명한 것은 울트라마라톤이라고 하는 100km, 200km를 달리면서 부터이다.

 

처음에 달리기를 시작한 것은 다리와 허리가 아파서, 좀 고쳐보겠다고 시작을 했어요. 그런데 뛰고 나면 몸이 가벼워지고 기분도 좋아졌죠. 그래서 본격적으로 마라톤을 시작했어요. 100km15시간 이상을 달려야 하고, 200km23일을 달려야합니다. 물론 달릴 때는 내가 왜 이 짓을 하지? 라고 스스로에게 묻기도 하지만, 완주를 하고나면 다음에는 어디서 울트라마라톤 대회가 열리는지 알아보고는 하죠.”

 

삶의 질곡을 달리기로 버텨

 

윤영근씨는 고추장사를 하기 전에 우체국에 다니던 공무원이었단다. 충북 보은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그만두고, 여기저기 직장을 수도 없이 옮겨 다녔다고 한다.

 

아마 열 번도 직장을 더 옮겼을 것 같아요. 직장을 다니다가 조금 조건이 좋은 곳에서 오라고 하면 옮기고는 했죠, 한 직장에 1년 이상을 붙어있지를 못한 것 같아요. 그러다가 화성 봉담에서 동업으로 공장을 차렸는데, 사기를 당해 망했죠. 납품은 하는데 수금이 안되는 거예요. 나중에 알고 보니 동업자가 모두 수금을 해서 달아나버렸어요.”

 

지금이야 웃고 있지만 당시에는 몸도 마음도 병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현재 미나리광 시장에서 고추를 팔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윤영근씨는 울트라마라톤 대회가 자신과의 끝없는 싸움이라고 한다. 누가 달리라고 강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달리면서 스스로를 이겨냈다고.

 

내년에는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할 터

 

“100km15시간 이상을 달려야합니다. 물론 중간에 물도 마시고, 간단하게 음식을 먹기도 하죠. 그럴 때가 쉴 수 있는 시간이고요. 200km는 금요일 오후에 출발을 해서 일요일 12시까지 목적지에 들어오면 되는 것이죠. 시간 안에만 들어오면 등수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시간 안에 들어오지 못하면 탈락처리가 되기 때문에, 체력의 안배를 잘 해야 합니다.”

 

 

울트라마라톤 대회에서는 이미 이름께나 날리고 있다고 주변에서 귀띔을 해준다. 1999년부터 달리기 시작했다고 하는 윤영근씨는, 이미 10년 이상을 전국적인 마라톤 대회에 참가를 했다는 것이다. 100km 마라톤은 400명 정도가 참가해 70% 정도가 완주를 하고, 200km 마라톤은 150명 정도가 달리기 시작해 완주는 고작 50여 명 정도라고 한다. 그만큼 체력과 인내심이 강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최선을 다하는 것뿐입니다. 나중에는 정말 악만 남게 되죠. 그리고 완주를 했을 때의 그 기분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내년에는 철인 3종 경기에 도전을 하려고합니다. 달리기 42.195km, 수영 3.9km, 사이클 180km를 시간 안에 완주해야죠.”

 

 

마라톤으로 지킨 양심

 

대담을 하는 도중에도 연신 사람들이 고추를 사러 온다. 그동안 궁금했던 태양초 고추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심심찮게 언론의 회자꺼리가 되는 중국산 고추나, 태양초가 아닌 것들을 속여 팔았다거나 색소를 집어넣은 고추 등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대개 100% 태양초는 가격대가 안 맞아 장사꾼들도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태양초 고추는 꼭지가 파란갈색이 나고, 고추의 끝에 주름이 잡힙니다. 그리고 가격이 상당히 비싸죠. 요즈음은 반태양초라고 해서 대개 비닐하우스 같은 곳에서 건조를 시킨 고추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반태양초는 꼭지 부분이 노란색을 띠우고 있죠.”

 

하지만 반태양초만 해도 상품이라는 것이다. 중국에서 들여오는 고추를 태양초라고 속여서 팔거나, 아니면 색소를 넣어 파는 행위 등은 전통시장에서는 할 수가 없다는 것. 그 자리에서 고추를 사서 바로 빻기 때문에, 그렇게 불량한 고추를 만들 수가 없다는 것이다.

 

 

싸다고 사면 그것은 100% 중국산이죠.”

 

윤영근씨에게 소비자들이 중국산 고추를 태양초로 속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느냐고 물었다. 한 마디로 소비자들은 모른다는 대답이다. 그러나 꼼꼼히 들여다보면 중국산 고추와 국내산이 다르다고 하면서 알려준다.

 

중국산 고추는 대개 꼭지가 없습니다. 그리고 고추의 밑 부분이 상당히 넓죠. 소비자들이 고추를 살 때 무조건 싼 것을 달라고 하면 100% 중국산입니다. 북한산이라고 하는 것도 대개는 중국산으로 보시면 됩니다. 국내산 반태양초가 한 근에 15,000원 정도하는데, 5,000원에 판다고하면, 그것은 중국산과 고추씨를 함께 빻은 것이거나 색소를 넣은 것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무조건 싼 것을 사면 안됩니다. 더구나 중국산 중 금탁이라는 고추는 우리 고추와 차이가 나질 않습니다. 우리나라 고추씨를 이용한 것들이니까요.”

 

 

요즈음은 성수기라 밥 먹을 시간도 없어야 하는데, 경기가 안 좋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9월부터 12월까지는 장사를 하느라 점심을 먹을 시간도 없었다는 것. 200km를 달리는 울트라마라톤을 완주를 하면서, 스스로 속이지 말자고 약속을 했다는 고추장사 윤영근씨. 김장준비를 하기 위해 연신 들락거리는 손님들 때문에, 긴 시간 붙들고 있기가 미안하다. 양심을 속이지 않는다는 고추장사 윤영근씨. 내년에 도전하는 철인 3종경기의 완주를 기대한다.

요즈음 어느 국회의원이 담배 값을 2,000원이나 올리겠다고 해서, 누리꾼들 사이에 말들이 많다. 담배 값을 올리는 것도 좋고 금연지역을 설정하거나, 서울처럼 담배 피우지 못하는 지역을 정해놓고 벌금을 물리는 방법도 다 좋다. 하지만 그 분들 정책을 잘 이끌어 국민들이 마음 편하게 살게 해준다면, 흡연 인구는 저절로 줄어 들 것이란 생각이다.

 

흡연인구가 줄어든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살기가 팍팍해지면 술을 마시게 되고, 그러다가 보면 자연히 담배 한 대 쯤 피워 물게 되기 때문이다. 담배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타인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해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의 마음은 아랑곳 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인 듯하다.

 

 

눈처럼 깔린 담배꽁초

 

12() 오후에 지인들과 만나 지동 순대타운을 갔다. 요즈음 순대타운에는 화성을 둘러보고 난 후 가족들과 함께 들어오는 사람들이 꽤나 많은 듯하다. 가족들이 들리다가 보면 아무래도 아이들도 동석을 하게 된다. 지동 순대타운은 지난해부터 전체가 금연 건물로 지정이 되어있다. 아이들까지 적지 않으니 금연지역으로 정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잠시 순대타운 뒤로 나가보았다. 순대타운은 화성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라, 평소에 자주 이용하는 곳이다. 그런데 건물 뒤로 나가보니 길바닥에 무엇인가 하얗게 눈처럼 깔려있다. 담배를 피우고 버린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였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만 같다. 지난 주말과 일요일에 이곳에 들린 사람들이 버리고 간 것인 듯하다.

 

 

순대타운 뒷길은 화성을 관람할 수 있는 관람로와 멀지 않다. 그런데 심하게는 축대를 쌓고 잔디를 조성한 곳까지 담배꽁초들이 즐비하다는 점이다. 안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고, 밖에서 피웠다는 것은 물론 탓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함부로 길가에 꽁초를 버려야만 헸을까?

 

재떨이라도 설치해야

 

이렇게 방치되어 있는 수북한 꽁초들을, 화성을 찾는 사람들이 본다면 얼마나 망신스러운 일인가? 근처 어디를 찾아보아도 재떨이 등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독이나 이런 것을 갖다놓고, 모래를 담아 놓은 임시 재떨이도 보이지 않는다.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 것만 종용을 했지, 대책은 하나도 세워놓지 않았으니 자연히 길거리가 재떨이가 될 수밖에.

 

 

무조건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만 할 것이 아니고, 흡연자들도 이곳을 찾아온다는 것은 유념하고 그런 것을 준비를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지동 순대타운의 이미지를 버리는 이런 일은 사전에 미리 막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뒷길에 수북이 쌓인 담배꽁초를 보면서,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

“자 야채 장사가 왔습니다. 과일 장사가 왔습니다. 빨리들 나오세요. 야채들 사가세요. 과일들 사가세요”

차에 야채와 과일을 싣고 다니면서 파는 야채장수가, 사무실 앞에 차를 대고 스피커의 볼륨을 높인다. 사무실이 있는 곳 주변에 예전에는 상가이고 주변에 식당과 주거지역까지 있어, 하루에도 몇 번씩 들어야 하는 장사꾼들의 소리이다.

“알 타리 무 한 다발에 4,000원, 두 다발에 7,000원입니다. 대파 한 다발에 7,000원입니다. 귤 한 상자에 10,000원, 4kg 1관에는 4,000원입니다. 싸고 맛이 없습니다.”

이건 무슨 소리야. 설마 내가 잘못 들은 것은 아니겠지. 장사꾼이 장사를 하면서 싸고 맛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다니. 그러나 몇 번을 다시 들어보아도 같은 이야기다. ‘싸고 맛이 없다’는 설명이다.

오늘(11월 18일) 낮 사무실 앞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야채장수

정말 맛이 없는 것일까?

과연 그 장사꾼의 이야기대로 귤이 맛이 없는 것일까? 사람들이 야채를 사러 나왔다가 그 말이 이상한지 물어본다.

“아저씨, 정말 귤이 싸고 맛이 없어요?”
“예”
“그래도 그렇지. 장사하시는 분이 맛이 없다고 하면 어떻게 해요”
“아뇨. 정말로 맛이 없어요.”

도대체 이해가 가질 않는 장사꾼이다. 맛이 없어도 있다고 해야 할 텐데, 맛이 없다고 방송을 하고 다니니 누가 그 물건을 살 것인가? 정말로 양심적인 것인지, 아니면 장삿속으로 그러는 것인지 구별이 가질 않는다. 한참이나 그렇게 방송을 해대더니 몇 사람에게 물건을 판다. 아마 그들도 양심적이란 생각 때문에 물건을 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장사꾼의 양심에 한 수 배우다


하도 이상해서 직접 물어보았다. 도대체 물건을 파시는 분이 어째서 ‘맛이 없다’라는 말을 강조하는 것인지.

“‘맛이 있다’라고 하고 팔았는데 맛이 그렇게 좋지가 않으면, 물건을 사신 분들 기분이 어떻겠어요. 차라리 맛이 조금 덜 하니까 ‘맛이 없다’라고 말씀을 드려야지”
“그렇게 장사를 하셔도 사 가시기는 하시나요?”
“사시고 안 사시고는 사시는 분 마음이죠. 그래도 값이 싸니까 사 가시는 분들이 꽤있어요”
“그분들이 나중에 무엇이라고 안 하시나요?”
“하하... 그 분들이 꽤 드실 만 하다고 하시죠.”

장사를 하는 사람은 그 물건이 어느 정도인지, 맛은 어떤지 다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굳이 속여가면서 장사를 하고 싶지가 않다는 것. 이렇게 거리를 하루 종일 돌아다니면서 하는 장사꾼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양심적이다’ 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 가장 큰 재산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속이면서까지 팔아버린다면, 스스로 구덩이를 파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장사꾼이 자신을 속이는 것보다 나쁜 것은 없죠.”

뒤통수가 띵하다. 오히려 그런 장사꾼의 진정한 마음을 의심한 내가 부끄럽다. 벌겋게 낯이 달아오른다. 모든 것을 의심부터 하는 이 버릇을 얼른 고쳐야겠단 생각이다. 아직도 세상엔 양심적인 사람들이 더 많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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