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끼니를 거르는 일이 생긴다면, 결국 세상을 살면서 그 끼니는 절대로 찾아 먹을 수가 없다고 한다. 하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끼니는 가급적이면 거르지 않고 늦더라도 꼭 세끼는 채우려고 노력을 한다. 아침은 대개 근처에 있는 아우네 집에서 해결을 하지만, 점심과 저녁은 어떻게 해서든지 차려 먹으려고 애를 쓴다.

 

그런데 한 가지 고집스럽게 지키는 것이 있다. 아무리 일이 밀려있더라도 찬을 절대로 그릇을 통째로 꺼내놓고는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간이 없고 바쁘다고 해도 찬은 꼭 찬그릇에 덜어서 먹는다. 그러다가 보니 밥을 먹고 나면 항상 설거지를 해야 할 그릇이 수북이 쌓이고, 시간이 꽤 걸리게 된다.

 

 

찬합을 이용해 보세요.’ 반가운 제안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는 찬그릇의 이용하는 모습을 본 이웃 블로거 한 사람이 댓글에서 찬 그릇을 이용하면 매일 덜어먹어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고, 많은 그릇을 일일이 설거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글을 써 놓았다. 처음에는 찬 그릇을 사용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몰라 망설였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도 괜찮을 듯하다.

 

시장에 나가 찬통 두 개를 사, 각각 반찬을 나누어 담았다. 두 개를 다 열어놓고 먹어도 되지만 한 끼에 한 개씩만 이용해도 된다. 이렇게 나누어 놓고 보니 그동안 많은 접시를 사용했던 것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일이 많이 줄었다. 따라서 밥을 먹고 치우는데도 빨라져 시간이 훨씬 절약이 된다는 것이다.

 

더욱 편해진 것은 밥을 먹을 때마다 반찬을 접시에 덜어놓는 수고로움도 없어졌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나이가 먹어가면서 잔머리만 돌린다고 하겠지만, 시간이 그만큼 절약되었으니 그 시간에 딴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두 개의 찬통에 10여 가지가 넘는 반찬 담아

 

찬통 하나에는 깻잎짱아치, 파김치, 돼지고기장조림, 씀바귀뿌리무침, 톳나물과 매운고추를 넣어놓았고, 또 하나의 찬통에는 김치, 멸치고추볶음, 냉이무침, 마늘대무침, 무말랭이깻잎무침과 마늘짱아치를 담아 놓았다. 두 개 중 어느 하나만 열어놓아도 식사를 하는 데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이렇게 반찬을 담아놓고 보니 밥과 국만 끓이면 간단하게 식사를 할 수가 있다. 찬통에 덜어놓은 반찬이 양이 많지가 않다보니 2~3일이면 떨어지는 것들도 있어 바꾸어서 담아놓을 수도 있다. 그리고 계란이나 김 등도 있기 때문에 접시도 한 두 개만 사용하면 된다. 평소에 30분 이상이 걸리던 식사시간이 15분 정도면 설거지까지 다 마칠 수가 있다.

 

 

나이가 먹어가면서 아무래도 동작이 많이 느려진 듯하다. 또 일일이 많은 접시들을 닦는다는 것도 조금은 귀찮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이렇게 찬통을 이용한 식사를 하다가보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살아가면서 어떻게 해서든지 시간을 절약할 수도 있지만, 번거롭지 않아서 좋다.

 

살아가면서 자꾸만 편리한 것을 찾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지만, 워낙 바쁘게 살아가는 요즘인지라 이렇게 짧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만족이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 벽화골목의 백미는 무엇이라고 해도, 수원제일교회 종탑에 있는 노을빛 전망대이다. 그 노을빛 전망대를 주민들을 위해 개방을 한 수원제일교회(담임목사 이규왕), 510일 또 다시 지역주민들을 위한 커다란 잔치를 열었다. ‘교회설립 60주년 기념 지동주민초청마을잔치가 바로 그것이다.

 

수원제일교회는 문이 열려있는 교회이다. 오전 1030분부터 지동의 어르신들 300여명을 초청하여 벌린 마을잔치에는, 염태영수원시장을 비롯하여 국회의원인 남경필의원, 경기도의회 이승펄 의원, 수원시의회 김상욱의원과 박찬복 지동장을 비롯하여 지동자치위원회 표영섭 위원장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제일교회는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곳

 

염태영 수원시장은 축사를 통해 제일교회는 이 시대에 교회가 가져야 할 바람직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제일교회는 종탐을 노을빛 전망대로 꾸며 지동주민에게 개방하였다. 이러한 제일교회가 있는 지동에 사시는 어르신들은 정말 행복한 것이다. 오늘 60주년을 맞은 제일교회의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했다.

 

제일교회 이규왕 담임목사는 우리 제일교회는 60년 전 판자집에서 시작을 하였다. 남들은 교회가 자기들끼리만 서로 아낀다고 하는데, 우리 제일교회는 언제나 열려있다. 주민 여러분들이 아무 때나 찾아와도 늘 반길 것이다. 제일교회는 바로 지동 주민과 수원시민의 교회이기 때문이다.”라고 인사말을 하기도.

 

 

어른들을 위한 공연도 마련

 

제일교회 2층 본당에서 마련한 마을잔치의 2부는 음악회로 마련이 되었다. 신혜숙의 사회로 진행된 음악회는 다양한 공연을,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준비를 했다. 지동어린이집의 원생들이 나와서 하는 율동인 더위 먹은 갈매기쿵따리샤바라를 비롯하여, 서울예술대학에서 한국음악을 전공한 서하나의 가야금 독주(캐논 변주곡, 25현을 위한 아리랑변주곡) 등이 선보였다.

 

이정순 외 4명이 추는 북춤도 무대에 올렸으며, 마을잔치를 위해 외부에서 초청을 한 경기민요(김명옥, 김숙현)와 부채춤, 그리고 7080메들리를 수원레이디합창단이 들려주었다. 공연을 관람한 한 어르신은 제일교회가 이렇게 교인뿐만 아니라 지역주민 전체를 위해 마을잔치를 열 수 있다는 것에 우선 감사를 한다. 이 수원제일교회는 이 시대 교회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 가를 직접 알려주고 있는 교회라는 생각이 든다.”라고도.

 

 

선물과 함께 식사대접도

 

오늘 저희들이 잔치에 초대를 한 어르신들은 모두 600명입니다. 그런대 아침부터 비가 내리는 바람에, 300명 정도 밖에 참석을 하지 못했네요. 음식도 많이 준비하고 선물도 분비했는데 그런 점이 좀 아쉽습니다.”

 

제일교회의 사무를 맡고 있는 박종각 장로는 많은 분들이 참석을 하지 못해, 못내 아쉽다고 이야기를 한다. 제일교회에서는 이날 마을잔치에 참석을 한 어르신들께 밤길을 다니실 때 유용하게 사용하라고 할로겐 손전등과 기념 타월 등을 일일이 선물을 했다. 또한 지하 1층에 마련한 식당에서는 많은 음식을 준비해, 주민잔치에 참석을 한 어르신들께 칭찬을 받기도.

 

교회가 열려있다는 것은 마을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항상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을 한다는 수원제일교회. 제일교회야 말로 교회가 주민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교회설립 60주년 기념으로 열린 마을잔치에서, 지동 주민들은 또 하나의 행복을 느꼈다고.

 

(사진설명 / 위로부터)

1. 제일교회 설립 60주년 기념으로 준비한 마을잔치. 제일교회 2층 본당에 모인 마을주민들

2. 축사를 하는 염태영 수원시장

3. 주민들을 위해 준비한 음악회(시계방향으로 북춤, 가야금독주, 경기민요, 수원레이디합창단)

4. 7080 메들리를 부르는 레이디합창단원의 모습

5. 제일교회가 준비한 식사를 하는 주민들

6. 어르신들께 식사를 대접하느라 바쁜 제일교회 봉사자들

답사 길은 늘 허기진다. 밥을 제대로 먹고 돌아다녀도, 오전에만 걷는 거리가 20리는 족히 되기 때문이다. 답사 중에는 식사를 거르는 경우도 많지만, 제 시간에 맞추어 밥을 먹기란 정말 힘이 든다. 거기다가 제 시간에 먹는다고 하여도,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나기란 그야말로 하늘에 별따기다.

 

전라북도 부안군 지역으로 답사 장소를 정했다. 항상 그렇듯 한번 길을 떠나면 1박 2일로 가는 것이 보통이다. 당일치기는 피곤도 하지만, 그 지역의 풍물을 제대로 익힐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 지역에 들어가 문화재를 답사한다는 것은 곧, 그 지역의 기본적인 풍속 등을 알아야만 한다. 그럴 때 가장 빠르게 알 수 있는 것이 음식문화고, 그런 자리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가 있다.

 

 

답사 중에 받은 지인의 전화

 

답사를 하다가 보면 산을 오르는 것은 늘 있는 일이다. 이번 답사 길에는 몇 번인가를 산으로 올랐다. 전날 잠을 설치고 나서인지 산을 오르는 것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답사 중에 전화가 오는 것이 별로 반갑지 않은 이유도 그러하다. 힘들게 산을 오르고 있는데 전화가 오면, 헐떡이면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마침 전화벨이 울린다.

 

“예 ○○○입니다”

“형님, 저 ○○입니다”

“반가워 잘 있었어?”

“예, 이곳에 내려오셨으니 점심이나 함께 하시죠?”

“그러지. 내가 지금 답사 중이니까 어디서 만날까?”

“예, 그곳에서 하서면 청호리를 입력하시고 오세요. 기다리겠습니다.”

 

이미 시간은 오후 1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동행을 한 아우 녀석도 나도, 지쳐가고 있던 터라 전화가 반갑기가 한이 없다. 그래도 하던 일은 계속해야 하니 답사를 마저 하고 길을 바꿨다.

 

 

수어가 풍부한 청호저수지

 

하서면 청호리에 있는 청호저수지. 계화도 간척지 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하여 축조된 방대한 저수지이다. 저수지라기보다는 큰 호수 같은 느낌이 든다. 청호저수지는 물이 맑아서 민물새우, 붕어 등 각종 담수어가 풍부하여 낚시꾼들의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넓은 수면으로는 한가하게 물오리들이 떠다니고 있어,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다.

 

집을 떠나 객지에서 만나는 지인은 늘 반가움이 더하다. 인사를 하고나서 먹을 것이 나오기 전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계속한다. 창밖으로는 넓은 청호저수지가 내다 보여 분위기가 한층 더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붕어찜이 김을 내면서 상에 올라온다. 보기에도 푸짐하다. 보기 좋은 것이 먹기도 좋다고 했다던가. 살점을 떼어 입안에 넣어보니 별미다. 청호저수지에서 잡히는 붕어를 이용한 찜이라는 것이다. 배도 고플 시간이었지만, 그 맛이 자꾸만 손이 가게 만든다. 한참을 먹다가 생각해보니 ‘아차, 사진이라도 한 장 찍을 것을’ 하는 생각이 난다. 그런 생각을 하고 보니, 이런 이미 붕어는 가시가 들어났다.

 

허기진 김에 먹느라고 일일이 촬영을 하지 못했음을 이해해 주시길...

 

맛있는 음식에 정까지 더한 진수성찬

 

맛있는 음식에 반가움까지 더하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부안에서 나오는 ‘뽕술’까지 한 잔 곁들여 매운탕까지 이어진다. 배는 이미 찰만큼 찼는데도 연신 손놀림이 그치지를 않는다. 그러는 동안 시간은 지나고, 오후 일정은 포기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것이 대수리.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음식이 있는데.

 

그렇게 이번 부안군의 답사는 흠뻑 정을 느껴 본 길이다.뽕술 답사를 하면서 지치고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이런 날은 정말 잊을 수가 없다. 전날 황사에 비바람, 흙먼지를 뒤집어쓰면서 다닌 답사 길에 대한 보상이라도 되는 것인지. 미처 돌지 못한 몇 곳이 있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을 얻은 느낌이다.

“경기안택굿은 예술적인 면과, 신성적인 면이 잘 조화를 이루는 굿입니다. 우리 굿은 연희와 신성이 한편으로 치우치는 경우가 많은데, 경기안택굿의 경우에는 그 두 가지를 모두 갖고 있는 곳이죠.”

 

5월 9일, 오전 9시 30분. 수원시 팔달구 지동 271-124번지에 소재한 경기안택굿을 보존하기 위해 보존회를 운영하고 있는 고성주 회장의 전안(신령들을 모셔 놓은 곳)에는, 경기대 사학과 2, 3학년 학생 30여명이 윤한택 교수의 인솔로 찾아왔다.

 

문화재를 현장에 나가 직접 보고 배우는 학생들이다. 학생들은 우리 굿에 대해 개괄적인 설명을 들은 후에, 제석굿의 시범까지 보는 시간을 가졌다. 2시간 동안 진지하게 경기안택굿에 대해 공부를 마친 학생들. 일부는 강의시간에 맞추어 현장을 떠나고, 일부는 남아 점심대접까지 받았다.

 

‘우리 굿 처음 접했습니다. 절로 흥이 나네요.’

 

“오늘 여러분에게 제석굿을 보여드리는 것은, 제석이 자손들의 수명장수를 위하는 신격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곳에 오신 여러분들이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모든 일이 잘 되라고 수명장수와 부귀공명을 위해 축원을 하겠습니다.”

 

 

 

30여분 동안 제석굿을 하였다. 학생들은 박수로 화답을 했다. 자신들을 위해 보존회원들(장고 이정숙, 피리 박노갑)까지 모여 굿판을 열어준 보답이었다.

 

굿을 마치고 난 뒤 보존회 고성주 회장의 살아 온 이야기를 듣는 학생들의 표정이 진지하다. 점심을 먹기 전 잠시 밖으로 나온 사학과 3학년 이아무개군에게 물어보았다.

 

 

“그동안 굿을 본 적이 있으세요?”

“오늘 처음으로 접했습니다. 초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굿은 미신이라는 말을 들어와서인가, 그런 것을 접한다는 것이 왠지 내키지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오늘 보시고 나서는 어떤 것 같으세요?”

“오늘 보니 정말 우리민족의 정서에 맞는 듯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냥 복을 달라는 것이 아니고, 복을 준다는 것이 색다른 것 같아요”

“오늘 처음으로 굿의 한 부분을 보시고 난 뒤 느낌은?”

“앞으로 우리 것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제석굿이라는 것을 보여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잘못 된 교육이 불러온 우리것에 대한 무지

 

우리는 그동안 굿이라는 것에 대해 너무 무지한 교육을 시켜왔던 사실이다. 일제의 잔재로 ‘미신’이라고 치부를 하였는가 하면, ‘우상숭배’라는 말로 도외시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역사적인 기록을 볼 때 우리나라의 무속인(巫俗人)들은 고려 때는 각 고을에서 병의 치료를 담당했는가 하면, 조선조에서는 마을마다 병을 치료하는 의사와 함께 의녀(醫女)로 활동을 하기도 했다.

 

 

 

오늘부터 우리 굿에 대해 그동안 안 좋은 선입견을 갖고 있었던 것을 다 버리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여러 가지로 신경을 써 주신데 대해 감사를 드립니다.”

 

난생 처음 굿을 보았다는 학생들. 예전에는 집집마다 안택을 하기 때문에, 마을 어디서나 굿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그러한 굿이 점점 ‘굿당’이라는 전문적인 장소가 소재한 산 속으로 숨어들면서, 점점 사람들과 거리를 두게 된 것이다.

 

 

앞으로 우리의 굿이 온전히 신성과 연희성을 함께 지켜가면서 전승이 되는 길은, 대중 속으로 파고들어 절대 미신이나 우상숭배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시켜 주어야 할 것이다.

답사를 다니다가 보면 제일 힘든 것이, 제 시간에 맞추어 식사를 하는 것이다. 어던 날은 아예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먹지 못할 때가 많다. 해가 넘어가기 전에 한 가지라도 더 촬영을 해야 한다는 욕심 때문이다. 그러다가 시간을 내어 인근에 있는 식당을 찾아들어가면, 음식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그저 허겁지겁 먹고 또 딴 곳으로 이동을 해야 하기 대문이다. 

참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고, 나에게 물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언제부터인가 우리 문화재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되고, 그것을 찾아 하나하나 어디엔가 소개하는 것이 나의 일처럼 되어버렸다. 남들은 이런저런 일로 음식을 소개하고, 그것으로 글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문화재에 대한 고집스런 글을 올리다가 보니, 맛집을 발견해도 늘 식당문을 나서고 나서야 '소개를 할 껄 그랬나'라는 생각을 한다.

서로 상을 차리겠다고 하는 아이들.
 
원주시의 문화재를 답사하던 날, 이미 점심시간을 지나 배도 고프다. '한 가지만 더 찍고...' 라는 생각으로 돌아치다가 보니, 오후 2시가 넘었다. 아침을 7시에 먹었으니 배도 고프고 허기도 진다. 길가에 있는 식당들이 많지만, 그 중 한집이 눈에 띤다. 안으로 들어가니 살림집을 식당을 사용하는터라, 여느 식당처럼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있지는 않다.

그러나 그냥 내집처럼 편안함을 주는 그런 곳이다. 밥 한상에 7,000원이라는 가격표가 보인다. 주변에 마당한 식당도 없는터에 이것저것 따질 수는 없다. 그래도 늦게나마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고마움이 먼저 들기 때문이다. 식당 집의 아이들인 듯, 누나와 남동생이 서로 상을 차리겠다고 주장을 한다. 서로 미루겠다고 다둘 나이인 듯 한데, 서로 상을 차리겠다는 아이들을 보면서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주거니 받거니 차린 소박한 밥상

누나와 동생이 서로 반찬을 들고나와 상을 차린다. 누나가 반찬을 놓고가면 동생이 다시 바구어 놓는다. 왜 그러느냐고 물으니 반찬을 놓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놓아야 손님이 먹기 좋을까를 안다고 하는 식당집 아들녀석의 이야기에 조금은 의아하기도 하지만, 그도 역시 기분 좋은 이야기다. 손님이 오면 찬을 준비하느라 음식이 조금은 늦게 나오는 편이다.
시장을 참는 것도 힘든데, 음식 냄새가 코를 간지럽히니 허기가 더 지는 듯하다. 얼른 밥을 달라고 하니, 밥을 새로 하느라 늦는 것이란다. 둘이서 하나하나들어다가 놓고 간 밥상. 화려하지도 않다. 가지수가 상 다리가 휠 정도는 더욱 아니다. 그저 시골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정도의 상차림이다.



특별한 것이 없다. 반찬이라야 10여가지. 거기다가 고급스런 반찬은 없다. 가갹에 비해 비싼 것은 아닌가 하고 의심이 든다. 하지만 허기진 배에서는 연신 들어오라고 난리다. 조금 있으니 된장 냄새가 구수하게 나는 찌개를 갖다 놓는다. "뜨거우니 조심하세요"라는 말과 함께.


돌솥밥을 새로 하느라고 조금 늦었다고 정중히 이야기를 하는 남자녀석의 행동에 웃음이 난다. 하지만 반찬을 하나하나 먹어보니, 어디선가 많이 먹어 본 맛이다. 아주 오래전에 어머니가 텃밭에서 구해다가 만들어준 반찬맛이랄까? 그런 맛이 난다. 거기다가 식당이 가정집 거실이니 더 더욱 그러하다. 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은 조금은 텁텁하고 깔깔한 맛. 참으로 오랫만에 보는 맛이다.

 
찬의 종류도 그렇다. 전문적인 식당에서 내어놓는 반찬이 아니라, 집에서 늘 먹을 수 있는 그런 반찬이다. 집앞에 있는 밭에서 직접 농사를 지은 것들로 마련한 찬이라고 하니, 그 안에서 어머니의 손맛을 느끼는 것도 당연한지 모른다. 기분좋은 밥 한상. 아침부터 돌아치느라 피곤하고 허기진 배가, 따듯한 정성이 담긴 밥 한 상으로 인해 오랫만에 호강을 하는 것만 같다.

답사를 다니면서 온갖 맛이 있다는 집은 많이도 들려보았다. 집의 전면을 덮고있는 '무슨무슨 방송국 무슨무슨 프로 출연' 등의 문구가 적힌 곳도 수없이 들어가보았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조미료를 싫어해서인지, 그런 곳도 그렇게 맛있게 느끼지를 못한 것만 같다. 오히려 소박하면서도 어머니의 손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집. 어느 가정의 점심상처럼 편안한 식단. 그래서 이 식사 한끼로 피로를 잊은 것만 같다.

        
밥 한끼를 먹으면서 감동을 받아 본 적이 없다. 그것도 식당 밥을 먹으면서는 더 더욱 그랬다. 그러나 이 밥 한 상으로 피로가 말끔히 가셔졌다고 하면, 조금은 과장일까? 하지만 이렇게 소박한 밥상과, 상을 차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어 너무 고맙다. 아마 정이 가득한 집이어서 더욱 반찬이 맛이 있다고 느꼈는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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