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야

네가 아무리 추워봐라

내가 옷 사 입나

술 사 먹지

 

술타령이라는 소야 신천희 시인의 시이다, 술 좀 마신다고 하는 사람들은 이 시를 거의 다 알고 있다. 소야 신천희 시인은 아동문학가이며 시인이다. 현재 전북 김제시 금구면 오봉 3129에 있는 무주암에서 수행을 하고 계신 스님이기도 하다, 무주암에서는 4월 초파일에 다문화가족을 위한 잔치인 대문 열고 놀자라는 초청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소야 스님을 안지는 꽤 많은 시간의 흘렀다, 하지만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십 수 년 전 지금은 화재가 나서 불에 타 사라진 넉넉한 술집이 수원 장안문 근처에 있었다. 이곳은 시인, 화가 등 많은 사람들이 이용을 하는 집이었는데, 아마도 내 기억으로는 그곳에서 처음 본 듯하다.

 

 

그러고 나서 술타령이라는 시를 알게 되었다. 이번에 남원에서 열린 제84회 춘향제를 취재하기 위해 내려갔다가, 짜장스님(선원사 주지 운천스님)이 운영하시는 짜장면을 파는 부스에서 다시 뵈었다. 땀을 흘리면서 음식을 나르고 테이블을 닦는 스님의 모습을 만난 것이다. 스님은 스님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워낙 바쁘다보니 조용히 앉아 이야기를 할 여유조차 갖지 못했다.

 

책 한 권을 선물로 받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시는 소야 스님은 동시집 달님이 엿보는 일기장, 달을 삼킨 개구리, 밤하늘 엿보기 외 다수의 동시집이 있다. 또한 장편동화인 대통령이 준 완장, 꽝포 아니야요! 남북 공동 초등학교 와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는 동시집인 똥꽃, 그림자는 착하다와 산문선 무얼 믿고 사나와 짜증을 내어서 무엇하나가 있다.

 

 

그러고 보니 지난해도 수원에 찾아오셨을 때 짜증을 내어서 무엇하나라는 책을 한 권 선물로 받았다. 이번에도 엄마 아빠와 함께 읽는 동시 그림자는 착하다라는 책을 직접 서명까지 해 주신다. 아이들을 워낙 예뻐하시는 스님은 아동문예 신인상 수상, 대전일보 신춘문예, 창주문학상, 녹색문학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스님 이 외상은 평생 못 갚으시겠네요?

 

어머니!

당신의 뱃속에서

열 달 동안이나 세 들어 살고서도

한 달 치 방세도 내지 못했습니다.

 

어머니!

몇 년씩이나 받아먹은

따뜻한 우유값도

한 푼도 갚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이승에서 갚아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저승까지

가지고 가려는 당신에 대한 나의

뻔뻔한 채무입니다.

 

 

외상값이라는 스님의 시이다. 이 시를 처음 접했을 때 스님이 아닌 인생의 스승 같았다. 그저 수행을 하시는 분이기에 이런 시를 쓰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기에는 부족하다, 늘 무엇인가 남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고 하시는 스님이시기 때문이다. 현재 전주시 완산구 흥산남로 82에 사단법인 아이사랑 부모학교를 운영하고 계시는 스님은 부모도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늘 말씀을 하신다.

 

아이사랑 부모학교는 현재 안성, 김제, 군산에 분교를 두고 있으며, 익산시 서동로에는 예절교육원을 운영하고 있다. 열심히 음식을 나르고 빈 그릇을 치우느라 땀을 흘리고 계시는 소야 스님. 오랜만에 3일간이나 얼굴을 대하면서도 제대로 이야기조차 나누질 못하고 책만 한 권 받고 헤어졌다.

 

스님 이 책값은 반드시 이승에서 곡차로 갚겠습니다.”

 

시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10년 가까이 되었어요. 초등학생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해,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계속 글공부를 했죠. 그러다가 대학에서 본격적으로 시를 쓰고 싶어 국문과를 지망했는데, 글쓰기보다는 딴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하데요. 이제는 정말로 문예창작이 하고 싶어요.”

 

그래서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한다. 올해 56세의 박경옥씨는 지금도 아이들에게 초등학생에게는, 글쓰기 교실을 운영하면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중학교 학생들에게도 논술을 가르친다고. 20여명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정리를 해야겠단다. 자신이 공부를 더 하고 싶기 때문에.

 

 

한국시학 신인상도 수상

 

박경옥씨는 계간지 문파문학으로 등단을 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수필로 등단을 했지만, 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시를 쓰고 있다는 것. 주변에서는 시로 등단을 하라고 권유를 하기도 하지만, 아직은 더 많은 시를 쓰고 난 다음에 시집을 내고 등단을 하겠다는 것이다.

 

요즈음은 시를 더 많이 쓰고 있어요. 3년 전인 20101120일에는 한국경기시인협회 주관인 한국시학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시에 더 집중하게 되었는지도 몰라요. 요즈음은 시를 쓰는 재미를 느끼고 있죠.”

 

박경옥씨를 처음 만난 것은 수원시 팔달구 지동 벽화 길에 시인의 벽을 조성하는 날이었다. 좁은 골목길에서 벽에 자신의 시 오래된 골목을 적고 있는 그녀는, 흡사 벽과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이 들어 대담 요청을 했다. 그리고 28일 오후 영통의 가을이 깊이 내리 앉은 한적한 공원에서 그녀를 다시 만났다.

 

 

어릴 적 친구는 없지만 마음속의 모습은 그대로

 

푸성귀 같은 아이들 웃음소리

앞집 마루까지 들리던 낡은 골목길

어스름 달 저물도록

자치기 깡통차기 흙냄새 펄럭이다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 목소리에

아이들 하나씩 달려가 버리고 나면

골목길도 꾸벅꾸벅 졸음에 겨워

어느새 하늘엔 별 총총히 피어났다

 

골목 한쪽 평상을 펴고 앉아

지나던 사람 불러 팥 칼국수

한 사발씩 퍼주던 손때 묻은 인정이

담벼락 밑 채송화처럼 피어나던 길

오래전 버리고 떠난 허름한 그곳에 서면

아버지 자전거소리 휘파람처럼 들리고

구부러진 길 끝 만화방에 걸려있던

아라비안나이트가 초저녁달처럼 뜬다.

 

오래된 골목이라는 시이다. 동서문학 수상작이기도 하다는 이 시가, 벽화 골목의 분위기와 꽤 맞아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어려서 살던 곳은 군산이었어요. 나이가 들어 그곳을 찾았는데 어려서 뛰어놀던 골목이 지금은 많이 달라져 있었죠. 하지만 내 마음속에 골목은 옛 모습 그대로였어요. 골목이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죠. 그때 지은 시예요. 아마도 시를 쓰는 사람들은 모든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무 한 그루를 보더라도 그 나무가 그냥 나무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죠. 그 나무와 대화를 하고, 내 것으로 만들어 마음대로 치장을 할 수 있으니까요.”

 

동화도 쓰고 싶어, 끝 없는 글 욕심

 

박경옥씨의 글 욕심은 끝이 없다. 앞으로는 동화도 쓰고 싶다고 한다. 시를 쓰면서 느끼는 마음의 설렘. 그리고 시를 완성하고 난 후에 밀려오는 성취감도 있지만 자신을 스스로 알아준다는 것이다. 한동안은 슬럼프에 빠져보기도 했다는 박경옥씨. 결혼을 하면서 수원으로 올라온 지 22년째라고 한다.

 

생활 때문이죠. 아무래도 여자가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나가다 보면, 생활에 어려움이 많이 따르니까요. 그래서 잠시 동안 글을 쓰지 못했어요. 앞으로는 아마 그런 일이 없을 것 같아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아이들과 접하는 시간이 많다보니, 동화가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 앞으로 더 많은 공부를 해야겠다고 하는 박경옥씨. 나이에 걸맞지 않게 글 욕심이 많은 그녀에게 기대를 거는 것도, 그러한 욕심 때문인가 보다.

(책 리뷰) 손태연 시집 내 칩은 두 개를 받아들다

 

나는 쇼윈도우에 걸린 야한 레이스 속옷을 보면

몸이 부풀어 오른다

 

와이프는 늙어가는 볼륨없는 몸매

지하철 내 앞에서 등 돌리고 선 미니스커트

희고 긴 다리를 보면

출근가방을 껴안고 몸이 부풀어 오른다

어느새 나는 흰머리가 희끗희끗

 

봄볕에 돋보기를 닦고 나온 길 위로

여름 가을 겨울이 순식간에 스러지고

부숴진 길을 따라 걸으며

, 벌써 낙엽인가

음, 벌써 눈인가

서류봉투를 옆구리에 끼고 소주를 마시며

음 벌써 21세긴가

 

지그재그 걸으면 핸드폰을 여니

당신 지금 몇 신지 알어? 인생 왜 그렇게 살어어~”

하이톤의 와이프 닥닥 긁는 소리

 

~ 자기야 멋쩌어어~”

주점에서 애교 떠는 아가씨에게 팁을 주고

나는 그 말을 산다.

 

, 가물가물한 길이여

볼륨없던 무대여

그러나 무대 위로

아가씨들이 춤을 춘다

빵빵한 몸매

빨간 브래지어

빨간 끈 팬티

 

내 몸은 다시 부풀어 오른다

 

시인 손태연의 시집
<내 칩은 두 개>에 실린 빨간 팬티만 보면 나는이라는 시입니다. 조금은 파격적이라고 할 만한 이런 시를 쓰는, 시인 손태연을 처음 본 것은, 몇 년 전쯤 되었나 봅니다. 수인사에서 나는 밤에 출근하는 여자예요라는 말을 하는 바람에, 조금은 당황하기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패션디스플레이어인 손태연 시인은, 백화점의 영업이 끝난 다음에 디스플레이를 하기 때문이죠.

 

손태연 시인은 이 시를 중년 남성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썼다고 합니다. 아래서 치고 올라오는 직장의 후배들, 위에서 찍어 누르고 있는 상사들, 그리고 날마다 남들은 출세를 하는데, 너는 왜?’라고 욱박지르는 마누라. 명퇴를 하고 어깨를 처트린 남자들. 세상에 그런 이 시대의 수많은 남자들에게 힘을 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솔직히 손태연이라는 시인에 대해서는 전 잘 모릅니다. 그저 모임에서 보았을 뿐이고, 술 몇 잔 함께 마셨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마이블로그에 올라오는 글과 그림, 그리고 수도 없이 달리는 댓글들을 보면서 제 스스로 조금씩 손가락을 꼽아볼 뿐입니다.

 

손태연 시인의 시집 <내 칩은 두 개>는 모두 네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1부 가시로 짠 시간, 2부 그가 들고 온 밤, 3부 고장 난 채널, 4부 낮은 지붕들입니다. 그런데 시집을 찬찬히 읽다가 보면 착각을 하게 됩니다. 흡사 네 사람의 시인이 글을 쓴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이 시인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가끔은 손태연 시인의 글을 읽으면서 생각을 해봅니다. 도대체 얼마나 아픔이 있기에, 혹은 주변에서 얼마나 많은 아픔을 느꼈기에, 이런 시가 나올까 하고요. 하지만 이런 느낌을 저 혼자 갖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시집 뒷면에 보이는 김주대 시인의 평을 보면 공감이 됩니다. 괜히 시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제자 주절거리는 것이 실례인 듯해, 김주대 시인의 평으로 글을 접습니다.

 

그의 시는 아프고 깊다.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읽어야 할 시다. 읽으면 손끝이 아려온다. “여러 날 여러 밤/ 가시로 만든 시간을짜고 있는 시인의 밤은 또 얼마나 멀고 캄캄한지. 그의 시는 몸에서 왈칵왈칵 쏟아지는 눈물이다. 그러나 삶에 지쳐 쓰러진 약자들을 부여안고 불의를 향해 칼을 든 시들에서는 이 땅의 강인한 어머니를 볼 수도 있으니 그의 눈물은 생명의 뜨거운 태아들이라고 해야겠다. 그는 천상 여자이면서 한 사람의 좋은 시인임이 분명하다. -김주대(시인)

 

내 칩은 두 개 손태연 시집

화남의 시집 041

2013216일 초판 1쇄 펴냄

9000

 

그 집

뒤뜰에는 상사화가 피곤했지.

여인네 입가

감추어진 미소처럼

늘어섰던 찔레나무들 사이에서.

 

그 날

달빛은 죽음과 흡사했지

덧문을 열고 내다보던 그의 얼굴위로

하얗게 드리워지던 달빛

장독대 뚜껑 위에 몰래 올라앉은 거미줄조차

필사적으로 헐떡였지

 

이제는

허물어져 가는 무덤 위

나비만 가끔 기웃거리는

그 집

 

 

최자영시인(, 51. 정자동 거주)의 시 나비의 흔적이다. 214일 수원시청 옆 작은 커피숍에서 만난 최자영시인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동안이다. 그리고 아직도 호기심 많은 소녀와 같은 시인이다.

 

어려서부터 써 온 일기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어요. 그리고 늘 일기를 써 왔죠. 젊어서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20대에는 시를 써 노트 한 권을 꽉 채웠는데 그것을 잃었어요. 그 노트가 있었다면 꽤 많은 시를 갖고 있을 텐데요

 

최자영시인은 지금도 갖고 있는 시로, 한 권에 70편 정도의 시가 필요하다면 두 권 정도의 시집을 낼 수 있다고 한다. 2004년에 한국문인회에서 신인상을 받으면서 등단을 했으니, 올 해로 10년이 되었다. 시의 소재를 어떻게 찾느냐고 물었더니, 세상의 모든 사물이 보고 느끼는 것이 소재가 된다고 한다.

 

저는 남의 손을 보기를 참 좋아해요. 이야기를 할 때 상대방의 손을 보고 있노라면 그 안에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 있거든요. 보고 느끼는 것, 사물을 바라보다가 순간적으로 오는 느낌, 그리고 길을 가다가 만나게 되는 그림자 등 모든 것이 시의 소재가 될 수 있어요. 순간의 어떤 영감에 의해서 글을 쓰게 되죠.”

 

나를 위해 시를 쓰지만 독자의 느낌은 달라

 

최자영시인은 본인을 위해서 시를 쓴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을 보는 독자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기도 한다는 것. 그렇게 전혀 다른 느낌을 이야기하면, 그것이 오히려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저는 기쁜 마음으로 시를 썼는데, 그 시를 읽는 독자는 슬프다고 할 때도 있죠. 아마 시라는 것의 양면성일 수도 있는 듯해요. 그렇게 독자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할 때면, 그것이 오히려 나에게는 시를 계속 쓸 수 있는 힘을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닐까요? 결국 나의 내적 사고를 갖고 시를 쓰지만, 그것을 해석하는 것은 독자의 몫인 것 같아요. 사람마다 느낌은 다른 것이니까요

 

밖은 안개가 그득하다.

안개 주의보가 부슬부슬 내린다.

 

안개를 조심할 것

안개를 뛰어 넘어 다닐 것

절대로 헤매지 말 것

헤매다가 멈추지 말고

멈추어서 서성거리지 말 것

서성이다가 부딪혀도 아는 척 말 것

혹시라도 그저 지나치기

눈물겹게 쓸쓸해도

그리워하지 말 것

 

안개 주의보.

 

안개 속에서라는 최자영시인의 시이다. 조금은 슬픈 듯한 느낌이다. 그저 안개를 보고 지은 시 하나가 괜히 사람을 시큰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제 시가 조금은 슬프다고 해요. 아마 제가 안고 있는 슬픔 때문인가 봐요. 한 번은 이런 적이 있었어요. 어느 분이 찾아왔는데, 제 시를 읽고 고마워서 인사를 하러 왔다고 해요. 제 시를 읽으면서 부모님을 잃은 슬픔이 복받쳤는데, 나중에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이 조금 수그러들었데요. 그래서 고맙다고요. 시도 슬픔을 치유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았죠.”

 

자신은 슬픔을 표현했는데, 어느 독자는 그 시에서 깊은 사랑을 느꼈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한단다. 그래서 시를 쓰는 것이 즐겁기도 하지만, 함부로 쓸 수는 없다고.

 

사람을 만나는 것이 행복해

 

현재 최자영시인은 수원시인협회 사무국장의 소임을 맡아보고 있다. 그동안 그런 직책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그저 시만 썼지 그런 소임을 맡아보지 않았어요. 그런데 소임을 맡고 보니까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런 가운데서 제 나름대로 더 많은 글을 쓸 수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낯 선 사람들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재미있거든요.”

 

대화를 하면서도 연신 질문을 한다. 질문에 대답을 하다가보면 주객이 전도가 된 느낌이다. 그런 것을 재미있어 하는 최자영시인. 심성이 맑기 때문이란 생각을 한다. 앞으로도 좋은 시를 많이 써 달라고 부탁을 한다. 올 해는 시집 한 권을 내고 싶다는 최자영시인. 남들에게 많이 읽히는 시집이기를 바란다는 말에 기대를 한다.

섬 한 끝이 나를 불러

다시 돌아와 선

애월리 바닷가

 

不感

마른 생각 하나

솔숲에 묻는다.

 

꼭 손바닥만 하던

나의 열일곱,

시간은 늘

위태로운 몸짓으로

바다의 둥지 속으로 풀려가고

 

해풍에 절은 기다림이

점박이 나리꽃으로 붉던 날

억새꽃 마른 꽃대로

일어서던 섬이여(하략)

 

 

임애월의 시집 <정박 혹은 출항>에 실린 다시 애월리에서라는 시의 한 부분이다. 2013년 새해 들어 첫 만남을 가진 시인 임애월(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석천리 거주, , 54). 그녀를 만난 곳은 허름한 수원천변의 한 선술집이다. 그런 곳을 마다않고 선뜻 자리를 함께 해준 임애월 시인의 본명은 홍성열(洪性烈)이다.

 

제가 필명을 임애월(林涯月)이라고 사용하면서, 사실은 많은 분들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셨을 것 같아요. 숲과 물가 그리고 달, 그 세 가지를 아우르는 이름이거든요. 제주를 그리는 애월이란 호를 많은 분들이 시용하고 싶어 하셨는데, 제가 먼저 필명으로 사용을 하서 정말 죄스럽기도 하고요

 

책 읽기를 좋아했던 섬소녀

 

시인 임애월은 제주 출신이다.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15년 정도가 되었다. 정식으로 등단을 하기도 전에, 그 이전부터 벌써 문인지에 시가 실릴 정도였다. 그만큼 차곡차곡 쌓아왔던 어릴 적 책읽기가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되었는가 보다.

 

기자님은 어릴 때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저희가 살던 곳은 어릴 적 교과서 외는 책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어요. 책을 읽는 것이 행복해 오빠들이 만화책을 빌려오면, 그것을 보고 자려고 밤늦게까지 졸린 눈을 부비며 기다리고는 했죠. 그래도 정말 재미있는 책은 국어 교과서였어요. 제가 초등학생 때 오빠가 중학교를 다녀서 오빠 국어책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죠. 오빠가 고등학생일 때는 제가 중학생인데 고등학교 교과서를 보고는 했어요.”

 

어릴 적부터 책읽기가 좋았다는 섬 소녀 임애월은 그렇게 글과 접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결혼을 한 후 서울을 거쳐 수원으로 화서 정착을 했다. 아이가 중학교를 다닐 때 어머니회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수원문화원(당시 심재덕 원장)에서 백일장이 있다고 주변에서 나가보라는 권유를 했다.

 

벌써 20년이나 지났네요. 수원에서 하는 백일장은 초, , , 일반으로 나뉘어졌는데, 당시 일반부는 전국에서 많은 분들이 참가를 했어요. 거기서 운 좋게 시 부분 장원을 한 것이죠. 그 뒤 임병호 선생님께서 하시는 문학 강의 등을 듣게 된 것이 본격적으로 시를 배우게 된 계기가 되었고요. 등단은 1999년에 했는데, 그 이전인 1998년에 경기시학에 글이 실리고는 했어요.”

 

시인이 되어 정말 행복하다

 

임애월 시인은 감성으로 시를 쓴다고 한다. 시상(詩想)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는 주저없이 여행을 떠난다고. 그곳에서 만난 모든 것이 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글쎄요, 사람들은 흔히 시인을 영감설과 장인설로 나누고는 하는데, 저는 영감설 쪽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저는 어떤 지시에 의해서 80% 이상의 시를 쓰고 있으니까요. 시는 억지로는 되지 않잖아요. 오히려 억지로 글을 쓰려고 하면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듯도 하고요. 그저 어느 순간 떠오르는 시어를 적어갈 때가 가장 좋은 시를 쓸 수 있는 듯해요

 

 

그저 막걸리 한 잔 앞에 놓고 이야기를 하는데도 즐겁다. 시를 쓰면서 가장 좋은 일이 무엇인가를 물어보았다.

 

세상 모든 사람은 직업을 가지면 정년이라는 것의 올무에 갇히게 되죠. 하지만 시인은 그런 것이 없어요. 저는 시인이 되어서 정말 행복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나이가 아무리 먹어도 의지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해요. 물론 시를 쓴다는 것이 생활에 수단은 되지 않겠지만, 기댈 수 있다는 것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죠. 시는 자신과의 대화라고 하잖아요. 이 다음에 더 나이가 먹어도 나 자신을 들여다 볼 수가 있다는 것이죠.”

 

표정조차도 정말 행복해 보인다. 그 동안 <정박 혹은 출항><어떤 혹성을 위하여> 등 두 권의 시집을 펴냈다. 시를 쓰면서도 지역에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는 임애월 시인은 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와 수원시인협회 이사, 국제 PEN 한국본부 경기자역위원회 사무국장, 유네스코 경기도협회 이사, 기전문화연구회 연구위원 등을 역임하고 있다.

 

수원문학상과 경기문학인대상을 수상하기도 한 임애월 시인. 시인이어서인가? 마주 앉아 있으니 시인의 고향 제주 바닷가의 한적한 길을 걷는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절반쯤 버리고 나니

바다가 보였다

남양만의 밀물이

가슴 속으로 흘러왔다.

 

임애월 시인이 살고 있는 화성시 우정읍 석천리를 그린 시이다. 늘 그렇게 자연과 대화를 하고 사는 임애월 시인. 언젠가는 그녀를 졸라대 바람을 따라 길을 나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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