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재미있어요. 사람들이 저렇게 높이 날아다니면서 공을 던지고 꽃가루를 뿌리고, 이번 국제연극제에서 가장 신나는 무대인 것 같아요.”

축제란 이런 것이죠. 이렇게 사람들이 신이 나야 합니다. 처음부터 신나잖아요. 거기다가 관객도 참여해서 함께 무대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입니까? 우리 시민들이 기다리는 것은 바로 이런 연극이죠.”

 

15, 2014 수원화성국제연극제 3일째이다. 화성의 화서문 밖 서문공심돈 앞에 300여명의 관객들이 모였다. 국내초대 작품인 마법의 숲<프로젝트 날다>의 김경록 연출로 막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 마법의 성에는 김경록, 송승환, 홍예원, 신동은, 김소희, 김홍일, 장윤정, 정성태, 심주영, 이원선, 최윤정 등 배우와 시민들이 함께 참여를 했다.

 

 

공중거리극으로 재탄생한 명작

 

극단 <프로젝트 날다>는 산악장비와 구조물, 크레인 등을 이용하여 건물의 외벽이나 허공, 트러스 무대, 그라운드 등 경계 없는 거리 공간에서의 공연을 추구한다. 인간의 관계 속에서 나오는 움직임을 한계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창작하는 공중 퍼포먼스 단체이다.

 

마법의 숲은 대형 구조물과 다양한 오부제를 통해 펼쳐지는 상상 속의 거리 공중 극이다. 세익스피어의 4대 희극 중 하나인 한 여름 밤의 꿈을 새롭게 해석하여 크레인과 대형 구조물, 불꽃, 공 등을 활용하여 공중 극으로 꾸민 작품이다.

 

극은 일상에 지친 한 남자가 요정의 숲에서 겪는 사랑의 꿈 이야기로 관객들과 함께 꿈속에서 요정들과 함께 즐기게 된다. 크레인에 매달린 한 남자가 잠에서 깨어나 자신이 공중에 매달린 것을 알아내고 절규를 하며 극이 시작된다. 사람들은 그렇게 높게 매달린 남자를 보며 안타까워하기도.

 

 

대형 크레인에 매달린 구조물과 사람들

 

프로젝트 날다의 마법의 숲은 기존의 연극이라는 틀을 과감하게 깨버렸다. 그리고 커다란 구조물을 크레인에 달아 올리고 그 구조물에 몇 사람의 배우가 매달려 허공을 마음대로 유영한다. 화서문과 동북공심돈을 넘어 날아다니는 배우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인 연신 감탄을 금치 못한다.

 

정말 대단합니다.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네요. 배우들의 해학적인 모습과 이렇게 허공을 날아다니듯 유영을 하면서 연기를 하는 배우들을 보면서, 저 또한 그렇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서울에서 국제연극제를 보러왔다가 우연히 화성을 돌다가 좋은 구경을 하게 되었다고 하는 한 관객은 거리극이라고 해서 단순히 거리유랑집단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대현 크레인을 이용한 대단한 작품인줄을 몰랐다며 즐거워한다.

 

 

40분간 정말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극단 프로젝트 날다의 마법의 숲16일에는 오후 830분부터 마석공원에서 다시 공연을 펼친다. 이날 아이들과 함께 구경을 하러 나왔는데 공중에서 배우들이 던진 공 하나를 기념으로 가져가야겠다고 하는 한 시민은

 

우리가 기다리던 연극을 본 듯합니다. 이렇게 관객들이 함께 즐거워하고 함께 공중을 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좋은 연극이라고 생각합니다. 축제란 즐거워야죠. 오늘 마법의 성은 정말 좋은 축제였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힌디. 40분 동안 관객들은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면서 인사를 하는 배우들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2013수원화성연극제에 달라진 것들이 있다. 우선은 지난해까지 여기저기 분산시켜 극을 진행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일일이 찾아다닐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화성 행궁 앞에서 주로 공연이 이루어지는 바람에, 가족단위의 관람객들이 부쩍 늘었다는 점이다. 거기다가 넓은 행궁 앞쪽에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생겼다.

 

영동시장 아트포라의 自然+프로젝트부터, 아트디렉터 김연희와 총괄코디네이터 홍재주가 마련한 3some 페스티벌인 쉼터 등 다양한 볼거리가 제공되었다. 폐자재를 이용한 쉼터와 갖가지 조형은 이번 연극제에서 눈여겨 볼만한 것이었다.

 

 

세 개의 섬(3some) 프로젝트

 

아트디렉터인 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미술관박물관학 주임교수인 김연희의 주관으로 마련한, 세 개의 섬 프로젝트는 작가 맹홍균, 배동호, 성하균, 유익성, 이재용, 이호연, 정혜경 등이 참여를 했다.

 

폐타이어는 벽에 걸려 아름다운 미술품으로 다시 태어나기도 하고, 가운데를 막아 의자로도 활용이 되었다. 그런가하면 여기저기 많은 것들이, 앉을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이 되기도 했다. 그 모든 것이 모두 폐자재를 이용한 것들이었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이러한 쉬는 공간을 마련했다는 것이, 이번 수원화성국제연극제의 변화이기도 하다.

 

 

연극제라고 해서 꼭 볼거리만 제공한 것은 아니었다. 관람객들이 이곳을 찾아와 편히 쉬면서 대화도 하고,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도록 마련하였다. 쓰레기로 버려진 여행가방도 앉을 곳으로 변화를 하고, 버려진 아이들의 침대 또한 훌륭한 미술품으로 바뀌었다. 쓰레기였던 새장은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특별한 화분이 되었다.

 

버려진 쓰레기들이 이렇게 아름답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네요. 폐자재를 활용해 만든 이러한 것들이 많이 보여 좋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폐자재를 활용하는 작품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부천에서 화성 관람을 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수원에 들렸다가 연극제를 한다는 소리에 찾아왔다고 하는 최아무개(, 35), 이렇게 재활용 된 폐품으로 된 작품들을 하나하나 사진을 찍어가기도.

 

 

멋진 무대들, 그러나 아쉬움도 남아

 

3일간이나 화성 행궁 앞에서 주무대에 오른 연극과 거리공연, 마당극 등을 보았다는 한 시민은

 

이번 연극제는 한 곳에서 많은 종류의 다양한 볼거리를 보았다는 점이, 바람직한 운영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이해를 할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개막무대에 오른 서 발레단의 에디트피아트의 사랑의 찬가가 왜 개막무대에 서게 된 것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네요. 국제연극제의 취지와는 동떨어진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라고 한다.

 

개막무대로 올린 사랑의 찬가를 보는 시각은 여러 가지이다. ‘신선해서 좋았다는 평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프로와 아마추어들의 무대에서 보여 지는 극명한 차이를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에, 마치 몇 사람을 디우기 위한 무대 같았다거나, ‘MD를 이용한 음악이 스크러치가 심하게 들리는 등 음향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개막무대에 올린만한 작품이라면 연극제의 특성에 맞는 작품을 올려야만 했다고 의견을 내 놓기도.

 

 

막판을 치닫고 있는 ‘2013 수원화성국제연극제’. 많은 이야기를 남긴 연극제를 돌아보면서, 좀 더 성숙해진 시민들의 참여가 아쉽기도 하다. 연극제 기간 중 젊은이들보다는 연세가 드신 분들과 아이들이 객석을 채우고 있는 모습이 보여, 더 많은 사람들이 참관을 하지 않았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공연시작 5분 전에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공연장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주변 비를 피할 만한 곳으로 달려간다. 그래도 사람들은 공연장을 떠나지 않았다. 우비를 한 장 씩 받아든 사람들은, 다시 젖은 공연장으로 모여들었다. 아마도 공연장에 덩그렇게 놓인 채 비를 맞고 있는 뒤주가 마음에 걸리기라도 했던 모양이다.

 

좁디좁은 뒤주 안에 갇힌 사도세자의 몸부림은 사람들의 한숨을 자아내게 만든다. 그 좁은 통 속에서 몸조차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한 채, 벽을 긁어대는 모습이 유리로 된 벽을 통해 그대로 사람들에게 보인다. 객석에 있는 사람들 중에는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아마도 200여 년 전 뒤주 속에 갇혀 숨을 거둔 사도세자도 저리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행위예술가 김석환과 부토무용가 서승아가 마련한 '사도세자의 환생'. 수원화성국제연극제의 일환으로 열리는 마당극의 대미를 장식하는 퍼포먼스 공연이다

 

 부토춤의 일인자인 서승아가 뒤주 안에 들어가 사도세자의 고통을 몸짓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도세자의 몸부림을 그대로 형상화한 부토무용

 

사람들에게 약간은 생소하기도 한 ‘부토[舞踏]’란 1960년대에 시작된 일본 현대무용의 하나이다. 부토무용에서는 배우의 몸과 표현이 분리되지 않는다. 평론가 심정민은 「부토는 ‘일어나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시체다’라는 히지카타의 말이 대변하듯. 뒤틀리고 오그라들고 깡마르고 약하고 병들고 늙은, 그러므로 아름답기는커녕 건강해 보이지도 않는 몸을 표현한다.」고 했다.

 

한국 최초의 부토무용가이자 부토극단 천공요람의 대표인 서승아(여, 48세)와 서울국제행위예술제 운영위원인 김석환(남, 54세)이 수원화성국제연극제의 마당극 부분의 대미를 장식하는 퍼포먼스인 ‘사도세자의 환생’을 마련했다.

 

행위예술가 김석환은 커다란 비닐자루 안에 들어가 연희를 한다. 그 옆에 뒤주가 보인다

 

 비가 쏟아진 뒤에 관객들은 우의를 입고 관람을 하고 있다

 

김석환과 서승아는 때로는 둘이 되고, 때로는 하나가 된다. 두 사람은 영혼과 영혼이 만나 사도세자의 환생을 돕는다. 연꽃 한 송이는 사도세자의 환생을 상징한다. 그리고 향로에서 피어오르는 향의 연기 속에서 사도세자는 다시 살아나 걸어 나온다. 200년 전에 뒤주에서 처참한 생을 마감한 사도세자의 영혼을 불러내어, 그 고통을 잠시나마 잊게 하자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공연이다.

 

오히려 관객들까지 고통스러워

 

40분 간의 공연을 보면서 관객들은 스스로가 뒤주 속에 갇힌 사도세자가 되었다. 그리고 환생을 한 사도세자를 공연마당에서 만나게 되면서 다시 깊은 고통 속에 빠져든다. 부토무용, 그것은 춤이 아니라 인간의 육신을 이용한 대단한 몸짓이었다. 그야말로 ‘일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시체’라는 표현이 적합할 듯하다.

 

행위예술가 김석환이 뒤주 속의 사도세자를 불러내는 의식을 거행하고 있다

 

뒤주 안에서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한 사도세자가 뒤주를 나왔다. 환생을 의미한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쏟아진 비로 공연장은 온통 물바다였다

 

환생을 한 사도세자의 몸은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뒤주 안에서 움츠려진 채로 생을 마감했으니, 뒤주 밖으로 나왔다고 해서 펄펄 날수는 없었을 것. 오히려 그런 서승아의 부토무용이 사도세자의 환생을 표현하는 데는 제격이었다. 몸을 사리지 않는 서승아의 몸짓은 관객들과 하나가 되었다. 그녀의 몸짓을 보는 것만으로도 사도세자의 고통을 함께 느꼈기 때문이다.

 

부토무용의 대가 서승아에게 빙의 된 사도세자의 고통

 

마당공연장의 바닥은 빗물에 젖어있다. 그러나 그 빗물 속에서도 서승아는 몸을 사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 빗물을 이용해 극을 더 윤택하게 만들었다. 그런가하면 휠체어를 타고 있던 어르신에게 다가가, 공연장으로 끌고 들어오면서 그 분의 다리가 되어드렸다. 관람객조차 그대로 공연의 배우가 되는 순간이다.

 

휠체어를 타고 있던 할머니를 모시고 나온 서승아. 행위예술에는 관객들도 곧잘 배우가 된다

 

 부토무용의 일인자라는 서승아가 사도세자의 고통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렇게 장안공원에 되살아난 사도세자는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는 뒤편에 있는 노대 형상물 꼭대기에서 날개를 달고 훨훨 날고 있었다. 그런 구조물까지도 이들에게는 훌륭한 무대장치가 된 것이다. 이런 모든 돌발적인 행동은 각본에 있던 것이 아니라, 즉흥적인 생각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행위예술을 마친 부토무용가 서승아. 온 몸으로 표현을 한 사도세자의 아픔으로 인해 그녀의 무릎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블록이 깔린 마당공연장에서 뒹굴다 보니 생긴 상처였다. 그 상처에서 흐르는 피가 옷 밖으로 벌겋게 배어나왔지만, 그녀의 몸짓은 오히려 강해지고 있었다. 그녀의 일그러진 몸에서 자유를 찾은 사도세자는 그렇게 훨훨 날아가 버렸다.

 

공연장 뒤편에 설치된 노대의 모조형상물 위에서 서승아는 날개를 얻었다. 200년만에 환생한 사도세자는 그렇게 자유를 얻었다.

세 사람의 아티스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물과 바람, 공기, 빛 등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흐름들이 다양한 색채와 오브제, 그리고 움직임이 수원천을 따라 흐른다. 행위예술가인 김석환, 김백기, 신용구 등이 무대를 꾸민 퍼포먼스 ‘흐름에 대한 상징과 이미지 조각들’이 수원천 남수문 앞 지동교 위에서 거리공연으로, 8월 31일 오후 7시에 무대를 열었다.

 

좁은 공간에서 수원천을 배경으로 하는 이들 3인의 행위예술가들은 수많은 공연에서 나름대로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예술인들이다. 2012 수원화성국제연국제에 <4인 4색 퍼포먼스>의 일환으로 열린 이날 공연은 김석환으로 부터 시작이 되었다.

 

아무리 막고 숨어도 오염될 수밖에 없어

 

김석환은 물이 담긴 비닐봉지를 삼각형으로 꾸민 나무에 매달아 놓고, 우산의 헝겊부분을 들어내 자신의 몸을 감싼다. 살만 남은 우산과 물이 가득한 비닐주머니에 주사기를 이용해 묽은 물감을 탄다. 비닐주머니의 물은 점점 붉은 색으로 변해가고, 그 맡에 쭈그리고 앉은 배우는 바늘구멍에서 흐르는 붉은 물을 뒤집어쓴다.

 

 

“한 마디로 오염입니다. 인간들이 아무리 공해에서 벗어나려고 노력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죠. 별별 방법을 다 써 봅니다. 제가 우산의 헝겊부분으로 몸을 감싼 것도, 다 공행에서 나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살만 남은 우산에서 보이듯, 우리는 언제나 공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죠. 이곳 수원천에서 이렇게 퍼포먼스를 하는 것도 나름의 이유가 됩니다. 물은 소중한 생명원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는 그 물이 오염되어 가는 것을 보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그저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해보지만, 어쩔 수 없이 공해에 젖어버린다는 것이다.

 

 

물을 상징하는 세 사람의 배우

 

종이옷으로 전신을 감싸고, 얼굴을 희게 칠한 배우가 천천히 무대 중앙으로 등장을 한다. 신용구는 영혼이 갈구하는 극락을 향한 염원을 동작으로 상징을 한다. 무대를 돌면서 극락으로의 염원을 그려낸다. 결국 한 마리의 새가 되어 피언의 세계로 날아가고 싶은 마음을 형상화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황토색 천으로 전신을 감싼 또 한 사람의 배우 김백기가 수원천을 내려다보고 있다. 높은 곳으로 올라간 배우는 커다란 노를 저어 또 다른 세상을 찾아간다. 세 사람의 아티스트들은 각각 나름대로의 동작을 이어간다. 서로가 부딪치지도 않고 서로가 관여하지도 않는다. 그저 정해진 공간을 따라 흐를 뿐이다.

 

 

 

전체적으로 이 무대는 물길이다. 그 물이 자유스럽게 흐르듯 배우들도 각자의 공간에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이 된다. 결국 그 주제는 수원천의 물길이란다. 물과 빛, 그리고 바람의 흐름들이 수원천을 따라 흐르는 것이다.

 

“사실은 오늘 공연에서 방생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생명을 살리는 방생이 오히려 이곳에 풀었을 때 생명을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길은 어떻게든지 연결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점이 조금은 아쉽습니다.”

 

 

 

퍼포먼스란 배우가 관중들에게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관념이나 내용을, 신체 그 자체를 통하여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예술 행위를 말한다. 세 사람의 행위예술가들은 각자의 행위예술을 한 무대에 올렸지만, 전체적으로는 물길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갖고 있다.

 

음악에 맞추어 각자가 표현하는 행동. 그리고 서로가 하나의 맥으로 이어지는 무대. 이미지 조각들은 다 다르지만, 그들은 한 무대에서 결국 하나로 만나게 되었다. 대사 없이 동작으로만 이루어지는 행위예술. 얼마나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 그들의 다음 공연이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8월 26일부터 9월 2일까지 8일간 수원은 시끌벅적하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모여 박수를 치기도 하고, 환호를 지르기도 한다. ‘2012 수원화성 국제연극제’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진주’, 다국적 연극단의 ‘나비의 꿈’, 호주의 아크로바트 공연인 ‘낙하프로젝트’와 일본의 ‘서커스 퍼포먼스’, 중국의 ‘인어공주’와 러시아의 ‘러시아 카바레’ 등 해외 참가작과 우리나라의 극단들이 참여를 해서 화성행궁광장, 수원천 길거리 공연장, 장안공원 등 여러 곳에서 공연이 펼쳐진다.

 

국내공연작 중 예술무대 ‘산’의 길거리 인형극인 선녀와 나무꾼의 뒷 이야기인 ‘선녀의 날개를 찾아서’가, 29일 수원천 거리공연으로 오후 7시부터 화성 남수문 앞 지동교에서 펼쳐졌다.

 

 

 

아름답지만 슬픈 나무꾼과 선녀의 이야기

 

초등학교에서 배운 선녀와 나무꾼의 이야기는 일반적으로 나무꾼의 이야기가 주가 된다. 선녀는 그저 인간세계로 내려와 날개옷을 빼앗기고, 아이를 셋이나 낳은 후에 날개옷을 입고 다시 하늘로 돌아간다. 그런데 이런 모든 상황을 조종하는 것이 바로 나무꾼으로 인해 목숨을 건진 사슴의 배후조종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조현산 구성 연출로 극으로 꾸며진 ‘선녀의 날개를 찾아서’에서는 5m의 대형 인형으로 관람객들을 만나게 되는 나무꾼과, 선녀의 슬픔을 확장된 커다란 얼굴을 가진 선녀, 자신의 의사대로 선녀와 나무꾼의 일생을 좌지우지하는 사슴 무리들이 출연을 한다.

 

 

20년 동안 인형극에 푹 빠져 있었다는 연출자 조현산은 연출의 변을 이렇게 말한다.

 

“선녀와 나무꾼에서 미쳐 모르고 지나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선녀와 나무꾼은 선녀의 마음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이, 사슴이 시키는 대로 따라한 나무꾼의 이야기가 주가 됩니다. 하지만 과연 날개옷을 빼앗기고 아이를 낳고 살았다고 해서 선녀가 행복했을까요? 아이를 셋이나 낳은 선녀가 날개옷을 찾아 입고 다시 하늘나라로 돌아갔다는 것은, 선녀는 행복하지 않았다는 뜻도 됩니다. 날개옷은 선녀의 자유의지입니다. 그 옷을 빼앗긴 순간 선녀는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죠. 그런 점들을 인형극으로 구성을 해, 수원천에서 사람들과 조우를 하는 것이죠.”

 

사슴들의 조종을 받는 나무꾼의 머리는 창살에 갇혀

 

5m 높이의 큰 머리를 가진 나무꾼은 인형으로 대신했다. 그 인형의 뒤에는 조종석이 있다. 사슴들이 그 곳으로 올라가 나무꾼을 조종한다. 나무꾼은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사슴들이 번갈아 조종하는 대로 움직인다. 나무꾼의 머릿속에는 선녀의 날개가 있다. 그리고 나무꾼의 머리는 창살로 옭매어있다. 늘 갇혀있는 사고로 인해 자신이 아닌 사슴의 머리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자신의 사고는 창살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슬픈 얼굴을 하고 눈물을 흘리는 큰 머리의 선녀가 등장한다. 선녀는 나무꾼에게 날개를 빼앗기고 슬픈 표정으로 나무꾼과 만난다. 그 뒤로는 사슴들이 쫒아 다니면서 선녀와 나무꾼에게 강요를 한다. 자유롭게 날기를 원하는 선녀는 객석 밖으로 나가, 자신이 추구하는 자유를 갈망한다.

 

큰 도끼를 손에 쥔 나무꾼은 이미 자아(自我)가 없다. 뒤에서 조종하는 사슴들의 의지대로 움직일 뿐이다. 이 모든 것은 상징적으로 표현이 되었다. 그리고 자유를 찾아 공연장을 떠났던 선녀가 다시 돌아왔다. 사슴들은 갖은 회유를 하다가 선녀에게 날개를 갖다 준다. 그러나 선녀는 이곳에서는 하늘로 올라가질 않는다. 날개옷 그 자체가 바로 자유로의 갈망이기 때문이다.

 

 

 

 

500여명의 관람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30분 동안 펼쳐진 선녀와 나무꾼의 이야기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선녀는 얼굴에 흐르던 눈물을 닦고, 나무꾼에게도 돌아갔다. 공연 내내 슬프던 선녀의 얼굴에 모처럼 환한 미소가 보인다. 자유를 찾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진정한 자유는 환경 등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드는 것임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선녀 역 김양희(여, 36세) 대담

 

- 연극을 하신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바로 연극무대에 올랐으니 한 13~4년 정도 된 듯하네요.

 

- 이 극에서 선녀 역을 맡아하셨는데, 선녀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를 하셨는지?

우리가 극중에서 만나게 되는 선녀는 행복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나무꾼과 살아야했고, 아이를 낳기도 했으니까요. 날개를 다시 찾고는 바로 하늘로 올랐다는 것은, 나무꾼과의 생활이 행복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뜻하죠. 아마도 이 극중에서 선녀는 쉴 새 없이 자유를 갈망하고 있었을 것 같아요.

 

 

 

- 날개를 찾고도 하늘로 올라가질 않았는데?

예, 아마도 극중에서 선녀가 느끼는 감정은 다양한 것 같아요. 슬픔과 기쁨, 그런가하면 어두움과 밝음, 그런 것들이 교차를 하니까요. 이 극에서 저희가 관객들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목소리는 인간의 자유에 대한 갈망은, 억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이라는 것이죠. 하늘에 올라가지 않아도 날개를 찾았다는 것은 갈망하던 자유를 찾았기 때문이란 생각입니다.

 

- 공연은 어느 정도나 하시나요?

저희 극단은 해외공연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한 달이면 한 일주일 정도만 쉬고 20일 이상을 공연을 합니다.

 

 

- 앞으로 꼭 맡아서 하고 싶은 배역이 있다면?

이상하게 저는 독한 역을 한 번도 해보질 못했어요. 그래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독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고맙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극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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