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이 절에는 어마나 많은 사부대중이 살았던 것일까? 공양간에서 밥을 하기 위해 사용했다고 전하는 개태사 철확을 보면서, 어림짐작을 하려고 해보지만 이해가 가질 않는다. 논산시에 소재한 개태사는 고려 태조인 왕건이 세운 사찰로, 철확은 이곳 주방에서 사용했다고 전하는 철로 만든 대형 솥이다.

 

이 철확은 벙거지 모자를 뒤집어 놓은 모양으로, 지름이 약 2m에 둘레길이 6.28m, 높이 97이다. 조선시대에 절이 없어지면서 벌판에 방치된 채 있던 것을, 가뭄 때 솥을 다른 곳으로 옮기면 비가 온다고 하여 여러 곳으로 옮겼다가, 일제강점기 때 서울에서 열린 박람회에 출품된 후 새로 건립한 지금의 개태사에서 보존하고 있다.

 

 

우주정에 얽힌 뜻은?

 

그러고 보니 개태사를 다녀온 지가 꽤 오래되었다. 가끔은 답사를 하고도 바로 글을 올리지 못하면, 이렇게 늦어질 수가 있다. 개태사에는 몇 기의 문화재가 전하고 있어, 그것들을 소개하다가 보니 철확의 소개가 늦어져 버렸다. 사실은 개태사를 찾아간 것도 철확 때문이었지만, 주객이 전도가 된 셈이다.

 

어쨌거나 문화재를 소개한다는 것은 순번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래도 조금은 자위를 해본다. 개태사 철확은 경내 한편에 우주정이라는 전각을 세우고, 그 안에 보관을 하고 있다. 전각 안을 꽉 채우고 있는 철확을 보면서, 이 전각의 이름이 우주정이라는 것이 이해가 간다.

 

 

우주를 담을 만한 우물이라는 뜻인지? 그렇게 큰 철확을 보관하고 있다는 뜻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철확의 크기로 따진다면, 어찌 그 안에 우주인들 담을 수 없을 손가? 아마도 이 큰 철확에 우주를 담을 수 있는 수많은 사부대중들의 마음이 함께 했는가도 모르겠다.

 

초심을 지키는 것은, 문화재 답사의 즐거움

 

문화재를 만난다는 것은 늘 즐겁다. 그것은 나도 모르던 것을 하나씩 배워나간다는 생각 때문이다. 다 아는 것을 돌아보는 것과, 모르는 것을 하나씩 깨우치면서 돌아보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 그래서인가 참 답사를 다니면서 못된 버릇 하나가 생겼다. 몇 번씩 찾아간 문화재도 안내판부터 찬찬히 읽어 내려가는 것이다. 한 마디로 아무 것도 모르는 양, 초심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함이다.

 

 

사실 초심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답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누가 하라고 시키는 것도 아니고, 그것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불이익을 당하는 것도 아니다. 하기에 초심을 잃어버린다면 시간 뺐기고, 물질 남아나지 않는 답사를 벌써 그만 두었을 것이다. 늘 새로운 것을 만나고, 늘 그것을 마음속에 담아두면서 길을 걸어야 제대로 답사를 할 수아 있다.

 

개태사 철확을 만났을 때도 그랬다. 개태사는 아마도 5회 이상은 찾아갔을 것이다. 아주 오래전에 대전에서 방송 일을 할 때부터 들리던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철확을 보는 순간 참으로 반가웠던 것은, 그 오랜 시간동안 여기저기 끌고 다녔음에도 형태를 보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깨어지고 많이 떨어져나가 온전한 모습을 아니라고 하지만, 그나마 남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솥 안에 동전 한 닢을 던져보다. 둔탁한 금속소리가 난다. 벌써 누군가 그곳에 동전과 지전을 던져 넣었다. 그 사람들은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나는 그저 마음속으로 천년만영 잘 견디고 있기를 빌어보았다. 다음에 또 이곳을 찾아왔을 때도, 지금 그모습 그대로 볼 수 있기를.

오늘이 입춘(立春)입니다. 말 그대로 오늘부터 봄이 시작되는 것이죠. 며칠간 혹독한 추위를 우리는 흔히 ‘입춘추위’라고 합니다. 아무리 추워도 봄이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봄을 세운다.’ 우리 선조님들은 참 말을 멋지게 표현을 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입춘에는 ‘춘축(春祝)’이라고 하여 좋은 글귀를 대문이나 기둥 등에 써 붙이기도 합니다. 이는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첫 절기인 입춘에 글을 붙여, 그 해에 그런 좋은 일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것을 춘축, 혹은 ‘춘첩자’라고 했으며, 상중에는 이런 글을 붙이지 않습니다.


입춘축대로 되소서.

입춘에 많이 사용하는 글귀로는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혹은 ‘국태민안(國泰民安) 가급인족(家給人足)’을 많이 써 붙입니다. 조금 글께나 읽은 선비님들은 이보다는 조금 글귀가 많은 것을 좋아했는지, ‘소지황금출(掃地黃金出) 개문만복래(開門萬福來)’나 ‘부모천년수(父母千年壽) 자손만세영(子孫萬世榮)’ 등의 글귀를 붙이기도 합니다.

이런 좋은 글귀를 써 붙이고 나서 그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작은 소망들이, 새해의 첫 절기를 편안하게 합니다. 사람들은 입춘일에 여러 가지 일 년의 운세를 미리 알아보기도 합니다. 아마도 한 해를 세운다는 뜻을 가진 입춘이니, 우리의 심성에서는 이 날이 바로 새해의 첫날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 날 무가(巫家=무당집)에서는 간단한 음식을 차려 놓고, 신자들을 위한 축원을 합니다. 이것을 ‘입춘굿’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입춘일에는 일 년의 운세를 보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무가를 찾아들기도 합니다.

보리뿌리 점도 치고

입춘은 저리 중 가장 첫 번 째 절기입니다. 실제적으로 농촌에서는 입춘을 맞이해 농사가 시작됩니다. 그동안 얼어붙었던 땅이 해동이 된다고 하여, 이날부터 농기구를 손질하고 농사준비에 바쁘게 움직입니다.

입춘 일에 시골에서는 보리뿌리를 캐어보기도 합니다. 이것을 ‘보리뿌리 점’이라고 하는데, 보리 뿌리를 캐보아 가닥이 세 가닥이면 그 해는 풍년이 든다고 합니다. 두 가닥이면 평년작이고, 뿌리에 가닥이 없으면 흉년이 든다고 합니다.

또한 이 날 오곡의 씨앗을 전이 낱은 솥이나 철판 등에 놓고 볶아보기도 합니다. 그 중 가장 먼저 밖으로 튀어나온 곡식이 그 해에 풍년이 든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속설은 믿거나 말거나이겠지만, 그래도 옛 선조님들의 마음속에 풍년을 얼마나 갈구했는가를 알아볼 수 있는 풍속 중 하나입니다.

역사적으로 흑룡 해인 임진년은 우리나라는 많은 환난이 있기도 했습니다. 올 해 역시 힘들 것이라고 이야기들을 합니다. 이런 임진년 입춘 일에 그저 잘 쓰지 못하는 글일망정, 정성을 들여 입춘축 하나 써서 문에 척 붙이시기 바랍니다. 제가 춘축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글귀는 바로 ‘부여해 수어산(富如海 壽如山)’이라는 글귀입니다. ‘복은 바다처럼, 명은 산처럼 ’이라는 글이죠. 그 뜻대로 이루어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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