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수원천 축제도 버드내교 - 유천2교 사이에서 열려

 

수원천은 생명의 하천이다. 수원천에는 수많은 생명들이 이곳에서 살아간다. 동식물이 자리하고 있는 수원천은 수원의 도심을 흐르는 젖줄로 계절마다 많은 생명들이 이곳에서 새 생명을 얻기도 하고, 소멸되어 버리기도 한다. 그런 수원천이 이 계절에 가장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천변 산책로에 무수히 피어있는 아름다운 꽃 때문이다.

 

수원천은 광교산에서 발원하여 수원의 중심부인 장안구, 팔달구, 권선구를 거쳐 황구지천에 이르는 길이 16km, 유역면적 25에 이르는 대표적인 도시형 하천으로, 팔달구에 있는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과 함께 화홍문, 남수문, 방화수류정 등 역사와 문화가 있는 수원의 중심하천이다

 

이런 수원천이 장안구 상광교동 광교산에서 발원하여, 팔달구를 거치면서 수원화성을 가로지른다. 수원화성 구간에서는 방화수류정과 용연, 화홍문, 화성의 중심부를 지나면서 남수문을 거쳐 물길이 유천(柳川= 버드내)이란 명칭으로 권선구를 지나 황구지천으로 유입되어 서해에 이른다.

 

 

권선구민 화합한마당 행사도 열려

 

이 계절이 되면 정말 걷기 좋은 곳이 바로 수원천이다. 날씨도 걷기에 적합하지만 권선구에서 주관하는 ‘2019 수원천 축제1019() 버드내교에서 유천2교 사이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권선구만 화합 한마당으로 펼쳐지는 수원천 축제는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수원쳔을 걸으며 하루를 즐긴다.

 

19일 오후 3시에 시작하는 개막식은 버들교 옆에 메인무대를 마련해 놓고 손님들을 맞이한다. 이날은 무대공연과 체험부스, 플리마켓, 거리이벤트, 먹거리부스, 포토존 등을 운영하며 축제장을 찾아 온 관람객들은 수원천 가에 즐비하게 피어있는 각종 꽃을 즐기며 가족끼리 사진촬영을 하는 등 하루를 즐길 수 있다.

 

13일 오전, 수원천으로 나가보았다. 지동교에서 수원천 곁에 나 있는 산책로를 따라 내려가다 보니 수원천에 어른 팔뚝보다 굵은 물고기들이 한가롭게 유영을 하고 있고, 큰 물고기 옆으로 작은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다닌다. 그것 하나만 보아도 수원천이 얼마나 많은 생명을 감싸 안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있다.

 

 

수원천에 가지를 늘어트린 능수버들, 제멋에 겨워

 

옛날에 천안 인근에 홀아비 한 사람이 능소(綾紹)’라는 어린 딸과 함께 살았다. 이 부녀는 비록 가난하긴 하였지만 정이 깊었다. 그런데 능소의 아버지가 변방의 수자리로 뽑혀가게 되었다. 능소의 부친은 변방으로 가다 천안삼거리에 이르러 더 이상 어린 딸을 데리고 갈 수 없다고 생각하여 주막에 딸을 맡겨 놓는다. 아버지는 딸 능소에게 '이 나무에 잎이 피어나면 다시 너를 만나러 이곳으로 올 것이다'라고 한 뒤 홀로 떠났다. 나중에 수자리에서 돌아 온 아버지를 만난 능소는 서로 얼싸안고 춤을 추었다고 한다

 

천안삼거리에 전하는 능소에 대한 전설이다. 하지만 정조대왕도 버드나무를 유난히 좋아한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에서 새롭게 발견된 '신풍누도'라는 제목의 채색 그림을 보면 수원화성 행궁의 정문인 신풍루 주변에 온통 버드나무가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화성전도를 보아도 화성 성밖으로 온통 버드나무가 그려진 것을 볼 수 있다.

 

정조가 현륭원(사도세자의 묘. 사도세자를 장조로 추존한 이후 융릉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일대나 용주사 일대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 버드나무를 심기 시작한 것은 재위 15년째인 1791년이다. 그해 1571주를 심기 시작해 몇 년에 걸쳐 수차례 버드나무를 심고 가꾸게 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제방을 쌓은 곳에도 심게 했다. 버드나무가 물을 좋아하는 특성 때문이다.

 

 

이 가을에 수원천을 걸어보자

 

권선구 지역인 세류동으로 들어서자 수원천 가에 핀 각종 꽃들이 반긴다. 코스모스며 국화, 해바라기 등도 수원천을 걸으면서 함께 즐길 수 있다. 휴일이라서 인가, 많은 사람들이 아직 만개하지 않은 꽃들을 배경으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곳곳에 쉴만한 곳에는 어김없이 사람들이 앉아 가을의 수원천을 만끽한다.

 

유천2고 아래로 들어서니 능수버들 가지가 수원천에 닿았다. 이런 멋진 모습 하나만으로도 수원천을 이 가을에 꼭 가보아야 할 곳이다. 천천히 걸어본다. 바쁠 것도 없지 않은가? 그저 물속에서 한가롭게 유영하는 물고기들과, 그런 물고기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날짐승들. 그런 모습 하나만으로도 마음에 평안을 느낀다.

 

물 흐르는 소리가 정겹고 많은 물고기와 아름다운 꽃이 피어있는 곳. 이 가을에 수원천을 한번 걸어보라. 그리고 심호흡을 한 번 해보자. 세상에 모든 시름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수원천이다.

 

예술공간 봄 제1전시실에서 829일까지 전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고 권리이자 평생의 숙명같은 것이다. 각자가 감당할 만한 움직임 범위를 가지게 되는데, 자신에게 부과된 환경에 적합한 형태를 창조하는 것은 생명의 몫이다. 모든 것이 귀찮고 멈춰서고 싶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나아가야 한다. 살아지는 것이 아닌 살아가는 것인데, 정지는 잠깐의 휴식과 안식처일 뿐 진정한 해결책이 아니었다. 고리를 돌리는 작은 수고로움과 용기로 시작해서 그 후에 불어오는 흐름에 몸을 맡겨본다

 

오경진 작가가 작가노트에 쓴 말이다. 오경진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그동안 두 번의 개인전을 열었는데 첫 번째는 2019년 서울 갤러리 도스에서 가진 활기의 상이었고, 이번에 두 번째로 수원 예술공간 봄 제1전시실에서 갖는 불어오는 자리이다.

 

작가는 2013년부터 단체전에도 참여했다. 2013art-ache(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를 시작으로 2014년 경인미술관(서울)에서 열린 아트정글전, 2014년 북서울 꿈의 숲 드림갤러리(서울)에서 연 침투, 미묘한 작용, 2015년 서울특별시의회 본관(서울)에서 연 청춘본색 전, 2016년 걀러리 H(서울)에서 연 설렘, 2017년 서울 아이디어 팩토리에서 전시를 가진 뜰 전, 그리고 2018년 서울 겸재 정선미술관에서 가진 사이(似異) 전 등에서 활동했다.

 

 

살아간다는 것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

 

20일 오후 찾아간 예술공간 봄. 오경진 작가는 우리가 살아있는 모든 순간들은 끝없이 움직이는 과정 속에서 가능하다면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은 본능적이거나 자발적으로 끊임없이 움직인다. 움직이지 않으면 죽어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하기에 생명은 조용한 듯 보여도 끊임없이 움직이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움직이는 힘은 그 안에 용솟음치는 생동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고, 뜨거움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기에 그것이 우리를 어디로 이끌지,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몰라도 우리는 계속 날개를 파닥거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 행위 자체가 바로 생명이 있고 살아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란다.

 

행궁동 예술공간 봄 제1전시실에 전시된 오경진 작가의 작품은 모두 11점이다. 3곳의 작은 공간과 중앙 전시홀에 걸린 작품들은 밤 무지개, 무지개 자국, 재회, 새벽녘, 오늘도 줄넘기, 줄 위에 바람대로, 금요일 산책, 갈대피리, 장미전선, 연기 아니고 수증기 등의 제목을 달고 있다.

 

 

오경진의 작품은 만물의 변화를 동()하는 기운

 

오경진의 모든 그림은 힘의 근원이 바탕이 된다. 그 힘의 주체는 인간인 작가가 가진 내면에서부터 생명, 자연, 그리고 우주로 점차 광범위해진다. 이렇듯 만물은 모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나아가 일체 된다고도 볼 수 있다. 작가는 이들이 공통으로 발산하고 있는 에너지를 표현하기 위하여 싹이 움트는 모습, 자연에 빗대어진 생명력, 그리고 초능력과 같은 정신적인 힘을 담은 시리즈를 구성한다. 각 시리즈는 커다란 에너지. 즉 기운이라는 개념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이며, 에너지가 어떤 형태를 가졌는지, 어떻게 약동하고 얼마만큼의 움직임과 파장을 보여주는지 작가의 상상을 거쳐 나타난다.’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김문빈은 오경진 작가의 작품은 만물의 동하는 기운을 표현하고 있다고 했다. 전시실에 걸린 오경진 작가의 작품에는 구름과 같은 표현이나 연기와 같은 것들이 퍼져나가는 형태로 파장을 표현하고 있다. 오경진 작가는 자신의 작품속에서 끊임없이 생명이 살아있음을 표현하고자 했다.

 

행궁동 예술공간 봄 제1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는 오경진 작가의 불어오는 자리. 829일까지 전시될 작가의 작품을 찾아가 만물의 변화를 움직이는 기운을 받아보기를 권유한다.

 

길을 가는데 창문으로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 그것도 활짝 열린 창문이 아니라, 커튼이 드리워진 사이로 조금만 커튼을 젖히고 보고 있다.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 그와는 반대로 내가 남의 방안을 누가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다가 눈이 마주쳤다. 순간 괜히 무엇인가 잘못한 것만 같아서 움찔한다.

 

수원시 팔달구 신풍동 24번 길 40에 소재한 행궁동 주민센터. 민원실 벽면은 정월행궁나라 갤러리이다. 정월은 나혜석의 호이다. 그 벽면 갤러리에 그렇게 커튼을 조금 열어젖힌 눈망울이 나를 보고 있었다. 임진실의 초대전 나도 모르게 보려고 해는 지나가다 창문 틈 사이의 눈동자와 마주친 순간 나도 모르게 무엇인가를 보려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보려고 해

 

91일부터 30일까지 정월 행궁나라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고 있는 작가 임진실의 나도 모르게 보려고 해전은 한 마디로 상상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전시회이다. 벽에 걸린 몇 점 안되는 작품들은 그야말로 파격적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듯하다. 처음 이 작품을 만났을 때는 벽걸이 장식인줄 알았다고 한 주민은 이야기를 한다.

 

저 작품 전시회 걸개가 없었다면 그냥 벽을 치장한 것인 줄로만 알겠어요. 그런데 작품전시라고 해서 하나하나 보고 있노라니 참 묘한 느낌이 들어요. 마치 제가 남의 집 창문을 들여다보다가 주인에게 들킨 것 같은 느낌이요. 아마 작가분도 그런 느낌으로 세상을 본 것은 아닐까요?”

 

 

작가 임진실은 한남대학교 서양학과를 졸업했다. ‘꿈과 마주치다(임호갤러리)’외 다수의 그룹전을 열었고, 개인전은 세 차례를 열었다. 2010년 서로 몰랐던 일들(대안공간 게이트), 2010년 너를 위한 동화(All Souls cafe), 2014년 임진실 개인전(갤러리 자인제노)과 이번에 네 번째 전시회가 된다.

 

장난감이 영혼이 있다면?

 

작가노트에서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

동네 안을 걷다가 보면 시선은 건물과 창문에 늘 머물게 된다.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꺼내들고 사진을 찍는다. 언제나 그렇듯 이미지 파일은 창문과 건물들로 가득하다. 오래된 양옥집과 두꺼운 페인트가 발린 대문과 낡은 창문들을 보며 저 집은 곰돌이네 집이라고 상상해본다. 문을 두드리면 곰돌이가 조금은 망설이다가 현관으로 나와 문을 열고 쑥스러운 얼굴로 맞이해줄 것이다.

 

 

그랬다. 어린 시절 사람들은 누구나 인형에 생명이 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 생각이 영상으로 만들어져 사람들에게 간혹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작가는 지금도 그 침대 맡에 놓여있는 곰 인형이 영혼이 깃들었다고 생각을 한단다. 작가들의 상상의 그 모든 것이 결국 작품이 되어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인가 보다.

 

작가는 그 곰 인형과 이야기를 할 수 없어 안타까움을 작품에 그려 넣었는지도 모른다. 창문 커튼을 조금 열고 밖을 내다보고 있는 곰 인형이 눈과 마주쳤다. 순간 저 곰 인형이 내 생각을 다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차라리 이렇게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보다야 저 인형과 생각을 나누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행궁나라 갤러리에 가면 임진실 작가의 마음을 읽을 수가 있다. 그리고 창문 틈으로 얼굴을 내민 곰 인형과 대화를 할 수 있다.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을 즐길 수 있는 전시회에 발길을 돌려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수원천은 광교산에서 흐른다. 수원천의 의미는 일반 하천과는 남다르다. 수원천은 그냥 흐르는 개울이 아니다. 광교산에서 발원한 수원천은 광교저수지에 잠시 머물렀다가 다시 흘러 화성의 북수문인 화홍문에서 화성으로 유입된다. 일부의 물줄기는 방화수류정 앞에 조성한 용연으로 흘러든다.

 

7간 수문인 화홍문에서 화성으로 유입된 수원천은 수많은 생명을 잉태시키며 흐른다. 주변으로는 축축 늘어진 수양버들의 가지를 적시면서 물에는 많은 생명들이 유영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행궁 앞에 놓였던 매향교 밑을 지나 9간 수문인 남수문을 지나 성 밖으로 빠져나간다. 그 앞에는 정조가 내탕금을 내주어 개설을 한 시장이 서 있다.

 

 

수원천이 화성을 가로지르면 흐르는 동안, 그 안에는 숱한 이야기꺼리를 만든다. 그리고 많은 생명들이 그 물을 생명의 원천으로 삼는다. 수원천가에 산책로를 걸으면서 보면 팔뚝만한 고기들이 튀어 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가끔은 조용한 물에서 그렇게 튀어 올라 지나는 사람을 놀라게도 한다.

 

수원천이 지척에 있어 늘 즐겁다

 

수원천과 화성이 지척에 있어 늘 즐거운 사람이다. 마음만 먹으면 그저 언제나 편하게 만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곁에 있으면 소중함을 모른다는 말은 바보 같은 이야기이다. 곁에 있어 늘 소중하다. 20일 장안문에 인천 아시안게임 성화가 도착을 한다고 한다. 언제나 그렇듯 화성에 일이 있으면 바로 성으로 달려가 걷기 시작한다.

 

 

가까이 있는 화성이 고마운 것은 그 안에 수원천이 흐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장안문을 향하면서 창룡문을 거쳐 연무대 앞을 지나 동암문, 그리고 방화수류정과 화홍문(북수문)을 지난다. 그런데 화홍문 7간 수문 앞에 무엇인가 작은 것들이 돌아다닌다. 오리새끼들이다. 어미와 함께 8마리나 되는 새끼들이 무엇인가를 열심히 잡아먹고 있다.

 

수원천은 생명의 하천이다. 일부 구간이 복개가 되어있던 것을 들어내고 그동안 썩은 물이 흐르던 구간을 정화했다. 남수문을 90년 만에 다시 복원하고 나서 생명이 살아 숨쉬는 곳으로 변했다.

 

 

생명의 하천 수원천에서 만난 오리새끼들

 

지난해에도 6월인가 세끼들을 수원천에서 만났다. 그때보다는 조금 큰 녀석들은 20일에 화홍문 앞에서 만난 것이다. 8마리나 되는 새끼 오리들이 어미 주위를 떠나지 않은 체 열심히 먹이를 먹고 있는 것을 보고 있던 한 관람객은

 

정말로 수원천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네요. 저런 세끼 오리들을 데리고 다니는 것을 보면 저 녀석들이 수원천에서 태어났다는 소리인데 정말 대단합니다. 도대체 그 추운 겨울동안 어디서 어떻게 키워냈을까요? 정말 궁금합니다.”라고 하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새롭게 태어난 생명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기쁨을 누가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 것인가?

 

 

수원천에서 태어난 새끼오리들. 몇 년간 계속해서 지켜 본 수원천은 해마다 더 많은 오리들이 태어나고 자라고 있다. 그만큼 수원천이 살아있는 하천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새삼 가까이에 수원천이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세상에서 가장 큰 적극적인 선행

 

방생(放生)’이란 살생에 대비되는 말로 잡은 물고기나 새, 짐승 등의 생물을 놓아 주어 자유롭게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을 말한다. 불전의 범망경 梵網經이나 금광명경 金光明經에 보면 살생이나 육식을 금하여 자비를 실천하도록 하는 뜻에서 행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예부터 불교에서는 방생계를 조직하여 방생회를 베풀고 있다.

 

방생은 살생과 반대적인 개념의 용어이다. 살생을 금하는 것이 소극적인 선이라면, 방생은 적극적인 선을 행하는 것이다. 죽음에 이른 생명을 구해주는 방생은 생명체를 자연으로 환원시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겠다. 오늘날 불자들이 하는 방생은 금광명경 권4 유수장자품에서 기인하고 있다.

 

 

물고기를 살린 유수장자에서 비롯

 

유수장자는 물이 말라붙어 물고기가 생명을 잃게 되자 두 아들과 함께 물이 말라붙은 늪에 물을 가득채우고 먹을 것을 주어 물고기를 살려냈다. 방생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전하지만 중국 북송 때 연수선사의 이야기에서 방생의 참 의미를 찾을 수가 있다. 연수선사는 출가를 하기 전 창고지기였다고 한다.

 

연수선사는 창고지기를 하면서 창고에 있는 공금으로 사람들에 의해 죽음에 처해 질 물고기 등을 사서 방생을 했다는 것. 그러다가 공금을 사용한 것이 들켜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 다행히 풀려난 연수선사는 출가를 했고, 출가 후에도 낮에는 방생을 하고 밤이면 귀신들에게 먹을 것을 주었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연수선사가 정진을 하면 새가 품에 들어와 둥지를 틀었다고 전해진다.

 

 

이런 사람은 반드시 방생을 해야

 

방생은 누구나 다 선을 베풀기 위해 해야만 하는 선행이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를 가진 사람은 반드시 방생을 해야 한다고 적석도인은 칠종방생에서 이르고 있다.

1. 무자식은 반드시 방생을 해야 자녀를 얻는다.

2. 자식을 잉태하면 반드시 방생을 해서 산모를 보호하야 한다.

3. 방생을 하여 많은 복을 지어야 한다.

4. 뜻을 이루고자 하면 미리 방생을 하여 자선을 행하라

5. 계를 받기 전에는 반드시 먼저 방생을 행하라

6. 복록을 받고자 하면 먼저 방생으로 선을 베풀어 복을 쌓아라

7. 염불을 하기 전 미리 방생을 하여 자비심을 일으켜라

등을 말하고 있다. 방생은 죽을 목숨을 살려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도 인간이 반드시 행할 선이라는 것이다.

 

 

방생회를 위해 주천강을 가다

 

방생은 일 년 내 어느 때라도 가능하다. 대개 정월 보름을 맞이해 방생을 행하는 것은 일 년 동안의 무해무탈을 기원하고, 평안을 위해서이다. 12일 오후 방생을 하기 위해 20여명이 주천강을 찾았다. 날이 따듯하다고는 하지만 강바람과 일찍 해가 떨어지는 산 속을 흐르는 물가라 바람도 차고 거세다.

 

미리 준비한 미꾸라지를 물에 놓아주고, 먹을 것을 위에 뿌려준다. 유수장자의 행함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찬 물에 들어간 미꾸라지들이 움직이지 않더니 이내 바위틈 사이로 모두 사라져버렸다. 촛불과 향을 켜고 열심히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서원을 비는 사람들. 한편에서는 일일이 호명을 하면서 축원을 해준다.

 

비록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정초의 방생으로 인해 사람들마다 한 가지 서원을 이룰 수만 있다면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두 시간여 만에 끝난 방생회지만 죽을 생명을 살렸다는 기쁨과, 한 가지 서원을 이룰 수 있다는 마음으로 회장을 정리하고 돌아섰다. 오늘 자연으로 환원한 생명들이 오래도록 그 자연에 살아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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