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꾸러미라는 것을 받는다. 매달 말일 경이 되면 어김없이 택배 상자가 하나 배달되어 온다. 그것을 받을 때마다 미안한 생각이 드는 것은,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 때문이다. 물론 그냥 받는 것은 아니다. 가격을 정해놓고 받는 것이지만, 가격에 비해 터무니 없는 것들을 받기 때문이다.

 

벌써 이렇게 매달 받는 꾸러미가 4달째인가 보디. 그러는 사이에 집안에는 여기저기 도자기가 늘었다. 도자기도 아무 곳에서나 막 살 수 있는 그런 것들이 아니다. 작가가 정성을 다해 빚어 장작 가마에 구워낸 것들이다. 가격으로 쳐도 만만치 않은 것들을 받는 것이 어찌 마음 편할 수 있겠는가?

 

 

벌써 둥지를 튼 지가 20년이 되었다니

 

여주군 북내면 상교리 골짜기 산 밑 마을을 즘골이라고 부른다. 즘골이란 이곳에 과거에 가마터가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예전에는 그릇을 만드는 사람들을 일러 즘놈이라고도 했다. 20년 전 작가부부가 이곳에 둥지를 튼 것도 알고 보면 하늘의 인연이란 생각이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이 부부를 남들은 참 아름답다고 이야기들을 한다.

 

사람을 좋아하는 부부이다. 그저 술 한 잔 걸치면 속을 다 내어주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속을 내주는 이 부부들이 나무와 풀과 꽃들과 풀벌레와 함께 살아가는 동안, 세상은 변하고 또 변했다. 그저 묵묵히 그 자연 속에서 살던 이 부부가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서 준비한 것이 바로 이 꾸러미라는 상자이다.

 

 

세상과의 소통, 사람과의 소통이 되는 꾸러미

 

작가부부는 이 꾸러미로 인해 세상과의 소통을 하고 사람과의 소통을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꾸러미의 내용물을 보면 사람과 세상에 베푸는 것이란 생각 밖에는 들지 않는다. 한 달에 한 번 지불하는 가격보다 몇 배나 되는 소중한 것들을 받기 때문이다. 요즈음 사람들은 그런 것들에 대한 소중한 가치를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아는 사람들은 받을 때마다 미안하다는 것이 공통된 생각이다.

 

이번 달에도 역시 자연에서 채취해 5년간이나 숙성시켜 만든 백초식초가 한 병 담겨있다. 120가지나 되는 식물을 5년 동안 항아리에 밀봉을 해 만든 식초이다. 이런 식초 한 병만으로도 소중한 것인데, 그 안에는 쇠비름나물과 건조야채, 자연산 달걀지단과 칡 꽃차 등이 담겨 있다.

 

칡 꽃차는 에스프로겐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기관지에 좋고 숙취해소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여성들에게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무공해 야채와 직접 로스팅한 커피도 함께 동봉이 되어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잘 포장이 되어오는 도자기들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유했으면

 

이번에 들어있는 도자기들은 사과를 닮은 과일포크 꽂이가 들어있다. 거기다가 도자기로 만든 커피 드립이라니. 사람들은 흔히 커피를 내릴 때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도자기로 고민하여 만든 커피드립은 또 다른 멋을 자아낸다. 작은 찬기도 하나 들어있다. 이렇게 매달 받는 도자기류만 해도 지불하는 가격을 상회한다.

 

이 작가 부부의 바람은 소통이다. 더 좋은 사람들과 자연에서 채취한 올바른 먹거리를 함께 나누면서 세상의 즐거움도 함께 공유하자는 마음이다. 그 마음이 꾸러미 안에 담겨있는 것이다. 그러한 자연과의 소통에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였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사실 그 바람 또한 미안한 일이다. 이 부부에게 그만큼 무거운 짐을 지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꾸러미 가격 / 10만원(한 달에 1회 배달)

주문 및 문의 / 010-2631-9584

계좌번호  / 우체국 102343-02-006428 장순복

 

아름답게 생활을 하는 부부가 있다. 이 부부는 모두 작가들이다. 원래 그림을 그리는 부부지만 지금은 사는 방법을 달리했다. 남편은 장작가마에서 구워낸 도자기 등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고, 부인은 그림을 그리는 틈틈이 유기농 채소를 키우고 있다. 이 부부가 애써 지은 작품과 농산물을 해현재 꾸러미라고 해서 한 달에 한 번 택배로 보내온다.

 

문제는 이 택배를 받을 때마다 정말 죄송하다는 것이다. 그 택배 안에는 야채와 각종 차, 심지어는 커피와 효소, 거기다가 도자기 작품은 물론, 실생활에서 필요한 다양한 것들이 들어있다. 한 달에 한번 받는 이 꾸러미를 받을 때마다 자꾸만 미안한 생각이 드는 것은, 바로 그 꾸러미에 든 내용물 때문이다.

 

도자기 작품 하나만으로도 감동해

 

이번에 해현재 꾸러미가 세 번 째 배달이 되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손 편지로 쓴 깨알 같은 글씨는 늘 해현재에서 애써 마련한 꾸러미의 내용물을 설명하는 것이다.

‘Art Farm 해현재에서 띄우는 꾸러미 세 번째 편지. 꾸러미 가족 여러분 안녕하세요. 연일 계속되는 무더운 날씨에 고생이 많으시지요? 비가 오지 않아 해현재 들의 작물들로 타들어 가고 있답니다. 세상을 촉촉이 적셔줄 단비가 곧 내렸으면 좋겠어요.’라고 적고 있다.

 

서신의 내용을 보면 커피는 직접 로스팅해 갈았으며, 도자기 중 접시는 지난 625알과 26일에 갈쳐 이틀 동안 장작가마에서 소성된 작품이다. 이 작품 하나만 갖고도 가격이 20만 원 대에 이른다. 거기다가 나뭇잎 수저받침이 6개나 들어있다. 그 외에도 깨갈이 작은 단지와 산수유나무를 깎아 만든 공이까지 들어있다.

 

 

거기다가 오디 효소와 직접 채취한 어성초, 카모마일, 박하 등을 섞어 만든 기능성 비누도 들어있다. 또한 올 4월과 5월 채취해 말린 다래순 등도 들어있다. 유기농으로 재배한 감자와 양파, 옥수수 등도 꾸러미 안에 들어있다. 그저 도매가격으로 구입을 한다고 해도 30만원 이사의 가격을 지불하야 살만큼의 물건이 들어있다.

 

꾸러미 안에는 부부의 마음이 담겨져 있어

 

항상 송금을 하는 돈보다 몇 배의 가치있는 물건이 오는 꾸러미상자. 받아들 대마다 미안함이 앞선다, 그 가뭄 속에서 농사를 짓느라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을까? 그 무더위 30도를 웃도는 찜통더위 속에서 가마에 불을 붙이느라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할 수가 없는 것들이다.

 

어쩌다 내려가게 된 여주에서 이젠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여주사람으로 산지가 20년 새월이 훌쩍 지났다. 그리고 그 20년 세월 수많은 일들을 하면서 땅을 익히기 시작했고, 그 당이 인간에게 주는 것들을 감사하게 받기 시작했다. 그래서 여주 해현재의 것들은 자연이 싫어하는 것들은 일체 사용치 않는다.

 

 

그렇게 소중하게 자연에서 채취한 먹거리와 두 작가 부부의 정성이 깃든 작품들이 한 달이 한 번 꾸러미라는 상자에 담겨 택배로 송달이 된다. 그 상자를 열 때마다 가슴이 설레는 것은, 그 상자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안에 것들이 나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는가를 알기 때문이다.

 

좋은 것은 나누라고 했던가? 혼자만 이렇게 귀한 것들을 차지하고 있다는 죄스러움에 함께 공유할 분들이 있을 듯해 소개를 한다.

해현재 연락처 : 010-2631-9584 장순복 화백

꾸러미 내용 : 장장가마에서 소성한 도자기류와 자연에서 채취한 먹거리들

꾸러미 가격 : 한 달에 1회 가격 10만원(신청 후 꾸러미를 받고 입금)

아무래도 일반인들하고는 달리 저희들은 직성이 강하다고 하죠. 신을 모시는 사람들이니까요. 아마 두 사람이 다툼이 일어난다고 하면 더 심하게 다툴 것입니다. 그래서 서로를 이해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으니까요

 

부부가 모두 신을 모시고 있다. 그것도 한 집에서 한 곳의 전안(신령을 모셔 놓은 신당)을 섬긴다. 이럴 경우 대개는 심하게 다투기가 일쑤라고 한다. 심지어는 모녀사이에도 전안을 차지하려는 신들 간의 싸움이 치열하다. 그런 시기와 다툼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20년 세월을 부부로 살아오면서 세상의 많은 아픔을 함께 하고 살았기 때문인가 보다.

 

막말로 시기를 하고 질투를 해서 서로 헤어졌다고 하면, 저 사람보다 더 잘나고 착한 사람을 만나라는 법도 없지 않습니까? 사실 신들의 문제라고 하지만 그것도 알고 보면 사람들의 구실에 지니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고 보아야죠.”

 

21일 오후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 97-139 ‘일월신당이라는 간판을 걸고 있는 곳. 이 집은 부부가 모두 신을 모시는 신제자이다. 막다른 골목길의 이층집 안에는 문 앞에서부터 각종 기물들이 눈이 띤다. 안으로 들어가니 넓지 않은 실내에 빽빽하게 신령의 물품들이 차 있다.

 

 

부부가 신내림을 한지 벌써 20

 

부부는 비슷한 시기에 신내림을 받았다고 한다. 남편인 이용수는 올해 53세이다. 신내림을 받은지 20년이 지났다. 부인인 김상희는 46세로 21년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두 사람이 부부가 되고나서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아직은 이렇다 할 문제는 만들지 않고 살아왔다.

 

저 사람이 많이 이해를 해주고 있어요. 아무래도 그런 이해가 없으면 함께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테고요. 같은 길을 간다는 것이 쉬울 것 같지만 사실은 남들보다 배나 더 어렵습니다. 그저 한 발 물러나 늘 양보를 하는 길만이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이죠.”

 

그저 그런 남편이 고마워서 무슨 일을 하던지 두 사람이 함께 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서 살다가 수원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 3년 정도 되었다. 지금 자리에 오게 된 것도 부인인 김상희의 꿈에 이 집을 현몽을 했다는 것이다.

 

원래 저희 같은 사람들은 막다른 집을 들어가지 않잖아요. 길이 막힌다고 헤서요. 그런데 집 사람이 이사 오기 전에 미리 이 집을 보았다고 찾아오는 거예요. 그래서 이 집으로 들어왔어요. 비좁아서 많이 불편하지만 그래도 참고 살아야죠.”

 

 

지독한 신병에 10세부터 귀신을 보았다는 김상희

 

남들은 제가 이런 소리를 하면 믿지 않겠지만 저는 10살부터 귀신을 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하면 그것이 다 맞고요. 이미 그때부터 신병이 시작된 것이죠. 17살부터는 벽에다가 동그라미를 그려놓고 바라춤을 춘다고 하기도 하고, 휴지를 들고 살풀이를 춘다고도 했어요. 그러다가 24살에 어머니 재수굿을 해주다가 신굿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들었죠.“

 

10세에 시작한 신병은 이미 14년이란 긴 시간을 괴롭혔다. 해마다 다리를 다치는가 하면 인대가 늘어나 걷기조차 힘들었다, 육신적인 신병과 함께 금전적인 신병이 온 것이다. 그때는 이미 깊어 질대로 깊어진 신병으로 인해 동자들이 눈에 보여 사탕을 사다놓기도 하고, 할머니들이 보여 자고 가라고도 하는 등 남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수도 없이 벌렸다.

 

 

잠옷 바람으로 나가서 한 걸립

 

정말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내림굿을 할 날짜를 잡았는데 수중에 갖고 있는 돈이 없잖아요. 당시는 이태원에 살았는데 제가 화장을 하고 잠옷을 입고 길에 나가서 사람들에게 점을 보아주고 걸립을 한 것이죠. 그렇게 돈을 모아 수락산에서 내림굿을 받았어요.”

 

내림굿을 하고 난 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손님들이 찾아들기 시작한 것이야 신령을 모셨으니 당연한 것이지만 그렇게 다치고 아프던 다리가 싹 나은 것이다.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정말 이해를 할 수 없다고 한다. 간판도 달지 않고 13년간이나 사람들을 보면서 상당한 재물도 모았다고 한다.

 

사람들을 매일 만나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참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한 몇 년 쉬었어요. 너무 피곤하기도 하지만, 산다는 것이 버겁기도 하고요. 그러다가 수원으로 내려와 경기도당굿 이수자이신 승경숙 선생을 만났죠. 선생님의 굿을 보고 첫눈에 나도 이 길을 가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부부가 전수생으로 등록을 했다. 이 두 사람은 경기도당굿보존회 남부지부 공식 1기생으로 전수자 등록이 되었다. 앞으로 열심히 학습을 해 도당굿을 보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고 하는 이용수, 김상희 부부. 아무쪼록 이 집 대문 앞에 내 건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98호 경기도당굿 전수자라는 명호답게 지역의 문화를 지켜갈 수 있는 동량이기를 기대한다.

 

매년 정기적으로 모여 밤을 새우며 즐기던 이들은 자칭 '달빛파'이다. 달이 뜨면 웃고 떠들면 마시기 시작해 달이 질 때까지 마시는 사람들이다. 5명 중 막내인 진주 동생이 사정이 생겨 해를 건너 산수유나무 아래서 오랜만에 자리를 함께했다 

 

요즈음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화두는 단연 힐링이다. 할링이란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는 뜻이다. (Heal)은 고치다, 낫다를 말하는데, 이를 동명사화하여 힐링(Healing)으로 사용한다. 즉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는 뜻이다. 힐링 뮤직이나 힐링 댄스 등도 즐거운 마음으로 음악을 하거나 춤을 추어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하고, 가장 효과가 빠른 힐링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힐링 뮤직이나 힐링 댄스를 추고, 자연 속에서 좋은 길을 걷는다고 해도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상통하지 못하고, 그들에게서 좋은 기운을 받지 못한다고 하면 힐링이 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자연을 좋아해 스스로 자연인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자연의 상을 마련했다. 상에는 자연에서 채취한 땅두릅, 머우 등 각종 나물들이 푸짐하다  

 

마음이 통하는 좋은 사람들이 바로 힐링

 

세상에 사람들을 평가할 때는 그 사람의 주변에 있는 가까운 사람들을 만나보면 알 수가 있다고 한다. 그 사람의 주변에 정말 신의가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면, 그 사람은 반드시 의리가 있는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남에게 겸손하지 못한 사람이 주변에 있다고 하면, 그 사람도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 사람들의 관계가 정말 서로를 신뢰하는 사이이고, 서로가 이해하는 그런 사이인가는 따져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를 위하고 신뢰하는 사람이 주변에 단 2명만 있어도, 그 사람은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서로를 믿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는 뜻일 것이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한돈 생고기가 숯불 위에 놓여졌다. 오랜만에 만난 막내에게 먹이기 위해 낮에 잡은 생고기를 공수한 것이다  


 

산수유가 노랗게 피는 날 만나기로 한 다섯 사람. 하지만 살다가 보면 각자가 하는 일이 바쁜 사람들이다 보니 날짜를 잡아 만나기가 수월치가 않다. 하지만 지난 12일 경남 진주와 강원도 고성, 그리고 수원에서 출발한 사람들이 여주군 북내면 상교리로 모였다. 산수유가 이미 퍼져버렸지만, 그래도 산수유 꽃이 지기 전에 약속대로 만난 것이다.

 

그저 세상이 즐거운 사람들.

 

이 다섯 사람은 여주에 사는 부부를 빼놓고는 모두 남남이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만나면 서로 호칭이 형, 동생, 혹은 오라버니, 누님이다. 그렇게 한 가족처럼 된 사람들이다. 그리고 어느 누가 아파하면 다 같이 그 아픔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다. 기쁜 일도 있어도 서로를 격려하고 축하를 해 줄줄 아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모일 때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각자가 모이기 전에 장을 보아온다는 것이다. 그 장보기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사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들을 준비한다. 그러다가 보니 이들 모임은 항상 푸짐한 먹거리가 준비가 된다. 그렇다고 그것이 비싼 음식도 아니다. 서로가 정성을 다해 준비를 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누구는 마트 등을 이용하지만, 집에 있는 것들을 준비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보니 만날 때마다 많은 음식을 먹을 수가 있다. 대식가들도 아니지만 그저 만나면 즐거움이 넘친다. 별 이야기가 아닌 것을 갖고도 웃고 떠들면서 난리들을 친다. 남들은 이들을 이해하기가 힘들다고  힌다. 그만큼 이들을 독특한 개성들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남들이 모르는 서로간의 믿음이 있다.

 

 

술잔에 조팝나무 꽃을 따다가 넣어준다. 그리고 동동 띄운 얼음속에도 꽃이 숨어있다. 이들이 지연을 즐기는 방법이다. 


 

자연인들이 자연에서 자연을 만나다.

 

여주에 모일 때는 음식이 모두 자연이다. 청정지역에서 채취한 각종 나물들을 한 상 차려낸다. 시간이 되면 직접 산행을 해서 얻어 낸 음식도 준비한다. 그리고 각자가 갖고 온 맛있는 음식도 곁들인다. 상은 늘 푸짐하다. 그렇게 웃고 떠들면서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이 바로 힐링이 아닐까? 더구나 조금 쌀쌀하긴 해도 모닥불을 피워놓고 공기 좋은 야외에서 먹는 음식이 아니던가?

 

한참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조팝나무 꽃 잎을 술잔에 넣어준다. 그리고 내온 얼음에도 꽃이 있다. 그 역시 자연이다. 좋은 자연의 환경에서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좋은 음식. 최고의 힐링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만나기만 해도 즐거운 사람들. 헤어질 때는 늘 서운함이 앞서지만, 또 다음 날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에 늘 즐겁다고들 한다. 진주에서 올라 온 막내가 오랜만에 자리를 함꼐 해 더 즐거운 만남의 자리. 자연에서 자연을 만난 자리이다.

문화재 답사.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보면 참으로 희한한 것들을 만날 수가 있다. 주로 넘녀의 성을 상징하는 것들은 민속자료로 지정이 되는데, 그런 것들에 관한 이야기는 언제나 애틋한 사랑이야기 한 자락쯤은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재미를 느끼는 것이기도 하지만.

충북 단양군 적성면 각기리. 이름부터가 유별나다. 이 마을에 가면 마을 입구에 돌이 서 있다. 흔히 ‘입석’ 혹은 ‘선돌’이라고 하는 이 돌은, 청동기시대부터 전해진 것으로 마을 입구에 세워진 것이다. 그런데 이 마을입구에 세워진 선돌은 두 개의 선돌이 성을 상징하고 있어 특이하다.


남녀를 상징하고 있는 두 기의 선돌

꽃이 피는 철이나 단풍이 들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꽃구경이나 단풍구경이다 하면서 여행을 간다고 하면서 난리들을 피는데, 혼자 떠나는 문화재 답사는 늘 쓸쓸하다. 그러나 그 하나하나가 주는 의미를 되새기고, 그것을 정리한다는 것 또한 남들이 알지 못하는 재미가 있기도 하다.


 


각기리의 선돌을 보고 한참을 고민을 했다. 왜 두 개의 선돌을 멀찍이 떨어트려, 그 선돌을 금줄로 연결을 했을까? 정월에 마을 주민들이 모여 정성껏 제를 지낸 듯, 암돌과 숫돌을 연결한 금줄에 길지도 남아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이 두 개의 돌을 짚으로 이엉을 엮어 둘러쳤다는 것이다.

남성을 상징하는 숫돌은 서쪽에 서 있는데 끝이 뾰족하고 높이가 높다. 높이 275cm 너비 220cm, 두께 60cm 정도로 세모꼴 형태에 가깝다. 이 숫돌의 둘레에는 높이 65~70cm 정도의 단을 쌓아 놓았다. 넓이는 4m 정도에 길이는 3.5m 정도이다. 이런 단을 쌓은 것으로 보아 이 선돌은 마을의 신표로 제를 지냈음을 알 수 있다.

숫돌에 비해 동쪽에 서 있는 암돌은 넙적한 것이 특징이다. 높이는 180cm, 너비는 171cm, 두께 37cm 정도 규모의 자연석이다. 이 두 개의 돌은 17m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데, 마을에서는 이 돌을 각각 숫바위와 암바위라고 부른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암바위는 이엉을 엮어 치마처럼 밑 부분을 둘렀고, 숫바위는 머리 부분에 씌워놓았다.


둘러친 이엉이 성을 상징하고 있어

그저 바라다만 보아도 이 두개의 선돌이 성을 상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돌을 두른 짚으로 만든 이엉 때문이다. 숫돌은 모자를 씌우듯 했고, 암돌은 치마를 둘렀다. 그 모습을 보면서 웃음을 터트리고 만다. 가장 중요한 부분을 가린 것이다. 그 이엉으로 인해 양편 돌의 성별이 확연해진다.

마을이름인 <각기리>는 이 선돌의 모습이 뿔처럼 생겼다고 하여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각기리의 선돌은 도로변 마을 초입에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은 작은 골짜기의 물이 합쳐지는 곳이다. 여러 주변 상황을 살펴볼 때 각기리에는 선사시대부터 주변에 집단으로 사람들이 주거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각기리에 세워진 두 개의 선돌은 왜 남녀의 성을 상징하는 모습일까? 그것은 아마 이 마을의 여건으로 볼 때 풍농과 다산을 기원하는 것이라고 본다. 남자와 여자의 성기를 상징하는 마주 봄 두 개의 돌. 그 두 개의 돌을 금줄로 연결을 해 놓았다. 끈끈한 정으로 하나가 되는 부부와 같은 모습이다.

어느 곳에 있던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부부를 상징하는 암바위와 숫바위의 모습을 보면서, 그런 것 하나에도 해학을 알고 멋을 아는 선조들의 지혜에 그저 감탄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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