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란 무엇인가?

점, 선, 면의 미술이론을 넘어서는 느낌이요, 그 느낌의 소통이다.(중략)

우리의 환경은 현대화 되고 첨단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수원 화성으로 인해 문화적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소외되어 온 지동마을. 그러나 이번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 수원시와 함께 추진한 커뮤니티 아트 사이트 조성 계획 중, 지동 프로젝트 ‘생태 골목에 심다’ 벽화 프로젝트는 수원화성이 애물단지가 아닌 자랑거리가 되고, 세계문화유산을 품고 있는 마을이라는 자부심을 되찾게 해주었다.

주관단체와 작가, 마을 주민들의 진정한 커뮤니티 아트가 아닐까 생각한다(하략)‘

 

김수현 창룡마을 창작촌 고문(조각가. 현 충북대 명예교수)이 ‘커뮤니티 아트 사이트의 본 고장이 될 착한 지동을 기대하며’라는 글에 적은 내용이다.

 

지동 벽화작업 일일이 기록

 

올 6월에 발간한 책이다. 정확히 말하면 7월 지난주에 책이 배달됐고, 11일(목) 오전에 본 기자의 손에 책이 들려졌다. 그저 평범할 수밖에 없는 책이었다. 그러나 그 책을 받아든 순간 눈을 딴 곳으로 돌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 책이 만들어지기 까지 숱한 땀 냄새가 그 안에 배어있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사진 위. 좌측은 벽화길 조성 전 더럽고 습한 골목. 우는 벽화길 조성 후 달라진 모습

사진  아래. 좌측은 벽화작업 전 정비를 하는 벽. 우측은 현재 벽화 조성 후


 

‘생태 골목에 심다’라는 100P 남짓한 이 책은 그동안 지동골목에서 1년 6개월을 지내오면서 벽을 뜯어내고, 다시 바르고, 칠하고, 또 밑칠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코팅을 한 내용이 그대로 한편의 드라마처럼 엮어진다. 그것만이 아니다, 그동안 지동을 찾아와 숱하게 땀을 흘리며 봉사를 한 면면이 들추어져 있다.

 

지동마을 사람들을 변화시킨 벽화

 

이 책에는 지동의 모든 벽화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골목길을 뛰어다니며 나비를 그리고,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린 꼬마들의 천진난만한 미소가 담겨져 있다.

 

 벽화골목에 많은 꼬마들이 모여들었다(위). 벽화를 그리기 위해 지동 골목에 온 자원봉사자들(아래)


 

‘지동골목에는 아이들이 없는 줄 알았다. 몇날 며칠을 골목을 다녀도 아이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어찌된 일일까? 동네에 아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내 눈에만 그리 보이는 것은 아닌 것같다.

벽화는 유한하다. 그러나 벽화가 하는 일은 무한하다. ‘생태 골목에 심다’라는 주제로, 지동 골목에 녹색 비람을 일으키며 마을 주민들과 청소년, 꼬맹이들을 골목으로 쏟아져 나오게 하는데 성공...‘

 

지동 프로젝트 총괄작가 유순혜의 편집후기에 적힌 글들이다. 그리고 이어서 주민들의 말을 달아냈다.

 

“엄마, 고양이가 날 쫒아와”

“오빠! 자전거 타고 경주할까? 난 빨간 자전거, 오빤 파란 자전거”

“나는 포도 따다가 팔아야겠네..호호호”

“우리 집 꽃게는 해물탕 끓여서 동네잔치 해야지...하하하”

정말 그랬다. 지동마을에 대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서로 골목에 자리를 깔았다. 그 자리에 앉아 삼겹살을 구우며, 정담을 나누는 모습들이 보인다. 삭막하고 음습한 지동골목이 변화한 것이다. 꽃길이 조성되고 아름다운 벽화가 그려지면서, 그렇게 지동 사람들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연 것이다.

 

계절별로 정리한 프로젝트는 압권

 

지동 프로젝트 - ‘생태 골목에 심다’는 계절별로 구분하였다. 그리고 그 계절에 따른 벽화와 함께 계절별로 찾아 온 아마추어 화가들의 얼굴이 그득하다. 골목에 질펀하니 눌러 앉아 손을 흔들고, 벽에 착 달라붙어 열심히 그리는 사람들의 모습도 담았다. 서울여자대학 미술학과 학생들이 MT를 마다하고 지동으로 달려왔을 때, 지동 사람들은 맛있는 비빔밥으로 그들을 대접하였다.

 

지동은 이제 정이 넘치는 마을로 변해가고 있다. 사람들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는 부분 부분에 신문에 났던 기사를 실었다. e수원뉴스 하주성 기자의 글이 중간 중간에서 그림의 설명을 도와주고 있다. ‘벽화골목의 꼬마화가들’, ‘지동벽화골목의 자원 봉사자들’, ‘MT대신 벽화봉사를 하기도’, 수원 지동 벽화길, 퉁영 동피랑을 넘을 수 있을까?‘, ’벽화그림 하나가 사람들을 변화시켰다.‘ 등이다.

 

지동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보습. 골목길에 주민들이 자리를 깔고 삼겹살을 구우며 담소를 하고 있다


 

책은 봄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여름, 가을을 지나 겨울을 맞이했다. 땅 속 깊숙이 굴을 파고 들어간 짐승들이 잠을 잔다. 그리고 또 다시 봄을 맞이했다. 그 계절의 모든 작업들이 하나하나 소개되어 진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생태 골목에 심다’는 앞으로 영원히 지동 사람들과 함께, 또 다른 새 계절을 맞이할 것이기 때문이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 일대의 골목길에 조성중인 벽화길. 그려지는 그림들도 테마를 주제로 해서 연결을 시키고 있지만, 그 벽화 길에서 만나는 조형물을 보면 깜짝 놀라게 된다. 지동은 화성을 가장 가까이 두고 조성된 마을이다. 건물의 높이 제한은 물론이려니와, 개, 보수조차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곳이다.

 

지동시장에서 제일교회로 올라가 창룡문(화성의 동문)쪽으로 난 마루 길을 흔히 ‘용마루길’이라고 부른다. 이 길을 사이에 두고 화성 쪽으로 난 곳은, 세계문화유산이자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는 화성으로 인해 모든 규제를 받는 곳이다. 골목은 비좁고 음습하며, 집들은 30년을 훌쩍 넘긴 건물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지동을 벽화로 새롭게 변화시키면서, 지동이 날마다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딴 곳에서는 만날 수 없는 구조물들

 

지난 해 조성한 2년 차의 벽화 골목은, 제일교회를 중심으로 창룡문 방향으로 화성을 바라보고 조성중이다. 이 벽화 길의 총 감독을 맡은 유순혜 작가는 테마가 있는 길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저 처음 지동 벽화골목을 돌아보다가 보면, 조금은 밋밋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지난 해 그림이 그려진 600m의 벽화골목 중에는 아직 미완성 된 부분들이 있다. 그런 미완성 된 부분도 차츰차츰 정리 중에 있다. 그리고 새로운 IT골목 벽화가 조성 중에 있다. 올해는 더 많은 느낌이 있는 벽화길이 조성된다고 한다. 기대가 크다.

 

 

그런데 지동 벽화 길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그런 그림보다 더 눈에 띠는 것들이 있다. 바로 골목길에 조성 중인 구조물들이다. 지동주민센터 기노헌 총괄팀장과 유순혜 작가에 의해서 조성 중인 이 구조물들은, 골목길을 찾아온 사람들의 눈길을 붙들고 발길을 멈추게 만든다. 그야말로 다양한 변화를 하고 있다.

 

벽에 붙은 평상, 담장 위에 꽃 등

 

지동 벽화골목을 찬찬히 돌아보면 재미있다. 어느 집 담장 밑에는 나란히 화분이 놓여있다. 그 화분들이 우리가 흔히 만날 수 있는 화분이 아니고, 목조로 특별 제작한 화분들이다. 초록색에 가까운 목조 화분 위에 핀 꽃들이 더욱 싱그럽게 느껴진다. 그런가 하면, 담장 위에 여러 가지 색으로 칠한 화분들도 꽃을 피우고 있다.

 

 

그러나 지동 벽화 길에는 또 하나의 압권이라 할 만한 곳이 생겨났다. 아직은 짧게 한 구간만 조성을 했지만, 앞으로는 많은 길들이 이렇게 바뀐다고 한다. 보도블록을 예쁘게 깔아놓고, 그 한편에 작은 꽃들을 심어 꽃길을 걷는 기분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리고 보도블록 사이에는 잔디를 심어, 그 길을 걷기만 해도 행복함이 밀려온다.

 

벤치마킹 일 순위로 떠 오른 지동 벽화길

 

지동만의 벽화 길. 지동만의 아름다운 골목, 그리도 지동에서만 볼 수 있는 다양한 조형물들, 지동 벽화 길을 찾는 사람들이 날마다 늘어나고, 지동은 찾아와 벽화 길 조성을 배워가는 지자체들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동의 모든 벽화 골목 조성이 다 끝나게 되면, 아마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골목길이 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6월 25일 오후. 제일교회에 지동 36개 통장들이 모였다. 지동 벽화 길을 들러보기 위해서이다. 박찬복 지동장의 설명을 듣고 난 뒤 기노헌 지동주민센터 총괄팀장의 안내로 들러보기 시작한 벽화골목. 통장들은 미쳐 돌아보지 못한 벽화길 조성에 연신 감탄을 한다.

 

“우리 통도 이렇게 해주세요.”

“우리 통은 언제 이렇게 할 거예요?”

 

저마다 벽화 길을 둘러보면서 하는 말이다. 제일교회에서 시작한 벽화길 탐방은 되살림발전소에서 끝이 났다. 골목을 돌아본 후에 한 통장은

 

 

“정말 지동에 살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이렇게 길게 조성이 돈 벽화 길은 어디에도 없을 듯 하네요. 거기다가 옥상음악회 등 우리 지동만이 갖고 있는 자랑은 아마 우리 아이들이 커서도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 듯합니다. 정말 이런 동네가 어디 있겠어요?” 라고.

 

삼성전자 연구원들 무더위 속 벽화작업 강행

 

30도를 웃도는 더위라고 한다. 날이 꾸무럭한 것이 오히려 이런 날 땀이 더 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렇게 무더운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지동을 찾았다. 바로 삼성전자의 연구원들이다. 팀별로 교대로 지동을 찾아와 벽화작업을 하고 있다.

 

올 들어 벌써 여러 번 팀별로 찾아온 연구원들이다. 삼성전자 연구원들이 담당하고 있는 벽화 길은, 내리막 차도가 있는 지동 270-222번지 인근과 제일교회에 새로 마련한 주차장이다. 이곳을 'IT골목‘이라고 이름을 붙여, 원시인들을 그리고 있다. 차도 양 옆 벽은 물론 골목길까지 원시인들이 벽에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아마 다 완성이 된다고 하면, 꽤나 특색 있는 벽화길 하나가 생겨날 듯하다.

 

 

제일교회 주차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삼성전자 연구원들을 격려하고 있던 지동주민센터 기노헌 총괄팀장은

 

“이곳 주차장이 화성 서장대에서 보면 환히 내려다보이는 곳입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노을빛 음악회를 열고, 이 주차장을 아름답게 꾸며 지동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딴 곳과는 차별을 두자는 것이죠.”라고 한다.

 

날마다 달라지고 있는 지동 벽화길. 그리고 벤치마킹 일 순위로 떠오르고 있는 지동. 그동안 100여 곳의 지자체에서 다녀갔다고 한다. 모든 골목의 벽화가 다 끝나고 나면, 암울했던 기억마저도 함께 사라질 듯하다.

 

지역주민들이 주도하고 행정이 뒷받침이 되는 마을르네상스 사업 추진의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가 지동 제일교회 1층 세미나실에서 오전 11시부터 열렸다. 이재준 수원시 제2 부시장이 참석한 이 간담회에는 정영수 수원시 마을만들기 추진단장과 박찬복 지동장, 김상욱 수원시의회 의원, 표영섭 지동 주민자치위원장, 정광수 창룡마을 창작촌장 등 15명 정도가 함께 했다.

 

지동주민센터 기노헌 총괄팀장의 사회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이재준 수원시 제2부시장은

“마을르네상스 사업은 주민 여러분이 먼저 사업을 주도하고, 그에 따른 행정적인 도움을 시에서 관장하는 것이다. 오늘 여러분이 이렇게 모였으니, 여러분이 하고자 하는 사업들이 있으면, 먼저 이야기를 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했다.

 

 

지동을 들렸다가 화성을 볼 수 있게 만들어야

 

표영섭 지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지동은 사실 역대의 어느 시장님도 버린 동네였다. 이번에 염태영 시장님과 이재준 부시장님이 지동에 남다른 신경을 써주신 덕으로, 우리 지동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한 것은 사실이다. 전국에서 가장 길게 조성되는 벽화골목을 위시해, 제일교회 종탑의 전망대, 그 외에 골목길에 놓인 벽에 붙은 평상, 화성을 배경으로 하는 음악회 등은 우리 지동만이 갖고 있는 자산이다. 이러한 지동이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길은, 지동에 소재한 3개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라면서

 

“지동에는 창룡문 주차장이 있지만 그곳은 전통시장과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어 동선의 연결이 되지 않는다. 우리 지동에는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이러한 지동을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화성을 보러왔다가 지동을 들리는 것이 아니라, 지동에 들렸다가 화성을 돌아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라고 한다.

 

 

보호수인 느티나무 관광자원으로 만들어야

 

마을계획단의 유지현 14통장은

“우리 지동에는 530년 정도가 된 느티나무 두 그루가 있다. 그런데 이 느티나무가 지금 고사할 위기에 처해있다. 이 나무들은 수원에서도 가장 오래 된 느티나무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느티나무 주변을 쌈지공원으로 조성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관광자원으로 이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이에 대한 답변으로 이재준 제2부시장은

“좋은 지적이다. 그런 오래된 나무들을 이용해 공원을 조성하고, 사람들을 불러들일 수만 있다면 정말 좋은 마을르네상스 사업이 된다. 먼저 주민들이 선도적으로 무엇인가 시작을 해야한다. 그리고 그것을 마을만들기 추진단에 수시공모로 신청을 해서 무엇인가 이루어져야 할 것같다. 그렇게 오래 된 보호수가 있다면 당연히 살려내야만 한다.”라면서 주민들이 먼저 시작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많은 이야기들로 소통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많은 의견들이 나왔다. 화성에서 유일하게 성 밖에 마을이 조성되어 있는 지동이기 때문에, 성 밖으로도 꽃밭을 조성하거나, 둘레길을 조성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또한 동문 주차장의 화장실이 너무 높아있어 화성의 경관을 망치고 있다면서, 화장실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해 줄 것도 요구했다.

 

그런가하면 낙후된 지동을 돌아보기 위해서는 중간에 화장실이나 하수관거 등을 제대로 살펴주어 방문하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게 해 주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문화재지역으로 정리가 되는 곳에 대형버스가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을 조성해, 관광객들이 연무대 주차장을 이용하지 않고, 자연스레 남문의 상권으로 유입이 될 수 있도록 하자고 건의하기도.

 

길지 않은 시간동안 가진 간담회지만, 간담회에 참석한 주민대표들은 평소 지동을 위해 생각하던 바를 이야기를 했고, 이재준 제2부시장은 조목조목 답변을 해주었다. 간담회를 마치고 난후 오찬장소로 이동을 하면서 벽화 길을 돌아보기도. 오찬을 마친 후 이재준 제2부시장은 기노헌 총괄팀장의 안내로 느티나무 등을 돌아보았다.

처음 울퉁불퉁한 시멘트벽에 달라붙어 칠을 하고 있을 때만 해도 궁금하기만 했다. 저 울퉁불퉁한 벽에 도대체 흰 칠을 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 하고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에 나온 삼성전자의 가족들 역시 똑 같이 흰 칠만을 고집스레 해대고 있었다. ‘그냥 시멘트벽이 더러우니 희게 칠이라도 하는 모양이다라고 생각할 수밖에.

 

426() 꽤 많은 인원이 흰 칠을 한 벽에 달라붙어 있다. 속으로는 그저 또 흰 칠을 더하는 것이겠지 하고 넘겨버렸다. 그리고 그들은 저녁때가 다 되어서 작업을 마치고 돌아갔다. 하지만 그들이 무엇을 그렸는지 궁금해 하지도 않았다. 그저 2주 동안 말없이 벽에 달라붙어 필만 하고 있었기 때문에.

 

 

울퉁불퉁한 벽에 삼성이 그려졌다

 

아침에 운동을 하려고 밖으로 나와 보니, 벽에 무엇인가가 보인다. 그림이다. 어제 저녁때도 신경을 쓰지 않아 보질 못했다. 그런데 벽면 여기저기 조그마한 그림들이 보인다. 미처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 부끄럽다. 나가보니 울퉁불퉁한 벽면에 여기저기 그림이 그려져 있다. 원시시대의 사람들로 그려진 인물상이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 원시시대의 인물들이 최첨단 기기를 손에 잡고 있다. 바로 삼성전자의 주력상품들이다. 휴대폰이며 탑 등을 들고 있는 원시인들. 누가 이런 발상을 핸 것일까? 거기다가 그림을 그리기도 만만치 않은 울퉁불퉁한 벽이다. 그림을 그리기엔 도저히 불가능한 벽에 아름답게 꿈을 그려 넣었다.

 

 

한 마디로 어이가 없다. 어째 이런 발상들을 한 것일까? 여러 형태로 선을 그어 만든 시멘트벽에 칠을 한 것까지도 어려웠을 텐데, 거기다가 그림까지 곁들이다니. 무엇인가 색다른 느낌이다. 그림들을 찬찬히 훑어보다가 가만 웃음을 터트리고 만다. 원시인이 최첨단 기기를 손이 들고 있기 때문이다. 역시 삼성맨답다는 생각이다.

 

올해 지동 벽화길 변화를 꾀한다.

 

지동 벽화길을 조성하기 시작하면서 삼성전자의 각 부서별로 지동 골목을 찾아들었다. 그들은 주말과 휴일을 가족과 함께 이곳으로 찾아와, 땀을 흘리며 작업을 하는 열심을 보였다. 올해는 유난히 많은 사람들이 벽화길 조성을 시작하면서부터 지동의 벽에 달라붙어 있는 모습을 보았다.

 

 

올 해는 삼성전자의 각 팀별로 지동을 찾아올 것입니다. 자원봉사센터를 통해 오시는 분들도 많이 오시겠지만, 삼성전자의 연구원들이 아마 더 많은 작업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올 해들어 벌써 200명이 넘는 연구원들이 지동을 찾아왔으니까요

 

지동주민센터 기노헌 총괄팀장의 설명이 아니라도 해도, 지나가면서 벽에 붙어 있는 사람들을 보면 모두가 삼성전자의 유니폼을 입고 있다. 그만큼 삼성전자가 지동벽화에 쏟는 열정은 대단하다. 올해는 더 많은 사람들이 지동을 찾아 올 것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솔직히 벽화를 그리러 간다고 하기에, 마음이 썩 내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와서 보니 잘 왔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렇게 머리도 식히고 그림도 그리고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제 그림을 보고 간다고 생각을 하니, 그도 꽤 기분이 좋고요. 올해는 가족들과 이곳으로 와서 주말을 보낼까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그린 그림이 오래도록 기념이 될 수 있으니까요

 

 

열심히 그림을 그리던 한 연구원의 대답이다. 삼성전자의 연구원들이 지동을 찾아와 벽화를 그린 것을 기념하기 위해, 지동벽화에 IT벽화도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동벽화가 단순한 벽화가 아니라, 지역과 기업이 상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에 바람직한 일이란 생각이다. 그리기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재미난 그림으로 웃음을 준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의 벽화골목 조성이 올해로 3년째를 맞았다. 그동안 지동 벽화골목은 2011년 첫해에 이어, 지난 해 630m가 늘어 1km에 이르고 있다. 올해는 새롭게 조성하는 벽화 길은 시인(詩人)의 벽동화 벽도 조성된다고 한다. 시인의 벽은 수원시인협회(회장 김우영) 회원들이 자신의 시를 적고, 그곳에 그림을 더하는 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요즈음 들어 지동 벽화골목은 심심찮게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찾아들고 있다. 그동안 수원을 찾아 팸투어를 마친 파워소셜러들의 포스팅으로 인해, 점차 사람들이 지동 벽화 길을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색다른 벽화 길의 조성을 마치고나면, 어느 곳에 뒤처지지 않는 벽화 골목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벽칠 지우기

 

지동 벽화골목 복잡한 단계를 거쳐

 

43일 오후, 지동에는 삼성전자의 연구원 70여명이 찾아들었다. 그러나 이들이 하는 작업은, 여느 때처럼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아니었다. 칠이 되어있는 기존의 벽을 말끔히 지우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편에선 수차를 이용해 벽에 물을 뿌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벽화는 2년이 지나면 칠이 벗겨지고 떨어져 나가기 때문에 다시 그려야 합니다. 통영 동피랑도 2년이 지나면 그림을 전공한 화가들을 초청해, 다시 그림을 그리고는 합니다. 하지만 저희 지동의 벽화는 수명이 5년입니다. 저희가 처음에 지동 벽화길 3km를 조성할 때, 5년 계획을 세운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5년 동안 조성을 하면 처음에 조성한 곳부터 차례대로 보완을 해 나가면 되기 때문입니다

 

물로 벽 닦아내기

 

지동주민센터 기노헌 팀장의 설명이다. 그만큼 지동의 벽화는 딴 곳과는 달리 공정이 복잡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존의 벽에 그냥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고, 우선 벽을 말끔히 쪼아낸 후 깨끗하게 갈아낸다. 그리고 물을 뿌려 깨끗하게 닦아낸 다음, 시멘으로 말끔히 미장을 하는 과정을 거친다.

 

양생이 된 후에 기본적인 배색을 칠한 후에, 그곳에 밑그림을 그린다. 밑그림에 칠을 하고 나면 몇 번에 걸쳐 그 위에 투명 니스 등을 칠해 비바람에 씻기지 않도록 정리를 한다. 벽도 그냥 갈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그릴 것을 미리 예상을 해 거기에 맞는 재료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닦아 낸 벽 미장하기

 

5년 동안 벽화 길을 조성한 후 평가를 해야

 

사람들은 흔히 지동벽화길 조성의 그림이 약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화려한 그림을 아무 생각도 없이 그린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라도 붉은색 등이 강하게 보이는 그림을 그릴 줄을 모르겠습니까? 저희들은 그런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골목마다 각각 특징이 있고, 이야기가 이어나가는 그런 벽화 길을 조성하려는 것입니다. 전국 어디나 벽화 길은 많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정말 지동만이 갖고 있는 그런 벽화 길을 만들고 싶은 것이죠.”

 

70여명의 삼성전자 연구원들은 골목마다 나뉘어져 분업으로 하는 일이 달랐다. 한 파트는 벽에 칠을 한 것을 쪼아내고 갈아냈다. 또 다른 벽에서는 수차를 이용해 벽면을 말끔하게 닦아내고 있다. 한편에서는 미장공들이 벽을 말끔히 시멘으로 바르고, 또 다른 골목에서는 열심히 흰색의 페인트를 칠하고 있다. 2013년의 새로운 벽화를 그릴 준비를 하는 것이다.

 

벽에 밑 칠하기

 

저희들은 오늘 처음 봉사를 하러 나왔는데, 벽화 길 조성이 이렇게 복잡한 단계를 거쳐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그저 밑그림이 그려져 있는 대로 칠만 하면 되는 것인 줄로만 알았거든요.”

 

삼성전자에서 봉사를 온 한 연구원의 이야기이다. 올해로 3년째가 되는 지동 벽화길 조성사업. 이곳은 딴 지역과는 달리 중간 중간 꽃을 심을 수 있는 나무화분과, 벽에 붙어 있다가 내려오는 평상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버섯모양의 의자도 마련되어 있다. 이런 색다른 모형들의 앉을 곳이 골목마다 특징 있게 마련이 된다는 것이다.

 

지금은 심심하다. 화려하지 않다. 너무 밋밋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5년 동안 계획에 의한 벽화길 조성이 끝나고 나면, 누구라도 이곳을 좋아할 것이라고 한다. 올해 새롭게 조성이 될 시인의 벽과 동화의 벽에 기대를 걸게 만드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또 다른 볼거리를 조성할 지동벽화의 공정. 그만큼이나 아름다운 벽화길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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