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마음을 먹고 산을 올랐다. 요즈음 '능이버섯'이 제철이라고 한다. 그래서 능이버섯을 좀 채취할 수 있으려나 해서, 능이가 많이 난다는 곳을 찾아갔다. 버섯이나 약초를 캘 때,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는 것은 위험천만이다. 카메라가 해를 입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누가보아도 약초를 전문으로 캐러다니는 사람 쯤으로 볼 수 있는 그런 모습으로 산을 오른다. 산은 깔딱산이다. 한발만 잘못 딛어도 저 밑으로 굴러떨어질 그런 험한 산을 오른다.

땀이 비오듯 한다. 그래도 이왕 산을 올랐으니, 무슨 소득이라도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저만큼 사람들이 산을 헤매고 있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듯, 산에는 여기저기 발자욱이 수도없이 찍혀있다. 남들보다 늦은 셈이다. 채취하고자 하는 능이 버섯은 보이지도 않는다. 그런데 경사가 70도는 될만한 비탈에 더덕 잎이 보인다. 먼저 간 일행이 더덕을 캔다. 더덕의 크기가 장난이 아니다. 그 길이가 무려 25cm 정도는 넘을만하다.

하루 종일 산을 뒤져 채취한 각종 식물의 모습이다. 시장 통에 있는 장사를 방불케 한다.

산은 우리에게 수많은 것을 제공한다.

험한 산을 탄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 산을 타면서 땀을 흘리고, 산에서 뿜어나온다는 각종 인체에 좋은 기운을 받다보면 그만큼 건강해 질 것이다. 그래서인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산을 오르면서 상당히 피부가 좋아졌다는 소리를 듣는다. 아마 몸안에 있는 노폐물을 많이 배출하기 때문인가 보다. 거기다가 이렇게 다양한 좋은 것을 많이 채취할 수 있으니, 이야말로 일거양득이 아닐까?

산으로 오르는 이유는 그곳에 우리에게 필요한 수많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들이 모두 땀을 흘려 걷어들일 수 있는 것들이다. 자연은 늘 우리가 땀을 흘린만큼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준다. 그것을 섭취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이다. 사람이 키워낸 것이 아닌, 자연이 직접 키워낸 것을 먹을 수 있다는 것보다 더 큰 즐거움이 또 있을까 싶다. 그것이 내가 산을 오르면서 자연에게서 배운 것이기도 하다.


산에서 채취한 자연산 더덕. 십년이 지난 것들이다. 그 크기도 상당하다.

산을 탔더니 이런 소득이 있었다네.

더덕은 늘 캐고, 그것을 나누면서 즐거움을 찾고는 한다. 이번 산행에서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의 소득이 있었다. 능이버섯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참나무에서 서식하던 '노루궁뎅이버섯'을 발견한 것이다. 노루궁뎅이버섯은 그 모습이 노루궁뎅이와 비슷한 털을 갖고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중국에서는 원숭이의 머리와 비슷하다고 하여 '후두고'라고 부르며, 일본에서는 '야시부시다케'라 부른다.

이 버섯은 줄참나무나 떡갈나무 등 활엽수의 줄기에 하나씩 자란다. 이 버섯은 복용을 하면 위궤양, 십이지장, 신경쇠약 등에 효과를 본다고 한다. 또한 면역기능을 활성화시켜 암세포의 증식 등을 억제시키며, 노루궁뎅이버섯에만 있다는 성분들이 치매나 항암치료 등에 뛰어난 기능을 갖고 있다고 한다.

노루궁뎅이버섯. 참 희안하게도 생겼다. 항암효과를 갖고 있다고 한다.

여성들에게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산에서 채취한 자연산 '잔대'가 아닐까 한다. 잔대는 농약, 중금속, 화학약품, 뱀 등의 모든 독을 풀어줄 수 있는 약초이다. 옛 기록에도 잔대는 '백가지 독을 풀어주는 약초'라고 서술하고 있다. 잔대는 여성들의 산후풍과 가래, 해소, 천식 등에 특효약이라고 한다. 잔대는 반찬으로 늘 복용을 하면, 살결이 백옥같이 고와지고 희어진다고 하였다.


여성들에게 특히 좋다는 잔대(위)와 영지(아래)

영지에 대해서는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지식을 갖고 있다. 영지는 암종양의 성장을 억제하고, 혈압을 조절하고 혈당을 줄여 피를 맑게한다. 전염병을 이길 수 있는 면역력을 높이며, 간을 튼튼하게 한다. 다양한 약효를 갖고 있는 영지는 우수한 약재로, 가장 활발하게 그 효능이 연구된 버섯이기도 하다.

산으로 올라 얻을 수 있는 자연의 선물. 이런 것을 채취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인데, 그것보다 더욱 좋은 것은 스스로가 몸이 튼튼해진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자연과 동화될 때, 가장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가 있는 것이다. 땀을 흘리며 즐거움으로 채취한 자연의 선물. 이렇게 사는 것이 참 즐거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참 친절한 이웃 덕분에 눈물을 쏟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오늘 아침 이웃이 전 모둠을 한 접시 들고 오셨다. 마침 출출하던 차라 고맙다고 몇 번이나 인사를 드린 다음,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는데 어디서 좀 상한 음식 냄새가 난다. 요즈음처럼 날씨가 무더울 때는, 그저 어떤 음식이던 간에 조심을 하는 것이 좋다.

전 모둠을 들어보니 약간 냄새가 나는 것도 같다. 하지만 지금 방금 해왔다고 하고, 아직도 따듯한 온기가 있는데. 설마 이 음식에 무슨 문제가 있으랴 싶다. 하던 일을 마치고 출출하던 차에 전을 먹으려고 수저를 들었다.

이웃집에서 가져 온 전 모둠. 보기만해도 먹음직스럽다.

접시에는 이것저것 많이도 있다. 송이버섯이며 동태전, 꼬치에 고추. 그리고 몇 가지가 더 있는데 이것도 먹어보고 저것도 먹어보았지만 별 이상이 없다. 그렇다면 이 알 수 없는 냄새의 근원은 무엇일까?

그런데 딴 것은 다 외형만 보고도 알겠는데, 한 가지가 영 무엇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작은 생선을 통째로 전을 만든 것 같기도 하고. 그러나 그런 걱정을 오래하는 성미가 아닌지라. 먹어보면 될 것을.

출출하던 차에 정말로 맛있게 먹고 있는데...

그 이름 모를 전을 입에 집어넣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웩”하고 소리를 질렀다. 세상에 이런 일이. 정말 잘 삭힌 홍어전이다. 세상에 난 전을 먹다가 홍어전을 다 먹어보게 될 줄은. 목은 따갑고, 입안에는 호어 특유의 냄새로 가득하고. 누군가 정말 잘 삭힌 홍어를 먹으면 ‘코가 뻥 뚫린다’고 했다. 정말 코가 뻥 뚫리는 느낌이다.

요것의 정체는 영 모르겠다. 약간 맛이 간듯도 하고. 그래서 덜썩 한입

그리고 보니 언제인가 어느 기사에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아주 잘 삭힌 홍어는 전으로 부쳐 먹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래도 그렇지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다. 냄새의 진원지는 바로 이 홍어였던 것이다.

세상에 잘 삭은 홍어전이다. 내 생전 처음 먹어 본. 눈물서 부터 시작해 온갖 곳에서....

이웃의 따스함에 감동이 되어 눈물을 흘린 것이 아니고, 그 전 모둠 안에 홍어전으로 인해 눈물을 흘리면서 ‘내가 감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나. 이렇게까지 감동을 하게 만들다니’라는 속없는 말을 뱉어본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