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밤에 여주로 향했다. 그동안 도통 산에 오르지를 못해, 온몸이 근질거린다. 매주 토요일이 되면 어김없이 산을 올랐기 때문이다. 산을 탄다는 것도 행복이지만, 그 산이 나에게 주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산삼, 버섯, 더덕, 밤 등. 산에서 구해오는 것들은 모두 우리에게 건강의 이익이 되는 것들이다.

 

자연에서 얻은 귀한 것들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재미도 좋다. 그것을 받아들고 좋아하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행복을 느낀다고 하면, 나는 얼빠진 사람일까? 누구는 그렇게 고생을 해서 채취한 것을 그냥 준다면서 투덜대기도 하지만, 세상에 무엇인가 댓가를 꼭 받아야만 하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다.

 

 

저 사람 혹 조금 모자라는 사람 아냐?”

 

산삼이나 더덕을 채취하기 위해 오르는 산은 정말 험하다. 등산로를 다니는 것이 아니고, 계곡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이끼가 낀 바위에서 미끄러지기도 하고, 때로는 바위와 함께 구르기도 한다. 한 여름에는 얼음물을 두병씩 준비를 해도 반나절도 못돼 모두 떨어져버린다. 마침 계곡에 물이라도 흐르면 다행이지만, 물이 없으면 고통은 더 심해진다.

 

그렇게 고생을 해서 채취를 해다가 사람들을 주면, 처음에는 모두 의아해 한다. 한 마디로 세상에 누가 산삼을 그냥 주느냐?’는 표정들이다. 몸이 편찮다고 해서 드린다고 이야기를 해보지만, 설마 하는 눈치들이다. 그렇게 5월부터 8월까지 산을 올랐다. 9월 한 달은 산 근처도 갈수 없게 바빴기 때문이다.

 

 

산에 오른다고 해서 꼭 산삼이나 더덕, 혹은 버섯을 채취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마음을 편하게 먹고 열심히 돌아다니다가 보면, 몇 뿌리 발견을 할 때도 있고 빈손으로 내려오기도 하다. 그렇다고 그런 약재들을 캐서 내 입에 넣은 것은 단 한 뿌리도 없다. 모두 주변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

 

그리고 그들이 건강하기를 바란다. 오직 그런 즐거움이 있어 힘들게 산행을 하고는 하는 것이다. 이런 나를 보고 주변에서는 산에 미친 사람이라고 이야기들을 한단다. 그리고 자신의 입에는 단 한 가지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이상한 사람이나 조금 모자라는 사람이라고도 한단다.

 

 

일 년간의 산행이 즐겁다.

 

23일 산행에서는 작은 산밤만 작은 자루로 한 자루를 주웠다. 그것 역시 필요한 사람이 있다기에 선뜻 주어버렸다.

이거 다 주시면 어떻게 해요?”

저는 내년에 또 주우면 되죠.”

그래도 어렵게 산에 올라 가져오신 것인데

맛있게만 드세요

 

산행을 마치고 피곤한 몸을 잠시 쉬면서 생각을 해본다. 정말 올 한 해 너무나 많은 것을 채취를 했다는 생각이다. 거기다가 사람들에게 모두 다 나누어주었다. 받는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을 보면서 나까지 행복해진다.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그런 것이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남과 같이 나누는 행복이 아마 가장 큰 행복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지난 날 산행에서 채취를 한 것들을 정리해 본다. 참 많이도 산에서 받아왔다. 그저 욕심부리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채취를 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귀한 산삼을 주시다니. 이것을 잘 먹고 건강하게 살겠습니다.”

산삼을 나누어 받았던 지인 한 분이 말했다. 몸이 많이 쇠약하다고 하시더니, 몇 번 산삼을 드시고는 감기도 걸리지 않는다고 전화가 왔다.

 

이제는 올해 산행을 멈추려고 한다. 물론 한 겨울에도 산에서는 우리가 필요한 것들을 얻어올 수 있지만, 올 여름 내내 행복했던 기억만을 떠올리며 쉬어야겠다는 생각이다. 내년에는 또 어떤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가 있을까? 벌써부터 머릿속으로 생각을 그려본다.

 

사람마다 몸과 마음이 피곤할 때면 힐링을 한다고 한다. 힐링(Healing)이란 몸과 마음을 치유하다라는 뜻이다. 사람이 살면서 이런저런 일로 많은 상처를 받게 되거나, 아니면 편히 쉬지 못하고 많은 일을 하다가 보면 몸이 피곤하게 된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스스로 치유하는 힐링이 필요한 것이다.

 

사람마다 힐링을 하는 방법은 다르다. 누구는 공기 좋고 물 맑고 산세가 좋은 곳을 찾아가, 편안하게 하루를 쉰다고 한다. 또 누구는 좋은 사람들과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수다를 떤다고도 한다. 힐링의 방법은 누구나 자신이 좋은 데로 하는 것이다. 하기에 힐링 뮤직, 혹은 힐링 댄스 같은 것도 생겨났는가 보다.

 

 

나의 힐링은 산행과 답사

 

개인적으로 나의 힐링 방법은 문화재답사와 산행이다. 봄서부터 가을까지는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주말에 산행을 한다. 남들처럼 등산을 하는 것이 아니고, 주로 산행을 하면서 더덕이나 버섯, 산삼 이런 것들을 채취한다. 그렇게 채취한 것을 남들과 나누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주로 문화재 답사를 다닌다.

 

산은 늘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나누어준다. 자연이 주는 선물은 인간에게는 최고의 것이란 생각이다. 언제, 어느 계절에 산행을 해도 빈손으로는 내려오지 않는다. 다만 하나라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봄서부터 가을까지는 여주에 있는 아우네 집으로 찾아간다. 거기서 좋은 사람들과 술도 한 잔 나누면서 산행을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최고의 힐링이 된다.

 

 

사람들은 그렇게 힘들게 산에 올라 땀을 흘리는 것이 무슨 힐링이 되는냐고 한다. 하지만 힐링이란 내 몸과 마음의 치유라면 한다면, 산을 타면서 많은 땀을 흘려 몸 안에 독소를 내보내고, 거기다가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의 평안까지 얻는다고 하면, 그보다 좋은 힐링이 어디 있겠는가?

 

즐기면서 휴일에 오른 산행

 

3일은 개천절이라 휴일이다. 생태교통이 끝나고 나서 몸도 마음도 지쳐있던 차에, 산을 가자고 누군가 이야기를 한다. 3일 아침 수원시청에서 지인 3명과 함께 여주로 행했다. 휴일이라 그런지 고속도로에 차가 밀리지만, 마음의 여유를 찾으러 가는 길이니 조급할 것이 없다. 한 시간 반이 걸려 여주에 도착을 했다.

 

 

도착을 하고 바로 산행을 시작했다. 맑은 물이 흐르는 내를 건너 오른 산. 그 산길에 산밤이 떨어져 지천에 깔려있다. 그것을 줍는 것으로 산행을 시작한 것이다. 네 사람이 여기저기 떨어진 밤을 주워 비닐봉지에 담은 것만도, 족히 몇 되는 되어 보인다. 그리고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좋은 사람들과의 차 한 잔

 

사실은 이맘때쯤 나온다는 송이버섯을 채취하러 갔지만, 저마다 송이버섯은 구경도 못하고 영지버섯을 몇 개씩 채취했다. 그것도 얼마나 즐거움인가? 산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은 그것만이 아니다. 산을 타면서 흘리는 땀과 좋은 공기, 그리고 숲에서 받을 수 있는 기운. 이런 것들을 함께 다 얻어올 수 있으니, 이것보다 좋은 것은 없을 듯하다.

 

 

오전 산행을 마치고 아우가 끓여준 라면을 한 그릇씩 먹은 후,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올 여름 내린 비로 인해 길도 사라지고 온 산이 엉망이 되었다. 그런 곳을 다니다가 보면 힘이 두 배로 든다. 그래도 산이 좋아 올라왔으니 두 시간 이상을 돌아다녔나 보다. 딴 때 비해 소득은 별로였지만, 그래도 산이 주는 좋은 것을 들고 왔으니 이 이상의 행복이 어디 있으랴.

 

나만의 힐링 방법인 산행. 그곳에서 얻어진 것들.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의 동행. 그런 것들이 있어 세상살이가 즐겁다. 산행을 마치고 산수유가 빨갛게 익어가는 나무 밑에 앉아 마시는 따듯한 차 한 잔. 그 안에 좋은 사람들의 마음이 있어 더 즐겁다.

 

화성문화제 제3일 째인 29일 밤. 총체공연인 야조가 비로 인해 취소가 되었다. 미처 야조가 취소된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창룡문 일대를 서성인다. 그들에게 방화수류정 밑에 있는 용연으로 가보라고 권유를 한다. 방화수류정 앞 용연에서는 용연음악회인 나는 우리소리의 공연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8시가 되자 용연 주변에는 50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자리를 잡고 앉은 사람들은 용연 가운데 섬에 마련된 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보면서 연신 박수를 보내고 있다. 비보이 그룹과 창작소리의 만남은 늘 새롭다. 거기다가 아름다운 춤까지 곁들였으니, 가을밤의 공연치고는 최고가 아니겠는가?

 

 

밤이 더 즐거운 관람객들

 

용연의 공연을 뒤로하고 화홍문 앞으로 걸어보았다. 늦은 밤 수원천 위에 오색등불이 화려하다. 각양각색의 소원 등이 불을 밝힌 것이다. 이렇게 늦은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수원천을 걷는 사람들이 상당하다. 저마다 가족끼리 구경을 하면서 즐거워한다. 어느 일행이 사진을 한 장 찍어 달라고 한다. 그런 부탁마저도 즐거운 것이 화성문화제이다.

 

소원 등을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해 주고 난 뒤 수원천을 따라 걸어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이야기를 하면서 밤의 수원천을 걷고 있다.

 

 

저희들은 김포에서 왔어요. 그런데 밤에 이렇게 등불축제를 하고 작은 소원 등들이 줄지어 있는 것이 너무 아름답네요. 화성문화제와 생태교통을 보면서 마음껏 즐기고 있습니다. 축제는 역시 밤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김포에서 아이들과 함께 왔다는 김아무개씨(, 49)는 구경을 다 마치고 통닭거리까지 돌아보겠다면서 웃는다.

 

 

화려한 수원천, 밤이 더 좋아

 

소원 등의 아름다운 빛을 뒤로하고 수원천을 따라 남수문 방향으로 내려간다. 매향교 밑 건너편에 그려진 벽화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돌아보는 모습이 보인다. 수원천을 걷는 사람들이 많아 비켜가야 할 정도가 되었으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수원천에 마련한 등불축제의 각가지 형태의 등들이 화려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어둡기는 하지만 그 등불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수원천을 구경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사람들은 모두 등불축제의 조형물 앞에서 사진들을 촬영하느라 바쁘다. 여기서도 역시 사진을 좀 찍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고맙습니다. 낮에 생태교통에 왔다가 밤 구경이 하고 싶어서 하루를 묵어가려고 합니다. 역시 화성문화제는 다양한 볼거리를 주네요. 그리고 이 넓지 않은 수원천에 이렇게 등불축제를 마련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보령에서 왔다는 한 가족은 더 많이 돌아보아야겠다면서 급히 발걸음을 옮긴다. 등불축제의 조형물을 촬영하고 남수문 곁으로 난 이동로를 따라 길 위로 올라섰다. 그런데 이 늦은 시간에 화성을 돌아보고 있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화성의 야경을 돌아보는 사람들이다.

 

 

생태교통과 화성문화제의 만남. 그리고 수원시민들과 관람객들의 만남. 그런 일들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축제기간 동안, 사람들은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화성의 야경을 돌아보고 난 뒤 수원천 길로 내려가면서 한 사람이 일행들에게 말을 한다.

 

역시 화성문화제는 밤이 더 좋아. 덮지도 않고 운치도 있고. 등불과 물소리, 그리고 아름다운 사람들까지 이렇게 함께 있으니.”

제2회 느림보타운 거북시장 음식한마당‘. 거북시장은 수원에서도 그 역사가 가장 오랜 전통시장 중 한 곳이다. 예전 거북시장 인근에는 영화역과 객사가 있었다. 이곳은 장영외영 군사들이 묵는 곳이었고, 더구나 정조의 능행차 때도 이곳 영화역 앞을 지났다. 또한 한양으로 올라가는 많은 사람들이 장안문을 벗어나 이곳을 거쳐야만 했던 곳이다.

 

이 시장 일대는 영화역에 있는 말들을 키우는 마방이었다고 한다. 18세기 우리나라의 상권의 형성은 개성과 수원, 안성을 잇는 ‘의주로(義州路)’가 바로 삼남대로 중 한곳이었다. 개성상인인 ‘송상’, 수원의 ‘깍정이’, 그리고 안성의 유기상인 ‘마춤이’ 등이 그것이다. 수원의 상거래 중심지는 당연히 거대한 마방이 있는 영화역(현재의 영화동사무소 인근)이었을 것으로 본다.

 

 

 

땅 주인의 별명으로 지어진 이름 거북시장

 

정조대왕은 당시 화성인근에 6개소의 장시를 개설하도록 자금을 지원하였다. 그 중 한곳이 바로 거북시장이다. 거북시장은 수원상권의 발원지였으며, 정조의 강한 국권을 만들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다. 당시 영화역이 500여 평 규모에 말을 키웠다는 것을 보면, 이곳이 상당히 번화한 장시였음을 알 수 있다.

 

현재 거북시장에는 200여개의 점포들이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거북시장은 수원의 재래시장 중에서도 그 넓이로 친다면 1~2위 안에 들어갈 정도이다. 하지만 그것은 한 곳에 집단으로 형성되기보다는, 여러 길과 골목 등으로 형성되어 있다. 거북시장 상인회 차한규(남, 59세) 회장은

 

“이곳의 시장 이름이 예전에는 무엇이라고 불렀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거북시장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30~40년 정도인데, 이곳 일대의 땅이 모두 한 사람 것이었습니다. 그 사람의 별명이 ‘거북이’였는데, 시장 이름을 그 별명으로 부르게 된 것이죠” 라고 한다.

 

 

 

밤늦은 음식문화제 현장을 돌아보다.

 

원래 제2회 거북시장 음식문화제는 10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열렸다. 지역의 상인들이 시장 중심의 도로 양편에 부스를 설치하고, 중앙에는 테이블과 의자를 놓아, 축제에 참가하는 이들에게 음식을 팔았다. 하필이면 행사 날과 e-수원뉴스 시민가자들의 전주, 충무를 돌아보는 워크숍 일정이 같아, 할 수 없이 막판에 시장을 찾을 수밖에.

 

전주와 충무를 거쳐 수원에 도착한 시간이 14일 오후 6시 30분경. 시민기자들과 헤어져 거북시장으로 향했다. 시장 중심가에 도로는 사람들로 들어차 있고, 음악소리와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로 인해 그야말로 거북시장 일대가 온통 시끌벅적하다. 거기다가 시간이 배가 고파오는 때라, 음식냄새로 인해 시장 끼가 더 돈다.

 

행사장을 한 바퀴 돌아본 후 자리에 앉았다. 이런 좋은 곳에 와서 그냥 돌아간다는 것은, 그도 실례라는 생각에서이다. 축제는 함께 즐겨야 하는 것이 아닌가. 누적된 피로와 속이 허한데, 술을 한 잔 마시면 탈이라도 날 것 같아 따끈한 국물이 있는 홍합탕과 안주를 시켜놓고 막걸리 한 잔을 들이켜 본다.

 

이럴 때 사람들은 작은 행복을 느끼는가 보다. 가끔 이렇게 지인들과 한 자리에 앉아 술을 한 잔씩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소중하단 생각이다. 자리에 앉아 있으려니, 아는 분들이 들려 인사를 하고는 한다. 그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그렇게 거북시장의 음식한마당은 밤이 깊어가는 데도 열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3일 동안 장사를 했다는 상인회의 한 분은

 

“정말 피곤합니다. 새벽부터 준비를 해서 밤 10시가 넘도록 서서 손님들을 맞이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그것을 3일씩이나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노동입니까?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좋기는 하지만, 내 년 부터는 이틀 정도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하기도.

 

파장동에서 왔다는 어느 여성은

 

“이렇게 시장 길에 앉아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즐겁죠. 물론 준비를 하는 집행부나 음식을 파시는 분들은 힘이 드시겠지만, 이렇게 다양한 음식을 싼 가격으로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아요. 이런 행사가 여기저기 많이 좀 열렸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한다.

 

수원 영화동에 조성 된 느림보타운 거북시장 음식한마당. 그 축제에서 점점 깊어가는 10월의 밤을 즐긴다. 그래서 축제는 계속되어야 하고, 사람들은 그곳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가 보다.

 

밤에 만나는 여주 5일장은 어떤 모습일까? 30일(토) 날이 저물고 난 뒤 5일장을 찾아 나섰다. 한편에서는 파장 때라 짐을 챙기고 있는데, 아직도 장거리는 부산하다. 그 중에 눈에 띠는 것은 삼삼오오 무리를 이뤄, 5일장 거리를 누비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모습이다. 그들이 손에 봉지를 하나씩 들고 있는 것을 보니, 아마도 5일장에 나와 필요한 생필품을 구입한 것 같다.

 

'5일장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태국에서 왔다는 한 이주노동자는 무엇인가를 열심히 먹고 있다. 다가가보니 닭발 볶음이다. 그것을 맛있게도 먹는다. 동료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먹는 모습이, 우리네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말 할 줄 알아요?"

"저 잘해요"

"5일장은 자주 나와요?"

"자주는 못 나와요. 일 끝나고 이렇게 밤에 나와요"

"장에 나오면 주로 무엇을 하세요?"

"친구 만나고요. 맛있는 것 사먹고요. 그리고 구경도 하고요. 정말 좋아요. 5일장"

 

이주노동자들이니 당연히 일을 마치고 나올 것이다. 한국에 온지 2년째라는 이분. 우리말도 꽤 잘 하신다. 그리고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인다. 5일장이 최고라는 것이다.

 

5일장의 밤 거리에 모여있는 이주노동자들. 이제는 이들을 5일장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주노동자들에게 또 다른 감흥을 주는 곳

 

돼지껍질 요리를 하는 집을 찾아들었다. 이곳에도 역시 몇 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는 5일장 어디를 가도 이주노동자들이 자연스럽게 우리 가운데 끼어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가 있다.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고향을 떠나, 먼 타국으로 온 사람들. 돼지껍질 볶음을 앞에 놓고, 소주잔을 기울이는 그들은 이제는 딴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것 좋아하나 봐요"

"맛있어요"

"소주도 잘 드시네요"

"좋아요"

 

아직은 우리말이 서툰 사람이다. 나이가 25살이라고 하는 필리핀에서 왔다는 이주노동자. 그저 친구들과 만날 수 있는 날이 5일장 날이라는 것이다. 이날 나오면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가 있어, 이곳이 흡사 고향의 장 같다고 한다.

 

"저 사람들 장날마다 나와요"

"많이들 오시나 보죠"

"장날이면 우리 집에만 한 20여명 정도 오니까. 많은 사람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5일장이 저 사람들한테는 고향과 같은가 봐요"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가족을 떠나 멀리 온 사람들. 그들에게 5일장은 아마도 고향의 분위기를 느끼기에 제일 좋은 곳이란 생각이다. 그리고 많은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만나, 서로가 밀린 이야기도 하고 소식을 들을 수도 있을 테니.

 

돼지껍질과 닭발을 파는 가게. 그 안에도 소주잔을 기울이는 이주노동자들이 즐겨 찾고 있다.

5일장은 또 다른 고향

 

5일장에서 마시는 막걸리 한잔은 분위기가 다르다. 오래 전 잊었던 친구를 만나는 그런 느낌이다. 돼지껍질과 닭발, 그리고 막창 모듬을 앞에 놓고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보면 시간이 훌쩍 지난다. 그래서 5일장은 늘 정겨운 곳인가 보다.

 

5일장에서 만난 많은 이주노동자들. 그들은 자연스럽게 5일장 속으로 스며들어 있다. 결국 그들도 같은 사람들이기에, 우리 5일장이 또 다른 고향이 되어가는 듯하다. 그곳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막걸리 한잔을 마시고 5일장의 분위기에 녹아든다. 우리가 하는 그대로를 하고 있다. 그래서 5일장에서 만나는 이주노동자들은 남 같지가 않다.

 

"아줌마 돼지껍데기 한 접시 더요"

 

5일장의 인심은 아직도 넉넉하다. 돼지껍질과 닭발, 그리고 막창 등을 놓고 막걸리를 한 잔 마시면, 그 무엇도 부럽지가 않다.

주인을 소리쳐 부르는 모습까지 우리를 닮았다. 피부색깔은 다르고, 사용하는 언어가 조금 다를 뿐. 5일장은 그들에게 고향을 느끼게 해주는가 보다. 아니 그들 스스로가 5일장의 구성원이 되어 가는가 보다. 그래서 5일장은 늘 많은 이야기를 쏟아놓는다. 막걸리 한잔 마시고 나온 5일장은, 어느새 파장이 되어 캄캄하게 변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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