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6시부터 연락을 하고 떠난 답사길. 오늘 촬영을 위한 답사는 경남 산청으로 정했습니다. 산청군으로 정한 것은 지난 번 집중호우로 지리산 일대가 많은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일부러 산청 쪽의 문화재가 피해는 입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비만 많이와도 문화재가 늘 걱정이 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강 공사를 한답시고 보물급 문화재를 훼손하는 것이 이 나라의 현실입니다.

일찍 산청으로 출발하여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산청군 금서면 화계리에 위치한 덕양전과 구형왕릉입니다. 구형왕릉은 산비탈을 이용하여 계단식으로 돌을 쌓고, 그 위에 역시 돌로 봉분을 올린 곳이기에 어느 곳보다도 걱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구형왕릉서 부터 시작한 촬영은 하루 종일 오락가락하는 빗 속에서 강행군이 되었습니다.

구형왕릉에서 촬영 모습 - 동행한 아우가 아이폰으로 찍었습니다. 이렇게 찍힌 것이 아마 두번 째 인 듯합니다.

빗속에서 강행한 촬영

평상시 답사 때는 그저 편한 등산복을 즐겨입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비가 온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지만, 답사일정 중에 마애불이 들어있어 산을 오르기 편한 헐렁한 바지를 입었습니다. 물론 신발도 늘 편하게 신는 목이 긴 구두를 택했고요. 그렇게 시작한 답사는 구형왕능을 거쳐 덕양전과 지리산 대원사, 내원사로 이어졌습니다. 

지리산 대원사는 보물 제1112호인 다층석탑이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이 다층석탑은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곳 안에 있습니다. 종무실을 찾아가 문화재 촬영을 하러 왔다고 말씀을 드린 후, 사진 몇 장을 찍고 얼른 나오라는 조건으로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알다시피 대원사와 내원사 계곡은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대원사 다층석탑 촬영현장

대원사의 계곡은 그런대로 많은 피해를 입은 것 같지는 않은데, 내원사로 오르는 계곡은 물이 길 위로까지 넘친 자국이 보입니다. 여기저기 길이 끊어지고 심지어는 내원사로 연결하는 다리도 한 곳이 동강이 나 있을 정도입니다. 

그나마 문화재는 피해가 없다고 하니 그만해도 안도의 숨을 쉴 수가 있었죠. 점심을 먹고 난 후에도 비는 오락가락하면서 촬영을 어렵게 했습니다. 생비량면의 마애불상군은 들어가는 입구가 굳게 닫혀있어 애를 먹기도 했고, 신안면의 수월정은 안내판이 없어 정자 앞을 몇 번씩 지나치기도 했습니다.

자세 한 번 하고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마친 촬영. 숙소로 돌아와서도 촬영은 계속되고, 눈까지 아파 겨우 일정을 마칠 수가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문화재 답사를 함께 한 PD님과 운전을 해준 아우. 이 두분은 먼 죄로 그 고생을 한 것인지. 그저 고맙고 또 고마을 뿐입니다.

빈 집을 들려 안부를 남겨주신 분들도 모두 고맙습니다.
주말과 휴일, 그리고 3일간의 연휴까지 행복한 시간들 되시기 바랍니다. 

단순히 글을 쓰기 위해 전국을 내 집처럼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다. 글이야 문화재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던지, 지자체 문화관광 페이지를 보면 설명과 사진 등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죽자 사자 전국을 돌아치고 있는 것일까? 물론 답사를 하는 블로거들마다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경우는 다르다. 문화재가 늘 그 자리에 있다고 해도, 그것이 항상 같은 모습으로 있는 것일까? 그렇지가 않다. 지난번에는 멀쩡하던 문화재가 심하게 훼손이 된 경우도 있고, 어떤 것은 낙서로 인해 볼썽사납게 변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문화재 안에 술병이 나뒹굴고 있기도 하다.

경주 굴불사지 사면석불 - 일제에 의해 훼손이 되었다고 한다.(2008, 9, 25 답사)


문화재 관리,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우리나라에는 많은 문화재가 있다. 종류만 해도 상당하다. 물론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것들이야 잘 간수가 되고 있지만, 노출이 되어있는 것들을 보면 심각한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 경우 해당 지자체에 이야기를 하면, 대개는 판에 박은 대답을 듣는다. 한 마디로 인력이 부족해 일일이 돌아보지를 못했다는 대답이다.

어느 곳을 찾아가면 아예 문화재를 유도할 수 있는 간판 하나가 없는 곳도 있다. 도대체 문화재가 어디 있는지를 알 수가 없다. 한 번에 찾을 것을 수십 번을 되묻고 다녀야만 한다. 날이 덥거나, 눈비가 오는 날, 아니면 추운 겨울에는 사람조차 만날 수가 없으니 답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

심지어는 문화재 안내판 글씨가 하나도 알아볼 수 없는 곳도 있다. 안내판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것일까? 덩그러니 서 있는 안내판 글씨는 다 지워지고, 내용에 오자도 상당수가 발견이 된다. 문화재 보호나 보존을 이웃집 지게작대기 취급을 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경우에는 천불이 난다.

충주 숭선사지 발굴현장. 발굴을 하다가 그대로 방치가 되어있다 (2009, 9, 22 답사)


문화재 블로거 그들은 무엇을 하는가?

다음 뷰에는 30만 명 가까운 블로거가 있다. 물론 그들이 다 글을 쓰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 중에서 문화재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는 문화재 블로거는 몇 사람에 불과하다. 그만큼 문화재 블로거 노릇을 하기가 만만치가 않기 때문이다. 문화재를 답사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필요로 하고, 적지 않은 경비가 들어간다.

그렇다고 누가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다. 오직 문화재 하나를 더 많이 알리고, 그 문화재가 갖고 있는 아름다움을 알려주기 위해 발을 벗고 나선 사람들이다. 거기다가 문화재 답사를 하기 위해서는 입장료 또한 만만치가 않다. 한주에 한번 꼴로 일 년을 다녀보니 주차료며 입장료를 합쳐 2~3백만 원 정도가 들어간다.

그런 경비를 스스로 부담하면서 그들이 하는 것은,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것이다. 그렇다고 문화재에 글을 열나게 써 보았자, 그것이 노출이 되는 것도 아니다. 순식간에 뷰에서 조차 사라져 버린다. 그럼에도 왜 그들은 길에 나서는가? 그것은 문화재를 보는 마음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시간과 돈, 그리고 마음까지 허비를 해야 하는 것이 문화재 블로거들이다.

여주 신륵사를 찾은 외국인들. 문화재를 보러 오는 외국인들이 점점 늘어가는데,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의 문화재를 사랑하는 마음은 빵점이다.( 2009, 10, 9 답사)


문화재청장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문화재를 포스팅 하는 블로거들이 답사를 다니다가 보면, 가끔 문화재 훼손 현장을 만나게 된다. 만류를 하다가 시비가 붙기도 하고, 심지어는 패거리들에게 심한 행패를 당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왜 문화재를 찾아다닐까? 그것은 소중한 문화재를 지켜내기 위함이다. 관계기관에서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그들에게는 너무 버거운 일들이 많다. 길을 나서면 기본적으로 드는 경비에다, 곤욕까지 치루기도 한다. 문화재 훼손 현장을 보아도 입을 다물어야만 한다.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은, 그런 모습을 글로 올리는 것뿐이다. 시간을 쪼개가면서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는 문화재 블로거들. 그들 때문에 소중한 문화재를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알게 되는 것에 비해, 그들이 받는 물질적, 정신적 고통이 너무나 크다.

이럴 때 생각나는 것이 한 가지 있다. 만일 그들에 문화재에 관한 급박한 상황에서 보여 줄 수 있는 <문화재 지킴이> 증명이라도 있으면, 그렇게 곤욕을 치르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다.

문화재청장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말 문화재를 사랑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들여서라도 문화재를 지켜내려고 하는 블로거들에게, 증명서 하나라도 발급해 준다면 더 열심을 내지 않을까요? 누가 하라고 시켰냐? 라는 대답보다는, 긍정적인 판단을 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일선에서 발로 뛰며 문화재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블로거들에게 이 정도는 해주셔야 한다는 것이 속좁은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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