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보산 무학사. 초행길이라 낯이 설다. 무학사 큰스님이신 태고종 대종사이신 혜성스님을 찾아뵙기 위해 칠보산으로 향했다. 지도에는 칠봉산 전망대로 오르는 7번 등산로에 무학사가 있는 것으로 표시가 되어있다. 하지만 그 갈림길인 학교 앞길로 들어서니, 이런 세상에. 길이 막혀있다.

 

다시 돌아서 여기저기를 헤매기 30여 분. 겨우 묻고 또 물어 산길로 접어들었다. 비포장도로인 숲길은 등산로인 듯하다. 걸어 오르면 딱 좋은 길을 약속시간 때문에 차를 몰고 오르려니 숲에 미안한 생각이 든다. 저 자연 속에 그저 큰 호흡을 한 번 하고 걸어 오르면 좋았을 것을.

 

 

태고종 대종사 혜성스님이 출가하여 창건한 무학사

 

차로 비포장 숲길을 오르다가 보니 칠보산 무학사란 안내판이 보인다. 혜성스님이 1969년에 출가를 하여 태고종에 입문을 하신 후, 그 해 12월부터 이곳 칠보산 전망대가 있는 봉우리 중턱에 무학사를 창건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산비탈을 정비해 전각을 마련하였기 때문에, 크지 않은 전각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무학사는 아직도 불사중이다. 작은 중장비 한 대가 경내에 서 있고, 불사를 하고 있는 흔적이 보인다. 그런데 종무소를 찾아가보아도 기척이 없다. 전각 여기저기를 돌아보지만, 어느 곳에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경내에 차가 없는 것으로 보아 어디 출타 중인 것으로 생각하고, 먼저 경내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산을 깎아 작은 전각들을 여기저기 마련한 까닭에 전각들이 크지 않다. 절이 중심인 대웅전이라야 정면 두 칸이다. 견성문을 들어서 산신각으로 오르는 길목 좌측에는 토굴법당 입구가 보이고, 우측으로는 대웅전이 서 있다. 대웅전 옆으로는 살창을 낸 전각을 짓고, 그 안에 또 관세음보살을 모신 듯하다.

 

일제 때 조성한 채광 굴에 마련한 토굴법당

 

대웅전 뒤편으로는 산신각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다. 계단을 올라 산신각을 돌아본다. 그리고 산신각 뒤편을 보니 커다란 바위 가운데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자연이란 바로 이런 것인가 보다. 얼마의 세월을 저렇게 바위 가운데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것일까?

 

갑자기 사람들이 시끄럽게 웃고 떠드는 소리가 난다. 칠보산 등산로 중 한 곳인 무학사 아래편에 마련된 쉼터에 4~5명의 여자들이 피곤한 다리를 쉬며 떠들고 있는 중이다. 참 교양머리 없다는 생각을 한다. 참선을 하는 도량에서 저렇게 큰 소리로 떠들어 대고 있으니 말이다.

 

 

산신각을 내려와 대웅전 곁에 있는 토굴법당 안으로 들어가 본다. 갑자기 한 여름의 더위를 가시게 할 만한 서늘한 바람이 굴에서 불어온다. 바닥은 습기가 있어 축축하다. 머리를 숙이고 안으로 들어가니 세 분의 부처님을 굴 안에 모셔놓았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 토굴법당은 일제시대에 이곳에서 철을 캐느라 뚫어놓은 것이라고 한다.

 

자연 속에 머무는 절 무학사

 

혜성스님은 이 채광 굴을 토굴법당으로 마련하고자 몇 년간을 더 파냈다고 하신다. 그리다가 이곳에서 물길이 터져 관을 묻고 그 물을 식수로 사용하셨다는 것이다.

 

“여기를 토굴법당으로 조성했는데 물이 흘러 질척거려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수관을 묻었더니 기껏 파놓은 천정이 다시 낮아진 거예요. 그래서 다시 몸을 낮추고 드나들었죠. 아마도 부처님의 뜻인가 봐요. 겸손하게 살라는”

 

 

이곳 말고도 또 한 곳의 토굴법당이 있다. 한참을 그렇게 경내를 돌아보아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함께 동행을 한 일행인 그 밑에 기척이 있다고 한다. 몇 번이나 ‘계세요?’를 외치고 나서야 겨우 대답소리가 난다. 무더운 여름날 낮잠이라고 즐기고 있었던 모양이다. 큰스님을 뵈러왔다고 하니, 여긴 윗절이고 아래편에 큰절로 가보란다. 큰스님은 그곳에 계시다고.

 

길을 물어 힘겹게 찾아온 칠보산 무학사를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 마음이 바빠 미처 느끼지 못하고 오르던 숲길이 정말 좋다. ‘시간을 내어 이 비포장숲길을 다시 한 번 걸어보리라’. 속으로 생각을 한다. 아마 이 칠보산 무학사에서 또 다른 보물을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모악산은 자연이 살아있는 산이다. 산을 오르다가 보면 바위 틈을  흘러내리는 맑은 물과, 계곡을 끼고 흐르는 길의 정취가 일품이다. 정상까지 걸어서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수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주말과 휴일이 되면 모악산 주차장은 만차가 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악산을 즐겨 찾는다.  

요즈음은 방학도 끝나고 평일에는 그리 많지 않은 사람들이 오기 때문에 주차장이 많이 비어있는 형편이다. 사시사철 아름다운 풍광을 느낄 수가 있는 모악산. 어머니의 산이라는 모악산 주차장에는 많은 차들이 정차를 할 수 있는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이렇게 어느 곳보다도 주차장이 넓게 마련이 되어있는 것은, 모악산에 김씨 시조묘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마 남북이 화해모드로 갈 때 답방에 대비한 것이라고도 한다. 

주차장이 있는데 왜 이렇게 주차를

모악산을 일주일이면 한 번쯤 꼭 오르는 나로서는 늘 불만이 있다. 바로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지 않고, 차를 순환하기 위해 만든 로터리나 길가에 주차를 하는 얌체족들 때문이다. 모악산 입구에 있는 로터리는 하루에도 많은 차량들이 이곳을 돌아나간다. 그런데 이곳이 언제부터인가 산을 오르는 사람들 중 얌체족들의 단골 주차장이 되어 버렸다. 많을 때는 산을 오르는 길목을 막아 놓기도 한다.

산으로 오르려면 걸어야 한다. 그런데 주차장에서 불과 200m 정도 떨어져 있는 이곳에 굳이 차를 대야만 할까? 길을 막아서 차를 대놓는 양심불량인 사람들 때문에 그 위에 차를 댄 사람들이 나가지 못해 발을 구르는 일도 생긴다. 양편 상가 앞에도 주차를 해 놓아 차들이 중앙선을 넘나드는 곡예를 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맞은편에서 차가오면 본의 아니게 욕을 먹어야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무법천지인 모악산 입구. 관리사무소에서도 이젠 지쳐 말을 하기가 싫다고 할 정도이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주차장에서 입구까지 걸어오기가 싫다면, 산은 왜 오르는 것일까?

차를 돌려 나가야 하는 모악산 입구 로터리에 주차를 해 놓은 얌체주차족들. 이들은 모악산을 오르기 위해 이곳에다가 주차를 해 놓는다. 200m 정도를 내려가면 넓은 주차장이 있다.



  
상가 양편에 주차를 해 놓은 사람들. 이들 때문에 위로 가야하는 차들은 중앙선을 넘어야만 한다. 그렇게 다니는 차들로 인해 중앙분리대의 표지가 다 망가져 버렸다. 관리소에서는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막무가내라고 한다. 하루 속히 이런 주차를 하는 차량들은 강제견인을 할 수 있는 법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주차장은 빈 자리가 많이 보인다. 그런데도 이 곳에 주차를 하지 않고, 상가 양편이나 로터리에 차를 대 놓는 사람들이 양식이 있는 것일까? 산을 오르기 위해 이곳에 온 사람들이, 조금 덜 걷겠다고 주차장을 마다하고 차도에 주차를 하는 행위. 아마 이런 사람들. 남들이 자신의 집 앞에 주차를 해놓으면 길길이 뛸 사람들이다.


주차장이 있는대도 불구하고 차들이 다니지 못하도록 얌체주차를 해 놓은 사람들. 이런 얌체족들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강제견인을 할 수 있는 지자체의 조속한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비가 오기에 다시 가보았다. 오늘은 얌체주차족들이 더 많이 눈에 보인다. 넓은 주차공간을 마련해 놓고, 그곳에 주차하기를 계도하고 있다지만, 막무가내식의 이런 사람들에게는 보다 적극적인 대응책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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