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를 다니면서 가장 큰 애로사항은 바로 식사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요즈음은 숙소야 어디를 가든지 시설 좋은 숙박업소가 많아 그리 걱정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먹거리는 다르다. 자칫 잘못 찾아 들었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그러니 정말 좋은 식당을 만나면 그날은 운수대통한 날이란 생각이다.

 

6월 17일(월), 평소 같으면 지역에서 땀 흘리며 취재를 하겠지만, 오랜만에 도시를 벗어났다. 마침 함께 동행을 할 사람이 있어, 여주군으로 향했다. 이번 여주군의 여행은 문화재 답사도 중요하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남한강의 보 주위를 돌아보기 위해서이다. 남한강에는 강천보, 여주보, 이포보 등 세 곳에 보가 설치되어 있다.

 

 

시간 늦은 점심, 답사 때마다 제 시간을 못 맞춰

 

답사를 하다가 보면 언제나 제 시간에 끼니를 때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날 답사도 마찬가지였다. 우선 천년고찰이라는 신륵사부터 들렸다. 신륵사는 언제보아도 좋은 절이다. 앞으로 남한강이 흐르고, 주변에는 소나무 숲이 우거져있기 때문이다. 이런 절을 찾아가면 그야말로 횡재를 한 기분이다.

 

오래 묵은 은행나무를 비롯하여, 보물에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보물만 6점에 보호수 2그루, 거기다가 지방문화재 등이 널려있는 곳이다. 신륵사는 매년 한 번 정도는 찾아가는 곳이기도 하다. 남한강에 세 곳의 보가 들어서고 주변이 직강하천으로 정리가 되면서, 무엇인가 달라진 것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제일먼저 찾아갔다.

 

여기저기 불사를 하느라 부산하기도 하다. 평일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은 찾아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항상 사람들이 찾아오는 절집이기도 하다. 신륵사에서 나와 때 늦은 밥집을 찾아들었다. 신륵사에서 북내면 소재지로 찾아가다가 우측 다리를 건너 북내면 신접리로 들어섰다.

 

 

시간은 벌써 오후 2시 가까이 되었다. 아침을 일찍 챙겨먹은 것도 이럴 때는 탈이다. 동행을 한 분도 많이 시장 끼가 돌았을 텐데, 내 생각만 나무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미안하기도 하다. 경치 좋은 곳을 찾다가 보면 너무 시간이 오래일 듯해 길가에 있는 집을 찾아들었다. ‘돈정’이라는 식당이다.

 

푸짐한 밥상,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여주군 북내면 신접리 180-1에 소재한 두루치기 촌밥상 전문인 ‘돈정’. 겉으로 보기에는 그리 넓지 않을 것 같은 식당인데, 안으로 들어가니 방과 홀이 큼지막하다. 방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시골치고는 시설이 꽤 깨끗하다. 시간이 지났는데도 손님들이 방에 차 있다. 메뉴판도 나무에다가 써 놓았다.

 

 

시골스런 촌 밥상이 한 상 차려진다는 안내문구와 함께 촌밥상의 메뉴가 보인다. 두루치기 촌밥상을 주문했다. 1인 분에 15,000원. 그리 싼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음식을 시켰으니 우선 나오는 것을 보아야만 한다. 음식 운반차에 한 가득 실어 내오는 반찬들. 말마따나 반찬들이 시골에서나 만나 봄직한 것들이다.

 

음식이야 특별한 맛이 아니면 자랑할 만한 것이 못된다. 하지만 이 집은 자랑이 하고 싶다. 가격은 그런대로 싼 편은 아니라고 해도, 우선 벽에 걸려있는 문구들이 마음에 든다. 정성껏 내온 찬도 그렇지만, 하나라도 무엇인가 더 주고 싶어 하는 주인장의 마음이 따듯하게 전해지기 때문이다.

 

시간 늦은 점심을 먹으러 들어갔다가 만난 촌밥상 한 상. 함께 동행을 한 지인도 좋았다고 한다. 하긴 음식 맛이야 누구나 비슷한 입을 가졌으니 말이다.

전화 / 031) 883-9975 / 010-3944-7051

11월 28일(수) 오후 7시에 모임이 있었다. 수원 영화동 장안문 길 건너편에 ‘거북시장’이 있다. 정조의 화성 축성 당시에 장이 개설이 되었으니, 벌써 200년이 훌쩍 지난 장이다. 하지만 지금은 재래시장이기 보다는, 도심 상권과 같은 형태로 꾸며진 곳이다. 이곳 거리 한 복판 2층에 거북시장상인회 사무실에서 모임이 있었다.

 

모임은 수원에서 활동을 하고 있거나, 연고지가 있는 전문가들이 가칭 ‘수원문화연구원’을 설립하고자 모인 것이다. 모두 7명이 참가를 했는데 각각 분야가 다른 사람들이 모여, 수원의 문화를 활성화시키고 전국 최고의 문화예술도시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하자고 만든 모임이다. 하지만 속내는 술 먹고 놀자는 것이 아니겠는가?

 

 

모임은 생두루치기 집에서

 

그런데 어째 모인 면면을 보니 모두 한 잔 하는 분들이다. 몇몇은 두주불사이니, 글쎄다 이 모임이 과연 제대로 굴러갈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그렇다 치고 간단하게 앞으로의 일에 대해 논의를 한 후, 자연스럽게 술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 273-7번지에 소재한 돼지고기와 묵은지가 환상의 콤비를 이루는 ‘돈순네 생두루치기’로 자릴 옮겼다.

 

영화동 거북시장 돈순네 생두루치기 집은 가끔 모임을 갖는 집이다. 밑반찬은 별로 내지 않지만, 굳이 밑반찬이 필요하지 않다. 묵은지에 돼지고기를 큼직하게 썰어 넣은 후, 거기다가 가래떡까지 그득하게 올려주면, 그 맛이 정말 일품이기 때문이다. 이 집에서는 딴 것이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들과 만남이 행복한 집

 

사실 이 집을 찾아가는 것은 가격이 그리 비싼 편이 아니라는 점이다. 3~4인이 먹을 수 있는 돼지고기와 묵은지를 가득 넣은 두루치기 전골이 중(中)이 20,000원이기 때문이다. 가끔 이 집에서 모임을 가지면, 큼지막한 전도 서비스를 받을 수가 있어서 더욱 좋다. 묵은지 음식을 많이 먹어보았지만, 이 집처럼 진한 맛을 내는 집이 별로 없었던 듯하다.

 

두루치기 전골은 입맛에 따라 주문을 할 수가 있다. 얼큰한 맛과 시원한 맛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모임에 주로 먹는 두루치기 전골은 항상 얼큰한 맛이다. 뜨듯한 국물과 함께 먹는 전골은 언제나 하루의 피로를 가시게 해주기 때문이다. 더구나 좋은 사람들과 한 자리에 앉아 먹는 음식 맛은 남다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객담 한 마디 하고 가자

 

사실 이 날 모인 모임은 좀 남다른 모임이었다. 수원에서는 각 방면에 내노라 한다는 사람들이 모임을 만들어 일 좀 하자고 했는데, 7명 중에 다섯 명이 박사님들이시다. 참 박사가 많기는 많은 모양이다.

 

그것도 그냥 박사가 아니라, 자타가 공인하는 그 분야의 최초, 또는 최고 권위자들이 모인 모임이었으니 말이다. 한 두 사람만 소개를 해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에서 쌀 중 흑미를 개발한 김재철 박사님이 모임에 수장이시다. 그런가 하면 최초로 무예 24기 중 마상무예로 논문을 써 박사가 된 최형국 박사도 있다.

 

 

그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모인 사람들이다. 술이 한 순배 들어가자 마치 오래된 지기들처럼 마음에 편해졌다. 그리고 그 중 누구 하나라도 자신이 최고라고 주장을 하지 않는다. 순식간에 좌중은 형님과 아우로 호칭이 바뀌었고, 술이 잔에서 비어지기가 무섭게 또 따라진다. 세상사는 맛이 다 그런 것이 아닐까? 그래서 좋은 사람과 좋은 술, 그리고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그곳이 바로 ‘선계(仙界)’라고 하는가 보다.

 

연락처 / (031) 254 - 8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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