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군 여주읍 천송리 301-2에 소재한 국내 최초 도자 쇼핑타운인 ‘도자세상’. 7월 24일(화) 도자세상에는 무슨 상품들이 있는지 궁금하여 찾아가 보았다. 도자세상은 생활도자기에서 악세사리, 값비싼 예술작품 등 한국에서 생산되는 각양각색의 도자기들을 직접 만나보고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도자세상은 여주 신륵사 입구 도자기 행사단지에 조성한 쇼핑문화 관광지로, 2011년 5월 2일에 공식 개장을 하였다. 이곳은 우리나라 각처에서 생산되는 도자기들을 구입할 수 있는 곳으로, 전시 체험시설인 반달미술관을 비롯하여 쇼핑시설인 기념품샵, 리빙샵, 갤러리샵, 브랜드샵 등이 있다.

 

 

도자세상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솟을문이다(상) 뒤편에 보이는 관리동(하)

 

가격에 따른 구입을 할 수 있는 곳


한국도자재단 도자세상의 마케팅본부 김광래 팀장과 이과성 과장의 안내를 받아 돌아 본 도자세상은, 그야말로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가격표가 붙은 작품에서부터,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도자기 등 다양한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상설전시관은 한 달에 마지막 주 월요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매일 문을 연다. 매장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열고 있으며, 나름대로 자신이 필요한 것을 골라 샵을 선택할 수가 있다.

 

 

관리동 옥상에서 내려다 본 도자세상과(위) 안내를 해준 마케팅본부 김광래 팀장(아래 좌측)과 이과성 과장(우)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좌측에는 리빙샵이 자리한다. 소매용 도자기 25,000점 정도가 진열되어 있는 리빙샵은 중, 저가 상품들로 다량 구입이 가능한 곳이다. 이곳은 백화점이나 마트 등에서 다량으로 구입할 수 없는 상품들을 한꺼번에 구입할 수 있으며, 식당 등을 개업할 때는 도자세상 직원들과 협의하여 좋은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리빙샵 건너편인 우측에는 기념품샵이 있다. 기념품샵은 생활자기에서 부터 팬시용품까지 다양한 아트상품 19,000여 점이 전시되어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상품들이 눈길을 끄는 기념품샵은, 각종 악세사리들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마도 여행객들이 가장 좋아할만한 곳이다.

 

리빙샵에 진열된 상품들(위) 와 기념품샵 매장이 진열된 상품들(아래)

 

중앙에 조형물을 지나 8층 높이인 관리동을 바라보고 우측에는 갤러리샵이 자리하고 있다. 갤러리샵에는 국내 도예가들의 수공예품을 엄선하여 판매를 하는 곳이다. 이곳에는 경기도 여주, 이천, 광주 등의 도예가들과, 전국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100여명의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갤러리샵에는 1천 2백만원의 가격이 붙은 작품도 보인다.

             

관리동 좌측에는 대중브랜드인 생활자기를 판매하는 브랜드샵이 자리한다. 브랜드샵에는 행남자기를 비롯하여, 우리나라의 생활자기 문화를 선도하는 브랜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가끔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브랜드 도자를 구입할 수가 있기도 하다.

 

 

브랜드샵(위) 와 갤러리 삽(아래)

 

앞으로 다양한 행사와 함께 할 것


“처음에 이 도자세상을 연 것은 지역의 도자예술인들이 판매에 신경을 쓰지 않고, 온전히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반 매장은 도자기를 구입을 해서 자신들이 이분을 붙여 판매를 하지만, 저희들은 위탁 판매를 하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더 많은 이익을 그분들에게 되돌려 드릴 수가 있습니다.”


마케팅본부 김광래 팀장의 말이다. 처음에는 전국의 도자예술인들의 신청을 받아 120명 정도의 작품을 전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너무 많은 작가들이 참여를 하다 보니, 자연적으로 작가들에게 돌아가는 이문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 그래서 100명으로 줄였는데, 다시 80명 정도로 선별을 하겠다는 것이다.


“저희들도 작가 분들에게 연말에 작품을 철수하라고 하기가 참 송구스럽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그분들을 도와주는 것이라면, 제대로 도울 수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다행히 한  두 분을 제외하고는 저희들의 뜻을 이해해 주셨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갤러리샵에 진열된 1,200만원의 작품

 

많은 예술인들의 속내를 일일이 알 수는 없는 법. 가격을 예술인들 스스로 정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따른 어려움도 있다는 것이다. 이과성 과장은


“올 가을 쯤에는 스스로 장과 짱아지 등을 담구는 행사를 열려고 합니다. 그분들이 옹기를 구입해 자신의 옹기에다가 김치 등을 직접 배워 담구는 것이죠. 언제든지 이곳에 와서 자신의 항아리에 있는 것들을 가져 갈 수 있도록 하는 이벤트 등도 준비 중에 있습니다. 더 많은 행사를 기획하고, 인터넷을 통해 직접 저희 도자세상의 그릇 등을 구입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려고 합니다.”


직원들도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들 터


“지금은 판매직 사원들은 계약직입니다. 매일 아침마다 조회를 하면서 고객들에게 인사를 하는 법, 도자기에 대한 것들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분들이 도자기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아 어려움을 당하기도 합니다. 내년 4월경에는 판매직 중 6명 정도를 정규직으로 채용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지자체 등과 협의를 하여 테마관광 코스도 개발하려고 합니다. 매년 발전을 하는 도자세상을 위해 마케팅 부서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반달미술관에 전시중인 남한강 도예가들의 작품(위)과 주도전(아래) 

 

김광래 팀장은 도자예술인들에게 더 많은 이문을 남겨주기 위해, 해외 판촉에까지 정성을 쏟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 등과 경쟁에서 더 나은 조건으로 판매전략을 짜고 있다는 것. 누구나 도자세상에 오면 가장 좋은 제품을 적정한 가격에 구입을 해, 기분 좋은 쇼핑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1시간 정도 돌아본 매장에는 유난히 눈이 쏠리는 작품들이 있다. 구매충동이 아니라 ‘저런 그릇은 정말 좋다’라고 생각이 드는 도자기들이다. 마지막으로 돌아 본 반달미술관. 그곳에서는 여주 지역의 남한강 젊은 도예가들의 작품과, 술과 도자기가 어우러지는 ‘주도전’이 열리고 있다.

난 아무래도 맛집 블로거는 못할 듯싶다.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음식을 먹기 전에 먼저 카메라부터 들이밀고, 다음에 먹으면서도 연신 찍어대야 하는데 우린 죽어도 그 짓은 못한다. 내가 일부러 음식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기에, 타인들과 밥상머리에 앉아 카메라를 들이민다는 것 자체가 쑥스럽기 때문이다.

이번 출장길에 여러 사람을 만나고 다녔다. 그 중 한 분이 점심대접을 하겠다고 해서 찾아간 곳. 화성시 향남읍 하길리 569-5번지에 소재한 ‘뽕나무 골’이란 식당이다. 식당 주차장에는 이미 만차가 되어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좁지 않은 식당 안에 무슨 사람들이 그리 많은지. 아마도 인근 뿐 아니라 먼 곳에서도 찾아온 듯하다.


아이폰에 역광까지. 사진은 엉망입니다.

누에
박물관이 있는 '뽕나무 골' 식당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벽에 곤충들이 가득하다. 옆으로 보니 이상한 것들이 즐비하게 전시가 되어있다. 자세히 보니 ‘누에박물관’이란다. 예전 베틀이며 여러 가지 누에를 치는 기구들이 전시가 되어있다. 이왕 왔으니 이런 것도 찍어야 하는데. 그러고 보니 카메라가 없다. 단 분 차를 이용했으니 당연히 카메라는 차에 두고 올 수 밖에.

이래서 난 파워블로거가 못 되는 것인가 보다. 블로그의 필수품이 카메라라고 하는데, 점심 한 그릇에 정신을 빼앗겨, 카메라를 두고 왔으니 말이다. 그래도 아이폰이 있으니 우선은 그것으로 대처를 하는 수밖에.




점심에 받은 뽕정식. 황제가 따로 없네.

뽕정식이라고 하는 상차림을 시켰다. 소갈비찜이 나오면 1인분에 2만 5천원이고, 돼지갈비찜이면 2만원이란다. 싼 가격은 아니다. 도자기 그릇에 담겨 나오는 반찬들을 보니 26가지나 된다.

이럴 때는 정말 나 스스로를 책한다. 바보처럼 카메라를 두고 오다니. 이것만 해도 글 두 개는 쓸수 있는데 말이다. 밥상과 박물관을 찍었으면, 하루 글 쓸 소재는 충분한데 말이다. 그래도 한 두 어장 찍으려는데, 식당 안에 밥을 먹으로 온 사람들이 연신 쳐다본다. 잠시 고민을 해댄다. 그래도 막 찍어버려? 그러나 나에게는 그런 배짱이 없다.





더구나 처음 만난 사람 앞에서 시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나저나 이 먼 곳을 다시 오기도 그렇고, 참으로 난감하다. 할 수 없이 아이폰을 꺼내 몇 장만 찍는다. 찍으면서도 연신 부담스럽다. 거 참, 내가 맛집 블로거도 아닌데, 왜 꼭 이래야 하는 것이지.

어쨌든지 밥상을 받고 보니 황제도 부럽지 않다. 화학조미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니, 그만해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대접을 받는 자리이니 그 맛을 음미를 해가면서 천천히 먹을 수도 없는 일. 그저 앞에 놓인 반찬만 뒤척이고 있었다니.



먼저 자리를 일어나 박물관으로 가 일일이 찍어댄다. 그런데 이건 또 웬일이람. 아이폰에 밧데리가 10%가 남았다고 한다. 더 이상 찍었다가는 통화도 못할 지경이다. 이쯤해서 사진찍기를 그만해야 하는데.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밥상도 그렇고 박물관도 그렇고. 다음에 이 방면으로 지나갈 일이 있으면 꼭 한번 들려보아야겠다. 황제 노릇 한번 하려고.

주소 : 화성시 향남읍 하길리 569-5
전화 : (031) 353-6220(예약) / 353-6223


여주군 북내면 상교리는 여주에서도 외진 곳이다. 바로 옆에는 고달사지가 있어 주변 관광지로는 최고이긴 하지만, 이곳은 그런 호사를 누리고 살지를 못한다. 그 상교라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지우재' 이곳의 주인은 이제 중반에 들어선 부부화가이다. 그러나 요즈음은 도자기에 더 심취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이 두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참 아름답다' 라는 생각이 든다. 모습도 그렇거니와 그 사는 모습이 정말로 아름답다. 세상은 열심히 사는 사람이 가장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조금은 물질적으로 부족하다고 해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늘 부끄럽기도 하다.


비에젖은 꽃들이 아름다운 집
 
이 집의 전시실 앞에 홍매화 한 그루가 서 있다. 비를 맞아 잎이 떨어질까 염려를 했는데, 오히려 더 깨끗해진 모습으로 아침에 사람을 반긴다.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이 집에는 화단이 좋다. 금낭화며 보라색 꽃을 피우는 무스카리 등, 그리고 한 철 내내 야생화가 피어있기 때문이다.

 

비에 젖은 홍매화 한 그루가 유난히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있다.

이 집 주변을 돌아보면 먹을 것 천지다. 그냥 먹을 것이 아니라 자연에서 채취를 할 수 있는 먹거리이다. 도자기 그릇에 담긴 자연에서 채위한 먹거리. 이보다 더한 호사가 있을까 싶다. 그런 자연의 먹거리를 채취해 상을 차릴 줄 아는 안주인의 마음도 아름답다는 생각이다.

 

전시실 앞에 아름답게 보라색 꽃은 이 집에서 볼 수 있는 많은 꽃들 중 하나이다.

고택에 마련한 전시실. 땀이 배어있어

꽃 구경에 넋을 잃다가 잔시실 안으로 들어가면 바깥주인이 만든 각종 도자기와 안주인이 그린 그림들이 벽면을 채우고 있다. 이 집에 들릴 때마다 들어가보는 전시실이다. '지우재'란 이름은 바로 이 전시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전시실에서는 땀 냄새가 난다. 그래서 더욱 좋다.

 

 

 

 

전시실인 지우재를 채우고 있는 각종 도자기들과 벽에 걸린 그림. 부부의 살아가는 모습이다.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이 돈으로 가치를 따질 수가 없는 것이 바로 지우재의 주인들이다. 조금은 힘이 들 수도, 조금은 짜증이 날 수도 있지만, 그런 것을 자연 속에 묻어버리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곳을 들릴 때면 일부러 하루를 묵고 가기도 한다. 

아름답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 곳엔 늘 우리가 미쳐 바라보지 못한 무엇인가가 있는 듯하다. 아마도 그것은 자연의 닮은 마음이려니 생각이 든다. 그 자연을 닮은 부부의 모습에서 그들이 바로 자연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도공이 그릇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치는 것일까? 요즈음은 세라믹이라는 그릇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조금은 실용적이지 않다는 생각에 우리의 전통 장작가마에서 불을 때 만든 도자기에 대한 진가를 모르는 듯도 하다. 세라믹이란 고온에서 구워만든 비금속 무기질의 고체들을 통틀어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의 생활자기라는 그릇들은 장작가마에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며칠 휴가를 여주에서 보내면서, 찻사발과 다기를 만들고 있는 아우의 그릇만드는 과정을 볼 수가 있었다. 전에서 부터 자주 보아왔던 터라 신경을 쓰지 읺았는데, 며칠 눈여겨 보니 그 공정이 수없이 많았다. 그리고 찌는 듯 더운 여름 날 불을 땐다는 것이, 얼마나 사람의 진을 빼는 일인가도 느꼈다. 땀은 금방 옷을 적시고 어디든 흐를 수 있는 곳이라면 흘러내리는 데도 묵묵히 작업을 하는 아우.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형이 땀을 흘리는 것이 안스럽다고, 선풍기를 선뜻 갖다가 틀어주는 마음까지 갖고 있다. 바로 장인의 마음이다.

옷이 다 땀으로 젖었으면서도 웃음을 웃을 수 있는 여유는 무엇일까?

그 작업을 하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하면, 이해를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 모습은 어느 일에 몰두하지 않으면 도저히 나올 수가 없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불현듯 자기 일에 빠져 이 찌는 듯한 더위에 땀으로 목욕을 하면서도 일을 하고 있는, 저리 멋진 모습 하나를 안 남겨놓으면 두고두고 후회 할 것만 같다.

"형은 하이에나 같아요"

"무슨 말이야"
"글 소재가 된다고 생각하면 무조건 덤벼드니, 먹이를 찾는 하이에나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죠"
"직업이 그래서 그런가"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은 아우의 그 모습이 그리 아름답다고 느낄 수가 없었다. '지우재'라는 아주 오래 묵은 한옥의 전시관을 갖고 있는 아우는, 미술을 전공했다. 여주군 북내면 상교리로 내려와 벌써 17년이 지난 세월을 도자기와 씨름을 하고 있다. 고집스럼게 장작가마에서 불을 때기 때문에, 한번 가마에 불을 붙일 때마다 적지 않은 경비가 들어간다.   

아우의 작업하는 과정을 대충 사진으로 넘겨보자. 물론 이 작업이 다는 아니다. 아니 그 전 과정의 극히 일부분에 해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작업의 과정에서 흘리는 땀의 의미는 충분히 알 수 있을 듯 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는 것일까?


도자기를 빚을 점토가 보인다. 흙에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 요즈음은 그나마 조금 나아진 것이 예전처럼 흙을 거르고 발로 밟지를 않는다. 


물레질을 하고나서 남은 흙이다. 하나하나 물레질을 하고 그것을 그릇형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손길을 필요로 한다. 
 

모형이 완성되면 그것을 말리는 공정을 거친다. 그것이 말라야 초볼구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벌구이는 대개 1,000도 정도의 불에서 구원낸다.

초벌구이는 전 과정의 20% 정도  

초벌구이를 마치면 그릇 하나씩을 일일이 손질을 한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한다. 유약을 묻혀 바람에 말린다음 다시 두벌구이를 하는 작업을 계속한다. 모두 세번을 구워내는 도자기의 공정은 불을 땔 때도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야 그릇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는 도자기. 그 공정에서 흘리는 땀은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감히 잡히지가 않는다.


초벌구이를 한 찻그릇을 꺼내 정리를 하는 아우의 등은, 이미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하나하나 다듬고 닦아내면서 땀을 닦을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만큼 작업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그릇을 바라보는 눈빛이 다르다. 그 하나하나에 들이는 정성은 자식을 키우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초벌구이를 하고나서도 몇 번의 공정이 더 기다리고 있다. 땀을 흘리면서 그 땀으로 빚어지는 것이 도자기라고 한다. 그래서 생명을 얻게되는 것일까?

아우의 아픔이 널려있는 가마

초벌구이를 한 그릇을 손질하는 아우를 두고 가마로 향한다. 가마 주변에는 아우의 아픔이 널려있다. 땀과 불, 바람과 흙이 어우러져야 만들어진다는 도자기. 그러나 1,000도가 넘는 가마 안에서 생성되는 그릇을 알 수는 없다. 불을 끄고 하루, 이틀이 지나 가마 안에서 끄집어 내기 전에는 누구도 모른다. 그 속에서 잘못된 그릇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바로 아우의 아픔이다.
 





수없이 많은 땀을 흘리고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진다. 우리는 그것을 보고 '아름답다'는 표현으로 대신한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이 있기 까지에는 장인의 고통이 함께 한다는 것을 모른다. 나 역시 며칠간 아우와 함께 편하게 휴가를 보내면서 새삼 느낀 것이니 말이다. 아우에게서 받은 마음의 선물인 도자 몇 점. 그것은 이제 나에게는 남다를 의미를 가진 그릇이 되었다. 

처음에는 일지도 못하고 쓰는 것도 못했습니다.

지금은 음식도 잘하고 문화도 많이 배웠습니다.

필리핀에 계신 엄마도 전화하면 한국에 있는 딸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 합니다. 그래서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딸이 씩씩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를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열심히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 2009년 가을에 지날린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을 온 결혼이민자 지날린의 글이다. 그저 우리말과 글을 배워 자신의 현 생활을 이야기 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글들이 도자기로 새롭게 태어난다. 도자기의 고장 여주로 시집을 온 외국인 결혼이민자와 취업을 한 이주노동자, 그리고 그 다문화가정의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의 어린이들이, 자신들의 글을 적은 것을, 도자기에 담아 4개 종교단체를 돌며 전시회를 가질 것이라고 한다.

 

  
여주 이주민문학제에 선보일 도자기. 초벌구이를 한 접시에 글(전기중)과 그림(서종훈)을 그려 넣었다.

  
고우찌 마찌꼬의 충효예라는 글. 어찌보면 우리들보다 더 한국인다운 모습도 간직하고 있다

 

<여주이주민문학제>는 그렇게 준비가 되고 있다. 이주민문학제를 열 그림과 글을 도자기로 만들고 있다는 소식에, 여주읍에 있는 한 작업실을 찾았다. 여주의 민예총 등에 소속한 문화예술인들이 초벌구이를 한 둥근 접시, 사각 접시 등에 글을 쓰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한편에는 이미 가마에서 구워진 그릇들이 반짝이는 윤을 내고 있다.

 

여주이주민센터 진재필 사무국장은 '이번 전시가 그동안 우리말과 글을 배운 이주민들이 자신들이 배운 것을 자랑하는 계기를 만들어, 한국을 더 가깝게 느끼게 하였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주민 각자가 자필로 쓴 종이에는 맞춤법도 틀리고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가는 부분도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웃다가도, 이렇게 한자 한자 배워서 쓸 때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를 생각하면, 그저 마음이 숙연해진다.

 

"말은 배워서 바로도 할 수 있지만 글을 배워 써서 자신의 심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쉽지가 않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가진 목적의 하나도 글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이주민들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마음에서죠. 앞으로 지속적으로 이런 이주민문학제를 열어, 더 많은 이주민들이 우리말과 글을 마음껏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이번 전시회가 끝난 후 심사를 하여 상을 줄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협찬을 받아서 일등에게는 자신의 고향을, 부부가 다녀올 수 있는 비행기표를 끊어주려고요"

 

준비에 여념이 없는 진재필 사무국장의 이야기다. 갓 구워 낸 도자기를 보고 있다가 문득 마음이 울컥해진다. 하호분교 김도희 학생이 쓴 '우리와는 다르다고'라는 글 때문이다.

 

  
김도희 학생이 쓴 '우리와는 다르다고'라는글은 우리들을 낯뜨겁게 만들었다

 

우리와는 다르다고 무시하지 마요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자기가 살던 나라에 대해서는

우리보다 더욱 더 많이 알고 있는걸...

 

어린아이가 우리들보다 더 순수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이런 간단한 글 하나에 우리들을 질책하는 내용을 보고 낯이 뜨거워진다. 과연 우리는 그들을 온전히 우리와 같은 대한민국의 일원으로 받아들였을까? 어찌 보면 '다문화'라는 용어 '이주민'이라는 용어자체가 우리가 아니라는 속내가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염려스럽다.

 

  
이주민문학제에 선보일 도자기들. 처벌구이를 한 접시에 글과 그림을 그려 넣었다.

  
필리핀 출신 결혼이민자 비오레타의 글은 우리 어머니들의 심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비오레타의 염원이 이루어지길..

 

우리 남편 수술이 잘되고 빨리 나서 아이들을 봐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 제가 회사에 다니고 돈을 벌어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도 사주고

남편에게도 맛있는 음식해주고 필리핀 가족도 도와주고 싶습니다.

앞으로 힘들어도 우리 아이들 생각하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친정어머니 말씀대로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우리가족들 매일매일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희 친정어머니께서 우리가족이 필리핀에 가는 날까지

기다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파이팅! 파이팅!

- 여주 점동면 당진리에서 희망을 갖고 사는 비오레타

 

필리핀출신 결혼이민자 비오레타의 글이다. 글의 내용으로 보아 남편이 수술을 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되었는가보다. 그저 자신의 마음속에 가진 염원을 글로 적었다. 남편이 수술을 하고 아이들만 돌보아준다고 하면, 자신이 나가서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겠다는 마음. 바로 예전 우리 어머니들의 마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결혼이민자라고 해서 무엇이 다를까? 언어와 피부색, 외형이 조금 다르고, 음식문화와 생활문화가 우리와 조금 다르다고 해서 남이라는 생각을 가졌다면, 이번 여주이주민문학제에서 그러한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사카미 아야의 소원. 초벌구이를 한 사각접시에 쓴 글

  
우즈벡 출신 이주노동자 우르벡 보졸로프는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한국인들과의 교감을 글로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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