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자 전원이 프로의식이 넘치는 열정무대 만들아 즐거움 배가

 

출연자 전원이 말 그대로 프로였다. 프로란 전문가들을 일컫는다. 어떤 분야가 되었던지 프로는 아름다운 법이다. 27일 오후, 수원남문로데오거리에 소재한 남문로데오아트홀 무대에 올려진 20회 재인의 향연무대. 춤과 소리, 굿 등 총체예술무대로 마련된 이 공연의 출연자는 고작 14명이었다.

 

14명의 출연자가 10종목의 굿과 춤, 소리를 감당해 낸 것이다. 한 사람이 많게는 5프로 이상을 소화해내며 꾸민 무대였다. 27일 오전 10시부터 무대를 준비한 출연자들은 오후에 한 차례 무대연습, 또 한 차례의 리허설, 그리고 오후 7시 공연까지 세 번의 공연을 감당해 낸 셈이다. 제인청의 프로그램이 일반적은 무대공연예술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출연자 일인당 두 시간 이상의 공연을 한 셈이다.

 

e수원뉴스 하주성 기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공연은 며칠 동안 퍼붓다시피 한 장맛비로 인해 극장 안은 냄새가 나고 여건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관람객들은 끝까지 자리를 이탈하지 않고 함께 즐기는 모습이었다. 재인청 기본무로 시작한 이날 공연은 두 시간이 넘도록 진행되었으나 아쉽다라는 말로 이날의 공연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는지 알 수 있다.

 

 

재인들의 무대는 진행부터 모든 것이 다르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이신분들은 공동체가 무엇인지를 알고 계신 분들입니다. 우리민족의 자랑스러운 문화는 공동체문화라는 점입니다. 일제가 1920년대 우리문화말살장책을 펼친 것도 우리문화가 바로 모든 사람들을 하나로 뭉칠 수 있게 만드는 공동체 때문입니다. 오늘 여기 모이신분들은 재인의 향연 공연을 관람하시면서 바로 우리민족의 끈끈한 공동체를 배워 가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사회자는 재인의 향연무대는 공부하는 공연이라면서 팸플릿 안에 모든 설명을 다 되어있으니 집에 가져가서 공부하라고 했다. 진행을 보는 순간에도 사회자는 프로그램의 설명보다 공연자들의 특징과 자랑, 그리고 우리문화의 자랑스러운 점 등을 설명하는 것으로 무대를 진행했다.

 

또한 공연을 관람하는 사람들의 공연관람 시 지켜야할 예절과 어떻게 공연을 관람해아 바로 본 것인가? 등에 대해서 알려주는 시간을 가져 기존의 무대공연에서 보던 진행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진행했다. 그런 색다른 진행을 일일이 휴대폰으로 촬영하는 관람객들까지 보여 재인의 향연 무대는 말 그대로 공부하는 공연임을 알 수 있는 무대였다.

 

 

최선을 다한 공연자들, 신명나는 무대 만들어

 

이날 무대에 오른 공연은 굿과 춤, 소리 등으로 구분됐다. 굿은 경기 안택굿 명인 고성주의 제석굿과 경기도무형문화재 제58호 안산잿머리성황제 이수자인 김진섭의 신장·대감굿이 순서에 선보였으며 반주에는 피리에 곽승헌, 바라는 전형길이 담당했고, 굿을 진행하는데 도움은 이은애와 전승훈이 도맡았다. 굿을 하는데 있어 장단은 전문적인 굿을 하는 무격이 맡아하게 되므로 고성주 명인과 김진섭 이수자가 번갈아 맡아했다.

 

가장 많은 종목이 무대에 오른 재인청 춤은 재인청기본무, 교방무, 엇중모리신칼대신무, 노들강변, 살풀이춤, 한량무 등이 무대에 선보였다. 재인청 기본무는 어려서부터 고 운학 이동안 선생에게 재인청 춤을 사사 받은 고성주 명인 외에 문하생인 김현희, 김미경, 박미애 등이 추었다. 이들 무대에 오른 공연자들은 모두 20년 내외의 춤을 춘 춤꾼들로 말 그대로 춤생춤사한다는 사람들이다. 이미 전국무용경연대회 등에서도 대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 외에 살풀이춤과 한량무는 고성주 명인이, 교방무와 엇중모리신칼대신무, 노들강변은 김현희, 김미경, 박미애 등이 담당했다. 소리는 남도소리로 조진숙의 심청가 중 심봉사가 잔치에 가는 대목을 불렀으며, 중요무형문화재 5호 판소리 춘향가와 적벽가 이수자인 강승의와 문하생인 양용자, 조진숙, 이정은이 성주풀이 등 남도민요를 관객에게 들려주었다. 추임새를 넣어가며 신명나는 장단을 친 진민구 고수는 전국고법대화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하기도 한 판소리 전공을 한 실력자이다.

 

최고의 프로들이 만들어 낸 가장 아름다운 무대인 20회 재인(才人)의 향연. 2시간 20분이라는 긴 시간을 관람석 맨 앞자리에 앉아 끝까지 지켜 본 한창석 수원시 주민자치협의회장은 공연이 빨리 끝나버려 아쉽다고 했다. 이날 공연에는 남문로데오상인회 천영숙 회장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으며, 공연이 끝나고 출연자들이 모두 무대에 나와 인사를 할 때까지 한 사람도 자리를 뜨지 않는 멋진 공연이었다. 공연 마친 후 고성주 명인은 최선을 다했가 때문에 모든 것이 완벽한 무대였다고 했다.

2011년 6월 20일 수원시 팔달구 남수동 81번지에 소재한 한옥. 평소에는 한정식을 하는 옛집에서 수원안택굿 한마당이 벌어졌다. 이날 굿을 주관한 남무(男巫) 고성주(남, 55세)는 4대째 강신무의 맥을 잇고 있는 흔치 않은 무가(巫家)의 사람이다. 오전에 준비를 마치고 오후 2시경부터 시작한 안택굿은 밤 12시가 넘어서 끝이 났다.

예전 같으면 밤새 굿을 해야만 하지만, 요즈음은 주변에서 밤늦게까지 굿을 하면 신고가 잦아 12시를 넘기지 않는다. 이날의 안택굿은 경기도 굿의 정수를 볼 수 있는 것으로, 그동안 쇠퇴되어 가고 있던 경기도 강신무굿을 재조명 한다는 데 그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대청에서 앉은부정을 하고 있다. 집안에 든 모든 부정을 가셔내는 절차이다.(위) 본향상에 꽂힌 숟갈과 실타래(가운데) 이날 안택굿을 주관한 고성주(남, 55세) 


걸판진 수원 안택굿

원래 수원은 강신무들 중에서도 큰 만신이라고 불리는 만신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던 곳이다. 이렇게 큰 만신들이 수원으로 모여 든 것은 한양 성중(城中)에서 축출을 당해 성 밖으로 쫓겨난 강신무들이, 노량진에 자리를 잡아 ‘노들만신’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냈다. 그런 만신들이 수원부가 있던 수원에 상권이 크게 번창하자, 이곳에 터를 잡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맥을 이었다고 본다.

수원에는 전설적인 많은 만신들이 자리를 잡아 지역의 독창적인 굿을 만들어 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굿은 일 년간 집안의 안과태평을 기원하는 ‘안택굿’이었다. 이러한 안택굿이 점차 사라져 가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고성주가 수 십 년 만에 ‘수원안택굿’을 재현해 낸 것이다.



도깨비대감이 접신이 되면 쌀말에 뛰어올라 공수를 준다(아래)


방마다 가득 찬 사람들은 연신 웃고, 눈물을 훔치기도 하면서 굿판으로 빠져든다. 상마다 먹을 것을 가득 차려 놓고, 술 한 잔에 온갖 시름을 털어버리는 자리이다. 우리의 굿은 ‘열린 축제‘라고 한다. 누구나 다 그 자리에 참여를 할 수가 있으며, 굿판은 항상 문이 활짝 열려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 입소문을 타고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대감이 따라주는 술 한 잔에 웃고, 울고 난리법석이다. 사람들은 점점 굿판의 흥에 젖어들어 가고, 나중에는 춤까지 추어가면서 굿판을 즐긴다. 그야말로 걸판진 굿판이다.

도깨비대감이 납시다.

안택굿은 먼저 바깥굿이라고 하는 대문앞에서 지신밟기로 시작이 되었다. 그리고 문 앞에서 모든 부정을 가시는 바깥부정을 치고 집으로 들어와 안당고사라고 하는 성주고사를 드린다. 성주고사가 끝나면 모든 사람들을 문 밖으로 나가게 하고 삼현육각을 울려 굿청을 정화시키는 ‘주당물림’을 한다.

주당물림이 끝나면 본 굿이 시작이 되는데, 굿의 순서는 앉은부정 - 본향(산, 본향, 군웅, 산대감) - 안당제석거리(불사, 제석, 칠성, 중상바라) - 부인호구거리 - 대신거리 - 대감거리(양반, 성주, 몸주, 텃대감, 업대감) - 조상거리 - 안택성주거리 - 창부거리 - 서낭거리 - 터굿 - 뒷전(걸립, 지신, 맹인, 수비영산)의 순으로 진행이 된다. 이 많은 굿의 제차 중에서 본향(김진섭), 부인호구거리(이지선), 대신거리(김은실)을 뺀 모든 절차는 고성주가 맡아했다.

대감굿을 하던 무격이 갑자기 두 자루의 신칼을 들고 뛰더니 덥썩 쌀 말 위로 뛰어오른다. 도깨비 대감이 올랐다. 수원안택굿에서는 도깨비대감이 접신이 되면 쌀 말 위로 오른다. 안택성주거리로 접어들자 대들보에는 소창 한 필이 걸려 마당으로 늘어진다. 징을 앞에 놓은 고성주와 성주대를 잡은 김은실이 마주 앉는다. 대가림을 하기 위해서이다.





성주대를 잡고 축원을 하는 '대가림'(맨위) 성주대를 잡은 김은실이 대문 밖으로 뛰쳐나가고 있다. 성주를 모셔오기 위해서이다(두번 째) 성주를 좌정시켰다(세번 째) 대청에 걸린 소창을 잡고 춤을 추며 지신밟기를 하는 사람들(아래)


‘대가림’이라는 생소한 말에 사람들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성주굿에서는 먼저 성주대를 잡고 성주축원을 하면 성주대가 성주를 모실 곳을 알려준다. 집안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던 김은실이 밖으로 뛰쳐나간다. 성주가 집안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밖으로 달려나가 성주를 모셔왔다. 성주를 모시고 나면 굿판에 모인 사람들이 소리에 맞추어 소창을 잡고 춤을 춘다. 지신밟기를 하는 것이다.

“아니 이런 굿을 왜 안하는 것이여“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집 안에는 굿체 빠진 사람들이 일어설 줄을 모른다. 장고잽이 변남섭과 고성주가 대문간으로 간다. 뒷전을 하기 위해서이다. 뒷전은 굿판에 모여 든 모든 잡귀들을 잘 풀어먹여 보내는 거리이다. 그래야 집안이 편안해 진다는 것. 뒷전에서 맹인의 차례가 오자 고성주가 지팡이를 짚고 들어온다. 맹인굿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대문간에 걸린 청솔가지. 악귀를 쫓는다고 한다(위) 대문간에서 뒷전을 하는 고성주와 변남섭(가운데) 맹인이 지팡이를 잡고 대문으로 들어오고 있다(아래)


예전에는 이 뒷전은 뒷전무당이라고 해서 뒷전거리만 전문으로 하는 무당이 따로 있었다. 굿판의 절정을 볼 수 있는 거리이다. 굿을 잘 마무리 하는 것도 그렇지만, 그 재담이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때문이다.

“이봐 이 집 사장. 이런 굿을 왜 안보여 주었나. 이렇게 재미있는 것을”

굿판에서 연신 막걸리를 마시며 즐거워하던 어르신의 푸념이다. 10시간여를 울리고 웃기던 수원 안택굿 한마당. 굿이 끝난 시간은 밤 12시를 넘기고 있었다. 사람들은 돌아갈지를 모른다. 그만큼 아쉬움이 남는 축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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