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3, 영동시장 2층에 자리한 아트포라의 갤러리인 아라에서는 색다른 모임이 있었다. 시낭송인들의 모임인 시울림낭송회’(회장 황혜란) 회원들이 시낭송 한마당을 연 것이다. 시낭송 시낭송아카데미 강사인 남기선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약 한 시간 정도에 9명의 회원들이 낭송을 가졌다.

 

시울림낭송회 회원들은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119에 자리하고 있는 수원시여성가족회관에서 매주 목요일에 모여 오후 3시부터 3시간 정도 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현재 회원은 30명 정도이며 그동안 7기까지 배출이 되었으며, 올해는 20명 정도의 신입회원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황혜란(, 66. 수원시 팔달구 북수동 372) 회장이 전한다.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시와 자작시도 낭송해

 

전시실 홀 안에 음악이 잔잔히 흐르는 가운데 회원 각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시를 낭송하기 시작했다. 제일 처음에 황혜란은 서정주의 자화상을 낭송했으며, 뒤를 이어 신외섭 회원이 서안아의 애월, 혹은을 낭송했다. 황석연과 최명승은 패티김이 부른 못잊어를 노래와 낭송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어서 회원 정다운은 김현승 시인의 아버지의 마음을 낭송했다.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눈을 감고 경청을 하다보면 어느새 피곤으로 쳐진 아버지의 어깨가 떠올려진다. 이어서 황문정의 영시 'Night song at Amalfi'를 낭송했으며, 김지원 회원은 이성선의 사랑하는 별하나를 박숙희는 공광규의 별국을 낭송했다. 시낭송 아카데미 강사인 남기선은 유치환의 행복을 낭송했다.

 

이 자리에는 아트포라의 큐레이터인 홍재주 작가도 한몫 거들었으며, 모두가 합창으로 사랑으로를 불러 분위기를 끌어올리기도. 시울림낭송회 회원들의 시낭송은 일반적인 시낭송회와는 많이 달랐다.

 

 

앞으로 소년원과 구치소도 찾고 싶어

 

낭송회가 끝나고 다과를 함께 나누는 자리에서 황혜란 회장은 자신들은 재능기부를 하러 다닌다고 설명한다.

저희 회원들은 노인대학과 요양원 등에 재능기부를 하러 다녀요. 그냥 시를 읊어주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노래와 함께 낭송회를 가지며 어르신들도 상당히 좋아합니다. 아마도 이 시장송이 많은 사람들을 치유하고 있는 것 같아요.”

 

본인도 처음 시를 읽을 때는 몰랐는데, 낭송을 시작하고 난 뒤 생활이 바뀌었다고 한다. 화가 치밀 때도 낭송을 하는 소리를 들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수그러진다는 것. 3개월에 한 번씩 낭송회를 하고 연말이면 시낭송발표회를 한다는 시울림낭송회 회원들. 낭송을 하는 내내 그녀들의 표정에서는 행복한 미소가 떠날 줄을 모른다.

 

 

저희들이 앞으로는 소년원이나 구치소 등을 찾아보고 싶어요. 시낭송으로 그들에게 교화를 시킬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아직은 접근하는 방법을 몰라서 할 수 없지만 방법만 안다고 하면 특별한 이벤트를 해보고 싶어서요.”

 

황혜란 회장의 바람대로 사회에서 격리된 사람들이나 병들고 지친 사람들을 위한 재능기부가 앞으로도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119(교동)에 소재하고 있는 수원시 가족여성회관. 23일 오전부터 가족여성회관 1층이 시끌벅적하다. 동남아의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무엇인가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다. 오전 이곳에 모인 각국의 전통요리들을 조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행사를 준비하기 위함이다.

 

이날 행사는 ()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이 주관하는 2013 회원의 날을 맞이하여 함께 해준 고마운 사람들을 위한 행사 중 하나였다. ‘Asian Harmony' ’아시안, 맛과 향을 나누다2’ 행사에서는 9개국에서 참가를 한 다양한 음식을 조리과정에서부터 직, 간접적으로 참여를 하고 함께 나누며 아시아의 문화를 다양한 형태로 동유하기 위한 시간을 가진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화합을 중시하는 전통문화연구원

 

2005년도에 경기전통문화연구소호 출발을 한 ()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은 천시불여지리(天時不如地利) 지리불여인화(地利不如人和)’란 설립취지를 갖고 시작을 했다. ‘하늘이 주신 혜택은 땅이 주는 혜택만 못하고, 땅이 주는 혜택은 사람과 사람의 화합만은 못하다라는 취지는 사람과 사람의 화합, 아시안의 문화적 소통을 이룩하고자 설립했다.

 

2009년에 사단법인 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을 설립을 하면서 국제학술 세미나, 아시아 전통문화강좌, 한국 전통문화강좌, MOA(Mon of Asian), 아시아의 문화, 민속, 옛이야기 등을 출판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다문화로 열어가는 아시아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아시아 각국의 전통문화를 비교하여, 아시안이 서로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한다.

 

 

또한 각국의 전통연희를 중심으로 상호 비교하여 교류하고 있으며,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을 위한 청소년 모임과 아시안이 여성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꿈과 희망의 마당, 이주민들을 위한 한국의 전통문화강좌 등도 열고 있다. 더불어 다문화시대 한국인을 위한 아시아의 전통문화강좌 등 다양한 일을 함으로써, 다문화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이 시대에 맞는 사람과 사람의 화합을 추구하고 있다.

 

500여명 몰려 성황 이뤄

 

12시부터 준비한 각국의 음식을 세팅하고 난 뒤, 오후 1시부터 준비한 음식을 나누는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준비한 음식은 모두 9개국의 음식이 선을 보였다. 베트남의 새우쌀국수, 몽골의 호솔 군만두, 중국의 찡장요스와 토마토 계란볶음, 네팔과 인도의 치킨터리와 짜빠띠 등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캄보디아에서는 만췌우와 마이자를 준비했으며, 카르기스스탄에서는 보르속(Boorsook), 필리핀에서는 마하브란카를 준비했다. 일본에서는 닭고기덮밥인 오야코동부리를 사람들을 의해 준비했고, 한국에서는 잡채를 내놓았다. 이 외에도 식혜와 수정과 과일 등이 준비되어 사람들의 구미를 돋우었다.

 

()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 김용국 원장은

올해 저희들이 준비한 다문화 가족들의 교류의 장이기도 한 아시안 맛과 향을 나누다는 두 번째입니다. 처음에는 11개국에서 참가를 하기로 했는데, 9개국이 참가를 했습니다. 지난해는 200여 명 정도가 함께 동참을 했고, 올해는 500명 정도가 동참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다문화 가정들과 함께 사람과 사람이 화합하는 저희 연구원의 취지에 맞게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라고 한다.

 

 

베트남의 새우 쌀국수를 먹고 있던 이아무개(, 34)씨는

오늘 이렇게 다양한 나라의 음식 맛을 볼 수 있어 정말 행복해요. 각국에서 준비를 한 많은 음식들을 조금씩이라도 맛을 볼 생각입니다. 이렇게 함께 모여 사는 모습이 정말 너무 좋아요. 앞으로 우리 주변에 있는 다문화 가정에 대해 마음을 열어주어야 할 것 같아요.”라면서 음식의 향이 다르듯, 문화가 다른 다문화 가정들과 함께 화합을 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겠다"고 한다.

 

‘디렉터(director)’란 제작 책임자, 연출가, 감독, 지휘자 등을 말한다. 한 마디로 디렉터란 어느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고, 의견을 상호 조율하여 효과적인 성공을 도출해내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을 말한다. 수원시 팔달구 영동시장 아트포라 디렉터를 맡고 있는 서길호(수원시 팔달구 교동 90-7)씨를 7월 2일 공방에서 만나보았다.

 

“올해 처음으로 이곳에 와서 디렉터라는 중책을 맡았습니다. 아트포라는 예술작가들의 모임공간입니다. 이곳은 작가들과 상인들의 상호 협력을 도출해 내야하는 자리이다 보니, 상당히 어려우 점이 많이 있습니다. 작가는 작가들의 의견을, 상인들은 그들의 의견을 각을 세우게 됩니다. 그런 것들을 잘 조화시켜 상호 교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제가 맡은 일이죠.”

 

 

중학교 때부터 그린 그림

 

서길호씨는 중앙대학교 미술대학 회화학과를 졸업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중학생 때부터라고. 오산출신이지만 그림을 그리기 위해 수원으로 올라왔다고 한다.

 

“수원에 와서 김석환 선생님께 그림 공부를 했습니다. 학교 미술선생님이신 김두환 선생님께서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죠. ‘무엇을 하고 살 것이냐? 세상과 교류하고 공유하고,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비로 그림이다’리고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남들이 저에게 왜 그림을 그리느냐고 묻는다면, 음악을 하는 사람은 음악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글로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의 내면을 보여주듯, 그림을 그리는 저희들 역시 그림속에 내 안에 있는 것들을 끄집어내어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그림을 그리면서 후회를 해 본적은 단 한 번 밖에 없다고 한다. 대학을 다니면서 3학년 때인가 보내요. 왜 이 그림을 그려야 하는가 하는 점에 깊은 고민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외에는 아직 한 번도 그림을 그린다는 것에 대해 후회를 한 적이 없죠.“

 

그만큼 자신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 곧 자기가 할 일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아트포라의 디렉터라는 소임을 맡은 것도, 아트포라 작가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에서라는 것.

 

 

앞으로는 수원의 문화예술을 위해 힘쓰고 싶어

 

수원미술협회 사무국장을 역임하기도 한 서길호씨는 그동안 많은 활동을 해왔다고 한다. 북경프로젝트 ‘장안문에서 천안문까지’은 북경과 한국의 현대미술관에서 가졌다. 2010년과 2012년에는 수원미술관에서 ‘한중일 국제교류전’을 갖기도 했다. 그 외에도 의왕에서 가진 ‘국제프랭카드 아트-Ulpat 2012’, 2012 오산예술가전 초대작가전 등 국내외에서 다수의 전시를 가졌다.

 

“올해에는 포항에서 수원, 포항 교류전을 가졌고요. 경기문화의 전당에서 경기청년작가전을 열기도 했습니다. 올 8월에는 수원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준비 중애 있습니다. 9월과 10월에는 오산에서 단체전을 열 계획입니다”

 

현재는 영동시장 아트포라 디렉터로 활동을 하면서, 한국미술협회 수원지부 서양화분과위원장과 경기수채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대담 중에도 요즈음 젊은 미술학도들의 사고에 대해 걱정을 하기도 하는 서길호씨.

 

“요즈음 미술대학을 보세요. 서양화로 스스로가 화가가 되겠다는 학생들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 의지가 없다고 할까요? 대학이라는 곳이 취업을 할 수 있는 과목을 선호하다보니 디자인 쪽으로만 몰려들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이죠.”

 

 

후배들이 이렇게 작가로서의 자긍심을 갖기보다는 취업에 목적을 두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고 하면서 마음 아파한다. 바쁜 시간을 내어 대담을 하면서 긴 시간 붙들고 있을 수가 없어,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우선 제 책임이 아트포라 디렉터를 맡고 있으니, 우리 작가분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온전히 작업을 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죠. 더 나아가 할 수만 있다면 우리 수원의 문화예술, 특히 시장문화에 대한 많은 것에 더 많은 시간과 열정을 투자하려고 합니다.”

 

비를 머금은 하늘이 잔뜩 흐렸다. 그러나 한 사람의 변화가 주변을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언젠가는 아트포라에 더 많은 작가들이 입주를 해, 서길호 디렉터가 이루고자 하는 꿈을 꼭 이루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원 도심 한 복판에 중국이 있다. 중국 영남 정원의 조경 특징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한 정원인 ‘월화원’. 이 중국식 정원은 수원시 인계동 경기문화재단 길 건너편 ‘효원공원’ 안에 자리하고 있다. 곁으로 지나면서도 신경을 쓰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이 정원은, 벌써 조성을 한지가 6년이나 되었다.

월화원은 중국의 전통 정원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경기도와 중화인민공화국 광동성이 2003년 10월 20일 양 도(道), 성(省)간 우호협력교류를 증진하고자, 각 국의 전통정원을 서로 상대국에 조성하기로 한 것이다.



효원공원 안에 자리한 중국

중국 광동성은 수원의 효원공원 안에 중국의 정원을 재현하기로 하고, 경기도와 수원시의 협조를 받아 2005년 6월에 착공하여. 그 해 11월에 공사를 마쳤다. 이 월화원을 조성하는 자재 등은 직접 조달했다고 하는데, 우리의 전각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특이하다. 지붕에는 용마름이 없으며, 처마 양편에는 깃을 세워 놓았다.




입구 천정에 걸린 등(위)과 연희를 하는 옥란당(가운데) 그리고 복도


정원 안에는 산과 물, 호수와 꽃, 정자 등이 어우러지게 자리를 하고 있으며, 각종 드나드는 문과 건물 등에도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하였다. 중국 영남조경의 특징을 보이고 있는 월화원, 그 안에 들어가 찬찬히 둘러보면 우리의 정원과는 또 다른 세계를 접할 수가 있다.

연회장과 정자, 연못이 어우러진 월화원

남측의 입구를 들어서면 천정위에 걸린 등이나, 앞을 막고 있는 담장부터가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우측으로 들어서면 그 한편에 ‘옥란당’이 자리하고 있다. 옥란당은 ‘옥란’이라는 식물 이름에서 따왔다는 접대와 휴식의 장소이다. 이 건물들은 지붕의 모습이 한번 꺾어 양편을 말아 올린 형태인 ‘헐산권봉’의 형태로 되어있다.



연희와 전시공간인 부용당과 친구와 마나 담소를 한다는 우정


옥란당의 주변으로는 연못을 파서 시원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옥란당 옆 복도를 지나면 좌측에 ‘부용사’가 자리한다. 부용사는 연꽃정자라고 하는데, 전시와 휴식공간이다. 부용사를 지나 밖으로 나가면 물과 돌이 어우러진 위에 정자가 하나 서 있다. ‘우정’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 정자는 친구와 만나 담소를 하며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가산의 정자이다.

그리고 우정을 지나 연못 주변으로 난 길을 걷다보면 배와 같은 모양을 한 또 한 채의 전각이 보인다. 이 전각은 물에 접한 앞부분을 들어 올려 배의 형태로 축조를 하였다. ‘월방’, 달빛을 인공호수에 담아내는 곳이라는 뜻이다. 연못 안에는 갖가지 색의 물고기들이 여유롭게 유영을 하고 있다.



연못에 달을 담는다는 배 모양의 월방과 연못의 물고기


문 하나에도 의미를 둔 월화원

월화원을 걷다가 보면 문마다 위에 글자를 새겨 놓았다. 아마도 드나드는 문이지만, 나가고 들어올 때 그 의미가 다른 것은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나타낸 듯하다. 옥란당을 지나 밖으로 출입하는 문은 나갈 때는 ‘통유’, 들어올 때는 ‘입아’라고 하였다. 통유는 아름다운 경치가 통하는 문이란 뜻으로, 중국의 구름담장을 의미한다. ‘입아’란 우아한 경치가 있는 월화원으로 들어가는 문이라는 뜻이다.



배 모양의 전각인 월방을 지나 다시 남측 입구로 나가는 문 위에는 ‘신운’이라 적고 있다. 운치있는 경관의 문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일쇄’라 적었다. 안락하고 상쾌한 곳으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아마도 이쪽 일쇄에서 들어가면 바로 연못의 달을 담을 수 있는 월방을 만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보인다.

우리와는 전혀 생소한 중국 남방식의 정원인 ‘월화원’. 우리와는 문화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도심의 한 복판에서 만나보는 중국식의 정원은, 또 다른 감흥을 주기에 충분하다.


세상은 각박하다고 한다. 그러나 세상을 살다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내가 플래닛부터 블로그까지 이어지면서 활동을 한 세월이 벌써 10년이다. 그동안 강산이 한번 바뀌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월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했지만, 실제로 오프라인에서 만난 사람은 극히 소수이다.

블로그를 하면서 원칙을 세운 것이 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는 않지만, 한 번 본 사람들과의 교류는 끝까지 이어가고자 하는 마음이다. 하긴 늘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내다가 보면 많은 사람들과의 교류를 갖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늘 낮에 택배를 받았다. 무엇이 들어있는지...


이상한 사람들의 모임에서 만난 블로거

아주 가끔은 블로거님들이 택배로 무엇인가를 보낼 때가 있다. 고작 일 년에 한 두 번이 다이다. 그런데 오늘 문자를 하나 받았다. 오늘 중으로 택배물건을 배달하겠단다. 그리고 아침에 다음 뷰에 송고한 글에 댓글이 달렸다. 여수에 사시는 '임철'님께서 ‘갓김치’를 보냈다고.

'임철'님은 지난해에 만났다. 그것도 술자리에서. 한 마디로 술이 떡이 되는 그런 자리이다. 내가 하는 모임에 ‘달빛파’라는 것이 있다. 물론 조직은 아니다. 그 중에는 스님도 한 분 계시고, 블로거도 한 분 끼어있다. 그리고 예술을 하는 아우도 있다. 이 사람들은 일 년에 많게는 서 너 번 정도를 만난다. 그리고는 거의 폐인이 되다시피 한다. 물론 끊임없이 마셔대는 술 때문이다.

술자리가 끝나면 다들 ‘미친 사람들’ 모임이라고 공감을 한다. 하지만 모이기만 하면 영락없이 또 술잔이 돌아간다. 이 모임의 사람들은 별명도 참 기가 막히다. ‘논달’(논두렁에 빠진 달의 준말이다. ‘건달’(논두렁에 빠진 달을 건졌다는 이야기이다. 이 분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블로거이다) ‘불량달’(뒷골목에 비친 달이라는 뜻이다. 나는 내가 왜 불량달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산달’(산 중에 달)이란 말이다. 달빛을 보고 마셔대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이 달빛파가 모이는 날 여수에 사시는 블로거인 '임철'님이 동석을 했다. 아마도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집에서 밤새 퍼 마셨으니, ‘무슨 이런 인간들이 다 있나’하고 놀라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 자리에서 만나서인가 그 기억이 지워지지 않는 모양이다.

그 안에는 고들빼기 김치와 갓 김치가 들어있다. 아름다운 마음도 함께 포장이 되어 있었다. 


오늘 받은 택배 한 상자

택배가 왔다. 열어보니 내가 죽고 못 사는 고들빼기 김치와 돌산 갓김치가 포장이 되어있다. 그런데 그만 절집 대중공양 시간에 맞춰서 왔다. 하필이면 왜 그때일까? 열어놓았으니 뒤로 뺄 수도 없다. 눈물을 머금고 고들빼기를 상 위에 올리는 수밖에. 저만큼이면 내가 몇 끼를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속으로 계산을 해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아니던가.

그렇게 오늘 아름다운 선물을 받았다. 물론 그 외에 여러분들에게서 소중한 것들을 많이 받았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그렇게 이것저것 챙겨주시는 분들. 아마 블로그를 쉽게 떠나지 못하는 것도, 그런 아름다운 마음이 있기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다. 오늘 갓 김치를 먹으려고 일부러 땀을 빼고 일을 했다. 남들은 내 속을 모른다. 땀을 내야 참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그래야 귀한 선물로 받은 갓김치 맛을 볼 수 있을 것이 아닌가. 라면에 갓김치를 먹으면서, 블로그의 아름다운 교류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아우님 고마우이. 그런데 그만 고들빼기는 다 빼앗겨 버렸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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