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앞바다의 세월호 참사로 인해 수원문화재단(대표이사 라수흥)이 주관하는 4~5월의 거개의 행사가 취소, 내지는 연기가 되었다. 이런 가운데 수웜문화재단은 이달부터 11월까지 총 10회에 걸쳐 가족 및 팀을 대상으로 하는 수원화성 12일 테마여행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수원 화성 12테마여행은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의 우수성을 소개하고, 다양한 체험을 통해 수원화성의 역사 및 정조대왕의 효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 12일 동안 기수별 50명씩 총 500명을 모집하며, 1인 당 참가비는 성인 44,000, 청소년 43,000원 초등생 이하 42,000원이다.

 

이 비용은 수원유스텔의 숙박비와 식사비를 포함하고, 관람 및 화성열차, 국궁체험 비용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12일의 일정을 보면 다음과 같이 소개를 하고 있다.

 

 

화성의 반 구간을 돌아봐

 

첫날 프로그램은 화성 관련 애니메이션 영상 관람을 시작으로 1시간 30분가량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과 함께 듣는 것으로 시작이 된다. 세계문화유산 화성의 장안문~연무대 구간을 답사하며 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난 후, 연무대(동장대)에서 국궁체험을 갖는다. 국궁체험은 어린이들에게는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국궁체험을 마친 후에는 도심 성곽을 따라 이어지는 화성열차 탑승하고 성신사까지 이동을 하게 된다. 이곳에서 걸어서 서장대에 오른 후 수원시내를 한 눈에 조망하며, 서장대 인근의 효원의 종을 타종하고, 다시 내려와 조선시대 최대 규모인 화성행궁을 관람한다. 다음날은 수원화성박물관 투어 후 화성행궁 신풍루에서 조선시대 정예군사들의 무예24기 시범을 관람하며 일정을 마친다.

 

 

2%가 부족한 12일 종합투어

 

이 프로그램대로라면 12일 프로그램이 별 다른 흥미를 유발시키지 못한다. 무엇인가 추억에 남을 만한 소재가 부족하다. 사람들은 이렇게 안내자를 따라서 화성을 돌아보고, 화성열차에 올라 30분 정도 화성의 안과 밖을 돌아본다는 것. 그리고 서장대에 올랐다가 자시 내려와 행궁을 돌아본다는 것에 무슨 큰 의미를 둘 것인가?

 

다음날은 화성박물관을 돌아본 후 무예24기 시범공연을 관람하는 것으로 모든 일정이 끝난다고 했다. 이런 정도의 프로그램이라면 굳이 12일 동안 관람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3(어른 2인 아이 1)이면 130,000원이다. 이 정도 금액이라면 한 가족이 와서 굳이 이 프로그램이 아니라도 즐길 수가 있다.

 

또한, 프로그램으로 볼 때 12일이 아니라고 해도 관람이 가능하다. 무엇인가 2%가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사람들은 남다른 추억거리를 필요로 한다. 첫날 모든 행사는 오후에 집합을 했다고 해도, 오후 5시 정도면 끝이 난다. 그 다음은 가족끼리 왔던지 친구끼리 왔던지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그리고 다음날은 수원화성박물관 관람 후 11시에 신풍루 앞에서 열리는 무예24기를 관람으로 끝을 맺겠다는 것이다.

 

 

감동 없는 프로그램 기억에 남지 않아

 

요즈음 전국의 각 지자체마다 이런 12일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들과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최고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더구나 수원은 서울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곳이다. 이렇게 가깝게 있기 때문에 수원은 묵어가는 곳이 아닌, 거쳐 가는 곳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묵어갈 수 있는 12일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런 12일 체험 프로그램은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남겨 줄 수가 없다. 그리고 첫날 저녁과 둘째 날 아침사이에 너무 오랜 시간이 아무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무엇인가 색다른 프로그램, 수원이 아니면 딴 곳에서와 차별화 된 프로그램, 참가를 한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이 필요하다.

 

요즈음은 SNS의 시대이다. 수원화성 종합투어를 즐기고 간 사람들이 정말 감동을 줄 만한 프로그램 이었다고 홍보를 할 때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기를 희망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의 프로그램은 그만한 감동을 주기에는 무엇인가 2% 정도 부족하다. 좀 더 별난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한국전통무예연구소장 최형국박사를 만나다.

 

연구소 안을 들어가니 온통 검과 창, 등패, 곤방, 월도 등으로 벽을 도배를 했다. 이 정도로 많은 창검이라면 무예 24기 박물관 하나를 차려도 남을 듯하다. 거기다가 중국 청시대의 말안장까지 볼 수가 있다. 한국전통무예연구소장이자 역사학박사인 최형국박사(, 38. 무예 20)의 무예 연습실이다. 7년 전에 결혼을 하기 전까지는 이곳에서 생활을 했다고 한다.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 421-12에 소재한 한국전통무예연구소. 25일 오후에 연구소를 찾아가 최형국 소장을 만났다. 크지 않은 키에 왜소한 체격이지만, 검을 손에 들면 일당백의 무술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최형국 소장은 화성 행궁 앞에서 펼쳐지는 무예24기 시범에서도 만날 수도 있다.

 

 

몸이 아파서 시작한 무예

 

고등학교 3학년 때 입시공부를 하다가 보니 운동량이 부족했나봅니다.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서 병원을 찾아가도, 물리치료 외에는 딴 방법이 없었어요. 운동을 많이 하라는 의사의 권유로 무예를 시작했죠. 그러다가 보니 이제는 무예가 내 인생의 전부가 되어버렸습니다

 

몸이 아파서 시작한 무예는 중앙대학교에 입학해 무예동아리를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24기 무예를 익히기 시작했다고 한다. 수원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중앙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따기까지 힘든 세월을 보내면서도 오직 무예에만 열중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역사학박사 학위를 무예에 대한 논문으로 취득을 했습니다. ‘조선후기 기병의 마상무예연구라는 논제로요. 아마 제 인생에 있어서 무예 24기와 저를 떼어놓고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최형국 소장은 늘 우리 전통무예 24기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항상 마음 아픈 것이 일본은 중, 고교 과목에 활쏘기와 검술 등이 정식교과목으로 채택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는 것.

 

생각을 하면 참 마음이 아파요. 일제강점기를 거치고, 6, 25 한국동란 이후 미 군정체제로 들어가면서 우리나라의 체육이 서구화 되었습니다. 우리들은 우리들의 운동이 필요한 것이죠. 예를 들어 격구나 장치기, 검술 등이 교과목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것들이 우리들의 체질에 맞는 운동이죠. 전국을 다 할 수는 없지만 수원만이라도 무예 24기를 교과목으로 채택을 해야 합니다. 수원은 딴 곳과는 달리 과거 정조대왕 때 이곳에서 장용영 병사들의 신체단련이 바로 무예 24기였기 때문이죠.”

 

입시생들에게 권하고 싶은 무예는 집중력이 생기기 때문.

 

최형국 소장은 입시생들에게 무예를 권하고 싶다고 한다. 자신도 무예를 시작하면서 집중력이 생겼기 때문에 입시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는 것.

 

무예를 하다가 보면 남들보다 집중력이 뛰어납니다. 입시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집중력이죠. 저는 입시생을 둔 학부모님들께 우리 전통무예를 자녀들에게 가르치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무예 24기는 우리들의 몸을 만들고, 우리들의 정신세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우리들이란 말을 자주 사용하는 최형국 소장. 인생 자체가 자신과 무예24기와 떼어놓고 말 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가늠이 된다. 최형국 소장은 지난 해 12<정조대왕 무예 신체관 연구>라는 책자를 송일훈(용인대 교수), 김산(전북대)과 함께 공저로 출간을 했다.

 

이 책은 누군가 반드시 써야 할 책입니다. 수원에서 이 책을 냈다면 더 바람직했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책을 낼 수가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입니다. 그 동안 각자가 썼던 논문 등을 수정, 정리를 했기 때문에, 이 책을 내기까지는 아마 10여 년이란 세월이 흐른 듯합니다.”

 

 

무예24기 시범단 시립화 되어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보니 시간이 꽤 흘렀다. 많은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무예를 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괜찮을까 의문이 생긴다. 살아가는 데 부족함은 없느냐고 물었다.

 

제일 걱정은 바로 생계가 어렵다는 것이죠. 그리고 앞날을 생각하면 저절로 움츠려듭니다. 장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죠. 과연 내가 앞으로 얼마나 더 무예24기 시범을 할 수가 있을까? 하는 걱정입니다. 저만이 아니라 우리 시범단 모두가 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죠. 저희들의 바람은 그래도 수원을 대표하는 것이 화성이고, 그 화성은 장용영 병사들이 수호하던 곳이라고 한다면, 무예 24기 역시 화성의 상징입니다. 시립화시켜서 무예 24기가 온전히 수원에서 전승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최형국 소장은 수원은 딴 지자체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화성은 나라를 지키기 위한 구조물이지만, 실제로 그 화성에서 나라를 위해 싸움을 한 것은 장용영 병사들이고, 그 병사들이 익힌 것이 무예 24기였기 때문에 화성과 무예 24기는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는 것. 그래서 무예 24기 시범단을 시립화시키고, 전수관과 공연장 등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무예 24기는 수원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관광상품이 됩니다. 단순히 화성 행궁 앞에서 시범만 보일 것이 아니라, 전수관과 상설 공연장이 있어야 합니다. 언제라도 사람들이 수원을 찾아오면 공연장에 들려 무예 24기 시범을 볼 수 있고, 전수관에서는 시민들에게 무예 24기를 전수시켜 그들 중에서 시범단원을 보충할 수 있다면, 그보다 바람직한 일이 없을 듯합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무예에 대한 걱정뿐이다. 요즈음처럼 험한 세상에 무예 24기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호신술이 될 수 있다는 것. 어린 딸을 데리러 간다고 연구소를 나서는 최형국 소장의 어깨가 오늘따라 무거워 보인다. 눈발이 날리는 오후, 그저 아무런 걱정 없이 무예에만 열중할 수 있는 그날이 하루 빨리 오기만을 마음속으로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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