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0일(토) 수원시에서 운영하는 '도란도란 수원e야기‘의 블로거들과 함께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팸투어를 다녀왔다. 버스에 올라 처음으로 향한 곳은 사도세자와 정조의 능인 세계문화유산이자 사적 제206호인 화성의 ’융건릉‘. 그곳을 돌아보고 나 뒤 찾아간 곳이 그리 멀지 않은 식당이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단다. 점심을 먹으려고 예약을 해 놓은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식당 이름 한 번 거창하다. <쭈구미 색시, 낙지 서방>이란다. 우리가 시킨 것은 냄비 안에 커다란 낙지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가는 ‘낙곱전골’. 대자는 40,000원, 중자는 30,000원을 받는다.

 

 

블로거들은 못 말려

 

어딜가나 블로거들은 표시가 난다고 한다. 식당을 들어가면서 카메라를 챙기는 사람은 십중팔구 블로거들이라는 것이다. 가스레인지 위에 낙곱전골을 담은 냄비가 올려지자, 너도 나도 카메라를 꺼내들고 찍기 시작한다. 미디어 다음에서 주관한 수원블로거들의 팸투어이다. 이 집 화성에 있지만 참 열심히도 찍어댄다.

 

화성시 안녕동 154-13에 소재한 이 집은, 그동안 블로거들의 포스팅에서 자주 보아왔던 집이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식당 안은 그리 붐비지 않는다. 살아있는 낙지들이 얼마나 싱싱한지 덮어 놓은 뚜껑 밖으로 발을 내민다. 참 이렇게 싱싱한 음식을 먹으면서도 반주 한 잔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맛이야, 입맛 따라 다른 법이니.

 

하긴 나는 맛집 블로거가 아니다. 그저 답사를 하거나 취재를 나가서 끼니때가 되면 밥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가끔 맛집을 소개하고는 한다. 언젠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맛집이라고 해서 찾아갔더니 형편없었다.’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니, 내아 맛있다고 해서 남들도 맛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골이 끓기 시작한다. 그런데도 참 오랜 시간 낙지가 버티고 있다. 잠잠해진 낙지를 잘라 한 입 넣어본다. 쫄깃한 것이 감칠맛이 난다. 전골을 한 번 뒤집으니 바닥에 곱창이 깔려있다. 곱창에서 나오는 맛 또한 괜찮은 편이다. 곱창과 낙지를 같이 먹어본다. 이렇게 먹어야 제맛이 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반주가 없다는 것

 

음식을 먹는다는 것도, 사람마다 다 다르다. 낙지의 머리를 잘라본다. 흔히 ‘밥’이라고 부르는 속이 꽉 차있다. 이것이 남자들에게는 그만이란다. 무엇에 그만인지는 모르겠다. 그저 맛있으라고 먹는 음식이니 꿋꿋하게 먹을 뿐이다. 낙곱전골 한 냄비를 4명이서 다 비우는 동안 내내 아쉬운 것은 반주가 없다는 것이다.

 

이럴 때 반주가 빠져서야 어디 음식 맛을 제대로 알 수가 있을까? 낙지에 곱창까지 곁들였다면, 막걸리 한 탁배기를 주욱 들이켜야 하는데 말이다. 애주가는 아니라고 해도, 그냥 밥만 비비기는 무엇인가 빠진 듯하다. 이 집은 본점이고 지점이 수원 파장동에도 있다고 한다. 다음번에는 파장동으로 가서, 막걸리 한 잔과 함께 먹어보아야겠다. 그 맛 또한 일품일 것이란 생각이다.

 

요즈음처럼 날씨가 쌀쌀해지면, 따끈한 음식에 막걸리 한 잔이 간절해지기도 한다. 그럴 때 가끔 찾아가는 집이 있다. 수원의 ‘지동 순대타운’이야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다. 그곳의 음식 맛도 괜찮지만 시끄러운 곳을 워낙 싫어하는 성미인지라, 조금은 공간이 좁더라도 편안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집이 좋다.

 

순대타운 길 건너편에 보면 ‘매일 직접 순대를 만드는 집’이란 문구를 건 집이 있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 402-28에 소재한 <옛 장터 밀알 전복 순대국>의 지동 본점(사장 김봉석)이다. 이 집 역시 순대와 곱창으로만 메뉴가 짜여 있다. 그런데 이 집이 남다른 것은 매일 순대를 만든다는 것만이 아니다.

 

 

순대 한 줄에 전복 한 개가 들었다고?

 

20년 역사를 자랑한다는 이 집은 날마다 직접 순대를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를 이어 장사를 하기 때문에, 음식 하나 섣불리 할 수가 없다는 것. 막걸리 한 잔을 하자고 지인들과 마주 앉았다. 우선 이 집의 자랑인 토종순대 한 접시를 시켰다. 가격은 7,000원이다. 그런데 이 집의 순대에는 비밀이 하나 있다. 바로 순대 안에 전복을 넣는 것이다.

 

순대 한 줄에 전복 한 개. 이 밀알순대만의 보양식이라는 순대입니다. 순대국을 시키면 가마솥에 내부압력을 이용하여 열이 골고루 퍼지게 하여, 콜라겐을 함유한 진국을 만들어 낸다는 것. 그것만도 충분한데 거기다가 전복까지. 전복이야 성인병인 당뇨를 예방하고 고혈압을 치료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을 터.

 

 

 

전복내장은 정력제로도 탁월한 효과가 있지만, 뜨거운 음식인 전복과 찬 음식인 돼지가 만나 소화가 잘되는 보양식으로 거듭난다는 것이다. 순대 맛을 보니 입안에서 녹는다는 표현이 과장된 것이 아니다. 그저 그 맛만으로도 좋기 때문이다.

 

묵은지와 어우러진 막창, 그런데 이 깻잎은 왜?

 

막창구이(1인분 9,000원)를 시켰다. 처음에 불판에 묵은지와 버섯, 양파를 올려준다. 조금 후에 익힌 곱창을 올리더니, 이내 가위로 먹기 좋게 잘라놓는다. 그런데 이 집에는 밑반찬 중에 잘라놓은 깻잎이 있다. 손으로 잡았더니 식초 냄새가 난다. 궁금한 것은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법.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 깻잎은 식초에 담가 놓은 것인데, 일반 식초가 아니라 저희 집에서 특별히 조제를 한 소스를 이용하는 겁니다. 순대와 곱창의 냄새를 없애는 것이죠. 한 번 싸서 드셔보세요”

 

잘 구워져 맛있는 냄새가 폴폴 풍기는 곱창을 깻잎에 싸서 입안에 넣어본다. 조금은 쉰 듯한 맛이지만, 냄새가 나질 않는다. 입안으로 느껴지는 맛이 상쾌하다. 막걸리 한 잔이 기분 좋게 목을 넘어간다.

 

 

“사장님 불곱창 하나 추가요”

 

이왕 시작을 한 것이 아닌가. 몇 명이 먹기에는 이 안주만 갖고는 부족할 듯하다. 불곱창 하나를 추가시킨다(1인분 8,000원) 잠시 후에 내온 불곱창. 하나를 들어 먹어본다. 입안에 매운맛이 돈다. 그래서 술 한 잔에 더 들어가는 것인지. 그런데 이 불곱창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먹으면 먹을수록 입안에서 당긴다.

 

서비스로 내주는 가마솥에서 울어낸 사골국물의 맛도 일품이지만, 그보다는 이 집 젊은 2대째 사장의 마음 씀씀이가 사람을 더 행복하게 만든다. 항상 웃는 낯으로 손님들을 대하면서, 늘 즐거운 표정으로 일을 한다. 이 집에서 느끼는 행복은 그것만이 아니다. 가끔은 손수 만든 맛있는 맛보기 순대 한 접시도 내어주는 풍성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오래 된 단골들이라야 하지만. 날이 쌀쌀해진 요즈음, 딱 찾아가기 좋은 집이다.

 

 

상호 / 옛장터 밀알전복순대국

주소 / 수원시 팔달구 지동 402-28

문의 / 031 242 0042

사장 / 김봉석

저녁에 사람을 만나서 밥이라도 먹으며 담소를 하고자 하면, 딱히 어디로 가야 좋을지 난감할 때가 있다. 전국을 이곳저곳 답사를 할 때는, 더 더욱 먹을 것 때문에 곤욕을 치루기도 한다. 낯선 곳이라 어느 집이 음식을 맛깔스럽게 하는 집인지, 선뜻 문을 열고 들어서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입이 까다롭지 않은 나로서는 그저 적당히 맛이 있어도, 하루 종일 걷고 난 다음 먹는 음식은 꿀맛일 경우가 있다. 워낙 음식의 맛에 대해서는 남들처럼 미식가가 아닌 나이기에, 항상 정해놓고 음식점을 드나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나지만 전국을 다니면서 몇 집은 나름대로 잘 찾아가는 곳들이 있다.


수원 영통의 장수 돌 곱창

수원 인근에서는 나름대로 몇 집의 단골집들이 있다. 음식 맛도 좋으려니와 주인장의 후덕한 마음 씀씀이 때문이다. 언제 찾아가도 항상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집이지만, 늘 살갑게 맞아주는 안 주인장의 따스한 마음이 사람을 편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 1036-4번지에 소재한 ‘장수 돌 곱창’ 집은, 국내산 횡성 한우를 이용해 조리를 하는 곱창집이다. 음식의 종류야 이것저것 몇 가지가 있지만, 내가 즐겨먹는 것은 ‘마늘곱창구이’와 '곱창전골'이다. 불판에 횡성한우 곱창 안에 통마늘을 넣어서 맛을 낸 것인데, 잘 익은 것을 한입 베어 물면 마늘의 향이 입안에 가득차는 것이 좋다.



이 집 마늘곱창구이의 특징은 심한 마늘 냄새가 불편하지 않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함께 불판 위에 올라오는 대창은, 찧은 마늘을 넣어서 건강에도 좋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랄 수밖에.

몸에 좋고 독성을 해소하는 곱창

곱창이 좋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일이다. 『동의보감』에는 곱창의 효능을, 「정력과 기운을 돋우고, 비장과 위를 튼튼히 해준다. 오장을 보호하며, 어지럽증(혈압)을 다스리는 효과가 있다. 당뇨, 술중독, 몸의 독성해소, 장내해독, 이뇨, 피부미용, 피로회복, 골다공증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본초강목』에도 「음식의 성질로는 온하다고 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 비위를 보호하고 게우거나 설사하는 것을 멎게하고, 소갈과 수종을 낫게한다」고 적고 있다. 이러한 곱창에 마늘까지 들어있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이다. 영통 장수돌곱창 집은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집을 찾는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맛도 맛이지만, 주인과 종업원들의 살가운 손님맞이가 더 마음에 든다’고 한다.

사람 사는 맛을 느끼게 하는 집

그래도 전국을 다니면서 꽤 많은 음식을 맛본 나이다. 그런데도 영통 장수돌곱창 집을 찾아가면 늘 기분이 좋다.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하면 더 더욱 편해지는 것이 이 집의 특징이다. 12월 7일, 오후에 들린 집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손님들로 북적인다. 그 많은 사람들로 종종걸음을 치면서도, 한 사람도 그냥 지나치지를 못하는 것이 이집 주인의 심성이다.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지만, 늘 웃음 띤 얼굴로 맞아준다. 장수돌곱창은 그야말로 사람 사는 정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는 집이다. 요즈음에는 두 곳에 체인점을 냈다고 한다. 이젠 어엿한 체인망을 갖춘 본점인 셈이다. 부부가 정말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더니, 이젠 체인망까지 갖추는 모양이다. 그도 기분 좋은 일이다.

고단백 저 콜레스테롤 성분인 곱창. 씹는 맛도 일품이지만 술안주로 함께 먹으면, 분해작용이 뛰어나 위벽 등을 보호한다고 한다. 이러한 곱창에 20여 가지의 각종 양념을 첨가해 맛을 더했다. 맛이 고소하고 쫄깃해 씹는 맛이 일품인 수원 장수돌곱창.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을 때 찾아가면 좋을 듯하다. 작은 방도 준비되어 있어, 늘 편하게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수원지역의 맛집을 소개하라고 한다면, 그 중 몇 안 되는 집 중 한곳으로 늘 추천하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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