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아침 한가하던 생태교통 시범지역인 행궁동 일대가, 오후가 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차례와 성묘를 마친 사람들이 가족끼리 행궁동을 찾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오후 3시가 지나면서 행궁동은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이색자전거를 타기 위해 줄이 늘어서기도 하고, 자전거 페달을 밟아 솜사탕도 만든다.

 

정말 재미있습니다. 자전거 페달을 아무리 밟아대도 솜사탕이 잘 되지 않아요. 그래도 아들 녀석과 정말 재미있게 솜사탕을 하나 만들었어요.”

 

정자동에 살고 있다는 한 시민은 동생 가족과 함께 생태교통이 열리는 행궁동을 찾아왔는데, 정말 볼거리가 많아서 여기저기 돌아보고 있다고 한다.

 

 

생태교통에 오신 손님 복 많이 받으시고

 

19일 오후 5. 행궁동 주민센터 앞에 풍장소리가 울린다. 풍물패가 길놀이를 시작한다. 손님들을 모으러 길을 나선 것이다. 18생태교통 수원2013’ 축제에 모든 공연이 하루 쉬었다. 그리고 19일 추석 당일 행궁동 주민센터 앞과 파빌리온 무대에 다시 행사가 시작된 것이다.

 

이제 10여일 남짓 남아있는 생태교통 축제. 사람들이 추석연휴를 맞이하여 몰려들고 있는 것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길놀이를 마치고 돌아온 풍물패들이 주민센터 앞에서 한 바탕 뛴 후에 고사소리가 시작이 되었다. ‘풍물굿패 삶터의 덕담이 시작이 된 것이다.

 

 

생태교통에 모인 여러분들 모두 복 많이 받으시고. 한 달 동안 불편한 것을 감수하고 열심히 도움을 주신 행궁동 주민 여러분도 복 많이 받으시고....”

 

비나리꾼이 소리를 하는 동안 사람들은 고사상에 술 한 잔 따라놓고 기원을 한다. 한편에는 새끼줄을 꼬아 늘이고 그곳에 서원을 쓴 종이를 끼워놓기도 한다. 소리를 하는 동안 어깨춤을 추는 사람도 있고, 열심히 손장단을 치기도 한다. 생태교통 추진단 김병익 단장도 술을 따르고 절을 올린다. 아마도 남은 일정을 잘 소화하게 해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오늘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족들이 모두 나왔는데 정말 흥겹습니다. 이렇게 추석에 즐길 수 있는 축제가 있다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오늘은 행궁동에서 저녁까지 해결하려고 합니다.”

 

 

함부로 나다니는 차량 아쉬워

 

행궁동을 찾아온 사람들은 길을 걸어 다니면서 즐거워한다. 차에게 빼앗겼던 도로를 다시 찾았다는 생각에 신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골목마다 가득 주차해 있는 차량들이나, 행사를 하고 있는 앞으로 차를 몰고 지나가는 행위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불평을 늘어놓기도 한다.

 

사람들이 기본적인 양식도 없는 것 같습니다. 행사를 하고 있는데 그 안으로 차를 몰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어디 있습니까? 차 없는 거리에 이렇게 많은 차들이 돌아다녀서야 무슨 의미가 있나요. 자신만 편하면 된다는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 때문에, 정말 이런 축제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방문차량만이 아니라, 그동안 보이지 않던 주민들의 차량들까지 큰 거리를 마구 차를 몰고 다닌다. 심지어는 도로를 걸어가는데 경적까지 울려댄다. 연휴와 주말이 이어지는 20~22, 더 많은 사람들이 생태교통 축제가 열리는 행궁동을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도로에 차가 멋대로 돌아다니는 일은 없었으면.

 

 

파빌리온에서도 흥겨운 동행

 

같은 시각인 오후 5. 총회장인 파빌리온 무대에는 한가위 풍류한마당 흥겨운 동행이 무대에 올랐다. 추석에 행궁동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파빌리온을 채웠다. 민요 한마당에 무대 앞으로 나가 춤을 추는 어르신도 보인다. 두 곳에서 동시에 열리는 공연으로 인해, 어디를 찾아갈까 고민을 했다는 한 시민은

 

추석에 이런 무대를 마련해 준 것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남들은 연휴를 즐기고 있는데, 이렇게 쉬지도 못하고 공연을 해주는 출연자들에게도 고맙고요. 이번 추석은 가족들에게 남다른 추억을 만들어 준 것 같습니다.”라며 고맙다고 한다. 모든 사람들이 풍요롭게 보내는 추석. 생태교통에도 풍요로움이 넘쳐 난 하루였다.


고사로다 고사로다 고사덕담을 들어보소(중략)

천지간 가져갈 때 하늘 열려 땅 생기니

일월성신 갖추었구나

만물이 생겨나고 모든 생명 피어날 때

하늘에 명을 얻어 우리조상이 생겼구나
(경기민요 예능보유자 김혜란 창)


천지현황 조판 후에 혼돈세계 길탄말가

일대국이 건설되고 건부곤모 가결하니

음과 양의 조화로다. 태양태음이 일월이요

산수조공을 살펴보니 인황씨가 조종이라

학을 눌러 대궐 짓고 대궐 앞에는 육조로다

육조 앞에는 오영문, 오영문 앞에는 삼각산인데

각도 각읍을 마련할 제 인왕산이 주산이요 종남산은 안산이라

(가장 보편적인 고사덕담의 사설)



‘고사덕담’이 있다. 말 그대로 고사를 드리면서 덕담을 하는 것이다. 고사덕담은 대개 정초에 집안에서 이루어지는 지신밟기를 할 때, 마을의 풍물패 중에서 소리를 잘하는 사람들이 즐겨 부르고는 한다.


말 그대로 일 년의 평안을 축원하다.


고사덕담을 정월에 하는 이유는, 이렇게 정월에 덕담을 들어야 그 해가 평안하다는 속설 때문이다. 고사덕담을 할 때는 북이 옆에서 장단을 넣어준다. 고사덕담은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처음에는 그 가정이 생긴 내력부터 먼저 시작한다. 그리고는 이어서 자손축원과 액을 막아주는 달거리인 홍수맥이를 한 후, 풍년을 축원하는 농사풀이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고사덕담을 할 때는 집집마다 대청에 고사상을 차린다. 고사상은 소반에 쌀말이나 함지박에 쌀을 가득 담고, 그 위에 촛불을 켠다. 북어를 한 마리 꽂은 후 실타래를 걸쳐놓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시루떡을 해 같이 올리기도 한다. 이때 올려지는 쌀은 모두 풍물패들이 가져간다. 주인은 특별히 풍물패를 위하여 음식을 준비해주기도 한다.


쌀을 올려놓는 것은 집안의 풍요와 풍농을 기원하는 것이며, 북어는 만복을 기원한다. 실타래는 자손들이 수명장수 하기를 바라는 것이고, 시루떡은 축귀를 의미한다. 이렇듯 그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풍물패들은 고사덕담을 하면서 그 집안의 평안과 풍농, 그리고 자손창성을 기원한다.


이댁 가중 전에 어린 아기씨

날이면 물이 맑고 밤이 되면 불이 밝아

부귀공명 발원이요. 자손창성 축원이라

부모님께는 효자동이 형제간에는 우애동이

친척 간에는 화목동이 이웃 간에는 귀염둥이



서로에게 나누어 주는 덕담


그렇게 준비를 한 음식과 술은 마을사람들이 모두 모여 잔치를 벌인다. 그리고 쌀과 축원에서 나온 돈은 마을을 위하여 사용을 한다. 고사덕담 안에는 마을 전체가 함께 잘 되기를 바라는 공동체가 있다. 누구나 함께 한다는 공동체 속에, 무엇 하나라도 나눈다는 ‘우리‘가 있는 것이다.


고사덕담은 애가 복을 갖는 것이 아니다. 마을 집집마다 고루 복을 받을 수 있도록 나누어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민족의 심성이다. 이런 우리의 전통적인 정초 문화가 사라진 지금, 우리는 이기주의와 물질숭배주의가 팽배해 있다. 본연의 우리모습을 잃은 것이다. 올 신묘년 한 해 모든 가정에 고사덕담을 축원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본질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에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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