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는데, 답사를 나가 돌아다니다가 보면 제 시간에 때를 맞추어 먹는다는 거시 그리 쉬운 아니다. 생각대로 취재가 되지 않으면 거의 뒤늦은 식사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럴 때면 조금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이하랴 일을 마치고 먹어야 속이 편안한 것을.

 

9월 7일(금) 아침부터 서둘러 신문사로 나왔다. 미리 예약을 해 둔 곳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날은 괜히 마음이 바빠진다. 혹 약속시간이라도 지키지 못하면 낭패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서두른 덕분에 제 시간에 약속한 장소에 도착을 할 수가 있었다. 취재를 마치고나니 벌써 시간이 12시가 넘었다.

 

 

밥 한 그릇을 먹으려고 어디까지 가는 거야?

 

마침 이날 대담을 마친 육개장을 잘 하는 집이 있다고 소개를 한다. 대담에 땡볕으로 나가 사진촬영을 하다가 보면, 속이 허하기 일쑤이다. 대단한 예인 한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다가 보면 배가 고픈 것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 차에 맛있는 음식이라니 귀가 솔깃해진다.

 

그런데 가까운 곳인 줄 알았더니 안성 시가지에서 일죽까지 가야한단다. 하루 만에 몇 곳을 돌아오려면 시간이 별로 없다. 사람도 만나야 하고 문화재도 찾아봐야 하는 등 할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굳이 이렇게 먼 곳을 가야한다는 것에 마음만 조급하다. 그런데 동행을 한 하영란씨가 그 집은 아무에게나 육개장을 팔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식당에서 음식을 팔면서 ‘아무에게나 주지 읺는다’는 말에 은근히 기대가 된다. 이렇게 밥 한 그릇 먹기가 힘들어서야 원, 취재를 제대로는 할 수가 있을까? 도대체 얼마나 맛이 있기에 이렇게까지 고생을 하면서 밥을 먹으러 가야하나 하는 생각으로, 말은 못했지만 부아가 치민다.

 

산호 고기전문점? 그럼 고기집에 육개장이네

 

안성에서 장호원 방향으로 가다가 보면 일죽 중, 고등학교 앞 육교가 있다. 그곳 바로 못 미쳐 좌측으로 들어가면 ‘산호 고기전문점’이란 커다란 간판을 단 집이 보인다. 안성시 일죽면 송천리 464번지. 마당에는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차가 몇 대 주치되어 있다. 대개 식당은 들어서만 보아도 그 집의 분위기 파악이 되곤 한다. 수많은 시간을 길에서 살았기 때문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생각했던 것과는 딴판이다. 대개 이런 집은 조금은 냄새를 풍기기도 하는 법인데, 이 집은 정말로 먼지 하나 없을 듯하다. 실내는 깨끗하기 이를 데가 없다. 오히려 취재하느라 뜸을 흘려, 땀 냄새를 풍기는 것이 미안할 정도이다. 그래도 음식 맛을 보아야지, 깨끗하기만 하면 무얼 하겠는가?

 

종업원들이 음식을 들여온다. 그런데 이건 머야, 대개 육개장을 먹으러 가면 김치와 깍두기 등 두 세 가지 반찬이 고작이다. 그런데 반찬이 의외로 많다. 거기다가 말끔하다. 일단 밑반찬에는 합격점을 준다. 육개장이 나온다. 육개장을 먹는데 작은 접시를 하나씩 준다. 뜨거우니 덜어 먹으라는 것인가?

 

이 집 이렇게 장사하고 안 망했을까?

 

육개장을 한 번 휘저어본다. 그런데 이것이 다 무엇이냐? 바닥에 깔린 것이 고기이다. 고기집이라 그런지 그릇 안에 고기가 반이다. 밥도 안성의 특미인 ‘안성맞춤쌀’을 이용한 잡곡밥을 해준다. 반찬은 감자조림, 김치, 거기다가 내가 늘 즐겨 찾는 가자미식해까지 있다. 이 반찬을 다 사온 것일까? 아님 직접 만든 것일까? 마침 이 집의 사장님이 들어오셨다.

 

 

 

사장님 이 집은 반찬을 직접 하시나요?”

“예, 저희 집은 모든 반찬을 다 직접 합니다”

“이 가자미식해도 직접 하신 것 맞나요?”

“예 저희 안식구가 모든 반찬을 직접 만듭니다.”

 

더 이상은 물을 말이 없다. 맛있게 드시라는 사장님의 인사를 받자마자 떠 넣어본다. 이 맛 정말 오랜만에 보는 맛이다. 어릴 적 먹고살기가 근근했을 때, 모처럼 육고기가 들어오면 어머니께서 손수 끓여주시던 맛이다. 갑자기 울컥 눈물이 나려고 한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맛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집 도대체 이렇게 음식을 만들고 얼마를 받는 것일까? 동행을 한 분에게 물어보니, 이 집 육개장은 메뉴판에도 없다는 것이다. 정말 메뉴판에 육개장이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가 궁금해 재차 물었다.

 

 

“이 집 육개장이 워낙 맛이 있어서요. 고기집인데 손님들이 모두 육개장을 찾으시니까 고기를 못 팔잖아요. 그래서 메뉴판에서 내리고 잘 아는 단골 분들에게만 드려요”

 

그랬을 것이다. 이렇게 푸짐하게 고기를 넣어 정성을 다한 음식을 내어준다면, 당연히 망해야 없을 것이다. 모처럼 맛본 어머니의 손맛이 나는 육개장. 아마 이쪽으로 가는 길이 있다면, 매번 육개장을 달라고 조를 것만 같다.

 

주소 : 안성시 일죽면 송천리 484

예약 : (031) 673 - 8119

7월 18일 아침부터 부산하게 준비를 하고 난 후 트럭에 대형 솥을 싣고 전주에 있눈 전주초등학교로 항했다. 전날 미리 눌러놓은 밀가루며 면을 삶아 낼 대형 솥 등을 차에 싣고 떠난 것은, 학교 급식소가 수리를 하기 때문이다. 도착하자 마자 준비를 하는데 이런 전기가 들어오질 않는다. 겨우 안으로 옮겨 면을 뽑기 시작한다. 땀을 흘리며 면을 뽑고보니 이번에는 영 가마솥에 물이 끓을 기미가 보이지를 않는다.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나. 기다리고 있는 전주 중앙동장님과 전주초등학교 교감선생님이나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 겨우 면을 끓여 1학년 부터 배식을 시작한다. 처음으로 찾는 초등학교이기 때문에 이래저래 신경이 많이 쓰인다.

 


면을 뽑고 배식 준비를 마친 봉사단과 중앙동 직원들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1학년 어린이들 부터 '스님짜장'을 맛보러 온다. 어린 꼬마들이 식판을 손에 들고 다가와 짜장을 받아들고
"고맙습니다"라고 한다. 아마도 그 말 한 마디를 듣기 위해 이렇게 땀을 흘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이들은 식판에 짜장을 받아 이층 식탁이 있는 곳으로 올라간다. 나란히 줄을 지어 먹고 있는 아이들에게 

"맛있어요?"
"예, 그런데 왜 고기가 없어요?"
"스님이 만든 짜장이라 고기를 넣지 않았어요"
"왜 스님은 고기를 먹지 않아요?"
"....."


어린이들 다운 질문이다. 하지만 어떻게 대답을 해야할까. 무엇이라고 대답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스님들은 원래 고기를 먹지 않아요. 그래서 콩고기를 넣었어요"
"우리들은 스님이 아니라서 고기 먹어도 되는데요"
"아 그렇구나 그걸 몰랐네"



녀석들이 진땀을 빼게 만든다. 한 녀석이 질문을 하면 여러 녀석들이 동시에 질문을 퍼 붓는다. 이럴 때는 빨리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이 상책. 밑으로 내려와보니 고학년 학생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300여명의 어린이들에게 처음으로 만들어 준 '스님짜장'.

아마도 애를 탄만큼 더 값진 봉사는 아니었을까? 배식을 다 마치고 난 후, 한 그릇 푸짐하게 비벼 먹으면서 생각을 하고 혼자 키들거린다.

'정말, 고기를 넣으면 더 맛있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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