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여행 오겠다는 지인들, 어디가 좋은지 물어와

 

노송지대의 소나무들은 지지대비가 있는 지지대고개 정상에서부터 옛 경수간 국도를 따라 펼쳐진 5km의 도로변에 식재된 소나무들을 말한다. 정조대왕이 내탕금 1,000량을 현릉원 식목관에게 내주어 소나무 500주와 능수버들 40주를 심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동안 많은 나무들이 사라지고 현재는 일부만 남아있다. 이 노송지대는 정조대왕이 아버지 장헌세자의 원침인 현릉원(현재의 융릉)을 다니는 길목에 식재한 것으로 정조대왕의 아버지에 대한 효심을 보여주는 길이다.

 

수원시는 그동안 노송지대 곳곳에 들어서 있던 건물을 매입해 주변을 정비했다. 20165월엔 노송 지대를 통과하는 도로를 폐쇄했으며, 우회도로를 개설하고 노송공원 일대(2734)에 소나무 33주를 심었다. 2017년부터 최근까지 노송 지대 주변 토지를 사들여 도로포장을 걷어내고 녹지를 조성했으며, 이곳에 노송공원을 조성했다.

 

하지만 정조대왕 당시에 효심으로 심은 소나무들은 대개 고사하고 지지대고개에서 약 5km에 걸쳐 식재되어 있던 소나무 중에서 현재는 38주 정도가 남아 있을 뿐이다. 효행기념관 부근에 9, 삼풍가든(노송지대 소나무 군락) 부근에 21, 그리고 송정초등학교 부근에 8주 정도의 소나무만이 남아 있다.

 

 

가을에 걸어보는 노송지대에서 새 기운을 느끼다

 

24일 오후 전화를 한통 받았다. 충청도 일원에 거주하는 지인들이 주말경에 수원을 찾아오는데, 수원에 갈만한 곳을 소개해 달라는 전화였다. 그동안 몇 차례인가 수원을 올 때마다 화성을 한 바퀴 돌고는 했는데, 화성 외에 가을을 만끽할 수 있고,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곳을 알려달라는 것이다. 문화가행을 하는 일행이라 정조대왕의 효심이 서린 노송지대와 만석공원 일대를 돌아보면 적당하겠다고 생각든다.

 

25일 오전 7시에 길을 나서 송정초등학교 앞서부터 걷기 시작했다. 송정초등학교 주변 도로변에 식재되어 있는 소나무를 돌아보고 난 뒤 걸어서 2.5Km 정도. 경기도문화재자료인 노송지대로 들어섰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아침운동을 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천천히 걸어 소나무 길을 걸어본다. 소나무 아래로는 맥문동이 가득하다.

 

 

정조대왕이 내탕금을 들여 조성했다는 소나무길. 220년이 흐른 지금은 그 일부가 남아있지만 이 길은 정조대왕의 효심이 깃든 길이다. 능행차를 마치고 돌아가던 정조대왕은 지지대고개에서 몇 번이고 뒤돌아보며 걸음을 옮기지 못했다고 한다. 의왕시와 경계 마루턱에 놓인 지지대비는 그런 정조대왕의 효심을 지금까지 전하고 있다.

 

가을날 걸어보는 노송지대는 여름과는 또 다르다. 그저 더위를 피해 걷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걸으면서 정조대왕의 효심과, 내탕금을 내주어 소나무길을 조성한 대왕의 마음을 함께 느껴본다. 누군가 소나무 숲길에 재활용품을 가득 쌓아놓았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길에 꼭 이렇게 해야만 했을까?

 

 

수원미술전시관과 만석공원도 돌아봐

 

이곳 정조대왕의 효심이 서린 노송지대 길에 남아있는 소나무들은 모두 번호표를 붙이고 있기 때문에 초행길이라고 해도 누구나 220여 년 전에 정조대왕이 내탕금을 주어 심은 소나무라는 것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사전에 미리 이 길을 걸어보는 것은 수원을 찾아오는 일행들에게 정조대왕의 효심과 소나무, 그리고 가을이 물들어가는 만석공원 일대를 제대로 알려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노송지대를 한 바퀴 돌아보고 난 뒤 만석공원으로 향했다. 이곳은 송정초등학교 인근에 자라고 있는 정조대왕 당시 식재한 소나무들과 수원시 향토유적인 만석거, 만석거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만석공원, 영화정, 수원미술전시관 등이 자리하고 있다. 아침 시간 건강을 위해 걷기를 하는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걷는다.

 

만석거 주변으로 난 산책길을 걸으며 공원에 가을이 물든 나무들을 바라본다. 이 가을에 어딜 가나 아름답지 않은 곳이 있겠는가? 하지만 수원 화성을 돌아보지 않고 역사와 문화, 볼거리와 즐길거리, 그리고 먹거리까지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곳을 찾아본다면 난 이 길을 추천하고 싶다.

 

이 가을. 노송지대를 걸으면서 정조대왕의 효심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만석공원에 들려 수원미술전시관에 전시된 작품들도 만나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주말이면 운 좋게 만석공원 야외무대에서 펼쳐지는 각종 공연까지 접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는 생각이다.

 

‘2019 전통시장 가을축제- 가치삽시다시장통에서 진행

 

전통시장들이 가을을 맞이하며 축제가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축제를 시작한 곳은 수원역세권 시장인 매산시장이다. ‘가치삽시다라는 프로그램으로 마련한 <전통시장으로 떠나는 가을여행>은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으로, 답답한 점포를 벗어나 시장통에 좌판을 벌여놓고 고객을 맞이하는 프로그램이다.

 

923일부터 25일까지 3일 동안 매산시장 시장통에서 영업을 하는 상인들은, 자신의 점포를 벗어나 물건을 좌판위에 쌓아놓고, 고객들은 좌판에 벌여놓은 각종 물건을 구매하는가 하면 좌판 옆 자리에 앉아 그 자리에서 음식을 먹는 등 좁은 점포 안이 아니라 한결 넓은 통로에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행사를 연 매신시장 김해기 상인회장은 예전에는 매산시장 점포들이 장사가 정말 잘 되던 시장이었다고 하면서 지금은 예전에 비해 시장을 지나는 사람들은 많이 늘었지만 정작 매출은 예전에 비해 미치지 못하다고 한다. 역전에 애경백화점과 롯데쇼핑몰 등이 자리를 잡으면서 많은 고객들이 그쪽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시장 활성화는 끊임없이 행사를 벌여야

 

3일 동안 전통시장으로 떠나는 가을여행행사를 하면서, 3일 째인 25일에 의전행사를 마련한 매산시장은 수원역세권 네 곳의 시장 중에서도 가장 적은 시장으로, 그만큼 시장 활성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다양한 행사가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면서 가을은 전통시장을 찾아와 시장이 활성화가 될 수 있도록 고객들이 힘을 합해주면 좋겠다.”고 한다.

 

의전행사에서 인사말을 나선 수원시 지역경제과 심언형 과장은 매산시장이 이런 행사를 여는 것은 시장이 활성화가 될 수 있도록 상인 모두가 노력을 하는 것이라면서 이 자리에 함께 한 많은 분들이 전통시장을 이용해야 지역경제도 살아나고 전통시장도 활성화가 될 수 있다면서 매산시장을 많이 이용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날 행사는 오후 1시경부터 매산시장 내에 미련한 무대에서 각설이 타령 등으로 분위기를 돋은 후, 오후 2시가 조금 지나 의전행사가 시작되었다. 그 전에는 초대기수인 데뷔 10년차 가수인 김수련이 무대에 올라 모여있는 관중들과 함께 신나는 시간을 가졌다. 관객들은 흥에 겨워 박수를 치며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전통시장은 많은 고객들이 함께해야 살아남을 수 있어

 

초대가수의 흥겨운 무대를 마친 다음에는 시장을 찾아 온 관객들 중에서 무대 앞으로 나와 팔씨름과 춤 경연을 벌여 상품을 받아가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팔씨름을 할 때는 관객들이 응원전을 벌이기도 했는데, 도저히 이길 것 같지 않은 고객이 두 판을 내리 이겨 상품을 받아가자 응원의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인사말에 나선 수원시상인연합회 최극렬 회장은 요즈음 우리나라 경제가 힘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전통시장의 상인들이 더 어려움에 처해있다고 한 뒤 한 때는 수원 인근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던 매산시장을 앞으로 더 많이 이용해 달라고 했다. 최극렬 회장은 전통시장은 우리들의 정서에 맞는 시장으로 우리가 전통시장을 이용해야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매산시장은 아직 옛 모습을 그런대로 지키고 있는 시장이다. 1차 상품 위주로 판매하고 있는 매산시장은 수원역세권 네 곳 중 가장 재래시장에 가까운 형태를 지켜가고 있는 시장이다. 김해기 상인회장은 전통시장이 어려울 때 함께 도와주어야 시장이 활성화가 될 수 있다면서 이 가을에 전통시장을 많이 이용해 줄 것을 당부했다.

 

사람들이 수원을 자랑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바로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이다. 그리고 수원을 여행할 때 어디가 좋은가를 물으면 광교호수공원이나 화장실 문화공원인 해우재, 또는 물을 따라 걸을 수 있는 만석공원이나 일월저수자, 낙조가 유명한 서호저수지 등을 꼽을 것이다.

 

하지만 수원에는 그렇게 유명하지 않은 곳이라고 해도 이 가을에 뚜벅이 걸음으로 걸을 만 한 곳이 있다. 바로 팔색(八色)길이다. 팔색길은 여덟 가지로 구분했는데 그 첫째는 모수길이다. 1색 모수길은 수원시민과 함께하는 도심 속의 길이다. 수원천을 따라 거니는 모수길은 물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2지게길은 광교저수지 수변길로, 아름다운 풍광을 관람하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3매실길은 자연하천과 숲의 정취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생태길이며, 4여우길은 광교저수지와 원천저수지(광교 호수공원)를 연결하는 녹음이 짙은 숲길이다. 5도란길은 영통 신시가지 메타세콰이어길을 연결한 녹음이 우거진 가로수길을 말한다.

 

6수원둘레길은 수원시와 인접한 타 지역과 경계가 되는 길로 녹음이 짙은 길이며, 7효행길은 정조대왕이 부친 사도세자의 능침인 현릉원을 참배할 때 왕래하던 길을 말한다. 끝으로 8화성성곽길은 수원 화성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역사와 사색의 길이다.

 

 

이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여우길

 

28일 오후, 수원 봉녕사 일주문을 바라보고 좌측으로 난 숲길로 접어든다. 여우길이다. 그 길을 따라가면 마치 시골길을 걷는 기분이 든다. 혼자 조용히 사색하며 걷기 좋은 이 길은, 가끔은 혼자이기 때문에 주변을 돌아보아야 할 때도 있다. 혼자 걸으면서 , 여우라도 나타나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하기도 한다. 그만큼 숲이 울창한 길이다. 이 길은 광교공원에서 광교저수지를 잇는 5.5km의 길을 말한다.

 

가끔 바람이 서늘할 때면 이 길을 혼자 걷고는 한다. 이 길이 좋은 것은 가을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 외에도 숲길을 걷다보면 쉼터와 화장실, 볼거리가 있어 즐거운 길이다. 여우길은 생태통로를 따라 조성된 길로 정비가 잘되어있고, 숲이 우거져 한 여름에도 걷기 좋은 길이다. 중간에는 공원 등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인근 주민들이 즐겨 걷고는 한다. 봉녕사에서 생태통로를 이용해 여우골 숲길, 원천배수지 등을 지나면 광교호수공원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연결되어 있다.

 

광교신도시는 개발사업의 주체가 경기도지사, 수원시장, 용인시장, 경기도시공사사장 등이다. 20046월에 지구지정, 200512월 개발계획 수립, 20076월 실시계획 수립, 200711월에 착공하였으며, 201112월에 1차 준공을 마쳤다. 광교신도시에는 광교산을 비롯하여, 광교중앙공원, 광교역사공원, 광교호수공원, 안효공원, 혜령공원, 사색공원, 연암공원, 다산공원 등이 있으며, 수원박물관과 광교역사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 광교신도시 주변을 한 바퀴 도는 생태통로가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즐겨 걷는 명소가 되었다. 그 생태통로를 팔색길 중 4색길인 여우길로 명명했다.

 

 

자연과 인간이 만나는 곳 여우길

 

이 생태통로는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길이다. 이곳에는 모두 10개의 끊어진 구간을 잇는 에코브리지가 있다. 도로 위를 잇는 이 에코브리지에는 숲을 조성해, 동물이나 사람들이 이곳이 끊어진 구간이 아닌 자연스런 숲처럼 마음놓고 즐길 수 있도록 조성했다. 이와 같이 에코브리지와 공원 등이 자리하고 있는 광교신도시의 녹지율은 전국 신도시 중 최고수치인 41.7%나 된다.

 

10개소의 다리는 저마다 이름이 있다. 반딧불이다리, 나비잠자리다리, 소나무다리, 갈참나무다리, 풍뎅이다리, 여담교, 하늘소다리, 무지개다리, 꽃더미다리, 새터다리 등이다. 다리마다 이름이 다르듯 그 분위기도 다르다. 그래서 이 길을 많은 사람들이 즐겨 걷는다. 봉녕사에서 나비잠자리다리를 지나가는 길이 바로 여우길이다.

 

이곳은 인위적으로 조성한 에코브리지와 자연적으로 조성되어 있던 숲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광교공원에서 출발을 해 다시 광교 공원으로 돌아오는 길은 10km를 조금 넘는다. 그 길에는 두 곳의 저수지를 연결하는 광교호수공원과 10곳의 에코브리지가 있다. 그리고 그 끝에는 광교저수지의 목책길과 수변길, 그리고 광교산으로 연결이 되는 아름다운 길이다.

 

 

시인들의 시를 즐길 수 있는 길도 있어

 

이 길에 시인들의 시 숲길이 있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만치 않다. 왜냐하면 이 생태통로에는 워낙 소로가 여기저기 나 있고. 그 시 숲길은 한편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생태통로를 이어서 걷는 사람들은 이 시 숲길로 들어서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런 좋은 길이 있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다.

 

나 역시 이 생태통로를 몇 번이고 걸었지만 이런 시 숲길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그저 흙을 밟으면서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는 길, 그 곳에는 조지훈을 비롯하여 김현승, 서정주, 박목월, 김영랑, 김소월 등의 대표적인 시를 만날 수 있다. 욕심 같아서는 지금 수원의 시인들의 시도 쉴 수 있는 공간에 마련해 이곳이 정말 시 동산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을 초입에 걷는 팔색길 중 4색길인 여우길. 꼭 여우길이 아니라도 좋다. 수원의 팔색길을 돌아보면서 이 가을을 만끽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수원의 또 다른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 때 이 길을 다시 한 번 걸어야겠다.

 

처서에는 길을 걸으며 재충전 시간 가져야 할 때

 

어정 칠월 동동 팔월이라는 말이 있다. 무더운 여름철에는 뙤약볕에서 농작물이 익어가기 때문에 농촌에서는 크게 바쁜 일이 없다. 하지만 8월이 되면 다르다. 음력으로 7월에 해당하는 처서가 지나면 사람들은 바빠진다. 농작물의 수확을 본격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어정 칠월 동동 팔월이라는 말까지 생겼을까? 23일은 가을의 두 번째 절기인 처서(處暑)이다.

 

처서가 되면 여름의 무더위도 한 풀 기세가 꺾인다. 무더위가 가시고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가을날씨가 된다. 아무리 한낮의 기온이 30도에 가깝다고 해도 7월 복중(伏中)의 따가운 햇볕과는 다르다.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 풀이 더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이나 산소의 풀을 깎아 벌초를 한다.

 

처서가 되면 선선한 바람이 불다. 이 때는 포쇄(曝曬)’를 한다. 포쇄란 여름 동안 장마에 젖은 옷이나 책을 햇볕에 말리는 일이다. 이 무렵에는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라는 속담이 있다. 여름동안 극성을 피우던 파리와 모기의 성화도 사라져가는 무렵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나들이를 즐기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가장 바빠지는 농촌의 절기는 8월이다.

 

처서가 지나면 사람들은 백중의 호미씻이를 끝낸다. 호미씻이란 봄철부터 여름 내내 농사일에 필요한 호미를 잘 씻어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걸어두는 의식이다. 우리 농촌에서는 호미는 가장 많이 사용하는 농기구 중 하나이다. 호미를 잘 간수해야 다음해에 농사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호미씻이 의식도 거행한다.

 

그야말로 어정칠월 동동팔월이 지나 농작물의 수확을 마치면 팔월한가위에 조상들에게 새로운 곡식과 과실로 차례를 지낸 후 농촌은 한가한 한때를 맞이하게 된다. 처서에 비가 오면 십리에 천석 감한다.’고 하여 곡식이 흉작을 면치 못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가을수확을 해야 하는 농작물이 비로 인해 수확을 못하게 되면 농사를 망치기 때문이다.

 

음력팔월을 동동팔월또는 건들팔월이라고 한다. 동동팔월은 수확을 하기 때문에 부지깽이도 뛴다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바쁜 절기가 바로 팔월이다. 처서 때가 되면 첫가을에 선들선들 부는 바람이 있다. 이를 건들바람이라 한다. 건들팔월은 음력팔월이 바쁜 수확일로 인해 건들바람처럼 빠르게 지나간다는 뜻이다. 그만큼 바쁜 계절이 바로 팔월이다.

 

 

처서가 되면 가까운 곳을 찾아 재충전하는 날로 잡아

 

난 매년 처서 때가 되면 가까운 곳을 찾아가 길을 걸으면서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는다. 여름 복중에 지친 심신을 달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부터 다시 열심을 내기위해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2017년에는 인천시 영흥도를 찾아가 바닷가 목책길과 소사나무 길을 걸었으며, 지난해는 광교저수지 산책로를 걸었다.

 

올해는 8월이 되면 아름답게 연꽃이 피는 곳을 찾아보기로 마음먹고 가까운 화성시 정남면 보통리에 소재한 보통저수지를 찾아갔다. 23일 오후, 30여분의 시간이 걸려 찾아간 보통저수지는 화성시에서 저수지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목책산책로를 조성했다. 그렇게 조성한 보통저수지 인근에는 카페들과 식당들이 몰려 사람들이 즐겨찾는 곳이기도 하다.

 

한 카페에 들려 차를 한 잔 마신 후 보통저수지 산책로로 접어들었다. 그리 크지 않은 저수지지만 가득 핀 연꽃이 반긴다. 천천히 산책로를 걸어본다. 7월 북중이라면 조금만 걸어도 땀이 비 오듯 흐를 텐데 바람까지 불어 산책로를 걸어도 여름 복중 같지가 않다. 더구나 저수지에 가득 핀 연꽃이 걷는 발길을 따라 함께 걷는 듯하다.

 

 

그저 바쁠 것이 없다. 천천히 걸으면서 주변 경치를 만끽한다. 푸른 하늘도 높다. 아침에 꽃을 피우는 연꽃이기에 한 낮이라 꽃잎은 만개하지 않았지만 무수한 각양각색의 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처서 무렵에 길을 나서면 가급적이면 연꽃이 피어있는 곳을 찾아간다.

 

어정 칠월 동동 팔월이라는 처서를 맞이하여 나름대로 한 여름 무더위를 잘 이겨내고 또 다음 절기를 맞이하면서, 늘 보아오던 길과는 또 다른 길을 걸으며 심신을 재충전한다. 이제부터 가을절기를 지나 겨울절기로 접어들 때 또 한 절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말이다.

 

살고 있는 곳 가까이 산이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산을 워낙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래도 매주 한 번씩은 산을 오르고는 한다. 그렇다고 등산을 가는 것은 아니다. 그저 산이 좋아 산을 가고, 산에서 얻는 것들이 있어 즐겁다. 늘 그렇게 산을 다니다가 일이 있어 산을 갈 수 없으면 참 답답한 것이 몸이 다 찌뿌듯해진다.

 

가을이 이미 지나가고 있는데 뒤 늦은 산행을 하기에도 바쁜 시간 때문에 어렵다. 이럴 때는 그저 팔달산이나 광교산만 올라도 제 철을 만날 수가 있다. 수원항교 앞에서 차를 내려 천천히 걸어 경기도청 뒤편에서 화성으로 오르는 길을 걸어본다. 떨어진 낙엽들이 길가에 수북하다.

 

 

색색으로 도로를 물들여 놓은 낙엽이 아름답다.

 

나무들은 잎을 다 떨어트리고 가지만 앙상하다. 색색의 잎들이 바닥에 떨어져 나무 밑에 모여 있는 것들이 흡사 물감을 칠한 듯하다. 이 또한 이 계절만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이 아닐까? 아직도 선명하게 붉은 색을 자랑하고 있는 단풍잎과 화성 서삼치의 200년 지난 성벽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자연과 자연의 만남이란 이런 아름다움일까?

 

발밑에 가득한 낙엽들이 밟히면서 푹신한 느낌까지 준다. 힐링을 한다며 좋은 곳을 찾아다녀야만 하는 것일까? 아마도 이런 낙엽이 쌓인 길을 걸으면, 늦가을의 아름다움에 취할 수가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힐링이 또 있을까? 잠시 휴게소 의자에 앉아 음료수 한 잔을 시켜 마신 후에 화성의 안으로 들어선다.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이야기를 하면서 지나간다. 요즈음 화성은 평일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늦가을이 많은 젊은이들이 화성을 찾은 것을 보니, 아마 어느 대학에서 이곳으로 모임이라도 온 것이나 아닌지.

 

 

수원을 한 눈에 조망하는 것 또한 즐거움이라니

 

세계문화유산 화성이라는 돌 표지를 지나 종각 앞으로 다가가니 노란 나뭇잎과 붉은 단풍이 한데 어우러져 종각과 함께 아름다움을 배가시킨다. 어떻게 같은 종류의 단풍나무에서 이렇게 빨갛고 노란색의 조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붉은 단풍잎을 하늘에 걸고 그 밑에 자리한 서장대 또한 이 가을에만 볼 수 있는 조화로움이다.

 

누군가 가을이 되면 모두가 시인이 된다고 했던가? 팔달산을 오르면서 만나는 이 모든 자연의 조화로움에 젖어, 절로 발길을 옮기다가 보면 이것보다 좋은 힐링이 어디 있을 것인가? 사람들은 어디를 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디서 무엇을 즐기고 느낄 수가 있느냐가 더욱 중요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날이 참 좋습니다.”

, 날씨가 쌀쌀하지도 않아 걷기에 참 좋네요.”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수인사를 나눌 수 있는 것 또한 이곳이 팔달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정상에 서장대가 있기 때문이다. 서장대 앞에서 주변을 둘러본다. 바로 아래 보이는 행궁을 비롯하여 저 아래 팔달문, 그리고 장안문, 동장대와 공심돈. 그 모든 것이 한 눈에 조망이 된다.

 

이렇게 모든 것을 바라볼 수 있고, 즐길 수 있다는 것. 이런 것들이 바로 집을 나와 조금만 걸어 오르면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이다. 살고 있는 곳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가을의 즐거움. 팔달산이 그곳이 있어 고맙다. 늦가을을 가득 안은 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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