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갈까? 우리는 흔히 사람이 죽으면 저승을 간다.’라는 표현을 한다. 그 저승이란 곳이 어디일까? 상여소리의 사설에 보면 이런 대목이 있다. “저승길이 멀다더니 대문 밖이 저승일세.”라는 대목이다. 저승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 대목이다. 우리 소리가 갖는 극단적인 여유요, 어찌 보면 표현의 잔치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흔히 사람이 죽으면 천도 의식이라고 하는 지노귀(진오기)굿을 한다. 전문적인 무격(巫覡-무는 여자무당, 격은 남자무당을 말한다)에게 굿을 일임하여, 망자의 넋을 위로하고자 함이다. 사람이 죽어서 49제 안에 하는 굿을 진진오기라 하고, 49일이 지난 다음에 굿을 하면 묵은 진오기라고 한다.

 

 

일본에서까지 찾아 온 경기도 굿판

 

823(). 수원시 팔달구 지동 271에 소재한 고려암. 고려암이라고 이름을 붙였으나 대문 앞에는 경기 안택굿 보존회라는 현판이 걸린 것으로 보아, 전문적인 무격이 전안(신령을 모셔 놓은 신당)을 모셔놓은 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집은 4대 째 경기도 전통 안택굿을 이어오고 있는, 남무 고성주의 집이다.

 

고성주(, 58)18세에 내림을 받은 강신무이다. 어려서부터 춤과 소리를 배운 탓에, 내로라하는 굿 잘하는 무격으로 소문이 나 있다. 이날 진오기굿을 의뢰한 사람들은 남양주시에 사는 여흥 민씨의 자손들이다. 돌아가신 조상님들의 천도굿을 뒤늦게 하는 묵은 진오기 굿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날 굿판에는 굿을 하는 무격과 악사, 그리고 집안에서 일을 보는 사람들 외에, 멀리 일본에서 이 굿을 보기 위해 찾아왔다. 동경에서 찾아 온 Efubun-no-ichi-inc 의 디렉터인 Ayumu Yasuhara(安原 步)이다. 사전 답사를 나왔다고 하면서 굿을 하는 것을 유심히 보면서 질문을 하고, 일일이 카메라에 담기에 바쁘다.

 

이른 아침부터 준비한 상차림

 

고성주의 전안은 상당히 넓다. 아마 우리나라의 무격들의 전안 중에서는, 가장 넓고 깨끗하다고 악사들이 말을 한다. 악사들은 굿판을 전문적으로 다니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많은 무격의 집을 방문하기 때문에 많은 무격들의 전안을 보기 때문이다. 이른 새벽부터 전을 부치고 과일을 씻어서 쌓고, 각종 떡을 진설한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다 마친 것이 오전 930분경.

 

 

이날 굿판에는 주무 고성주를 비롯해, 여무(女巫)인 서정숙(67), 임영복(59), 홍형순(40)과 악사 김상건(, 61) 등이 굿을 진행했다. 굿은 고성주의 앉은부정으로 시작해 임영복의 산거리, 서정숙의 불사거리, 고성주의 대안주와 이어서 서정숙과 임영복의 조상, 군웅 등을 마친 후 진오기굿인 바리공주의 차례로 진행이 되었다.

 

굿판은 열린 축제이며, 지켜가야 할 문화유산

 

우리는 흔히 굿판을 일러 열린 축제라고 표현을 한다. 굿판에는 남녀노소 누구나 다 함께 할 수 있다. 예전에는 안택굿을 여는 집이 있으면,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다 함께 참여를 한다. 진오기굿을 해도 마찬가지이다. 생전에 고인과 알고 지내던 많은 사람들이 참석을 해서, 고인의 극락왕생을 함께 기원하는 것이다.

 

 

그런 우리의 축제인 굿이 언제부터인가, 깊은 산중으로 숨어들었다. 종교적인 심한 박해와 주변의 반대로 인해서, 전문적인 굿을 하는 굿당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다행히 고성주는 자신의 단골들의 굿은 언제나 자신의 전안에서 행한다. 그만큼 자신의 단골들에게 당당히 행한다. 이날 굿도 마찬가지였다.

 

오전에 시작한 굿은 오후 6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준비를 한 시간부터 따지면 11시간 정도가 소요가 된 셈이다. 굿의 끝판에 천기를 벗긴다.’고 하여, 제가 집 부부를 앉혀놓고 그 위에 오색천을 덮고 악귀를 쫒는 의식으로 모든 일정을 마쳤다. 이때쯤이면 모두가 지쳐간다. 더구나 날이 무더워 평소보다 더 많은 고생들을 했다.

 

 

 

미신(迷信)’ ‘혹세무민(惑世誣民) 이라는 일제와 유교적 배타와 함께, ’우상숭배(偶像崇拜)‘라는 이종교의 배척 등으로 제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우리의 열린 축제인 굿. 그나마 근근이 맥을 이어가고 있는 경기도의 전통적인 굿 한 마당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외국에서도 눈여겨보기 시작한 경기도의 굿이, 정작 지역에서는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제는 겨우 그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는 경기도의 전통굿이 제대로 전승, 보전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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