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참 세월에 살 같다고 하더니 그 말이 실감이 난다. 23일 동안 웃고 떠들고 세상을 조금 나무라기도 하며 지냈다. 일 년에 서너 번 이렇게 만나는 지우들이 있다. 나이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다. 하는 일 또한 전혀 다른 사람들이다, 하지만 만나고 나면 마치 형제인 듯 그리 지내는 사람들이다.

 

우연히 서로 만나게 되고 언제인가 의기투합이 되어 모임을 만들었다. 한 사람은 기자, 또 한사람은 화가와 도예가인 부부, 그리고 막내로 일컫는 사람은 대학에 근무를 한다. 그리고 남들이 모두 조합이 되지 않는다는 사람이 있다. 바로 스님이다. 이렇게 5명이 만든 모음의 명칭도 재미있다. ‘달빛파란다. 무슨 조직인줄 알겠지만 이런 이름이 나온 연유도 재미있다.

 

 

남자는 모두 ’, 여자는

 

한 사람의 소개로 두 사람이 만났다. 세 명이 모여 거나하게 술이 취했다. 마침 휘영청 밝은 달이 논바닥에 모인 물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멋진 수염을 기른 도예가는 대학에 근무하는 아우에게 달을 따다 주겠다면 논으로 미끄러졌다. 얼마나 멋을 아는 사람들인가? 그리고 붙여진 이름이 바로 달빛파란다.

 

논에 빠진 사람은 논달’, 그리고 논에 빠진 사람을 건지려고 애를 쓴 사람은 건달’, 절에 계신 스님이 산중에 있다고 해서 산달’, 또 한 사람은 항상 뒷골목을 누비며 돌아다닌다고 해서 뒷달이란다. 그리고 화가인 여자는 술잔에 걸린 해란다. 이 사람들의 모임은 일년에 한 번 지독하게 마셔대는 버릇이 있다.

 

 

막내가 빠진 모임, 그래도 즐겁다

 

이 모임은 세상 누구도 함께하면 벗어날 수가 없다. 그만큼 지독한 중독성을 갖고 있다. 대학에 있는 막내는 거리가 멀어 참석을 하지 못했다. 대신 여주에 산수유가 만개하는 날 모두가 함께 모이기로 약속을 했다. 토요일 오후에 여주에 모인 일행은 그저 만나면 언제나 그렇듯 밤늦게까지 술을 마셔댄다.

 

딱히 어떤 주제도 없는 이야기들을 한다. 그리고 남들이 보면 저 사람들 왜 저러지할 정도로 웃고 떠들어댄다. 다음날 아침이 되면 언제나 그랬냐는 듯 천연덕스럽게 밥상머리에 둘러앉는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술자리에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요일 오후에 서울 홍익대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토요일 술자리에서 부부의 아들과 전화를 하고 일요일에 만나기로 약속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또 하루를 보낸다. 항상 그랬다. 모일 때마다 무슨 이유를 대서든지 하루를 더 연장을 한다. 주변 사람들조차 징그럽다고 할 정도로 마시고 먹어댄다. 그렇다고 무조건 마시고 먹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것은 다들 잊지 않고 한다. 일을 해도 네일 내일이 없다. 여주에 사는 아우네 집에 누가 블루베리를 21주를 갖다 놓았다. 그것을 서울로 향하기 전에 모두 심어놓았다. 들판에 지천으로 깔린 냉이며 달래도 캤다. 그리고 신촌역 인근에서 아이들을 만났다. 이 모임은 나이가 필요치 않다. 위아래도 없다. 그저 만나면 다 함께라는 생각만 갖는다.

 

그 자리에 새 얼굴이 함께했다. 달빛파 모임에 함께 하고 싶다는 홍익대 미대생이다. 만장일치로 환영을 한다. 그렇게 몇 시간을 먹고 마시며 즐긴 다음 다시 밤길을 달려 여주로 내려왔다. 그렇게 보낸 23일이다. 좋은 사람들과의 시간은 그 만남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쌓인 스트레스를 모두 풀어버리고 버스에 올라 돌아온다. 그리고는 내 일에 몰두를 하게 된다. 남들처럼 좋은 곳,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단지 좋은 사람들과의 만나도 세상이 이리 즐겁다.

 

사람마다 몸과 마음이 피곤할 때면 힐링을 한다고 한다. 힐링(Healing)이란 몸과 마음을 치유하다라는 뜻이다. 사람이 살면서 이런저런 일로 많은 상처를 받게 되거나, 아니면 편히 쉬지 못하고 많은 일을 하다가 보면 몸이 피곤하게 된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스스로 치유하는 힐링이 필요한 것이다.

 

사람마다 힐링을 하는 방법은 다르다. 누구는 공기 좋고 물 맑고 산세가 좋은 곳을 찾아가, 편안하게 하루를 쉰다고 한다. 또 누구는 좋은 사람들과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수다를 떤다고도 한다. 힐링의 방법은 누구나 자신이 좋은 데로 하는 것이다. 하기에 힐링 뮤직, 혹은 힐링 댄스 같은 것도 생겨났는가 보다.

 

 

나의 힐링은 산행과 답사

 

개인적으로 나의 힐링 방법은 문화재답사와 산행이다. 봄서부터 가을까지는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주말에 산행을 한다. 남들처럼 등산을 하는 것이 아니고, 주로 산행을 하면서 더덕이나 버섯, 산삼 이런 것들을 채취한다. 그렇게 채취한 것을 남들과 나누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주로 문화재 답사를 다닌다.

 

산은 늘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나누어준다. 자연이 주는 선물은 인간에게는 최고의 것이란 생각이다. 언제, 어느 계절에 산행을 해도 빈손으로는 내려오지 않는다. 다만 하나라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봄서부터 가을까지는 여주에 있는 아우네 집으로 찾아간다. 거기서 좋은 사람들과 술도 한 잔 나누면서 산행을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최고의 힐링이 된다.

 

 

사람들은 그렇게 힘들게 산에 올라 땀을 흘리는 것이 무슨 힐링이 되는냐고 한다. 하지만 힐링이란 내 몸과 마음의 치유라면 한다면, 산을 타면서 많은 땀을 흘려 몸 안에 독소를 내보내고, 거기다가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의 평안까지 얻는다고 하면, 그보다 좋은 힐링이 어디 있겠는가?

 

즐기면서 휴일에 오른 산행

 

3일은 개천절이라 휴일이다. 생태교통이 끝나고 나서 몸도 마음도 지쳐있던 차에, 산을 가자고 누군가 이야기를 한다. 3일 아침 수원시청에서 지인 3명과 함께 여주로 행했다. 휴일이라 그런지 고속도로에 차가 밀리지만, 마음의 여유를 찾으러 가는 길이니 조급할 것이 없다. 한 시간 반이 걸려 여주에 도착을 했다.

 

 

도착을 하고 바로 산행을 시작했다. 맑은 물이 흐르는 내를 건너 오른 산. 그 산길에 산밤이 떨어져 지천에 깔려있다. 그것을 줍는 것으로 산행을 시작한 것이다. 네 사람이 여기저기 떨어진 밤을 주워 비닐봉지에 담은 것만도, 족히 몇 되는 되어 보인다. 그리고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좋은 사람들과의 차 한 잔

 

사실은 이맘때쯤 나온다는 송이버섯을 채취하러 갔지만, 저마다 송이버섯은 구경도 못하고 영지버섯을 몇 개씩 채취했다. 그것도 얼마나 즐거움인가? 산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은 그것만이 아니다. 산을 타면서 흘리는 땀과 좋은 공기, 그리고 숲에서 받을 수 있는 기운. 이런 것들을 함께 다 얻어올 수 있으니, 이것보다 좋은 것은 없을 듯하다.

 

 

오전 산행을 마치고 아우가 끓여준 라면을 한 그릇씩 먹은 후,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올 여름 내린 비로 인해 길도 사라지고 온 산이 엉망이 되었다. 그런 곳을 다니다가 보면 힘이 두 배로 든다. 그래도 산이 좋아 올라왔으니 두 시간 이상을 돌아다녔나 보다. 딴 때 비해 소득은 별로였지만, 그래도 산이 주는 좋은 것을 들고 왔으니 이 이상의 행복이 어디 있으랴.

 

나만의 힐링 방법인 산행. 그곳에서 얻어진 것들.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의 동행. 그런 것들이 있어 세상살이가 즐겁다. 산행을 마치고 산수유가 빨갛게 익어가는 나무 밑에 앉아 마시는 따듯한 차 한 잔. 그 안에 좋은 사람들의 마음이 있어 더 즐겁다.

 

먼저 정말 죄송합니다. 혼자만 이렇게 살고 있어서요. 하지만 기회는 드릴 수 있습니다. 엊그제 6월 22일(토), 아우가 한 명 있습니다. 그저 아우가 아니라 정말 좋아하는 형제입니다. 저희들은 나름 ‘달빛파’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 모임 이름 이상하다고요. 아닙니다. 대충 이렇게 설명 드리겠습니다. 달이 뜰 때부터 술자리가 시작되면 다음 날 달이 뜰 때까지 마시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때로는 2박 3일도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 모임에 막내가 있습니다. 머 대충 알고 계신분들도 있겠지만, 이 막내도 나름 유명한 블로거입니다. 이 막내가 형들을 보겠다고 여주로 온다고 합니다. 왜 하필이면 여주냐고요? 물 맑고 공기 좋고, 거기다가 먹을 것이 지천에 널려있으니까요. 형들은 막내를 위해 무엇을 해줄까를 고민합니다.

 

자연산 더덕백숙을 막내한테 먹이고 싶다

 

여주에 사는 아우와 상의를 했습니다. 사실은 우리 막내가 얼마 전에 큰 수술을 했습니다. 먹는 것도 조심하고 있는데,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지 고민을 했다는 것이죠. 그런데 여주에 사는 아우가 자연산 더덕 백숙을 먹이자는 겁니다. 자연산 더덕을 캐자면 정말 힘들게 산을 타야합니다. 지금 부터는 사진으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산 속에 들어가면 시원하냐고요? 천만예요. 습합니다. 땀이 나느냐고요? 나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죽습니다. 등산로가 아니라 계곡을 따라 다니니까요. 더덕은 아무데나 나느냐고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물이 있는 곳에 있으니 거의 습한곳만 찾아다닙니다. 땀이 얼마나 흐르냐고요? 체험 해드릴 수 있습니다. 네 시간 동안 산행에서 캔 더덕이 바로 위에 있는 사진입니다. 향이 좋으냐고요. 1박 2일 신청하시고 여주로오세요. 빡쎄게 산 한 번 타게 해드릴 수 있습니다.

 

 

더덕백숙이 익을 동안 미리 본 상입니다. 그런데 저 야채 샐러드 보이니요? 양상추, 블루베리, 양파. 더덕잎 등 10가지가 넘는 순수 무공해 야채만 갖고 만든 샐러드입니다. 거기다가 옆에 딸린 것들요. 모두 여주에 사는 아우 내외가 농사를 짓거나 집 주변에서 채취한 것들입니다. 무공해냐고요? 당연하죠. 여주에 사는 아우는 일체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비료도 천연재료로 스스로 만들어 사용합니다. 오직하면 밭에 비료를 뿌리고 그 손을 닦지 않고 밥상으로 올까요. 그 정도로 자연입니다. 일주에 한 번 여주에 가는 이유요. 저도 자연이고 싶어서입니다.  

 


 

드디어 더덕백숙이 나왔습니다. 더덕 잎으로 부끄러운 곳을 대충 가린 저 닭. 정말 침 넘어가지 않습니까? 야채 샐러드를 함께 접시에 담았습니다. 이 정도 백숙이면 시중 가격으로 따지면 한 10만원은 됩니다. 정말 드시고 싶으신 이웃님들은 신청하세요. 언제나 1박 2일 힐링 가능합니다. '망설이면 평생 후회하고도 늦는다'는 명언입니다. 그리고 맨 아래 사진은 국물입니다. 더덕의 향이 그대로 솔솔 배어나오죠.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끼리만 이렇게 잘 먹고 살아서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 더덕백숙을 하면서 지난번에는 엄나무 가지를 하나 넣었더니 맛이 별로였다는. 하지만 그것을 먹은 분들은 돌아가실 뻔 했습니다. 너무 맛있다고요. 저희들은 더덕 향이 별로여서 이번에는 더덕 왕창넣고, 거기다가 대추와 마늘만 넣었습니다. 그랬는데 세상에 이런 일이~. 이 맛요 안 먹어본 사람은 말하지 마세요. 정말 끝내줍니다. 향도 향이지만 닭의 육질이 거의 솜사탕 수준입니다. 닭 가슴살은 팍팍하죠, 천만예요 그냥 입안에서 녹습니다. 죄송합니다. 저희끼리만 이렇게 살아서.   

 

 

 

위 사진은 무엇이냐고요. 맨 위는 가지가 찢어지게 달린 블루베리 열매입니다. 여주에 사는 또 다른 아우가 갖다 심어 놓은 나무에 엄청 달렸습니다.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는 아우가 비료 엄청 준 듯합니다. 그 비료 만드는데 저도 늘 일조를 하고 옵니다. 아시는 분은 대충 눈치를 치셨을 듯. 그리고 다음 사진은 아우네 집 채소밭입니다. 별별 것들이 다 있습니다. 화학비료 한 방울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못 미더우면 와 보세요. 맨 아래 사진은 전날 먹은 더덕 백숙 국물에 찹쌀 넣고 야채 넣고 끓인 찹쌀더덕죽입니다. 여주에 오시면 기본 제공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맨날 먹을 것만 보여드려서. 하지만 사람이 먹어야 사는 것 아닌가요?  사실은 저희끼리 이렇게 먹고살면서 딱 목에 걸리는 분이 있습니다. 막내와 한 집에 사는 분이죠. 막내가 큰 수술을 받고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막내제수씨 때문입니다. 남편 주변에 참 껄쩍지근한 형들만 있다고 생각하면 막내한테 잘 하겠습니까? 그런데요 정말 막내제수씨 막내한테 잘 합니다. 그래서 아침에 더덕찹쌀 죽을 먹고 다시 산을 탔습니다.

 

왜냐고요? 이번에는 막내 제수씨에게 줄 선물을 마련하려고요. 전날 캐온 더덕 중에서 큰 놈 두 뿌리는 제수씨 몫으로 남겨놓았습니다. 그런데 그것만 갖고는 조금 부족한 듯해, 아침부터 오른 산행에서 산에서 채취한 산삼 두어 뿌리를 제수씨 몫으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점심은 냉 국수로 했죠. 반찬도 간단하지 않나요?    

 

 

 

무슨사진? 저희들끼리 모여서 술 마시고 더덕백숙 먹는 곳입니다. 1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산수유 나무 그늘에 아우가 만든 평상에 모기장을 떡하니 펼쳐놓고, 쑥을 피워 모기향도 만들고, 앞 논에서는 개구리들이 합창을 하고, 바람은 솔솔 불고.... 정말 죄송합니다. 우리끼리만 이렇게 살아서요. 그런데요 정말 사람이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돈 많고 집 크고, 잘 먹고(잘 먹는 것이야 우리를 따라오지 못하겠지만) 그래야 행복한 것일까요?

 

그런네 정말 저희들은 바보같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돈이 좀 부족해도 정이 넘치고, 남들처럼 비싼 고기는 먹지 못해도, 자연에서 캐온 것들로 상을 마련하고, 엄청 값나가는 양주 안마시고 패티병에 든 싼 맥주마셔도 좋습니다. 누가 더 잘 살고 있는 것일까요? 재벌요? 마음에 재벌이 진정한 재벌이죠. 자연과 더불어 자연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그런 체험 필요 하신 분은 연락하세요. 딱 몇 분만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요즈음 대세는 힐링치유이다. 힐링이 곧 치유이니 다를 바가 없다. 힐링이란 자연에서 치유를 한다는 말로 해석을 하면 될 듯하다. 우리는 자연에게서 너무 많은 것을 받았다. 만일 우리 주변에 자연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면, 인간은 과연 살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자연에서 우리는 삶의 고단함을 치유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즈음 인간들은 자연을 너무 훼파하고 나 몰라라하는 식으로 방치를 하고 있다. 그냥 방치만 해도 자연은 스스로 치유를 하면서 살아갈 수가 있다. 그런데 어쭙잖은 인간들이 마치 자신들이 무슨 커다란 권력을 가진 양 설쳐대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은 불안하기까지 하다.

 

 

자연에서 받은 만큼 자연을 지켜야

 

지자체마다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원은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을 선포했고, 서울 등지에서는 인천 검단 쓰레기매립장이 더 이상 쓰레기의 반입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해서 온통 난리다. 자칫 이러다가 전 국토의 쓰레기화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만큼 사람들은 쓰레기 같은 짓거리들을 마구 행하고 있다.

 

엄연히 분리해야 할 쓰레기들. 그리고 정해진 종량제 봉투에 넣어 배출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저 아무 곳에나 갖다가 휙 집어던진다. 그리고는 그저 아무렇지도 않다는 둥 손 탁탁 털고 돌아서버린다. 그 쓰레기는 과연 어디로 갈까? 비라도 온다고 하면 쓰레기에서 줄줄 흘러나온 물이 토양을 오염시키고 있다.

 

 

날이 무더워지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유원지라는 곳을 찾아간다. 전국 어디나 경계나 좋거나 물이 좋으면 사람들도 바글거린다. 산길에는 연신 숨을 몰아쉬며 산을 오르는 사람들로 만원이다. 그런데 정말 몰지각한 일은,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몇몇 사람들로 인해 일어난다는 것이다.

 

자연에 버린 쓰레기, 누가 피해자가 되나?

 

사람들이 많이 다녀간 곳을 찾아가면, 어김없이 검정 비닐봉지들이 눈에 띤다.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자신들이 먹고 남은 것들이나 집에서 가져와 사용을 하고 난 것들을 그 안에 집어넣어 버리고 간 것이다. 그것들은 여기저기 바람에 날려 쏟아지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주변은 너저분하게 변한다.

 

문화재 안에도 쓰레기들이

 

어디 그것뿐이랴? 종교행위를 한답시고 깊은 골짜기를 찾아 들어간 사람들이, 음식이며 천이며 나물이며 마구 버리고 간다. 심지어는 고깃덩어리들도 던져놓았다. 종교행위에 사용한 기물까지 너저분하기도 하다. 어쩌자는 것일까? 그렇게 버려두고 간 음식물찌꺼기며 비닐 등이 그냥 냄새를 피우며 썩어가고 있다.

 

이제는 자연을 힐링시켜야 할 때

 

자연은 스스로 치유를 하면서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은 누가 간섭을 하지 않을 때의 상태이다. 그런 자연을 인간이라는 존재들이 간섭을 시작한 것이다. 강의 물 흐름을 바꾸어 놓고 유속을 마음대로 조절해,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날벌레들이 기승을 떤다. 어디 그것뿐이랴? 산을 마구 파헤쳐 숨을 쉬지 못하게 하고 있다.

 

얼마나 쓰레기들을 무단으로 버렸으면...  

 

거기다가 힐링을 한다고 하면서 산에 길을 만들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찾아다니면서 오염을 시키고 있다. 그동안 인간에게 주기만 했던 자연이다. 그 안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얻어 낸 인간들이다. 그런 인간들이 이젠 자연을 힐링시켜 주어야 할 때가 아닐까? 자연은 인간에게서 무엇을 바라고 있지 않다. 다만 스스로 치유를 할 수 있도록 관심만 가져달라는 것이다.

 

엊그제 산을 오르다가 보니, 누군가 건축물 폐기물을 잔뜩 갖다 버린 것이 보인다. 참 인간이란 존재들이 이렇게 허접하다.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을 하는 수원. 거리마다 쌓여만 가는 쓰레기들과 진동하는 냄새. 어쩌자는 것일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제대로 살아가는 주변 사람들까지 받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그런 짓일랑 그만 접고, 자연도 스스로 치유를 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할 때이다.

봄을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길 둘

 

경기도청의 벚꽃이 만개를 했습니다. 그런 길을 따라서 걷다가 보면, 사람들은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자연친화적인 길이나 흐드러지게 핀 꽃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한다는 것은 그래서인가 봅니다. 벚꽃 길을 벗어나 팔달산 위로 오르다가 보면, 진달래가 여기저기 소나무와 다른 색조를 띠며 피어 있습니다.

 

팔달산을 싸안고 있는 성곽. 화성은 그렇게 자연을 보듬어 안고 길게 누워 있습니다. 연분홍 진달래가 성벽에 기대다시피 피어 있습니다. 소나무 숲길을 따라 심호흡을 한 번 해봅니다. 짙은 솔향이 가슴으로 밀려들어 옵니다. 바로 이런 숲이 내음으로 인해 이 길이 좋아지는가 봅니다.

 

 

흙을 만나는 즐거움

 

사실 길이란 것은 어디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도심의 한 복판에서 먼지가 이는 흙길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은 큰 행복입니다. 그 길을 밟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고 하니까요. 천천히 화성의 바깥 길을 남쪽으로 따라 걸어봅니다. 걷다가 눈을 돌려보니 진달래가 지천에 깔려 있습니다.

 

419(), 역시 4월의 꽃답게 푸른 소나무 숲 아래 그렇게 수줍게 피어있습니다. 4월에 만난 진달래는 언젠가 헤어짐에 눈물을 흘리던, 아련한 여인을 생각나게 합니다. 이 계절만 되면 한 번씩 몸살을 앓는 것도, 진달래를 닮은 여인 생각이 나기 때문인가 봅니다. 저만큼 화양루의 지붕이 삐죽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

 

 

 

앞서가던 여인이 눈앞에서 사라졌습니다. 화양루 바깥 길을 돌아 다시 북쪽으로 성곽이 이어집니다. 그곳을 천천히 걸어봅니다. 화성을 바라보고 핀 작은 꽃들이 성벽을 기어오르기라도 할 것처럼 성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습니다.

 

자연을 만날 수 있는 화성 외곽 길

 

성벽 밑으로 까치 한 마리가 부리로 연신 땅을 쪼아댑니다. 아마 그곳에 무엇인가 먹을 것이라도 있는 모양입니다. 사람이 가까이 가도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소나무 숲에는 진달래가 가득합니다. 그 색의 조화가 정말 오묘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누가 이렇게 아름다운 색채를 표현 할 수 있을까요? 자연의 신비가 경이롭게 느껴집니다.

 

 

화양루 밖에서 용도를 따라 걷다가 보면, 그 끝에 암문과 포사가 보입니다. 그리고 길에는 진달래들이 피어 있어, 코를 벌름거리면서 걸어도 봅니다. 팔달산의 봄을 마음껏 맡아보는 것이죠. 누군가 힐링을 하는 듯 붉은 진달래 틈으로 걸어갑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길이 팔달산에 있습니다. 그것도 도심 한 복판에 말입니다.

 

어찌 수원이란 곳이 아름답지 않겠습니까? 이런 맨흙을 밟으면 걸을 수 있는 길이 지천에 널려있기 때문입니다. 물과 바람, 산과 숲, 그리고 자연과 이야기를 하는 성곽. 이것이 바로 화성 외곽 길입니다. 정말 걷고 싶은 그런 길입니다. 이 길만 걸으면 자연과 하나가 되어, 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를 알 수가 있습니다.

 

 

사람과 자연이 만나는 곳

 

화성을 흔히 자연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만큼 화성은 자연적 지리를 최대한 활용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 곳, 자연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이 자연인 양, 그렇게 조용히 자리를 틀었기 때문입니다. 가파른 언덕을 내려오다가 보면 약수터가 보입니다. ‘팔달약수터’, 걷느라 마른 목을 축일 수가 있습니다. 이 또한 팔달산이 갖는 아름다움입이다. 그저 누구에게나 많은 것을 주기 때문입니다.

 

시원한 물 한잔을 마시고나면 성곽을 도로가 지나기 때문에, 아치형으로 성을 조형해 길에게 자리를 내준 곳이 있습니다. 이 아치형의 입구는 예전에 내 것이 아닙니다. 이곳은 19일에 벚꽃이 만개를 했다가, 이미 바람에 꽃잎이 날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에 바쁘고요. 벚꽃과 화성은 그렇게 하나인 양, 딱 달라붙어 있습니다.

 

 

봄을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길 둘은 화성의 외곽 길 중 남쪽길입니다. 팔달산 남쪽 끄트머리에 자리한 화양루에서 팔달문까지. 그렇게 자연과 숲, 꽃과 바람이 하나가 되어 걸었습니다. ‘힐링제대로 한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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