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친절한 이웃 덕분에 눈물을 쏟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오늘 아침 이웃이 전 모둠을 한 접시 들고 오셨다. 마침 출출하던 차라 고맙다고 몇 번이나 인사를 드린 다음,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는데 어디서 좀 상한 음식 냄새가 난다. 요즈음처럼 날씨가 무더울 때는, 그저 어떤 음식이던 간에 조심을 하는 것이 좋다.

전 모둠을 들어보니 약간 냄새가 나는 것도 같다. 하지만 지금 방금 해왔다고 하고, 아직도 따듯한 온기가 있는데. 설마 이 음식에 무슨 문제가 있으랴 싶다. 하던 일을 마치고 출출하던 차에 전을 먹으려고 수저를 들었다.

이웃집에서 가져 온 전 모둠. 보기만해도 먹음직스럽다.

접시에는 이것저것 많이도 있다. 송이버섯이며 동태전, 꼬치에 고추. 그리고 몇 가지가 더 있는데 이것도 먹어보고 저것도 먹어보았지만 별 이상이 없다. 그렇다면 이 알 수 없는 냄새의 근원은 무엇일까?

그런데 딴 것은 다 외형만 보고도 알겠는데, 한 가지가 영 무엇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작은 생선을 통째로 전을 만든 것 같기도 하고. 그러나 그런 걱정을 오래하는 성미가 아닌지라. 먹어보면 될 것을.

출출하던 차에 정말로 맛있게 먹고 있는데...

그 이름 모를 전을 입에 집어넣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웩”하고 소리를 질렀다. 세상에 이런 일이. 정말 잘 삭힌 홍어전이다. 세상에 난 전을 먹다가 홍어전을 다 먹어보게 될 줄은. 목은 따갑고, 입안에는 호어 특유의 냄새로 가득하고. 누군가 정말 잘 삭힌 홍어를 먹으면 ‘코가 뻥 뚫린다’고 했다. 정말 코가 뻥 뚫리는 느낌이다.

요것의 정체는 영 모르겠다. 약간 맛이 간듯도 하고. 그래서 덜썩 한입

그리고 보니 언제인가 어느 기사에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아주 잘 삭힌 홍어는 전으로 부쳐 먹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래도 그렇지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다. 냄새의 진원지는 바로 이 홍어였던 것이다.

세상에 잘 삭은 홍어전이다. 내 생전 처음 먹어 본. 눈물서 부터 시작해 온갖 곳에서....

이웃의 따스함에 감동이 되어 눈물을 흘린 것이 아니고, 그 전 모둠 안에 홍어전으로 인해 눈물을 흘리면서 ‘내가 감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나. 이렇게까지 감동을 하게 만들다니’라는 속없는 말을 뱉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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