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북수동 232-3번지에는 ‘대안공간 눈’이라는 곳이 있다. 눈을 들어가기 전에는 ‘골목집’이라는 간판을 붙인 밥집이 자리한다. 이 밥집은 막걸리 등 술을 팔기도 하는데, 우리가 이 집을 이용할 때는 주로 늦은 시간이다. 모임을 이 집에서 자주 갖기 때문이다.

 

여름 낮 더위를 피해 저녁 무렵 찾아간 이 골목길은, 밖에서 보기와는 전혀 다르다. 좁은 골목과 골목이 연결이 되는 이 길은 지난해부터 벽화를 그리고 있다. 그저 무료하고 답답한 벽에 여기저기 그려진 벽화들은, 좁은 골목길의 답답함을 가시게 해준다. 그래서 이 골목을 다니는 것이 때로는 큰 재미를 준다.

 

 

 

“이놈들 위험하다, 얼른 내려와”

 

골목길을 들어서면 굳이 골목집을 들어가지 않아도 좋다. 벽에 골목집의 분위기가 그대로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대안공간 눈을 지나 골목이 좌우로 갈라진다, 일부러 좁은 골목을 잠시 들려본다. 담장이와 벽화가 마주하는 좁은 골목길로 행인들의 뒷모습이 정겹다. 어디 옛날 문화영화에서나 봄직한 그런 모습이다.

 

우측의 큰길가로 나가본다. 전깃줄 위에 참새와 같이 아이들이 앉아있다. ‘이 녀석들 위험하다. 얼른 내려와라’ 하고 소리를 쳤더니 빙그레 웃는다. 그리고 보니 이 녀석들 등 뒤에 날개를 달았다. 백주 대낮에 어린 천사가 내려와 지나는 행인들에게 미소를 보낸다. 아마도 이 벽화를 그린 화가의 마음이 그랬을 것이다.

 

 

 

좁은 골목길을 돌아서 나오다가 보니, 길바닥에 ‘로맨스 길’이라고 자갈을 이용해 글을 써 놓았다. 이곳이 왜 로맨스길이 되었을까? 하긴 옛날 같으면 이 길을 팔짱을 끼고 걸으면서, 남몰래 수상한 짓을 했을 것도 같다. 더구나 해질녘 땅거미가 내리 앉을 때면, 슬그머니 입맞춤이라도 해보고 싶었을 그런 골목길이다.

 

 

 

1950년대로 돌아가는 골목길

 

이 길은 아직도 1950년대를 연상케 하는 골목길이 남아있다. 아마 언젠가는 이곳도 재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사라지겠지만, 아직은 이 길을 걸으면서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사람들은 낡고 습한 이런 골목이 무엇이 좋으냐고 묻기도 한다. 하지만 길이라는 것에는 생명이 있어야 한다. 좁디좁은 이 길에는 사람들의 땀 냄새가 폴폴 풍겨난다.

 

거대한 공룡과 같은 시멘트 건물에서 쏟아내는 후텁지근하고 퀴퀴한 냄새가 아니다. 골목 저편 어귀에서 꺾인 담벼락을 타고 불어오는 바람 한 점이 그리도 고마운 길이다. 큰길가로 잠시 돌아 나온다. 그 곳에 엊그제 내린 비로 인해 수원천의 물소리가 시원하다. 그 물소리에 잠시 마음을 흔들어 씻은 후, 다시 골목길을 향한다.

 

 

 

조금은 주변이 달라진 듯한 길을 지나서, 옛날 장거리였을 법한 곳에 닿는다. 낡은 간판에서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고 좋아라한다. 보물이라도 찾은 듯한 마음이다. ‘부여집 5-3164’라는 전화번호가 보인다. 그 옆에 또 하나 ‘허가번호 제2-20○○’라고 쓰여 있다. 이곳은 아직도 1950년대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이 거리 향토유적이라도 지정해야 되는 것 아닌가요’

 

그럴 수도 있지만, 사람 사는 곳이니 좀 더 좋은 환경으로 바뀌어야 할 듯하다. 골목길을 벗어나면 찻길을 건너 통닭거리로 들어간다. 요즈음은 이 골목 끝에도 통닭집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사람이 사는 뒷골목이 재미있다는 것은, 바로 이런 또 다른 볼거리를 주기 때문이다.

 

 

붉은 선 안이 골목길을 돌아본 곳이다

 

사람들은 무조건 좋은 것만을 고집한다. 그러나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그래도 끈끈한 정을 이어가면서 살아가는 곳. 뒷골목을 걷는 것은, 그 곳에 또 다른 삶의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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