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염을 기른 남정네가 긴 수건을 목에 걸고 사람들 앞에 나섰다. 장단에 맞추어 피리, 대금, 해금, 징이 음악을 연주한다. 움직이는 듯, 멎은 듯한 동작이 크게 두 손에 집은 수건을 허공에 뿌린다. 그리고 또 다시 멎어버린다. 도살풀이춤, 경기도 지방의 화랭이들에 의해 추어졌던 춤이라고 전한다.

 

도살풀이는 엄밀하게 따지자면 경기도에서 시작한 살풀이이다. 호남의 살풀이와는 그 춤태나 장단이 전혀 다르다. 도살풀이를 경기도살풀이라고 풀이를 하지만 그보다는 도당살풀이라고 해야 옳다. 왜냐하면 경기도당굿에서 사용하는 장단과 음악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당굿의 무부(巫夫)들인 화랭이들에 의해 만들어진 춤이기 때문이다.

 

도살풀이춤은 흉살과 재난을 소멸시켜 안심입명, 나아가 행복을 맞이한다는 종교적 소원에서 비롯되었다. 자연스럽고 소박하여 삶의 깊은 뜻을 가지고 있으며, 긴 수건에 의한 공간상의 유선이 매우 다양하여 선이 그려지는 형태가 하나의 소박한 화폭과도 같다. 이춤은 각기 정, , . . .정의 신비스럽고 자유로운 춤사위들로 구성되어 있다.

 

 

도살풀이춤은 호남 살풀이장단(4)과는 다른 경기도당굿 속에 있는 도살풀이(섭채6) 장단에 맞추어 춘다. 또한 춤사위도 다루치기와 목젖놀이, 학사위, 용사위 등의 독특한 사위를 가지고 있다. 도살풀이춤은 경기도당굿속의 도살풀이 장단(6)에 맞추어 춤을 추며, 19901010일 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로 지정이 되었다.

 

어려운 장단을 소화하는 한수문의 도살풀이춤

 

3일 오후 지동교 밑 수원천에서 벌어진 세월호 희생자 위령굿. 그 자리에 키가 껑충한 한 사내가 춤을 추었다. 한수문, DMKorea 대표를 맡고 있으면서 사단법인 매헌춤보존회 부회장이기도 하다. 한양대학교에서 무용학 박사를 받은 한수문은 서울시무용단 수석이기도 했다.

 

현재 중요무형문화재 제39호인 처용무 이수자이기도 한 한수문은 오랜 시간 도살풀이춤을 추어왔다. 무대라는 곳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을 텐데도 무대에 오르면 늘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경기도당굿에서 사용하는 장단은 어렵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듣고 익힌 굿거리, 허튼타령, 살풀이장단 등이 아니기 때문이다.

 

 

6박이나 10박 장단을 사용하는 경기도당굿은 기능이 뛰어난 무부들이 도당굿 판에서 서로의 재능을 겨루며 실력을 쌓아왔다. 사용하는 장단만도 도살풀이 장단(섭채), 오니굿거리(청배섭채), 터벌림(반설음장단), 진쇠, 올림채, 겹마치, 뻐드래, 부정놀이 장단 등 경기도당굿 만이 사용하는 특별한 장단을 사용하고 있다.

 

색다른 춤사위에 빠진 관객들

 

그동안 도살풀이춤을 몇 번 보았어요. 대개는 여자들이 추는 춤을 보았는데, 이렇게 남자가 추는 춤을 보니 색다른 듯합니다. 도살풀이춤은 수건이 길어 춤을 추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역시 힘이 있어서 그런지 수건이 날리는 것도 좀 다른 듯합니다. 아마 오늘 세월호 희생자들이 모두 좋은 곳으로 갔을 것 같습니다.”

 

 

구경을 하던 한 사람은 자신도 춤을 좀 추었다고 하면서, 남자가 추는 도살풀이춤을 보는 것이 색다르다고 한다. 곁에서 춤을 지켜 본 한 사람은 아마 이렇게 좋은 무대를 만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하면서,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고 이야기를 한다. 경기도당굿의 다양한 장단을 소화해야 출 수 있다는 도살풀이춤. 그 무대 하나만으로도 돋보이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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