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손님들을 만나야 할 때면 찾아가는 집이 있다. 수원시 장안구 하광교동과 상광교동에는 유난히 보리밥집들이 많다. 이곳의 보리밥집들은 주말과 휴일이 되면 사람들로 넘쳐난다. 주말을 맞이해 광교산으로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다보니, 이 곳 식당들도 항상 사람들로 넘쳐난다.

 

그 중에서 내가 자주 가는 집이 있다. 식당의 맛이야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틀리니, 이 집에 최고다라는 말은 사실 상당히 조심스럽다. 내가 최고다라는 말은 내 입맛에 맞을 뿐이지, 모든 사람들이 나와 입맛이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하기에 맛집을 소개할 때는 상당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시골밥상’, 이름 그대로

 

수원시 장안구 하광교동 105에 자리한 시골밥상(031-248-4497). 손님들과 함께 식사를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자주 찾아가는 집이다. 우선 시골스런 분위기도 좋지만 이 집의 보리밥에 비벼먹는 나물이 기가 막히기 때문이다. 딴 집은 보통 나물이 5~6가지가 나오지만, 시골밥상은 꼭 9가지나 되는 나물이 나온다. 그만큼 푸짐한 비빔밥을 맛볼 수가 있는 집이다.

 

사실 이 시골밥상은 단골들이 주로 찾는 집이다. 큰길가에서 뒤편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초행인 사람들은 잘 모른다. 광교저수지를 끼고 상광교 방향으로 올라가다가 보면 영동고속도로 밑을 통과하게 된다. 그리고 조금 더 올라가 길가 우측 뒤편에 자리하고 있다. 언제나 찾아가도 항상 사람들이 있는 집이다. 대개는 단골들이지만.

 

 

그 자리에서 무쳐주는 맛이 일품

 

이 집은 항상 봄동배추를 그 자리에서 바로 무쳐서 내온다. 씹으면 바삭한 것이 일품이다. 또한 돼지고기 찌개와 함께 옅은 된장찌개를 내준다. 배추 입에 싸서 비벼놓은 밥과 매콤한 돼지고기를 함께 싸 먹으면 기분까지 좋아진다. 항상 이 집에 가서 밥을 먹을 때면 해물파전도 한 장 시킨다. 둘이 먹어도 다 못기 때문에 남은 전은 항상 싸오지만.

 

늘 시골밥상을 갈 때 함께했던 사람들에게 듣는 말이 있다. 근처 보리밥집 중에서는 최고라고 한다. 많이 먹어본 사람들도 이 집의 나물은 인기가 좋다. 딴 집보다 서너 가지나 많기 때문이다. 밥 한 그릇에도 기분이 좋아지는 집. 혹 광교산을 오를 일이 있으면 꼭 한 번 찾아가 보기를 권한다.

 

 

주소 : 수원시 장안구 하광교동 105

전화 : 031)248-4497

가격 : 비빔밥 6,000/ 해물파전 10,000

 

수원시 장안구 하광교동 440-7에는 수령 380년의 거목인 느티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벌써 십여 년 전에 정월 열 나흩 날 이곳을 찾아갔을 때, 누군가 나무에 대고 정성을 올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수고 20m에 밑동의 둘레가 3.3m인 이 느티나무에는 그럴 듯한 전설도 있다고 한다.

 

이런 고목은 흔히 누군가에 의해서 심어지거나, 고승의 지팡이 등이 변했다고 이야기를 한다. 옛날에 광교산 인근에는 89개의 절이 있었다고 한다. 한 사람이 이 89개의 절을 다 돌아보기 위해 이곳에 신발을 벗어놓고 산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러자 비가 많이 내려 신발이 다 썩어 느티나무 뿌리가 내렸다.

 

수령 380년의 보호수인 느티나무

 

뿌리에서 생겨난 느티나무는 점점 크게 자라 어른의 팔로 몇 아름이 되었다. 이 느티나무를 팔려고 나무를 베려고 했는데, 베는 도중에 사람이 죽었다는 것이다. 전설은 그렇게 한 나무를 ‘영험한’ 나무로 만들었다.

 

아름다운 광경에 먼저 취하다

 

뜬금없이 더위를 먹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30도를 훌쩍 넘긴 복중 오후에(7월 29일) 길을 나섰다. 원 목적은 옛 절터인 창성사지를 찾아볼 심산이었으나, 느티나무와 그 앞에 펼쳐진 왕복 3km 정도의 이팝나무 길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창성사지가 어디로 도망을 갈 것도 아니니, 이곳부터 걷자고 동행한 김홍범 기자(경기리포트 사회부 차장)에게 제안을 했다.

 

왕복 3lm의 광교 이팝나무 길, 꽃들이 지고 있다

 

느티나무를 찾아 광교산 입구서부터 걸어 올라가다가 보니, 웬 신선들이 한가롭게 나무 그늘에서 바둑을 두고 있다. 사진 한 장을 찍고 눈을 돌리니, 그림 같은 경치가 펼쳐진다. 철문과 소나무, 그리고 구름이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그리고 그 위 또 하나의 아름다운 정경.

 

수원의 광교산을 오르는 길에 누군가 벼농사를 지었다. 지금이야 유명한 등산로가 많아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지만, 원래 광교산 인근에는 농사를 짓는 토착민들이 주로 모여 살던 곳이다. 도심에서 볼 수 있는 논과 그 뒤에 집 한 채. 참 아름답다.

 

 

이팝나무 길을 걷다.

 

흰 꽃이 나무를 덮을 때 마치 흰쌀밥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밥나무’가 변해서 ‘이팝나무’라고 한단다. 남쪽지방에서는 정원수나 풍치수로 심는데 목재는 건축·가구재로 쓰고, 목부에서 염료를 추출한다. 식물 전체를 지사제나 건위제로 사용하며, 꽃은 중풍치료에 쓰이기도 한다. 키는 20m에 이르며, 가지의 색은 회갈색이다.

 

이 이팝나무가 하광교 느티나무에서 상광교로 오르는 길목 1.5km 정도의 도로 양편에 서 있다. 나무의 굵기로 보아 수령이 15년 정도는 지난 듯하다. 이 이팝나무는 도로 정비를 하면서 심었다고 한다. 이 나무들이 요즈음 한창 꽃을 떨구고 있다. 도로 양편 인도와 차도까지 온통 이팝나무의 꽃이 떨어져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한다. 아이들과 함께 왕복을 해도 좋을 거리인 왕복 3km 정도. 이런 아름다운 거리를 왜 사람들은 그저 차를 타고 무심히 지나가는 것일까?

 

앞서가는 김기자의 등에 땀으로 흠씬 젖었다. 이 더운 여름 날 ‘길’ 취재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많이 힘든 것 같다. 누가 이 더위에 아름다운 길을 찾겠다고 이렇게 땀을 흘릴 수가 있을까? 길 건너편으로는 산행을 마친 몇 사람이 한가롭게 걷는다. 저들은 이 길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걸을 것이다.

 

도심에서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니

 

그 아름다운 길 끝에 불쾌한 마음이

 

느티나무에서 시작하여 다시 느티나무로 돌아왔다. 한 편은 인도가 되어있어 괜찮지만, 건너편은 좁을 길을 걷는 사람들이 불안해 보인다. 안전 펜스라도 쳐주면 아이들과 함께 손을 잡고 걸을 수 있는 길인데, 그런 점이 조금은 아쉽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 느티나무 주변 의자에 앉아 쉬려고 다가섰더니 주변에 담배꽁초가 수북이 떨어져 있다. 참 이런 모습에 어이가 없다. 담배를 피우는 것이야 무엇이라고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바닥에 꽁초를 버려야만 했을까? 자칫 물이라도 꺼지지 않은 꽁초로 인해 느티나무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을 텐데. 금연표지판이라도 붙여 놓아야 할 듯하다.

 

 

아름다운 이팝나무길에 꽃비가(위) 이팝나무 길을 담이 흥건히 젖어 걷고있는 김홍범 기자(좌)와 등산객들

 

아름다운 길. 어젠가는 이 느티나무에서 시작해 돌아오는 왕복 3km의 이팝나무 가로수 길이 또 다른 명소가 될 수도 있을 것만 같다. 이 길에 안내 표지만 하나가 있었으면. 이 글은 언제 이팝나무를 심었고, 어떤 이유로 심었는지. 그런 것 하나가 아쉽다.

 

 

길 끝에서 만난 불쾌함. 의자 주변으로 담배꽁초가 널려있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