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에 쌓인 눈의 높이가 150cm란다

 

연일 일기예보와 뉴스에서 강원도 북부지역의 눈 소식을 전한다. 미시령은 눈사태로 인해 통행이 금지되었고, 진부령에는 최고 120cm의 눈이 쌓였다고 한다. 중장비를 동원해 눈을 치우고는 있지만, 그것도 큰 도로뿐이지 골목이나 외떨어진 마을 등에는 아예 손도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강원도 지역 여기저기에 벌써 고립된 마을들이 생겨나고, 구조요청을 하고 있기도 한단다. 5일 동안이나 잠시도 쉬지 않고 쏟아진 눈은 이미 눈이 내린다는 감상적인 눈이 아니고, 그야말로 폭탄이라고들 한다. 단순한 눈사태가 아니라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고들 한다. 도대체 얼마나 더 올 것인지. 목요일에는 또 눈 소식이 있다고 하는데.

 

문을 열 수도 없을만큼 눈이 쌓여있고 밨으로는 나갈수도 없다고

 

걱정되어 전화를 걸었더니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산학리 119번지에 소재한 정수암. 지난해 잘 아는 스님 한 분이 이곳에 인법당을 마련하셨다. 늘 찾아간다 하면서도 마음만 앞설 뿐, 자주 갈 수가 없는 것이 거리도 거리지만 도통 여유를 찾을 수가 없다. 그곳까지 다녀오려면 적어도 23일 정도는 시간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뉴스를 보면서 마음이 불안하다. 진부령이면 양양과 고성의 경계인데 그곳에 120cm의 눈이 왔다면 스님이 계시는 곳은 그곳보다 더 북단인 화진포 가까운 곳이기 때문이다. 전화를 걸었다.

 

스님 안녕하세요?”

, 눈이 너무 많이 왔어요.”

밖에 출입도 안 되시죠?”

출입은요. 겨우 공양간 다니는 길만 치웠어요. 지붕에 쌓인 눈을 재보니 150cm 정도 되네요.”

여기서는 제일 많이 온 곳이 120cm라고 하던데

넓은 지역을 일일이 잴 수가 없을 테니까요 신고는 했는데 여기까지 들어올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큰 길도 아직 못치우고 있다는데.”

스님 불편하신 것은 없으세요.”

, 쌀 있고 땔 것 있으니 살 수 있죠. 동안거 한 번 제대로 하고 있네요.”

 

창문까지 내린 눈이 쌓여있다.(위) 아래는 길을 내고 찍은 사진에는 눈이 처마까지 쌓였다

 

스님의 밝은 웃음소리에 안심을 한다. 언제니 세상을 늘 그렇게 긍정적으로 사시는 분이다. 물론 스님이라는 수행자의 신분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이 스님은 사람을 만나면 참 재미있게 만들어 주신다. 함께 자리를 하는 사람 모두가 웃느라고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남에게 웃음을 준다.

 

보내온 사진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해

 

스님과 통화를 마치고 잠시 뒤에 문자가 들어온다. 연이어 들어오는 문자를 열어보니 스님이 묵고 계신 곳을 휴대폰으로 촬영을 하여 보내셨다. 그 사진을 보다가 그만 경악을 하고 말았다. 이것은 눈이 온 것이 아니고 눈 폭탄이라고 해야 옳다. 길을 겨우 냈는데 그 길이, 쌓인 눈이 무너져 내려 막혀버렸단다.

 

좌측에 세워둔 차가 보이지 않는다. 차를 눈이 덮어버렸다(위). 길을 내려고 치우다가 눈 사태를 만났다고

 

스님 이웃에 연세가 많으신 분이 전화를 걸어 당신이 강원도에 사신 것이 50년이 넘었는데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린 것은 처음이라고 하셨단다. 그렇게 눈 폭탄이 퍼부어서 비닐하우스며 축사 등에도 많은 피해가 일어났다고 한다. 그저 눈이 녹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스님. 일기예보에는 강원도의 기온이 떨어져 눈이 그대로 얼어버렸다고 보도를 한다.

 

스님 건강하시고 몸조심하세요.”

그저 이런 문자 하나로 마음에 위안을 삼는다.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할 수가 있을까? 그저 안녕하기만을 바라는 수밖에. 새삼 자연의 무서움을 깨닫는다. 인간이 아무리 잘났다고 떠들어보았자, 결국 자연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을 말이다.


갑작스런 폭설로 답사가 중단되었다. 하늘이 검게 변하더니 커다란 눈송이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어제 전북 지역은 많은 눈이 내렸다는 전갈을 받고 서둘렀는데도, 결국엔 답사를 중단하고야 말았다. 이번 답사에서는 마애불을 답사하기 위해 몇 날을 벼르고 떠났지만, 산 속에 있는 마애불을 찾아가기에는 역부족인 날씨다.

충북 진천지역을 돌아보다가 보니, 아침도 먹지를 않았다. 진천군 이월면으로 길을 잡아 돌고 있는데, 길에 ‘양푼이 생태’라는 현수막이 보인다. 갑자기 시장기가 돈다. ‘양푼이 생태찌개’는 도대체 어떻게 생긴 것일까? 궁금하기도 하다. 진천군 이월면 송림리 515-1, 이월 산내들 아파트 옆에 자리한 식당은, 가정집을 식당으로 꾸민 집이다.



밑반찬을 보고 음식을 말하지 말라

안으로 들어가 식사가 되느냐고 했더니, 추운데 어서 들어오라고 한다. 그냥 평범한 가정집을 방으로 꾸미고 식탁을 늘어놓았다. 안에는 한 사람도 없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기는 했지만, 이렇게 사람이 없어서야 어찌하랴. 상 앞에 앉으니 밑반찬을 갖다 놓는다. 그런데 이 밑반찬이라는 것이, 파래김, 겉절이 김치, 감자볶음, 깻잎, 그리고 콩자반이 다이다.

이 정도 반찬을 주려고 그렇게 도로가에 현수막을 걸어 놓은 것일까? 내심 실망이다. 잠시 후 안주인이 휴대용 렌지를 갖다 놓더니 위에 양푼을 올려놓는다. 그 안에 생태와 두부, 파 등으로 요리를 한 것이 보인다. 아하! 이렇게 양푼에 생태찌개를 끓여주기 때문에, 이름이 양푼이 생태였는가 보다.




잠시 후 보글거리고 찌개가 끓는다. 맛은 어떨까 궁금하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했는데, 웬만한 것은 다 맛있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전국을 답사를 하면서 입맛 깨나 까다로운 나이기 때문이다. 한참 찌개가 끓는데 또 양푼을 하나 들고 들어온다. 그 안에 갓 지은 밥이 있다. 찌개도, 밥도 모두 양푼에 하는 집이다.

그 맛 한 번 일품일세!

찌개를 떠서 잔 그릇에 담아 한 입 먹어본다. 시원하다. 밑반찬 맛을 본다. 생각 외로 깔끔하다. 분위기기 그저 집에서 밥상을 받은 것만 같다. 반참이 별로없기 때문에, 그것이 오히려 집에서 먹는 기분이 난다. 밥 한 그릇을 다 비웠다. 양푼에는 찌개도 별로 남지 않았다. 그만큼 입맛을 당긴다. 배도 고프고 지치고 허기도 졌지만, 그보다는 맛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밥을 다 먹을 때쯤 또 양푼이 들어온다. 이번에는 밥을 푸고 난 것을 끓인 누룽지다. 별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저 마음 편하게 해주는 밥상이다. 매번 돌아다니다가 보니, 이런 밥상이 오히려 정겹다. 거기다가 맛까지 깔끔하니, 금상첨화가 아닐까? 오랜 답사 길에서 먹어본 음식 중 순위를 먹인다면 당연히 위에 둘만한 집이다.

난 음식전문가가 아니다. 맛집 블로거도 아니다. 그러나 눈발에 멈춰진 답사의 허전함을 달래기에 충분한 맛이다. 거기다가 주인들의 빠른 손놀림이 더욱 고맙다. 음식을 오래 기다리는 것은, 정말 그 시간이 아깝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포식을 하고 나와서인가, 잠시 눈이 그친 틈을 이용해 또 몇 곳을 돌아보았다. 앙푼이 찌개의 덕이려니.


양푼이 찌개 : 진천군 이월면 송림리 515-1
가격 : 대(4~5인) 40,000원, 중(3~4인) 30,000원, 소(2인)20,000원
특징 : 양푼이 찌개집의 음식은 오직 생태찌개뿐.
전화 : (043)537-2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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