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천마을은 단일 성씨인 달성 배씨들의 집성촌이다. 100여 호가 살고 있다는 청천마을은 40대를 이어졌다. 마을 앞을 줄지어 선 고목들이 서 있는 청천마을. 이곳에 왜 이토록 오래 묵은 나무들이 줄을 지어 서 있는 것일까?

 

처음으로 이곳에 터를 잡은 배희는 이곳에서 자손들을 번창시키고자 했는데, 서해의 해풍이 불어와 농사에 피해를 주었다. 먹고 살아야하는데 해풍으로 인해 집과 농사가 피해를 입었으니, 자손들이 번창하기도 어려웠던 것이다.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지나가던 나그네가 마을 앞에 팽나무와 개서어나무를 심으면 될 것이라고 했단다.

 


무안읍으로 들어가다가 보면 우측에 커다란 고목들이 줄지어 서 있는 곳이 있다. 무안군 청계면 청천리 청천마을이다. 이 마을은 마을이 생긴 지가 550년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조선조 세조 2년인 1452년, 칠곡에 살던 배회가 이곳으로 이주해 터를 잡은 마을이라고 한다. 청천마을은 산세가 수려하고 물이 맑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마을입구에 서 있는 마을 유래비

 

팽나무는 느릅나무과에 속하는 낙엽교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남쪽 지방에서 많이 자란다. 팽나무는 생육이 좋고 25 ~ 30m정도까지 자라나며 병충해에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팽나무를 심어 방풍림을 조성했던 것이 주효했는지, 그 뒤로 농사가 풍년이 들고 자손들이 번성했다는 것이다. 현재 청천마을에는 팽나무 54그루, 느티나무 60여 그루가 천연기념물 제82호로 지정이 되어있다.

 


  
팽나무는 생육이 좋고 25 ~ 30m정도까지 자라나며 병충해에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을에 만난 팽나무들이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팽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되어있는 곳이 상당 수 있다. 대개 남쪽에서 자라는 식물이기 때문에, 천연기념물의 분포지 역시 남쪽에 치우친다. 전라남도 함평군 대동면 향교리 팽나무는 천연기념물 제108호로 지정이 되었으며, 제주도 남제주군 표선면 성읍리 팽나무(제161호), 부산광역시 북구 구포동 팽나무(제309호), 전라남도 무안군 현경면 가입리 팽나무(제310호), 경상북도 예천군 용궁면 금남리의 황목근(제400호) 등이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된 팽나무들이다.

 

흔히 동구나무로도 많이 불리는 팽나무는 마을 앞에 정자목으로 많이 심는다. 팽나무는 바닷바람을 잘 버텨내기 때문에 방풍림을 조성할 때 많이 식재를 하기도 한다. 청천마을의 팽나무들이 줄을 지어 서있는 모습은 장관이다. 더욱 한 두 그루가 아닌, 50여 그루가 마을 앞을 일렬로 줄을 지어 서 있는 모습은, 어느 곳에서도 보기 힘든 광경이다. 철 늦은 가을에 만난 나무들은 잎을 떨어뜨리고 있었지만, 남은 것만으로도 장관이다. 그 나무 밑에서 아이들이 공을 차며 놀이를 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전설이 생각이 난다. 자손이 번성했다는.

 


  
현재 청천마을에는 팽나무 54그루, 느티나무 60여 그루가 천연기념물 제82호로 지정이 되어있다.


  
청천마을의 팽나무들은 고유번호를 갖고 있다. 나무마다 걸린 번호표

 

500년 이상을 방풍림으로 마을을 지켜 준 청천마을의 팽나무군락. 나무마다 번호표를 달고 있다. 이미 고목이 되어 명을 다한 것들도 보인다. 외과수술을 한 나무들이 보여 이 팽나무 군락이 오래되었음을 알려준다. 높이 30여 m, 둘레가 평균 3m나 되는 팽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마을. 청천마을에는 또 다른 전설 하나쯤은 있을만하다. 내년 여름 팽나무가 무성하게 잎을 달았을 때, 다시 한 번 찾아보아야겠다.

딴 나무를 타고 오르며 생육하는 줄사철나무

<노박덩굴과>에 속하는 상록관목인 줄사철나무는 옆으로 기면서 자란다. 줄기에서 뿌리가 내리는 이 나무는 초록색의 어린 가지는 약간 모가 져 있다. 잎은 길이가 2~5㎝, 너비가 1~2㎝로 마주나는데, 약간 두터우며 가장자리에 고르지 않은 톱니들이 있다. 꽃은 5 ~ 6월에 피고, 양성이며 취산화서에 15개 내외의 꽃이 달린다.

 


꽃받침 조각, 꽃잎 및 수술은 4개씩 이고, 열매는 4각상 편구형이다. 성숙하면 벌어져서 황적색 각종 피에 싸인 종자가 나타난다. 관상용으로 많이 키우며, 전라도와 경상도에서 자라고, 일본 오끼나와 및 중국에 분포한다. 전라북도 진안군 마령면 동촌리에 있는 마이산의 줄사철나무 군락지는, 천연기념물 제380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진안읍 가림리에서 만난 줄사철나무

진안군 마령면의 문화재를 답사하다가, 진안읍 쪽으로 길을 들어섰다. 도로변 옆에 문화재 안내판 하나가 서 있다. 지나치려다가 무엇인가 궁금하여 차를 세우고 다가가 보았다. 전라북도 기념물 제95호로 지정이 된 줄사철나무가 있다는 것이다. 이 줄사철나무는 마이산 줄사철나무와 동종으로 가림리 은천마을 앞 길 건너 도로변에서, 다른 나무에 줄기를 뻗어 자라고 있다.




가림리 줄사철나무는 모두 세 그루가 자라고 있다. 팽나무와 느티나무를 타고 오르며 자라고 있는 이 나무들은 높이가 모두 5m 내외이다. 9월 7일 찾아간 가림리 줄사철나무. 원래는 네그루가 자라고 있었다고 한다. 그중 거북바위 등을 타고 오르던 나무는 고사하였다고 한다. 이 마을은 숲이 우거져 있으며, 이 숲을 ‘은천마을숲’이라고 부르고 있다.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붙여진 이름

이 마을은 예전에는 마을 앞을 흐르는 냇물이 땅 속으로 스며들어 흐르기 때문에 ‘은(隱)’자를 써서 ‘은천(隱川)’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 마을의 숲은 예전 은천이 흐르던 자리에 조성되어 있다. 이 은천마을 숲은 느티나무 21주, 팽나무 12주, 은행나무 8주, 줄사철나무 3주, 개서어나무 2주 등이 숲을 이루고 있다.



이 중에서 3주의 줄사철나무는 전라북도 기념물 제95호로 지정이 되어있으며, 나무 주변에는 철책을 둘러 보호를 하고 있다. 나무는 길가에 한 주가 있고, 아래쪽 숲속에 두 그루가 서 있다. 나무들은 모두 딴 나무줄기에 기생하여 위로 오르고 있으며, 독특한 형태로 생육을 하고 있다.

줄사철나무는 겨울에 진가를 보여

은천마을 줄사철나무의 진가는 겨울철에 볼 수 있다고 한다. 그것은 줄사철나무가 타고 오르는 나무들이 팽나무와 느티나무이기 때문에, 가을이 되면 모두 잎이 떨어져 버린다. 그리고 나면 줄사철나무의 푸른 잎이 그대로 남아있어, 제 모습을 확연히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나무의 줄기를 따라 오르며 많은 가지를 뻗는 줄사철나무. 우연히 길을 가다가 만난 문화재 안내판 하나가 이런 귀한 자료를 만나게 해준다. 다만 한 가지 흠이라면 진안을 답사하면서 큰길가에 문화재 안내판이 제대로 서 있지를 않아, 문화재를 찾을 때마다 곤욕을 치렀다는 것이다. 언제나 문화재를 찾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려는지. 이번에도 반 이상을 길에서 허비를 하고 말았다.

답사를 하면서 만나는 많은 나무들. 그 중에는 천연기념물도 있고, 지방에서 지정된 기념물도 있다. 그런가하면 보호수도 있고, 아예 아무런 지정도 받지 못한 나무도 있다. 아직 나도 그 지정의 가치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 수가 없다. 왜 천연기념물과 기념물로 나누이는지, 수령이 오랜데도 지정을 받지 못하는 것인지 등은 늘 궁금하다.

천연기념물이란 자연 가운데 학술, 자연사, 지리학적으로 중요하거나, 그것이 가진 희귀성, 고유성, 심미성 때문에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여 법률로 규정한 개체 창조물이나 특이 현상, 또는 그것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일정한 구역을 정하는 것을 말한다. 천연기념물 중에는 식물을 주체로 하는 것이 가장 많으며, 노거수가 124건으로 1그루씩 지정된 것이 대부분이다.


수많은 수종들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수종(樹種)으로는 은행나무가 가장 많은 19건이다. 이어 소나무종류가 처진소나무와 반송을 합해 18건이지만, 곰솔까지 포함을 한다면 24건으로 가장 많다. 그만큼 다양한 소나무가 지정을 받았다. 다음으로 느티나무 종류가 12건 등이며, 백송과 이팝나무, 향나무가 각 8건 정도이다.

귀한 몸으로 지정을 받은 나무의 종류는 다양하다. 회화나무와 털왕버들을 포함한 왕버들류, 비자나무, 푸조나무, 후박나무, 옴나무, 탱자나무, 팽나무, 망개나무, 측백, 갈참나무, 회향목, 올벗나무 등 많은 종류의 나무들이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되어있다. 이 외에도 특별한 것으로는 송악, 소태나무, 등나무, 배롱나무, 감탕나무, 생달나무 등의 조금은 생소한 것들도 포함되어 있다.



고창 수동리 팽나무를 보는 순간 그 자리에 얼어 붙었다

9월 4일, 전북 고창군 지역을 답사하는 날은 이상하게 나무들만 만났다. 답사를 며칠 나가야 거목 한 그루를 보는 것이 보통인데, 이날은 열 그루에 가까운 나무들을 만난 것이다. 그 중 고창군 부안면 수동리 446번지에 서 있는 나무 한 그루. 멀리서 그 나무를 보는 순간 나는 그냥 얼어붙고 말았다.

천연기념물 제494호, 고창 수동리 팽나무. 멀리서 보이는 이 나무는 마치 우산을 쓴 모습이다. 나무의 생김새가 멀리서보아도 아름답다. 폭나무, 포구나무라고도 부른다는 팽나무 한 그루. 어딜 찾아보아도 이 나무가 도대체 몇 백년이나 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저 아주 오래 묵었다는 것 밖에는.



한 걸음에 달려가 본다. 주변을 돌아볼 틈도 없다. 팽나무가 있는 곳으로 가다가 넘어질 뻔했다. 염소를 매어 놓은 줄에 걸린 것이다. 그 염소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무에 푹 빠져버렸다. 나무 가까이 기서 본다. 외과수술을 한 흔적도 보이지 않을 만큼 생육이 좋은 나무이다. 어떻게 이런 나무가 있을 수가 있나, 그저 감탄이 절로 터져 나온다.

팽나무라 쓰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무’라 읽는다.

수동리는 마을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예전에는 이곳이 바닷가였다고 한다. 간척지로 매립을 했다는 것이다. 이 나무에 배를 묶어두기도 했다니, 변해버린 주변 경관이 아쉽다.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정경이었을까? 앞으로는 들판이 펼쳐지고, 높지 않은 둔덕위에 팽나무가 자리를 하고 있다. 지금도 그림 같은 모습인데, 예전에는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수동리의 팽나무는 8월 보름이 되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 당산제와 줄다리기 등 민속놀이를 벌였다고 한다. 마을의 안녕과 풍농, 풍어를 이 나무아래 모여 기원하던 당산나무라는 것이다. 오래도록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해온 수동리 팽나무.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팽나무들 중에서, 가슴높이의 둘레가 가장 크며 수형이 아름답다고 한다. 수세 역시 좋은 편이어서 팽나무 종을 대표할 만하다.

나무 주변을 돌아본다. 보면 볼수록 이 나무에 빠져든다. 한편으로는 멀리 산줄기를 바라보고, 예전 바닷물이 들던 곳은 가슴이 시원하게 터질 수 있는 들판이다. 나무는 얼마나 오래 묵은 것인지. 줄기 여기저기 이상한 형상으로 옹이가 뒤틀어져 있다. 그리고 그 밑동 움푹한 곳에는 나무 스스로가 이름 모를 버섯을 키우고 있다.

나무 밑동에 붉은 옷을 입고 서있는 사람이 키 180cm의 건장한 남자이다. 비교를 해보면 팽나무의 크기와 굵기를 가늠할 수 있다.

그동안 답사를 하면서 수많은 나무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 나무에게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수동리 팽나무를 보는 순간, 몇 날을 이야기를 해도 다 하지 못할 것만 같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무’ 난 이 나무를 그렇게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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