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저수지 수변 길을 물과 함께 걷다.

 

연일 계속된 장맛비로 인해 사람의 몸도 마음도 다 눅눅해 진 듯하다. 거기다가 습기가 가득 찬 집안은 퀴퀴한 냄새도 나는 것만 같다. 그러다가 정말 오랜만에 햇살을 본 것이다. 이런 날 가만히 있으면 어쩌랴. 지 좋은 기회를 놓칠 수가 없어, 광교저수지 수변 길을 찾았다. 오전 11시 10분, 반딧불이 화장실 앞에서 수변 데크길로 들어섰다.

 

모처럼 햇살이 퍼진 날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저수지 수변 길을 걷고 있다. 가끔 늘어진 벚나무 가지가 이마를 스치기도 하지만, 그도 반기는 것이란 생각이다. 저수지 물이 불어나 건너편 산자락과 맞물려 있다. 물이 불어나 저수지 가에 있던 나무들이 물속에 잠겼다. 마치 주산지를 보는 듯하다.

 

 

3.4km의 수변 산책로, 걷기에 최고

 

광교저수지 수변 산책로는 새로 마련한 도로와 인접한 테크 이 1.5km, 그리고 산자락을 끼고 걷는 길이 1.9km이다. 모두 3.4km의 이 길은 빨리 걸으면 50분이면 족하다. 하지만 무엇이 그리 급할 것인가? 어차피 그동안 젖어버린 마음도 함께 말리려고 걷는 길이다. 휴대한 수첩과 소형 카메라, 그리고 부채를 꺼내 들고 걷기 시작한다.

 

데크 책로에는 중간 중간 작은 공연을 할 수 있게 조성을 해놓았다. 데크와 도로 사이에 난 꽃밭에 사람들이 잡초를 뽑고 있다. 장마 통에 자라난 풀들로 인해 이곳에 심어 놓은 화초들이 행여 방해라도 받을까 보아서다. 이 꽃밭에는 맥문동, 옥잠화, 비비추, 섬기린초, 조팝나무, 바위취, 털머위 등 다양한 꽃들을 심어 놓았다.

 

 

한 무리의 어르신들이 길을 걷고 계시다. 아마 이 어르신들도 이 길을 걷는 재미에 푹 빠지신 듯하다. 이 길을 걷는 분들은 왜 그리 연세가 드신 분들이 많은 것인지. 무리하지 않고 걷기에 적합한 길이기 때문일 것이란 생각이다.

 

“날씨가 좋안 운동 나오셨나보네요?”

“그동안 하도 습해서 바람이라도 좀 쏘이려고 친구들과 함께 걷고 있어요.”

 

 

길가까지 찬 물가를 걷다.

 

1.5km의 데크 산책로를 걷고 나서 산 밑으로 난 수변 산책로를 걷기 위해 다리를 건넜다. 산책로로 진입로 앞에 안내판이 보인다. ‘폭우 및 폭설로 인하여 산행이 위험하오니 자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아마 여름철 장마 때와 겨울 철 많은 눈이 내렸을 때 사용하는 안내판인 듯하다.

 

천천히 수변 산책로를 걷기 시작한다. 광교저수지에 불어난 물로 인해, 늘어진 나뭇가지들이 물속에 잠겨 있는 모습도 보인다. 사람들이 여느 때보다 더 많이 이 길을 걷고 있다. 부채를 꺼내 부쳐가면서 길을 음미해 본다. 어디서 이렇게 아름다운 길을 걸어볼 수가 있을까? 장맛비로 인해 잔뜩 습기를 머금고 있는 숲길 바닥에는 굵은 마로 만든 덮개를 씌워놓아 걷기에도 탄력이 있다.

 

 

중간 중간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마련한 의자 등에도 사람들이 모여 한가롭게 이야기를 나눈다. 이런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아니한가? 뒷짐까지 지고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길이라서 더욱 좋은 광교저수지 수변산책로. 군데군데 바로 길 턱밑가지 차오른 저수지의 물이, 또 다른 풍경을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한 바퀴 돌아본 길, 정말 명품일세.

 

물가에 서 있는 나뭇가지 사이로 광교저수지의 둑이 보인다. 3.4km의 수변 산책로를 걸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다. 그동안 몇 번이나 이 길을 걸었지만, 장맛비가 잠시 멎은 후 걷는 이 길은 남다르다. 저수지 둑 한편으로 넘친 저수지의 물리 폭포처럼 흘러내리며 소리를 낸다.

 

더위가 가시는 듯하다. 그것도 장관이라고 그 물줄기를 배경 삼아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대느라 왁자하다. 12시 20분, 사진을 찍느라 20여 분을 더 걸려 돌아본 길이다. 어느새 윗옷 앞쪽에 땀을 흘린 자국이 선명하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