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팔달구 남수동 92-1에 소재한 수원사. 6일 오후 7시 수원사 경내에 달아놓은 연등에 점등이 되고, 사람들은 탑 주위를 도면서 탑돌이를 시작했다. 수원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 본사 용주사의 직할 사찰로 메마른 도시인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불기2465(1920)48일 당시 용주사 주지였던 강대련 스님이 수원지역 불자들을 위해 불교보급소라는 이름으로 창건한 이래, 전국에서 가장 모범을 보이는 사찰(포교당)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1986928일 성관스님(性觀, 현 주지스님)이 부임하면서 바르게 알고 실천하는 불자양성이라는 목표 아래, 수원사는 제2의 도약기를 맞이하였다. 1987년 수원지역에서 처음으로 남성들의 모임인 거사회를 창립하여 여성위주의 불교를 벗어나기 시작하였다.

 

 

4월 초파일의 연등회와 탑돌이

 

연등회는 신라 진흥왕대에 팔관회와 더불어 국가적인 행사로 시작되어 주로 고려시대에 성행했다. 불교에서는 부처에게 바치는 육법공양 중에 등공양이 있는데, 이는 부처 앞에 등을 밝혀서 자신의 마음을 맑고 바르게 하여 부처에게 귀의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연등회의 종류에는 상원(上元) 연등초파일(初八日) 연등이 있다.

 

상원연등은 매년 정월 보름날에 왕궁을 비롯하여 전국적으로 2일간 등불을 밝힌다. 이때는 다과를 베풀고 음악과 춤으로 임금과 신하가 함께 즐기며, 부처를 즐겁게 하여 국가와 왕실의 태평을 비는 행사이다. 상원연등은 불교적인 의미와 함께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풍년기원제와 결합된 행사이다.

 

 

현재의 연등회는 팔관회, 연등회를 계승

 

연등회는 고려 태조의 <훈요십조>에 의해 거국적인 행사로 행해졌다. 이후 성종 때 유학자들의 강한 반대로 일시 폐지했다가, 현종1년인 1010년 윤3월에 다시 행했다. 그로부터 매년 2월 보름에 연등회를 베풀었다. 초파일 연등은 석가 탄생을 축하하는 연등으로 현재 인도를 비롯하여 세계적으로 널리 행해지고 있는 행사이다.

 

4월 초파일 연등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고려사에서 볼 수 있는데, 고려 의종 때 백선연이 48일에 점등했다고 적고 있다. 당시에는 초파일 연등을 열면 3일 낮과 밤 동안 등을 켜놓고 미륵보살회를 행했다고 한다. 이러한 연등회는 조선 태종 15년인 1415년 이후로는 기록에 나타나지 않는다.

 

현재의 음력 4월 초파일에 행하고 있는 연등회는 신라 때부터 전해진 팔관회와 연등회, 그리고 1414년부터 기록에 보이고 있는 수륙제를 계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부처님 오신 날인 4월 초파일이 되면 사람들은 등을 밝히고 부처에게 귀의한다는 등공양으로 연등회를 열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탑돌이 의식

 

탑돌이는 사월 초파일에 밤새도록 탑을 돌며, 부처의 공덕을 찬미하고 각자의 소원을 비는 행사를 말한다. 수원사의 부처님 오신 날의 행사는 오전 9시부터 관불의식으로 시작해, 오후 2시 부처님 오신 날 봉축법요식, 오후 5시 헌공 및 다큐멘터리 시청, 그리고 오후 7시에는 탑돌이가 이어졌다.

 

이날 저녁 예불을 마친 스님들과 불자들은 모두 경내에 자리한 탑 앞으로 모였다. 이 자리에는 염태영 수원시장도 함께 참석을 했으며, 주지 성관스님은 탑돌이를 하면서 모두가 부처님의 가피를 받을 수 있도록 기원을 하자. 그리고 우리 국민 모두가 하나 된 마음으로 어려움을 헤쳐 나가자고 했으며, 이어서 탑돌이를 하면서 모두가 마음속으로 세월호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함께 간절한 마음으로 빌자고 했다.

 

 

300여명의 불자들은 석가모니불의 정근에 맞추어 스님들의 뒤를 따라 두 손을 합장하고 탑 주위를 돌면서 마음속으로 열심히 소원을 간구했다. 이날 탑돌이에 참가한 한 불자는

세월호 사고로 인해 어린 목숨들이 그렇게 허망하게 살아진 것에 대해 마음이 아프다. 오늘 탑돌이는 우리들의 소원을 빌기보다는, 그 어린 생명들의 극락왕생을 위해 더 많이 기원을 해야겠다.”고 한다.

 

또 한 불자는 아직도 찾지 못한 남은 분들도 얼른 수습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모든 희생자 가족들이 아픔도 어서 가시기를 간절히 빌겠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석가모니불을 외우며 탑 주위를 도는 탑돌이. 이 정성이 하늘을 감응시켜 우리가 그렇게 기다리고 있던 기적이 일어나기를 고대해 본다.

 

생떼 같은 아이들입니다. 그 아이들이 벌써 4일 째 그 찬 바닷물 속에서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럽겠습니까? 제발 살아만 와준다면 좋겠습니다. 어째 이리도 그 아이들을 꺼내주지 못하는지 시간이 갈 때마다 마음만 더 탑니다.”

 

19일 오후 6. 화성 행궁 광장에 모인 1500여 명의 무리들 중에서 열심히 합장을 하고 기원을 드리던 송아무개(, 49)의 말이다. 자신의 아이도 그 아이들 또래라고 하면서 제발 살아만 있기를 바란다고 눈시울을 붉힌다.

 

원래는 석가모니의 탠생을 축하하는 봉축대법회로 마련을 한 자리이다. 그리고 행궁을 떠니 장안문과 연무대를 돌라오는 장엄한 연등행렬로 이어져야만 했다. 그런 장엄의식을 모두 내려놓았다. 그리고 부처님께 모두가 하나가 되어 빌고 또 빌었다. 징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의 희생자 추모 및 실종자 무사귀한 기원대법회로 마련을 했다.

 

 

두 시간 가까이 간절한 마음으로 두 손 모아

 

수원시불교연합회와 수원시 연등축제행사위원회가 마련한 진도 여객선 희생자 추모 및 실종자 생환 기원 대법회19일 오후 6시부터 두 시간 가까이 수원 화성 행궁 앞 광장에서 열렸다. 지성스님의 법고로 시작을 한 기원법회는 추모 및 생환기원 묵념, 삼귀의, 찬불가,반야심경 등으로 이어졌다.

 

수원시불교연합회 회장인 성관스님(수원사 주지)의 간절한 마음을 담은 인사말에 이어 4개 종단 대표인 팔달사 주지 혜광스님(조계종), 무학사 주지 혜성스님(태고종), 용고아사 주지 천덕스님(천태종), 유가심인당 덕운정사님(진각종)과 신도대표의 기원사가 이어졌다. 참석한 인사들의 기원사에 이어 용주사, 수원사, 청련암, 봉녕사 등의 신도들로 이루어진 불교연합합창단의 음성공양이 있었다.

 

 

간절한 마음 담은 기원발원문

 

대한불교 조계종 제2교구 본사인 용주사 주지 정호스님의 법문이 있은 후, 탑돌이에 이어 청련암 주지 도문스님의 추모 및 생환기원 발원문이 이어졌다.

 

만 중생을 어여삐 여기사 지혜와 자비구족하신 부처님!

오늘 수원시 불자들과 시민들은

청천벽력 같은 세월호 좌초로 인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실종자들의 무사 생환을 간절히 기원하며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끝까지 배에 남아 아이들을 가족 품으로 인도하시고

천금같은 목숨을 내 놓으신 승무원들과 희생자 영가님들이여!

그대들이 진정한 지장보살님이요, 아미타부처님이십니다.

그대들의 거룩한 살신성인의 희생정신

부디 모두는 내내생생 잊지 않을 것입니다.

 

어둡고 차가운 바다속에서 웅크리고 있을 꽃같은 목숨들이시여!

둘도 없는 가족과 사랑하는 친구들이 함께 있음을 잊지 말고

절대로 절대로 희망의 끈을 놓지말고 살아만 있으시라

이제 곧 그대들의 손을 잡아 주리니 꼭 살아만 있으시라

자비로우신 부처님의 무량가피가 함께 할지니

꼭 꼭 살아만 있으시라

꽁꽁 얼은 땅 녹여내고 봄바람 오듯

그대들 우리 곁으로 그렇게 살아오리니(이하 하략)

 

 

두 시간 가까이 기원대법회가 진행되는 동안 수원시불교연합회의 불자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두 손을 모아 간구를 했다. 기념법회가 진행되는 동안 여기저기서 눈물을 훔치는 모습들도 보였다. 열심히 두 손을 모으고 간구를 하던 정아무개(, 55)씨는

꼭 살아만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세월호에 아이들과 함께 승선해 실종자 명단에 낀 선생님들 중에는 수원시민들이 많이 계십니다. 이제 오랫동안 교사생활을 하시고 그 마무리를 아름답게 아이들과 함께 하겠다고 하신 분들이라 더 마음이 아프네요.”라고 한다.

 

수원 화성행궁 앞에 모인 많은 불자들이 두 손 모아 간구한 진도여객선 희생자 추모 및 실종자 무사생환 기념대법회. 그 많은 사람들의 간구가 꼭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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