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같은 가을철에 농촌에서는 새떼와 들짐승들 때문에 곤욕을 치루고 있다. 잘 익은 열매와 곡식의 나락을 시도 때도 없이 훼손을 하기 때문이다. 별별 수단을 다 써 보지만, 그렇게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고 울상이다. 오직하면 밭 전체를 그물로 막아놓기 까지 할 것인가? 그런 짐승들과 새떼들에게서 열매나 곡식을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까?

‘탈구’라고 하면 나이가 지긋하신 촌에서 생활을 하신 분들은 아~ 하고 탄성을 낼만하다. 예전에는 지금처럼 새를 쫒기 위해 깡통을 두드려 소리를 내거나, 총을 쏘거나 하지 않았다. 아마 새들도 지금처럼 영악하지 않았는가 보다. 탈구는 짚을 꼬아 만든 기구이다. 간단하지만 그 효과는 놀라웠다고 한다

짚을 꼬아 만든 새쫒는 기구인 '탈구' 끝은 가늘게 해서 큰 소리를 얻을 수 있도록 한다.


탈구로 소리를 내는 방법

탈구를 돌려 소리를 내는 방법은 간단한 듯하다. 짚으로 꼬아 만든 탈구를 머리위로 돌리다가 손목에 힘을 주어 줄을 내리치면, 꺾인 부분의 줄과 줄이 마주쳐 총소리와 같이 ‘땅’ 하는 소리를 내게 된다. 그러면 곡식이나 열매를 쪼아 먹으려고 덤벼들던 새들이 놀라 도망을 간다는 것이다. 우리 실생활에서 조상님들이 만들어 낸 탈구. 간단한 원리로 곡식을 보호하는 탈구를 보면서, 선조님들의 지혜에 다시 한 번 감탄을 한다.

1. 탈구를 손에 잡고 머리위로 돌린다


2. 머리 위에서 한두 번 힘차게 돌린 다음


3. 손목을 이용해 줄을 당기면서 세차게 내리친다


4. 줄이 꺾이면서 맞부딪쳐 '탕'하는 소리를 낸다


탈구로 소리를 내는 동영상


나이를 먹다가 보면(연세가 많으신 분들께는 참으로 죄스럽지만) 옛 생각이 날 때가 있다. 어릴 적에 함께 놀던 친구들이나, 같이 하던 놀이가 생각이 나기도 한다. 그럴 때면 늘 먼 산을 바라보다가 눈시울을 적신다. 아주 친한 친구 녀석이 하나 있었다. 국민학교(우리 때는 초등학교를 이렇게 불렀다.)를 다니는 내내, 녀석과 나는 우리 집 너희 집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자연 모든 가족들이 한 식구처럼 지내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그 녀석이 이사를 가고 난 후, 연락이 끊기더니 벌써 5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다. 그리고 몇 년 전인가 그 녀석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날 참으로 속이 미어지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그 녀석이 다시 생각 난 것은 서천에 있는 도자기 공방에 가서이다.


어릴 적 보던 풍경이 그대로

그곳에는 마당 한 편에 조형물들이 줄지어 서 있다. 그런데 그 가운데 옛날에 놀던 친구 녀석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들이 놓여 있다. 썰매타기며 윷놀이, 말타기 등등. 그 모습을 보다가 그만 왈칵 서러움이 복받쳐 온다. 뒤 늦게 소식을 접한 친구 녀석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그 녀석과 늘 함께 하던 모습이다.



녀석과 함께 냇가에 가서 물장구를 쳐가며 물고기를 잡는다고 하다가, 물에 빠져 죽을 뻔도 했다. 한 겨울에 썰매를 지치다가 넘어져 ‘메기’를 잡기도 했다. 마을에 사는 형이(사실은 아저씨뻘이었지만) 장가를 간다고 하는데, 그 뒤를 따라가면서 괜히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어린 나이에도 색시가 너무 예뻐 보여 괜한 심통을 냈는가 보다.



그런 모습들이 새록새록 생각이 나는, 그런 흙으로 만든 토우가 즐비하다. 그 주변을 돌면서 녀석과의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리다가 보니, 괜히 코끝이 찡해온다. 소식이라도 주고받았으면 좋았을 것을. 녀석의 누나를 통해 들은 소식은 많이 아팠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었기에 더욱 더 그리운 녀석이다.



이제는 그만 생각을 하자고 마음을 달랬는데, 아직도 녀석이 마음속에 웅크리고 있었는가 보다. 토우를 보는 순간 그만 또 한 번 울컥하고 말았다. 사진을 하나하나 담아내면서도, 녀석이 못내 그립다. 아마도 옛날 그 모습들이, 그래도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인가 보다. 그런 기억을 하나하나 다시 새겨보면서, 녀석과의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은 것인지.



농촌에서는 곡식이나 과일이 익어갈 때가 되면, 골치 아픈 것들이 바로 새떼들이다. 곡식의 낱알은 물론 과일까지도 가리지 않고 먹어치우기 때문이다. 적게는 몇 마리, 많게는 수십마리 씩 떼를 지어 날아다니면서, 농작물에 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새떼를 막기위해 하수아비를 논에 세워보기도 하지만, 역부족일 때가 많다고 한다.

이제는 새떼들도 그만큼 머리가 좋아진 것인지, 도대체 하수아비를 무서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느 분은 새들이 허수아비 머리 위에 앉아있더라면서 웃음을 흘리시기도 한다. 이런 새떼를 쫒아내기 위해 방포를 쏘기도 하고, 깡통을 철사에 매달아 소리를 내기도 한다. 또는 허수아비를 같은 연을 줄에 매달아, 논을 가로질러 줄을 매 바람에 돌아다니게도 한다.


짚으로 만든 탈구를 말앗을 때(위)와 풀었을 때

새를 쫒는 짚공예품 '탈구'

농촌에서는 아무래도 이런저런 것을 만들기가 쉽지가 않다, 그런 시간적 여유를 갖지를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구를 해낸 것이, 바로 짚으로 꼬아 만든 탈구이다. 탈구는 짚을 머리를 땋듯이 따아 만든다. 길이는 4~5m 정도에, 손잡이 쪽은 두텁고 끝은 뾰죽하고 가늘게 꼬아 나간다. 탈구는 밤 시간을 이용해 새끼를 꼬면서 만들 수가 있어, 시간을 별도로 낼 필요가 없다는 점이 이 탈구를 만들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탈구를 만들면 손잡이를 잡고 머리 위로 줄을 돌리다가, 손잡이 부분에 힘을 주어 줄을 꺾는다. 그러면 "탕" 소리가 난다. 그 소리에 새들이 놀라 달아난다는 것이다. 돈을 들이지 않고도 만들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농촌에서 많이 사용을 한 새를 쫒는 도구의 하나이다. 

탈구의 시연





  
탈구를 길게 뻗쳐 힘을 주어 위로 끌어 올린다.(맨위) 줄을 머리 위로 올려 힘을 가한다(두번 째) 줄을 가슴 높이로 수평이 되게하여 힘을 많이 받게 한다(세번 째) 손목에 힘을 주어 줄을 낚아채듯이 꺾는다(네번 째) 그러면 탕소리와 함께 줄이 떨어진다(맨 아래)

이렇게 시골에서 흔히 쓰이는 짚을 이용해 만들어 사용하는 탈구는, 우리 생활속에서 얻어지는 지혜이다. 지금은 볼 수가 없는 것이지만. 우리 선조들의 지혜의 깊이에 그저 감탄을 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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